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99
199.
“쯧…!”
잘린 몸뚱이에서 검은 진흙이 치솟는 괴이한 광경에 나는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처음에는 마치 피가 터져 나오는 듯 보였지만.
이내 그 검은 진흙이 그저 액체가 아닌, 어떤 형상을 하고 있다는 걸 인식했다.
그리고 그 형상이 땅을 짚고, 절단면에서 제 몸을 빼내려는 것을 보고 겨우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부화였다.
어떤 존재가 사타나라는 인간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마침내 그 알에서 나오고 있었다.
땅을 짚은 그 팔에서 진흙이 땅을 타고 어둠처럼 퍼져 나갔다.
얼마 안 있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그 괴물에게서는 곧장 섬뜩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크윽…”
팀원 중 누군가 신음을 흘렸다.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저것은 이 세상의 괴이가 아니었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이목구비 대신 흐늘거리는 짧고 얇은 촉수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몸보다 과도하게 비대한 한쪽 팔에는 손 대신 기마창 같은 손톱이 딱 하나만 박혀 있었고.
그 아래로는 가자미처럼 생긴 하체가 뱀처럼 땅을 기었다.
온갖 이상한 것들을 자주 봐온 내 눈에도 끔찍한 외견이었다.
잘 봐줘야 외계 괴물.
혹은 정신이상자들이 그린 광기 어린 망상 속의 괴물을 보는 듯했으니.
그리고 그놈의 레벨 표시에는 어느새 사타나라는 이름마저 지워져 있었다.
그 대신 적힌 것은 마치 컴퓨터의 텍스트가 깨진 것 같은 알 수 없는 문자의 나열.
여기까지 오면 분명했다.
저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아마도 그 인간을 먹고 나온, 이계의 괴마.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사타나의 껍데기는 그런 괴마의 끝에 쓰레기처럼 매달려 있었다.
“……”
나는 불행하게 죽은 마인의 최후를 무심하게 바라보며, 스킨워커를 사용했다.
걸친 짐승의 가죽에 따라 버프를 주는 그 외신 전용의 스킬.
예상대로 그것은 지금, 문제없이 그 힘을 발휘했다.
각력을 강화하는 늑대의 가죽을 걸친 나는 허공으로 뛰었다.
놈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이었다.
그리고 공중에서 괴유의 활을 꺼내, 거기에 태양 화살을 걸었다.
찬란한 빛이 내 영력을 태워 환하게 피어올랐다.
그 빛은 괴마가 퍼뜨리던 어둠을 환하게 밝혔고.
이내 한 줄기의 섬광이 되어 괴마에게 쏘아졌다.
콰아아앙!
폭발이 일었다.
언젠가 또 다른 괴마를 날려버렸을 때보다 더 거대한 폭발이었다.
그 빛은 온 시계를 가릴 만큼 맹렬했고 거기서 느껴지는 열기는 진정 태양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막았다고?”
정작 거기에 직격당한 놈이 멀쩡했다.
날아오는 화살을 검으로 쳐내듯, 그 손톱으로 태양의 화살을 막은 것이었다.
그 영향으로 손톱에는 큰 상처가 생겼지만, 놈은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화살을 걸었다.
이번에는 손톱째로 부숴줄 생각으로, 연속해서 세 개의 화살을 놈에게 쏘려고 했다.
하지만 첫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었을 때.
놈과 함께 나타났던 마인 중 하나가 괴마에게 다가갔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화살은 저 정도의 마인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러나 놈의 목적은 내 화살을 막는 것이 아니었다.
마인은 마치 호수에 몸을 던지듯, 그 괴마에게 자신의 몸을 던졌고.
정말 호수처럼 그곳에 빠졌다.
그 직후 나의 첫 번째 화살이 괴마의 손톱을 쳐부쉈으나.
마인 하나를 집어먹은 괴마의 등 뒤에서는 또 하나의 팔이 솟았다.
