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8
18.
18.
그리고 약 30분 후.
우리는 비로소 길고 긴 복도의 끝에 도달했다.
그 동안 퇴마한 백령만 십여 마리.
원래 호텔에 있어야 할 백령들을 모두 이곳에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여기···겠지?”
모니카가 눈앞에 나타난 새로운 문을 보며 말했다.
그건 지금까지의 문과는 사뭇 달랐다.
그 회색의 철제 문은 낡지도, 더럽지도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자를 비틀어 놓은 듯한 기괴한 문자가 문 전체를 덮고 있었는데, 모니카조차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거기에 크기는 일반적인 문의 세 배는 될 정도로 컸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뒤에는 분명, 이 미궁의 주인이 있을 것이다.
“가자.”
그래서 나는 말했다.
모니카는 딱 한 번 고개를 끄덕였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눈앞에 이질적인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마치 야구 경기장 같은 드넓은 공간이었다.
거대한 원형의 돔.
그 전체가 짙은 갈색의 무언가로 덮여 있었다.
털? 아니, 이건···갈대인가?
바닥은 물론 벽과 천장까지 갈대가 빽빽히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갈색의 둥지 한가운데.
붉은 이형의 생물체가 있었다.
“괴이···!”
모니카가 중얼거렸다.
괴이.
인간을 기반으로 하는 령이나 마인과는 달리, 도깨비나 구미호 등 그 근본이 인간과 관련 없는 마의 총칭.
그 중에서도 지금 우리의 눈앞에 있는 것은 정체 불명의 붉은 야수였다.
웅크리고 있는 몸체의 길이만 3미터.
현실의 동물과는 비할 수 없이 거대했다.
그리고 온몸을 덮고 있는 붉은 가죽 위에는 털이 없었다.
비늘은 아니지만, 고무 재질 같은 광택이 서린 가죽만이 있을 뿐.
“크르르···”
우리의 침입을 알아챈 걸까.
놈이 낮게 울으며 고개를 들었다.
얼굴의 생김새는 여우···아니, 늑대에 가깝다.
하지만 새빨간 눈에는 광기가 흘러넘쳤고.
입에는 새까맣고 커다란 이빨이 수십 개가 나 있었다.
그 중 몇몇이 입술을 벗어나 튀어나왔고, 그 사이로는 침이 뚝뚝 떨어졌다.
놈이 몸을 일으켰다.
쭉 뻗은 다리와 그 끝에 달린 10여 개의 발톱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늑대보다도 전체적으로 길고, 날렵한 인상.
레벨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건 결코 만만치 않은 적이었다.
“여기에는 저거 하나네.”
나는 능력을 발동하며 말했다.
다행히 저 붉은 늑대를 제외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걸 정말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저 놈, 33레벨이다.”
“뭐···?”
예상대로 무지막지하게 강한 놈이었다.
게다가 모니카는 붉은 늑대가 뿜어대는 살기에 사로잡힌 건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긴장 풀어. 쫄지 말고. 그러다 진짜 죽는다.”
모니카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다.
붉은 늑대의 레벨은 무려 33.
황령을 물리치고 레벨이 한 단계 오른 모니카보다도, 10 레벨은 더 높았다.
또한 10 레벨의 차이는 상당하다.
10 레벨 차이가 나는 황령과 백령을 비교했을 때.
황령은 백령 다섯 마리를 합친 정도의 강함을 갖고 있었다.
저렙이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무려 다섯 배 차이다.
설령 모니카라도 1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
“그런데···”
붉은 늑대는 일어나 이쪽으로 적대감을 향하고 있을 뿐.
의외로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지는 않았다.
나는 붉은 늑대의 움직임을 자세히 지켜봤다.
살기 어린 눈으로 이곳을 보며 좌우로 움직이며 경계 태세를 유지한다.
씰룩거리는 입가와 거친 숨소리를 보면 당장이라도 이쪽으로 달려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러지 않는다.
과연.
외모는 미친 개가 따로 없지만, 상당히 신중한 타입인가.
“모니카. 저게 뭔지 알고 있냐?”
내 말에 그녀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머리를 한번 흔들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도···블러디 울프. 한국어, 혈랑.”
블러디 울프, 혈랑이라.
어딘지 익숙한 그 이름에 나는 잠시 과거에 죽인 몬스터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당연히 내가 아는 몬스터는 아니었다.
웨어울프랑 뱀파이어는 죽여봤지만, 그 둘을 합친 것 같은 몬스터는 없었다.
“다른 건 아는 거 있어?”
“있지만···시간, 없어.”
