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2
2.
“어째서죠? 조건은 굉장히 좋은 편일 텐데요.”
소피아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래, 조건은 너무나도 좋았다.
무려 정식 경찰로 채용이 되는 것이었다.
그것도 경찰대를 졸업해야 올라갈 수 있는 계급으로, 거기에 대기업 초봉 수준의 월급과 함께.
하지만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내 뭘 보고 이 정도로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겠다는 건가.
“그래서 더 수상하다는 거죠.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저 같은 백수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고.”
“말씀드렸다시피 마를 보는 것은 흔치 않은 재능입니다. ”
속으로 실소가 나왔다.
흔치 않은 재능이라.
그래, 예전에도 저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했던 놈들에게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갔지.
“재능이고 나발이고, 솔직히 마라고 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거든요. 마라탕도 아니고.”
비꼬는 듯한 나의 말에도 소피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한 손으로 귓가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모습은,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역시···보면 볼수록 음흉한 중년 영업직 같구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일반인들은 모르는 세계의 일이니까요.”
“모르는 세계요?”
“마에 속한 사람들은 사는 세계가 다릅니다. 보지 못하는 걸 보고, 할 수 없는 것을 하니 당연한 일이죠.”
“······”
점점 이야기가 수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경계심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걸 눈치챈 걸까.
소피아는 대화의 화제를 돌렸다.
“혹시 사람이 마를 보게 되는 계기가 뭔지 아십니까?”
“제가 알 게 뭡니까.”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의 죽음에 관여하는 겁니다. 타인의 죽음에서 자신의 업을 쌓고, 그 업에 의해 마에 개안하게 되는 거죠. 물론 전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극히 일부의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죠.”
소피아의 일방적인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죽음에 관여해야 한다고?
그 말을 잠시 곱씹어본 나는 뭔가를 깨달았다.
“설마 그래서 나를 살인 용의자 취급 한 거에요?”
“맞습니다. 당신은 이 지갑을 주웠고, 마를 볼 수 있었습니다. 즉 당신은 개안에 성공했다는 말이었죠. 그러니 당신은 누군가의 죽음에 연관되어 있을 게 분명했습니다.”
“하···!”
“그래서 저희는 지난 며칠 간, 당신의 과거를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걸리는 게 없더군요. 따라서 마지막 방법으로, 막무가내로 취조를 해보기로 한 겁니다.”
왜 일주일도 전에 주운 지갑을 이제야 들고 오나 했더니.
그동안 내 뒷조사를 하고 있었다고?
지갑 하나 잘못 손 대서 이게 무슨 일인가.
“겨우 그딴 이유로···”
“겨우 그딴 이유가 아닙니다, 강진우 씨.”
소피아가 옅게 떠 있던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그녀는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죽음과 연관되지 않은, 업을 쌓지 않은 사람이 개안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강진우 씨,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정말로 사람을 죽인 적이 없으십니까?”
“별 개 같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소피아의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가 없었다.
나보고 사람을 죽인 적이 없냐고?
“······”
아니, 있었다.
사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았다.
하지만 그건 전부, 이 세상에서의 일이 아니었다.
“내 뒷조사를 하셨으면 아시겠네요.”
“뭘 말입니까?”
“제가 1년 전까지 정신병원에 다녔다는 거요.”
소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말을 이었다.
“거기 의료 기록도 보셨죠? 그거 망상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저, 용사였어요. 마왕 잡는 용사. 아시죠?”
“······”
“보통 이세계라고 하던데, 멋들어진 성이랑 귀족들이 있는 판타지 세상이었죠. 거기서 용사랍시고 마법 쓰고 검 쓰고 하면서, 사람은 물론이고 괴물도 죽이고 악마도 죽이고 웬만한 건 한 번씩은 다 죽여 봤습니다.”
미친 소리였지만,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나는 2년 전,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소환되었다.
그 후 그곳의 황제라는 인간에 의해 용사가 되었고, 세계를 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싸웠다.
내가 현실로 돌아올 때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예. 강진우 씨의 의료 기록은 모두 열람했습니다. 꽤나 흥미롭더군요.”