이전과 다름없는 괴상한 형태의 팔이.
그제야 나는 눈치를 챘다.
괴마에게 다가가던 마인의 진짜 목적이 공양이었음을.
마인은 제 몸을 스스로 저 괴마에게 바친 것이었다.
“……”
그래서 나는 두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지 않았다.
이대로는 끝이 없었다.
어쩐지 느껴지는 기세부터 심상치 않다고 했더니.
결국. 저 마인들은 전부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닌, 저놈의 포션이었다.
게다가 이 태양 화살은 그냥 나가는 게 아니라 내 영력을 화력으로 소모한다.
물론 영력을 보충할 수단과 전승은 있으나.
저놈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전부를 투자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그건 너무 뒤가 없는 도박이었다.
그걸로 정말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고, 당장 저 아래에 있는 놈들의 거점에는 발도 딛지도 못했다.
거기에 저런 놈이 하나 더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안다는 건가.
그런데 내가 여기서 모든 영력을 소모하고 무력화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
그래서 나는 활을 집어넣었다.
대신 검을 뽑았다.
1대1. 거기에 지속 가능한 화력.
지금은 분명 활보다 검이 유용한 때였다.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쾅!
다시 땅을 박찬 나는 검을 들었다.
이번에는 검에 빛이 휘감겼다.
그러자 괴마가 반응했다.
화살을 막을 정도로 유연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던 놈의 팔이 엄청난 속도로 쇄도해왔다.
빠르다.
그렇기에 거기에 실린 힘 역시 실로 강할 테지만, 결국 짐승의 몸부림이었다.
그 공격의 방향은 빤히 눈에 보였다.
나는 이를 흘려내고 안으로 파고들 작정으로 검을 사선으로 눕혔다.
까드드득!
검과 손톱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코앞을 지나치는 고속열차처럼, 잔상마저 남기며 지나가는 놈의 손톱.
예상대로 나는 그 궤도를 바꿔 빈틈을 만들었다.
하지만.
“큭…”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대신 내 입에서는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속이 뒤틀렸다.
고통에 얼굴이 찌그러졌다.
검을 쥔 손의 근육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발광했다.
놈과 부딪히는 순간.
검을 타고 흘러들어온 어떤 힘 때문이었다.
그렇게 잠깐 고통에 경직된 사이, 놈이 움직였다.
괴마는 내 반응을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다시 그 역겨운 손톱의 창을 내질렀다.
“…!”
위험을 직감한 나는 검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힘을 가장 가까이서 접한 손은 경련을 일으키며,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다른 대책을 떠올리려 한 그때였다.
최은영의 소환수인 오우거가 나와 괴마의 창 사이로 몸을 던졌다.
방어도 신경 쓰지 않은 주저없는 돌진.
그 탓에,
퍼어억!
여지없이 오우거의 몸은 괴마의 창에 꿰뚫렸다.
하지만 오우거는 그 상태에서도 창을 부여잡고 그 속도를 늦추려 했다.
그렇게 괴마가 주춤한 사이,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이 내 몸을 잡아끌었다.
차서현이었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창의 범위에서 이탈하려 했다.
그러나 괴마는 끈질겼다.
이미 오우거라는 방해물을 매단 놈은 나를 놓칠 수 없다는 듯 그 기형적인 팔에 더한 힘이 실렸다.
우드드드득!
오우거의 발이 닿은 바닥이 뜯겨 나가는 소리와 함께 그 등을 뚫고 나온 손톱 창이 움직였다.
“저리 가!”
그렇게 소리친 것은 서연이었다.
상서로운 기운을 담은 아홉 자루의 검이 한 점에서 모여 창을 막아섰다.
카카강!
허공에서 충돌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그제야 괴마의 팔은 비로소 멈춰 섰고.
가슴팍에 구멍이 뚫린 오우거의 형상은 빛 무리가 되어 흩어졌다.
