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20
20.
20.
“그 날 죽은 오진형은 저 새끼들이 죽인 거야!”
남자는 이수연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오진형.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그야 나는 C반 사람 중 그 누구도 알고 있지 못했으니, 당연한가.
하지만 그런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A반과 B반, C반은 서로 같은 공간에 있을 뿐.
그 사이에서는 한번도 대화조차 오고 간 적이 없었다.
B,C반은 조교의 통제 때문에.
그리고 A반은 스스로가 그들과 엮이기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남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을 믿는 자는 별로 없어 보였다.
“진짜라고! 진짜 저 새끼들이 오진형을-”
“거기까지.”
이수연의 말에 물러나 있던 조교들이 다시 남자를 통제했다.
삼단봉이 사정 없이 수갑을 찬 죄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커억···!”
무자비한 폭행.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그는 다시 의자 위로 엎어졌다.
A반의 인원들은 숨을 삼켰지만,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통제에 따르지 않는 C반 인원들은 저런 식으로 다뤄졌다.
쯧쯧.
누군가 혀를 찼다.
헛소리를 내뱉다가 벌을 받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조금 전의 증언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수연에 의해 진실로 인정되었다.
“C반의 오진형은 지난 실습에서 조교에 의해 처형되었습니다. 그는 도주를 목적으로 실습 교장을 탈출. 연수원의 규칙을 위반했습니다.”
담담하게 이수연을 처형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
그에 대한 의문은 C반도, B반도 아닌 A반에서 나왔다.
“그···그래도 되는 겁니까?”
택시 기사였다던 중년의 남자가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이수연은 아무렇지 않게 답한다.
“그야, C반이니까요.”
“······”
“오해하실까 덧붙이자면, A반의 경우. 이유 없이 고의로 실습 지역을 벗어나면 벌점을 받게 됩니다. 이는 연수원 수료 시 성적에 불리하게 적용되죠.”
이수연은 A반을 바라보며 말했다.
C반은 도주 시 처형이지만, A반은 벌점이란다.
그 어이없는 차이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수연의 말은 이어졌다.
“그리고 B반은 탈옥으로 간주되어 형량이 늘어납니다. 늘어나는 기준은 현재 형량의 2배. 그러니 쓸데없는 시도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B반의 경우에는 자신이 받았던 형량에 비례한 처벌.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다.
“하지만 C반은 이유를 불문하고 연수원의 규칙을 어긴 순간, 불합격 판정을 받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을 겁니다. C반이 연수원을 수료하는 기준은 합격, 혹은 불합격 뿐이라고요.”
“그게 불합격한다면 죽인다는 의미였습니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보이겠지만, 인과가 반대입니다. C반은 잠시 사형이 유예된 범죄자들이죠. 따라서 불합격한 인원들은 교육생의 지위가 박탈되어, 다시 그들이 받았어야 할 처벌을 받을 뿐입니다.”
“그래서 죽인다고? 우리는! 우리는 인권도 없냐?”
피투성이가 되었던 C반의 남자가 소리쳤다.
“인권?”
이수연은 그를 직시하고, 이어서 조소했다.
이수연은 그에게서 눈을 떼, A반을 바라보았다.
“혹시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수연은 단상 위에 올려져 있던 태블릿을 조작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무언가를 찾아, 그대로 읽어내려갔다.
“오진형. 2년 전, 평범한 가정집에 침입해서 4개월 된 신생아를 포함해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현금을 탈취한 죄로 사형 판결. 그리고···정종훈 씨.”
이수연의 시선이 C반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1년 8개월 전, 미취학 아동을 유괴 후 부모를 협박. 돈을 뜯어내려다 실패해서 경찰에 체포. 유괴한 아동은 체포되기 직전 홧김에 살해. 이로 인해 사형 판결.”
양쪽 다 만만치 않은 죄목들이었다.
그래서인지 A반은 물론, B반마저 남자를 향한 시선이 한층 더 싸늘해졌다.
그러자 남자는 발악을 하듯 소리쳤다.
“그···그래서, 뭐! 너희는 경찰이잖아!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
“가만 두세요. 하고 싶은 대로, 계속 해보시죠.”
이수연은 그를 가로막고 있던 조교를 물러서게 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이때다 싶어, 이수연이 선 단상 근처로 올라왔다.
