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9
19.
19.
나는 쏟아지는 피를 피해 혈랑과 거리를 벌렸다.
과연, 짐승을 베어내는 권능이라고 했던가.
혈랑의 저 붉은 가죽은 거의 금속에 가까운 강도였는데.
모니카의 창은 그걸 치즈처럼 꿰뚫었다.
거기다 어찌나 깊게 뚫고 들어갔는지.
창을 쥐고 있던 모니카의 손이 혈랑의 머리에 닿을 지경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모니카는 창의 끝을 잡고 혈랑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러자,
쿵!
놈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온몸은 경련을 일으켰고, 입에서는 피거품이 흘러나왔다.
함께 땅으로 내려온 모니카는 머리에서 창을 뽑아내, 이번에는 혈랑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러자 심장이 파괴된 혈랑은 령이 죽은 것처럼 서서히,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동시에 드넓은 갈대밭이었던 공간이 무너진다.
그리고 곧 우리가 서 있게 된 곳은, 처음에 들어왔던 낡아빠진 호텔 객실이었다.
혈랑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모니카가 나를 바라보았다.
살짝 찡그린 표정.
그녀는 내 상처들을 보고 있었다.
“···괜찮아?”
“피 나잖냐. 이거 엄청 아퍼.”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치명적인 상처는 없었다.
다만 살이 이빨에 뜯겨져 나간 터라 불에 타는 것처럼 쓰라릴 뿐.
거기에 피도 만만치 않게 흘러나와서 겉으로만 보면 죽다 살아온 사람처럼 보인다.
“어···어떻게, 해···?”
모니카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하긴.
일단 피나 좀 멎게 해야지.
하지만 나는 응급 치료 수단 같은 건 챙겨오지 않았다.
“혹시 붕대 같은 거 없냐?”
“어···이, 있어.”
모니카는 허둥거리며 가방을 찾아 그 안에서 구급 키트를 꺼냈다.
의외의 준비성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내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 팔에 난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이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하지만 친절을 거부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 사이 나는 되돌아온 객실 내부를 살폈다.
공간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다 됐어.”
잠시 후, 모니카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대충 상처 부위를 보니, 치료 솜씨가 꽤 좋았다.
전문 교육이라도 받은 건가.
“이제, 나가자.”
“잠깐만.”
나는 불안해 하는 모니카를 놔두고 잠시 뒤로 돌았다.
갖고 갈 게 있어서였다.
객실의 구석.
낡고 부서진 침대 위에 뭔가가 있었다.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는 아이템.
처음에 방에 들어왔을 때는 분명 없었던 물건이었다.
“흠···”
나는 그것을 낼름 집어, 모니카와 함께 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1631호의 문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평범한 벽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겨우 끝났나 싶은 그때.
“강진우 씨?”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음침한 복도.
그 한가운데에서 교관 역할을 해야 할 이수연이 아연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다음 날.
“으음···”
나는 오후가 좀 넘은 시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평일이지만, 늦잠은 아니었다.
실습이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이어진 탓에, 오늘 배정된 교육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부상 때문에 휴일에도 이어가는 체력 단련조차 없는 한가한 날.
그래서 뭐라도 할까 싶어 태블릿을 켜보니, 메세지 하나가 와 있었다.
이수연에게서였다.
잠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으니, 가능하다면 오후 늦게라도 답장을 달라는 내용.
그래서 나는 적당히 씻고 나서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수연이 직접 내 방으로 찾아왔다.
“···면담이요?”
“예. 연수원장님께서 직접 호출하셨습니다.”
역시 그 괴이 때문인가.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이수연에게 대충 들었다.
혈랑.
나와 모니카가 사냥한 그 괴이는 교육생들의 수준에서는 버거운, 그곳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였다.
다행히 우리가 퇴마하기는 했지만, 이를 연수원 측에서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
아마 그에 대한 이야기이리라.
“괜찮으시겠습니까?”
조심스럽게 이수연이 물었다.
아직 좀 피곤하긴 하지만···거절하기에는 손해가 컸다.
연수원장의 계급은 치안감.
경찰 계급 중에는 위에서 세 번째에 있는 높은 계급이다.
그러니 연수원 수료 후, 경찰을 선택한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인상을 남겨두는 것이 좋겠지.
또한.
나 개인적으로도 어제 일 덕분에 얻은 것이 꽤 많았다.
무엇보다 퀘스트가 동시에 2개나 깨졌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먼저 10 레벨 달성 보상은 .
내가 배운 스킬 중 하나를 강화하는 아이템이었다.
물론 지금은 아이템 스킬을 제외하고는, 경험치를 늘려주는 성불 밖에 없으니 일단 사용은 보류한 상태.
그리고 B급 퀘스트였던 실습 관련 퀘스트의 보상은 직사각형의 새로운 아이템과, 그로 인한 기능 개방이었다.
– 합성, 제작, 강화 기능이 개방됩니다.
무려 세 가지 기능이 개방되는 아이템.