“아니, 시간은 있을 텐데···됐다. 내가 직접 찾아보지, 뭐.”
나는 연수원에서 준 강의 자료를 떠올렸다.
분명 참고 자료 중, 괴이에 대한 정보를 모아놓은 것이 있었다.
“너, 뭐하는 거야?”
무기도 내려놓은 채 태블릿을 찾기 위해 가방을 뒤적거리는 나를 보며 모니카가 말했다.
강적을 앞에 두고 여유를 부리는 내 태도에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걱정 마. 우리가 먼저 접근하지 않는 한 저놈은 안 움직여.”
“그걸, 너가 왜 알아?”
“경험.”
짧게 답한 나는 태블릿을 꺼내 강의 자료를 뒤졌다.
그리고 이내 눈앞에 있는 괴이의 정보를 발견했다.
혈랑이 만들어지는 조건부터 강함의 정도 등.
쓸모 있는 정보가 많았다.
먼저 혈랑이 만들어지는 조건은 늑대나 개가 요호, 즉 구미호를 잡아먹는 것.
평범한 개가 마의 일종인 구미호를 잡아먹는다고?
잠깐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아래에 보충 설명이 있었다.
구미호의 약점이 바로 늑대와 같은 개과 동물이라고 한다.
또한 혈랑의 강함은 잡아먹은 구미호에 비례했다.
그래서 먹이가 된 구미호를 모르는 한, 혈랑의 강함은 측정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레벨이 보이는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혈랑의 약점은···
“···알기 쉽네.”
내용을 확인한 나는 태블릿을 가방 안으로 집어넣었다.
자료에 표시된 놈의 약점은 총 세 가지였다.
각각 냄새와 화염, 그리고 소리.
전부 개과 동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에게는 그 세 가지 중에 어느 하나 활용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다시 모니카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가 든 창을 보면서 물었다.
“넌 방법이 있냐?”
“···있어.”
모니카는 혈랑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술만 움직였다.
“모세의 지팡이, 짐승을 베는 권능 있어.”
“짐승을 베는 권능?”
약점을 공략하는 방법이 있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신기가 자체적으로 가진 능력을 활용하겠다는 것.
거기다 짐승을 베는 권능이라면···결국 근접전인가.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뿐이었다.
“내가 시선을 끌게. 그 동안 네가 치명타를 날려.”
“뭐···?”
모니카는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반응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저거, 머리가 좋은 놈이야. 한방에 끝내야 돼. 안 그러면 바로 널 노릴 거야. 할 수 있겠냐?”
그렇게 말하자 겨우 그녀의 시선이 혈랑에게서 떨어져 나를 향했다.
기묘하다 싶을 정도로 의아한 얼굴이었다.
***
“내가 시선을 끌게. 그 동안 네가 치명타를 날려.”
자신이 미끼가 되겠다는 강진우의 말에 모니카는 어이가 없었다.
괴이는 결코 흔한 마가 아니다.
그 때문에 알려진 게 많지 않고, 모니카 역시 괴이를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처음 혈랑을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
광기가 흘러넘치는 새빨간 눈동자.
원한이 담긴 낮게 기는 울음 소리.
그리고 살아숨쉬는 듯한 살기가 그녀를 옳아맨 탓이었다.
딱 잘라 말해 그녀는 혈랑을 본 순간, 두려웠다.
움직이기는커녕, 한동안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릴만큼.
그런데 강진우는 아니었다.
그는 저 무서운 괴이를 앞에 두고도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심지어 혈랑이 절대 움직이지 않을 거라 단언하고는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조작하는 미친 짓까지 실행했다.
정말로 혈랑이 움직이는 일은 없었지만 모니카는 그 동안 혈랑이 공격해올까, 심장이 터질 뻔 했다.
하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강진우는 말을 이었다.
“할 수 있겠냐?”
모니카는 강진우를 바라보았다.
혹시 두려움에 실성한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진우는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보다도 훨씬 진지한 얼굴로, 모니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가볍던 남자가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가.
모니카는 새삼 그런 생각을 하며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의 제안은···생각할 것도 없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모니카는 그가 혈랑의 시선을 1초라도 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봐온 강진우의 전투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
하지만 강진우의 검은 눈동자를 본 모니카는,
“···응.”
마치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했다.
그의 눈동자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너만 잘하면 된다고 말하는 듯한, 절대 실패할 리가 없다는 믿음이 그곳에 있었다.
그건 오만일까, 아니면 자신감일까.
그녀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거기 있다가 기회가 생기면 접근해.”
그가 스패너를 집어들고 앞으로 뛰어갔다.