“경찰이면 법을 지켜야 할 거 아니야! 그게 아니면 니들과 내가 다른 게 뭔데? 어? 너희들도 범죄자야?”
그가 소리쳤다.
지금까지 조교들 밑에서 참아온 한을 풀듯 그는 이수연을 잡아먹을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이수연은 묵묵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남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이제는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사형수라고 맘대로 죽여? 그래도 된다는 법이 있냐? 어? 있어? 있으면 말해보라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던 이수연이 입을 열었다.
남자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뭐?”
“저희 퇴마 경찰을 포함한 퇴마사들의 존재와 힘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통제가 되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엄연히 이를 위한 특별법이 존재하고, 저희는 그것을 집행하고 있죠.”
평소와 같이 차분한 이수연의 목소리.
하지만 내 귀에는 그 말투에 묻어 나오는 혐오가 분명히 느껴졌다.
“그리고 C반의 처우에 대해서는 감옥에서 벗어날 때 이미 알려드렸을 겁니다. C반 전원의 생사여탈권은 연수원에 있습니다. 그리고 연수원을 벗어나게 되면, 여러분을 데려가는 해당 기관의 장이 그 권리를 양도 받죠.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C반에게 인권은 없습니다.”
이수연은 그렇게 단언했다.
인권이 없다니.
처음부터 흉악범을 퇴마사로 써먹을 거라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저런 식일 줄은 몰랐다.
사실상 쓰고 버릴 패로 쓰겠다는 말이 아닌가.
“그게 말이 되는-”
“이제 됐습니다, 정종훈 씨.”
이수연은 남자의 말을 끊었다.
더 이상 들을 필요는 없다는 듯, 단호한 얼굴로.
그리고 그녀는 뒤로 딱 한 발짝 물러섰다.
“당신은 불합격입니다.”
이수연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메마른 총성이 울렸다.
남자가 머리에서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어느새 남자를 가로막고 있던 조교가 권총을 들고 있었다.
“······”
그 충격적인 광경에 교육생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내 주변에 있는 두 사람, 김다영과 이현석 역시 쓰러진 남자와 이수연을 번갈아가며 바라볼 뿐.
다만 평소보다 조금 우리와 가깝게 앉은 모니카만이 낮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 잠잠한 침묵 가운데, 이수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 교육을 재개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이수연은 교육을 이어나갔다.
그 사이 남자의 시체는 조교들에 의해 옮겨졌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남은 것은 바닥에 흩뿌려진 피 뿐.
하지만 그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A,B반은 물론 평소에는 반항심이 가득하던 C반조차도 이번에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렇게 오전 교육이 끝날 때 쯤.
이수연은 충고하듯 덧붙였다.
“오늘 일로 놀라신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A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에는 약간이지만, 씁쓸해 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런 기색은 사라졌고, 그녀는 다시 차분한 무표정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익숙해지십시오. 여러분들이 이 길을 택한 이상, 여러분들은 죽음에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이처럼 눈앞에서 누군가 죽어나가더라도, 이성을 잃지 않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조차도 교육이라는 듯 이수연이 말했다.
“또한 앞으로는 지난 번과 같은 실습이 반복해서 진행될 겁니다. 부디 참고해주시길.”
교육은 거기까지였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강의실을 나갔다.
이제 바로 점심 시간이었지만.
“전 오늘은 그냥 들어가볼게요.”
“저도 입맛이 없군요.”
김다영과 이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먼저 기숙사로 돌아갔다.
분명 조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광경일테니.
그나저나···오늘 점심엔 뭘 먹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식당으로 향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모니카였다.
“다른···사람들은?”
“먼저 갔어. 밥맛이 없다는데.”
그녀는 미묘하게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내 대답에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럼 같이 식사. 묻고 싶은 거, 있어.”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모니카와 나는 식당에 앉았다.
오늘 내가 선택한 점심은 라면.
그리고 김밥이었다.
나는 김밥 하나를 집어 삼키며 입을 열었다.
“넌 괜찮냐?”
“괜찮다니?”
“밥맛이 있냐고.”
내 말에 모니카는 자신의 식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모니카는 돈까스였다.
그녀는 돈까스를 스테이크처럼 썰면서 내 질문에 답했다.
“죄인들은, 교회에도 있어. 거기서 많이 봤어.”
모니카는 교회에 차출된 C반 인원들은 죄인들이라 불린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수연의 말대로, 그들은 거기서도 여전히 비슷한 취급을 받는 모양이었다.