“괜찮으십니까?”
나를 데리고 겨우 안전 범위 밖으로 물러선 차서현이 그렇게 물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반갑다기보다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같이 싸우던 마인들은 어쩌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기에는 흑암과 메뚜기의 재앙으로 모든 마인들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킨 모니카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마인들을 묶어둔 사이, 다른 팀원들이 일제히 움직인 것이었다.
“하…!”
이를 보며 뭔가를 눈치챈 나는 멋쩍게 웃었다.
내가 불의의 현상에 동작을 멈춘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러나 다른 팀원들은 그 순간을 포착하고, 마치 짠 것처럼 완벽하게 움직였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전투를 벌이면서도 나를 의식 속에서 떼어놓고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
이를 인식하자, 몸에서는 아직 고통조차 가시지 않았지만.
왜인지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에 차서현의 얼굴에 옅은 의문이 비췄다.
그래서 나는 그 미소 그대로 입을 열었다.
“나는 괜찮아.”
“다행이군요. 저희도 거들겠습니다.”
차서현이 철퇴에 빛을 담으며 말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 역시 아무렇지 않게 자세를 다듬는다.
그저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그런 그들의 모습이 나는 새삼스럽게 기꺼웠다.
그 이유는…
어쩌면 나조차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들을 믿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언젠가 나를 배신했던 그들처럼 저들 역시도 그럴지 모른다고.
그저 지금은 배신할 이유가 없을 뿐이라고.
아직까지도 끝없이 의심하고, 경계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는 비로소 말할 수 있었다.
이들은 분명 나의 동료였다.
그렇기에,
“아니, 안 돼.”
나는 차서현과 다른 팀원들을 뒤로 물렸다.
저들을 위해서라도 저 괴마는 내가 없애야 했다.
“저 진흙에 절대 손대지 마. 죽는다.”
놈에게서 떨어지는 검은 진흙을 주시했다.
이곳에 나타났을 때부터 천천히 지면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는 진흙.
나는 놈과 부딪혔을 때, 직감했다.
저 불길한 진흙의 가진 힘은 내 빛의 검과 그 본질이 같았다.
바로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를 부정하는 힘.
그 사이의 차이점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뿐이었다.
내 빛의 검은 이 세상의 입장에서.
그리고 저 검은 진흙은 아마도 이계 신의 입장에서.
그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을 멸할 뿐.
그러니.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날 믿어.”
나는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팀원들에게 그렇게 말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나예네즈가니의 네 개의 번개.
선택한 스킬을 외신 전용의 스킬로 변화시키는 그 힘은 이제 딱 한 번 남았다.
그리고 나는 그 마지막 한 번을, 용사 스킬인 빛의 검에 쓰기로 했다.
그러자 로그 창에 짧은 경고 문구가 추가되었다.
빛의 검을 변화시키는 대신, 빛의 검이 강화된다고?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나에게는 그게 그거였으니.
그래서 나는 곧바로 실행 버튼을 선택했다.
그러자 내가 이 세상에서 최초로 얻었던 용사 스킬이 진화했다.
인검을 감싸던 찬란하던 빛이 점차 사그라 들었다.
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 대신 남은 것은 보일 듯 말 듯 은은하게 빛나는 일곱 개의 빛깔.
그것은 나예네즈가니가 외신 중 최고신인 아나예를 쓰러뜨릴 때 사용했다는 바로 그 무지개였다.
일곱 신에 대응하는 일곱 개의 빛.
진화한 빛의 검은 그리 간단한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이전과 같지 않았다.
괴마의 존재를 인식한 검이 선명한 보라색으로 빛난다.
그러자 그 빛에 닿은, 땅으로 퍼져가던 검은 진흙은 녹아내리듯 사라졌고.
“…알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차서현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마인들을 묶어놓던 모니카의 재앙이 풀리며, 그들이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팀원들이 마인들에게 대응하는 사이.