이에 모니카 역시 창을 고쳐잡고 혈랑을 바라보았고.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
하지만 어느새 그녀는 혈랑에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던 조금 전과는 달리.
혈랑이 내뿜는 살기에 맞서, 그녀도 날카로운 적의를 내비쳤다.
“할 수 있어···!”
그리고 모니카에게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 순간.
혈랑이 움직였다.
놈은 눈으로 쫓기도 힘든 속도로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강진우에게 돌진했다.
***
“크아아아아!”
괴물의 울음 소리에 걸맞는 괴성과 함께 혈랑의 발이 날아왔다.
그건 가히 발톱이라는 가시가 달린, 사람 머리 만한 철퇴와 같았다.
그렇기에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공격이었지만 이는 탐색에 불과했다.
일단 입부터 내밀고 보는 늑대의 습성을 최대한 자제한, 신중한 짐승의 초격.
그리고 나는 이런 류의 늑대를 상대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놈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며, 그 발톱을 깨부수기 위해 스패너를 들어올렸다.
“스매시!”
까앙!
순간적으로 스패너를 든 손이 가벼워지며, 거대한 충격이 스쳤다.
처음으로 사용해 본 공격 스킬, 스매시.
그 효과 자체는 단순하기 그지 없었다.
적을 향해 강하게 공격합니다.
데미지 : 무기 공격력의 200%.
그저 평타가 2배 정도 강해질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효과가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끼이이이!”
강렬한 파열음과 늑대의 비명 소리가 겹쳤다.
놈의 발톱 하나가 스패너에 딸려나와 덜렁거린다.
물론 한 발에만 10개가 넘는 발톱이 달린 혈랑에게 그 정도로는 피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고통만은 분명히 전해졌을 터.
내가 노리는 건 바로 그 부분이었다.
“크아아아아아!”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놈은 그 거대한 아가리를 나를 향해 벌렸다.
사람 팔뚝만한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 나 있는 흉측한 입안.
놈의 이빨은 빠르고 범위도 넓었다.
하지만 공격 부위가 입이라는 특성상, 그 궤도는 단순하고 읽기 쉽다.
게다가.
“히드라라고 아냐, 이 새끼야! 스매시!”
나는 눈앞에서 맞물린 이빨을 스패너로 온 힘을 다해 후려치며 소리쳤다.
끝없이 재생하는 대가리가 9개나 달린 뱀.
그런 것도 상대해봤을 정도로 나에게 짐승의 이빨은 더없이 익숙했다.
하기야 한때 모든 몬스터를 도륙해봤으니, 뭔들 익숙하지 않을까.
“크앙!”
한창 약이 오른 혈랑이 분을 못 이기고 연달아 앞발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게 나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그저 본능에 이끌린 짐승의 공격 정도는 몇 수 아래의 신체로도 충분히 피할 만 했으니까.
그리고 피할 때마다 잊지 않고 놈의 이빨과 발톱을 스패너로 건드렸다.
혈랑이 점점 분노하고, 자제심이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 보면 곧 모니카가 나설 터.
다만,
“헉···하아···”
숨이 가빠왔다.
신체 스펙이 떨어지는 내가 혈랑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여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오히려 몸에 부담이 올 정도로 격렬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그렇게 겨우 1분이나 더 지났을까.
“헉···씨발···!”
숨을 고를 틈조차 주지 않는 혈랑의 아가리를 피하며 끝내 욕이 나왔다.
안 되겠다.
이거, 생각보다 얼마 버티지 못하겠는데.
슬슬 다리의 힘이 풀리려고 했다. 스패너를 쥔 손이 떨려왔다.
또한 심장은 사정 없이 뛰고 있었고, 거친 호흡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느새 몸 여기저기에서는 피가 흘렀다.
지쳐서 완벽하게 피하지 못한 공격들이 스치며, 살을 뭉텅이로 베어갔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내가 끼고 있는 반지에 붙은 생명력 흡수 효과 덕분에 조금씩 회복이 되고는 있지만.
크게 한방 맞으면 그대로 골로 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니카가 생각났다.
얘는 여태 뭐하는 거야.
원래 모니카가 서 있던 뒤쪽을 곁눈질했다.
“응···?”
그런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튄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크아아아!”
괴성과 함께 혈랑의 아가리가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다리의 힘이 풀려서는, 아니었다.
놈의 머리 위.
어느새 거기까지 올라갔는지, 모니카가 창을 꼬나쥔 채 공중에서 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그 창끝은 정확히 혈랑의 정수리를 향해 있다.
그리고,
푸왁!
창에 꿰뚫린 짐승의 머리에서 피가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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