“흥미요?”
“망상에 가까운 내용이더군요. 하지만 망상이 아니었습니다.”
“···예?”
용사였던 나는 결국 실패했다.
그 결과 내가 구해야 했던 세계는 파멸했고, 눈을 떠보니 현실로 되돌아와 있었다.
게다가 귀환 시기는 소환 당했던 다음날 아침, 위치는 내 방의 침대 위.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내가 쌓아온 능력은 물론, 수많은 상처와 흉터도 없었고, 잘려나갔던 왼팔 역시 그대로였다.
남아있는 것은 그 당시의 기억 뿐.
하지만 그건 나에게 행운이자, 재앙이었다.
“정신병으로 인한 망상, 특히 그로 인한 증언은 모순을 품고 있습니다. 또 정확성은 물론 정밀성도 많이 떨어지죠. 일관성도 없고요. 그런데···강진우 씨가 남긴 음성 기록은 그게 아니더군요.”
“그게 아니라니···내 말을 믿는다는 겁니까?”
내가 10년 동안 겪은 그 끔찍한 세월은 내 안에만 존재했다.
그렇기에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얼마나 떠들어도 모두가 나를 정신병자 취급했다.
그 모든 게 사실이었고 진심이었지만, 유일한 가족조차 내 말을 믿어주지는 못했다.
그야 당연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나는 내 방에서 평소와 같이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을 뿐이었으니까.
“솔직히 믿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허황된 이야기니까요. 그러나 강진우 씨의 말은 병에 의한 것도, 거짓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흥미롭다고 말한 겁니다.”
소피아는 담백하게 말했다.
“그럼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보죠.”
이어서 소피아는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내가 알고 있는 이세계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대부분이 쓸데없고 세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소환된 날 보았던 황궁의 색깔이나 구조 같은 것들을.
그것을 다 들은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정확하군요.”
“뭐가요?”
“당신이 1년 전, 의사 앞에서 증언했던 묘사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 순간 꾸며낸 거짓말도, 스쳐간 망상도 아니라는 뜻이죠. 당신의 말은 진실이었군요.”
“······”
소피아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나의 과거.
그래서 나도 없던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이제 와서 믿어준다고 해봐야, 나보고 어쩌라는 건가.
“그래서요? 뭐가 달라진 답니까?”
“최소한 강진우 씨가 살인과 관련이 없다는 걸 인정하겠습니다. 그건 전부 다른 세상에서의 일이니까요.”
무슨 큰 인심이라도 쓴다는 듯한 태도였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명도 벗었으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 이제 볼 일은 없겠네요. 저 돌아가도 되죠?”
“원하신다면 그러셔도 됩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요? 나 사람 안 죽였다니까?”
“그게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 말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능글 맞게 웃고 있는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결국 단도직입적인 말을 꺼내 들었다.
“돈 필요하시죠?”
“그래서요?”
“아직 제 스카우트 제안은 유효합니다. 놓친 면접 대신, 저와 이야기만 한번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대충 내막을 듣고 나니 어느새 소피아가 건넨 제안에 대한 의심은 옅어져 있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텅 빈 통장 잔고가 떠올랐다.
“우선 근로 계약서를 다시 잘 읽어보시죠. 마냥 좋은 조건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희 쪽에서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춘 셈이죠. 읽어 보는 게 손해는 아니지 않습니까?”
“흠···”
그래, 읽어보는 것 만으로 손해는 아니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한숨을 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근로 계약서를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그러자 소피아의 말대로 몇 가지 걸리는 점을 발견했다.
“이 ‘마’라는 거랑 싸워야 한다고요?”
“예. 다른 경찰이 범죄자와 싸우듯, 저희는 마와 싸웁니다. 흔히 퇴마 경찰이라고들 하죠.”
“퇴마 경찰? 진짜 귀신이랑 싸운다고?”
“귀신만 있는 건 아닙니다만, 그렇습니다. 결코 만만한 직업은 아닙니다. 월급이 많은 건 나름대로의 위험 수당인 셈이죠.”
과연, 그런 건가.
괜히 돈을 많이 주는 게 아니라는 말이었다.