나는 검을 들고 괴마에게 다가갔다.
“#$%#$%#$%!”
그러자 그 괴마는 괴성을 토해냈다.
이전과는 달리 내 접근만으로도 놈은 발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쉽게 눈치챘다.
얼굴도 없어 표정도 없고, 말은 통하지도 않고, 아예 생물로서의 계통 자체가 다른 괴물이지만.
그럼에도 놈이 날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
또 한 번의 괴성과 함께 놈의 손톱이 내 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그러나 그 발버둥을 떨쳐내는 것은, 일검으로 충분했다.
촤악!
이계의 신을 부정하는 검의 파괴력은 이전과 같지 않았다.
단단한 놈의 손톱을 막거나 쳐낼 것도 없었다.
그저 그대로 베어냈다.
깨끗하게 잘린 괴마의 팔이 통째로 땅에 떨어진다.
그러자 이번에는 두 명의 마인이 괴마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시 제 몸을 괴마에게 바쳤다.
괴마에게서 두 팔이 돋아났다.
허나 그 직후, 검광이 빛났다.
두 팔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러자 그다음은 셋이었다.
그러나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어찌 결과가 바뀔 수 있을까.
그렇게 몇 번의 섬광이 더 놈을 지나쳤다.
끝내 놈은 모든 마인을 집어먹었지만, 여전히 놈에게는 번듯한 팔 하나가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남은 괴마의 몸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저것이 사타나라는 여성의 모습을 했을 때처럼, 어깨에서 옆구리까지.
워낙 인체와는 다른 신체 구조라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대충 그렇게 잘라냈다.
“@#$@…”
짧은 단말마와 함께 괴마의 몸이 반으로 절단되어 널브러졌다.
그러나 이전처럼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괴물은 더 이상 없었다.
다만 검이 내뿜는 보라색의 빛에 그 신체마저 소멸했고.
곧 놈이 있던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후우…”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시야 구석의 로그 창은 바쁘게 올라갔다.
금서만 여섯 권을 얻었고, 거기에 서브 퀘스트가 완료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그걸 전부 읽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이 괴마가 갖고 있던 불길한 기운.
인간을 부정하는 그 힘이 계단 아래쪽에서 느껴지고 있었으니.
거기다 그 힘의 밀도는 쓰러진 이놈보다도 훨씬 더 진했다.
이 정도면 눈치채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이 괴마를 부리는 외신이 저곳에 강림하려 하는 것이리라.
나는 계단 아래로 뛰어내리는 것처럼 이동했다.
그런 내 뒤를 팀원들이 따랐다.
그 아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거대한 지하 사원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고이 모셔져 있는, 붉은 고깃덩이.
탑에서 보았던 신의 옥체였다.
다만 그것은 어느새 괴마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고 그 끝부터 점차 검은 진흙으로 변해가는 중이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질주했다.
“막아라! 저놈들을 막아야 한다!”
그때, 어떤 노인의 목소리가 그리 소리쳤다.
그 외침에 사교의 마인들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마인들은 내 앞을 막지 못했다.
그들은 모니카의 재앙에 막혀 뒹굴었고, 하늘을 나는 서연의 검에 꿰뚫려 명을 달리했다.
또 온몸에서 빛을 내뿜는 차서현이 그들을 튕겨냈고.
괜히 익숙한 갑옷을 입은 소환수의 검이 그들의 머리를 달아나게 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방해 없이, 그대로 그 신의 옥체에 닿았다.
곧장 선명한 검광이 그 괴물의 형체를 산산조각으로 잘라냈다.
철퍽!
신이 될 예정이었던 그 고깃덩이는 그대로 찢겨,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러자 이 지하 사원을 가득 채우던 불길한 기운이 일시에 사라진다.
“…됐다.”
목적을 달성한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웃었다.
동시에, 어떤 노인이 비명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