아이콘은 매직 큐브의 M이었다.
다만 뭐가 더 필요한 건지, 제작과 강화는 창만 출력되고 뭘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당장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합성 뿐.
– 재료를 2가지 이상 섞어 합성할 수 있습니다.
– 재료의 평균 등급보다 높은 등급이 랜덤으로 출력됩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스킬과 특성, 그리고 아이템도 가능했다.
결과물이 랜덤이라는 것이 좀 걸리긴 하지만.
마나의 가호라는, 쓰레기 같은 A급 특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건 다행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혈랑을 퇴마한 후 호텔 객실에서 찾은 아이템도 있었다.
레어 아이템
혈랑이 몸속에 품고 있던 구슬이다.
사용하면 스킬 ‘광화’를 얻을 수 있다.
성불 스킬에 붙어 있는 아이템 드랍 확률 증가가 적용된 건지, 혈랑이 떨군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용처는 솔직히 미묘했다.
광화, 즉 버서커.
모르는 스킬이 아니었다.
한때 나도 갖고 있던 기술이었으니까.
이성의 일정 부분을 상실하는 대신, 힘과 반응 속도 등 육체적인 힘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갖고 있어도 쓴 적은 없었다.
이성을 잃는다는 패널티가 꽤 크기 때문이었다.
마법은 물론 검술조차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고, 가능한 건 피아를 겨우 구분하는 것 정도.
이래서야, 합성 재료로 쓰는 게 더 나으려나.
“네, 면담 정도야.”
“알겠습니다. 그럼 따라오시죠.”
나는 이수연을 따라 연수원장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생전 처음 보는 아저씨 둘이었다.
한 명은 평범한 체격에 유한 인상, 거기에 경찰복을 말끔히 차려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옆에선 한 명은 거구에 경찰이 아니라 조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거친 인상이었다.
거기에 옷차림은 소주 사러 편의점에 나온 동네 아저씨 같다.
저 중에 한 명이 연수원장이라면···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아, 어서 오게. 강진우 교육생.”
그 중에 유한 인상의 아저씨가 말했다.
그 사이 이수연은 나를 두고 연수원장실을 나갔다.
방에 남게 된 것은 나와 두 명의 아저씨 뿐.
“내가 연수원장인 백민성일세. 만나서 반갑군.”
“아, 안녕하십니까.”
밝은 업무용 미소와 함께, 내 미래의 상사일지도 모르는 백민성의 악수를 받았다.
그는 붕대가 감긴 내 팔을 고려하듯 부드럽게 손을 맞잡았다.
“어제 이야기는 들었네. 실습에서 큰 일이 있었다지?”
“하! 큰 일은 무슨 큰 일.”
백민성의 말에 옆에 있던 거한이 내뱉듯이 말했다.
백민성이 연수원장이면, 옆에 있는 저 거한은 뭘까.
그런 의문을 갖고 백민성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는 미묘하게 미간을 찌푸릴 뿐.
그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걸 보고 알아차렸다.
분명 저 거한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한 달 정도 교육 받았으면 이제 혈랑 정도는 잡아 줘야지!”
“아, 거. 다 형님 같은 줄 아십니까?”
“못할 건 또 뭐냐. 네가 그러니까 연수원 교육이 느슨한 거야, 임마!”
껄껄거리며 말한 그는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래, 강진우라고 했지?”
“아, 예.”
“인천경찰청장 최덕철이다. 1급 퇴마 경찰이기도 하지.”
인천경찰청장이라.
내가 얼마 전에 알아본 바로는, 그 직책은 치안감보다 한 단계 높은 무궁화 세 개짜리다.
경찰 전체를 통틀어 9명 밖에 없다는 치안정감.
이에 나는 곧바로 영업용 미소로 표정을 고치며, 손을 맞잡았다.
크고 억센 손이었다.
“내가 왜 널 부른지 아냐?”
그는 다짜고짜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내가 알 리가 없었다.
이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가 여기 있을 거라는 것조차 몰랐으니까.
“아니요. 저는 면담이 있다고만 들었습니다.”
“음, 뭐 그렇겠지. 그럼 해주의 화살은 기억하냐?”
해주의 화살?
아, 신기의 봉인을 풀 때 같이 있던 그거 말인가.
“예, 기억합니다.”
“그래. 그게 내게 큰 도움이 됐다. 아니, 이렇게 말해봐야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구만. 그러니까 그게-”
최덕철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대충 들어보니 그가 저주에 걸렸는데, 너무 강한 저주라서 해주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내가 찾은 신기를 백민성이 들고가서 최덕철의 저주를 약화.
결국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운이 좋으셨네요.”
“그렇지! 하하하하! 최장미 고 년도 어찌나 놀라던지, 너도 그 얼굴을 봤어야 했는데.”
“최장미요?”
“경찰 병원에 있는 까탈스러운 의사 하나 있다. 너도 본격적으로 현장을 뛰게 되면 자주 신세를 지게 될 거다.”