내 입장에서야 목숨 걸고 싸우는 건 별 일이 아니었지만, 평범한 사람은 그게 아닐 테니.
게다가 조건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비밀 유지 계약···?”
“예. 모든 업무에 대한 사항은 기밀로 간주되고, 그 어떤 경우에도 외부로의 발설은 금지됩니다. 쉽게 말해 저희의 존재가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지요.”
사회의 그림자에서 활동하는 퇴마사라.
어째 비슷한 소설을 읽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왜요?”
“사회에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요.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하, 제멋대로구만.”
“충고를 드리자면, 그 부분만은 꼭 명심해두셔야 할 겁니다. 어겼을 경우의 처벌이 꽤 세거든요.”
쯧-하고 나는 혀를 찼다.
마음에는 안 들지만, 솔직히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근데 귀신이랑은 뭘로 싸웁니까?”
귀신이 총 맞고 죽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건 연수원에서 배우실 겁니다. 계약서 가장 뒷장에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연수원···그렇네요.”
근로 계약서 맨 마지막에 연수원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충청남도에 있다는, 경찰청 소속의 연수원.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니 연수원을 나온다 해도 무조건 경찰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본인이 원한다면 공인 기관이나 사설 단체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했다.
이쪽 업계가 어떤지는 몰라도 선택지가 더 있다는 건 나쁘지 않았다.
“마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와 싸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배우는 곳입니다. 연수는 기숙사 형태로 3개월 동안 진행되며, 물론 그 동안 월급도 지급됩니다.”
“그건 괜찮네요. 근데 이건 뭔가요? 범죄자랑 같이 교육을 받는다니?”
“말씀드렸다시피, 개안의 조건은 타인의 죽음과의 직접적인 연관입니다. 그렇기에···가장 개안이 많이 일어나는 계층이 아무래도 그쪽이지요.”
“그렇다고 살인자들이랑 교육을 받는다고?”
나는 표정을 찌푸렸다.
거북하다거나, 겁이 나는 건 아니었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 어떤 살인자보다도 많은 사람을 죽였으니까.
다만 점점 평범한 직장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게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었다.
“물론 안전은 보장하겠습니다.”
“별로 믿음은 안 가지만, 그건 그렇다 치죠. 그런데···”
“다른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귀신과 싸우는 경찰이라는 게, 아무래도 좀 믿기지가 않아서.”
소피아는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우선 가계약 상태로 연수원에 들어가시는 겁니다.”
“그리고요?”
“연수원에서도 제 말이 이상하다 싶으시면 중간에 그만 두셔도 됩니다. 수습 기간이라는 거죠. 어떠십니까?”
그렇게 나오겠다는 건가.
좀 찝찝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리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위험했다.
특히 통장 쪽이.
당장 이번 달 월세라도 내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평범한 사무직보다야 이런 쪽이 적성에 맞기도 했고.
그래서 나는 짧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래, 마음에 안 들면 관두면 되니까.
“뭐, 좋습니다. 그런데···”
나는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귀신과 싸우는 경찰이라는, 상식 밖의 세계에 속한 여자.
그렇기에 그녀의 외형에 대한 변명이 갑자기 의심이 간 것이었다.
“정말로 하이렌더 증후군인지 뭔지 그거 걸린 겁니까?”
그러자 소피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거짓말입니다.”
***
그로부터 2주 후.
“번듯하게도 지어 놨네.”
연수원 앞에 선 나는 그렇게 말했다.
비록 시골이라고도 할 수 없을, 외딴 산속에 처박혀 있었지만 연수원 건물 자체는 깨끗했다.
상당히 규모가 있기도 했고.
참고로 여기까지는 셔틀 버스를 타고 왔다.
나 말고도 연수원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모아, 한번에 데려온 것이었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은 모두 10명으로, 그리 많지는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신 분들은 전부 이쪽으로 모여주십시오.”
금방 연수원 쪽에서 우리를 안내하기 위한 인원이 마중 나왔다.
경찰복을 입은 여성.
그녀는 연수원의 강사라고 간단히 자신을 소개한 뒤, 우리를 연수원 안쪽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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