새삼스럽지만 C반으로 편성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냐. 그럼 묻고 싶은 건 뭐야?”
“너 몸. 건강해?”
건강하냐고?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이내 그 물음의 이유를 떠올렸다.
모니카와 함께 싸운 혈랑과의 전투.
아마 거기서 입은 부상에 대한 것이리라.
“뭐, 보다시피.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
“다행이네.”
“그거 물어보려고 온 거냐?”
모니카는 미간을 찌푸렸다.
“안 돼?”
“···안 될 건 없는데, 진짜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정이 있어 보이는 타입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수저를 움직였다.
라면 국물의 얼큰함이 혀를 감쌌다.
“사실은, 한 가지 더.”
그래, 그럴 줄 알았지.
난 라면을 흡입하며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고마워.”
모니카는 돌연 그런 말을 했다.
그녀가 감사를 표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곧바로 되물었다.
“뭐가?”
“그 날, 블러드 울프와 싸웠을 때. 나라면 이기지 못했어.”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지.”
나에게는 혈랑을 죽일 만한 힘이 없었다.
가능했던 것은 그저 시간을 끄는 것 정도.
그렇기에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었지만, 모니카는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왔다.
“정말?”
뭐가 정말이냐는 건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으니, 모니카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너, 많이 강했어. 나도···그 정도는 아니야.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는 무슨. 봤잖아, 그냥 싸운 거지.”
“하지만 넌 전문가야. 아주 뛰어난 전문가.”
하기야 혈랑과의 전투에서 내 발버둥을 지켜봤을 그녀라면, 내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건 알 수 있겠지.
그래서 나는 그 이유를 말해줬다.
“전문가 맞아. 용사였거든.”
나는 내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주었다.
그러자 예상대로 모니카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나. 장난, 아니야.”
“나도 아니야. 믿기 싫으면 안 믿어도 돼.”
그렇게 말하며 손사래치자, 모니카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알겠어. 더 이상 안 물어. 대신 제안. 나를 가르쳐 줘.”
“가르치다니? 뭘?”
“창 쓰는 법.”
농담인가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모니카의 얼굴은 진지했다.
“이미 잘 하더만.”
“아니야. 아직, 부족해. 대가는 지불할게.”
대가라.
솔직히 그게 뭐든,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내 등을 떠밀듯, 시야 위로 게임 프레임이 나타나더니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대상 : 모니카
성향 : 질서, 선
– 캐릭터 스토리 1을 완료하세요.
보상 : 봉인된 용사의 직업 능력 중, [화염의 지배자] 해금.
캐릭터 퀘스트?
평범한 퀘스트와는 그 내용도, 형식도 사뭇 달랐다.
난이도도 적혀 있지 않고, 반대로 보상은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그 내용은 애매하기 짝이 없었다.
캐릭터 스토리 1이 뭐냐.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말인가?
거기다 성향이라는 것도 걸렸다.
마치 모니카는 착하니까 걱정말라는, 누군가의 보증 같았다.
오히려 그게 더 기분이 나쁜데.
“부탁이야.”
내가 퀘스트를 보며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
모니카는 내가 거절을 망설이고 있다 판단한 건지, 나에게 고개까지 숙였다.
어딘지 모르게 절박한 태도.
그래서 난 그녀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강해져야 하는 건데?”
“반드시···만나야 하는, 마인이 있어.”
“마인?”
모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고민했지만.
이건···수락하는 게 이득이긴 했다.
단지 내가 귀찮다는 이유로 포기하기에는 그 보상이 너무 컸다.
지금은 봉인되어 있다는 용사의 능력.
단지 용사이기에 주어지는 그 힘들은, 하나하나가 기적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한 것들이었다.
그 중에서 화염의 지배자가 가진 능력은 간단하다.
불에 타지 않는다.
아니, 아예 데미지를 받지도 않는다.
거기에 추가로 화염 마법 같은 걸 쓰면 위력이 크게 증가하기도 했지만, 이는 현실에서 별로 쓸 일이 없는 효과이리라.
하지만 그걸 빼더라도 아예 화염에 면역이 되는 것은 상당히 강력한 방어 기제였다.
하는 수 없지.
깊게 한숨을 들이쉰 나는 모니카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본심을 숨긴 채 입을 열었다.
“대가는 뭔데?”
일단 받아낼 건 확실하게 받아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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