아마도 최덕철을 담당하던 의사였나보다.
하지만 그저 단순한 환자와 의사라기에는 꽤나 막역한 사이 같은데.
“해주 관련 이능을 가진 청장님의 사촌동생일세.”
그 의문이 얼굴에 드러난 건지, 백민성이 덧붙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서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러 왔는데···바로 어제 혈랑을 잡았다고? 생각보다 괜찮은 친구로구만.”
최덕철이 진지한 얼굴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분명 나를 평가하는 듯한 시선이었지만, 생각보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비전투계 능력을 가져서 샌님인 줄 알았더니만, 나쁘지 않아. 그래, 무슨 능력을 갖고 있던 모름지기 경찰이라면 전투가 기본이지. 안 그러냐?”
최덕철은 껄껄 웃으면서 내 어깨를 두드렸다.
은근히 힘이 실려 있는 건지, 그냥 손이 매운 건지 묘하게 아팠다.
“형님, 이야기는 그쯤 하시죠. 부상도 있는데, 강진우 교육생도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그럴까.”
최덕철은 헛기침을 몇 번하고는 표정을 고쳤다.
그리고는 나에게 기다란 검은 가방 하나를 내밀었다.
“사실 감사의 뜻으로 너한테 이걸 주려고 왔다.”
“이게···뭡니까?”
“예전에 내가 쓰던 신기다. 너 스패너 들고 다닌다며. 그거보단 쓸 만할 거다.”
“감사합니다.”
주는 걸 거절할 이유는 없지.
곧바로 넙죽 받았다.
직접 들어보니 꽤나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그래, 앞으로도 정진하고.”
그 후, 최덕철과 백민성에게 이런저런 덕담을 들은 후 연수원장실을 나왔다.
곧바로 방으로 돌아간 나는 최덕철이 준 가방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붉은 빛이 감도는 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에픽 아이템
공격력 50-80
힘 +10
민첩 +10
특성 [왕의 수호자] 획득
– 모든 속성 저항 +15%
– 체력 +10
– 스태미너 +10
– 방어력 +30
– 피격 시 받는 데미지 -10%
– 수호자의 일격 +3
환도 계열
에픽 아이템이라.
거기다 효과도 나쁘지 않았다.
스탯도 상당히 높게 붙어 있었고, 무엇보다 공격력이 높으면서도 방어적인 특성이 붙은 게 마음에 들었다.
당장은 방어구가 없는 상태니, 이걸로라도 떼워야지.
거기에 수호자의 일격이라는 엑티브 스킬도 있었다.
지금까지 액티브라고는 스매시 밖에 없었는데, 이제야 공격 스킬다운 스킬이 생긴 것이다.
“흠···”
나는 검을 쥐고 가볍게 위에서 아래로 내리 그었다.
살짝 무거운 걸 빼고는 균형도 잘 잡혀있었다.
최덕철이 쓰던 거라고 하더니, 과연.
상당히 괜찮은 물건이었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그걸 다시 가방 안에 넣었다.
그리고 침대 위로 엎어졌다.
무기를 얻은 건 얻은 거고, 피곤한 건 피곤한 거였다.
나는 그대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 날부터 교육은 바로 재개되었다.
그리고 그 첫 순서는 바로 실습 훈련의 피드백.
가장 먼저 이수연은 훈련 중 퇴마한 마를 집계한 통계를 보여주었다.
나와 모니카가 퇴마한 마는 17마리의 백령, 1마리의 황령, 그리고 1마리의 괴이.
숫자 자체는 우리보다 많은 조도 있었지만.
황령에 괴이까지 처리한 것은 당연히 우리가 유일했다.
그래서 이수연은 나와 모니카가 퇴마한 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 결론은 황령과 혈랑이 얼마나 강대했으며, 이를 퇴마한 것이 교육생들 수준에서는 대단한 일이라는 등.
내 입장에서는 조금 낯부끄러운 설명이었다.
그렇게 교육이 이어지던 중.
이수연은 조금 어두운 내용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실습 중,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그 말에 느슨하던 교육생들의 분위기가 뻣뻣해졌다.
하지만 오늘 A반의 인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평소에도 보던 11명, 그대로.
즉 사망자는 B반이나 C반이라는 뜻이었다.
“C반에서 두 명이 탈락했습니다. 이처럼 퇴마는 위험한 일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언제 어디서나 방심하지 말고-”
이수연이 담담히 비보를 전하고 교육을 이어가던 그때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교육생 쪽에서 터져나왔다.
“웃기는 소리!”
목소리의 주인공은 C반의 어떤 남자.
C반은 항상 조교의 통제 아래 움직였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엄한 처벌이 이어졌기에.
저런 목소리를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에 곧바로 조교가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이수연이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이수연의 시선은 냉담했다.
하지만 C반의 남자는 지지 않고 소리쳤다.
“퇴마가 위험? 지랄 하지마! 그날 죽은 오진형은 저 새끼들이 죽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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