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200
200.
“헉… 헉…!”
길도 나 있지 않은 정글 속.
독사와 독충이 우글거리는 밀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제의 복장을 한 노인, 우둔은 그 진흙 위를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조금 전.
그에게는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다.
그리고 그 폭풍은 그가 거느리고 있던 수많은 신도는 물론.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 어딘가로 날려버렸다.
그 폭풍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어디까지나 요행이었다.
신의 강림이 실패한 직후.
그는 사교의 영역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그 영역은 본래 사교의 사제들이 비밀스럽게 모이는 공간으로, 적의 앞에서 그곳으로의 문을 여는 짓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우둔에게 그런 걸 따질 여유는 없었고.
결국. 그는 자신을 따르던 신도들의 비명을 뒤로하고 그 영역을 통해 다른 출구로 나왔다.
그렇게 도달한 곳은 결국 또 다른 정글.
그리고 우둔은 그곳에서도 그저 끝없이 달렸고.
그 결과 어느새 뒤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달렸다.
계속, 계속 달리다가 결국 버티지 못한 육체가 쓰러져 지면과 충돌했다.
“커…”
그러나 비명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올 수 없었다.
어쩌면 아직까지 우둔의 뒤를 쫓고 있을지 모르는 그가, 그 비명을 듣고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바닥에 엎어진 채 침묵했다.
그렇게 얼마나 두려움에 떨며 시체처럼 누워있었을까.
“크흑…!”
어둠이 내리깔리기 시작한 정글 속.
비로소 그의 입이 울음을 흐느꼈다.
이윽고 그 흐느낌은 통곡이 되었고 그 통곡은 절규로 변했다.
의식은 거의 막바지였다.
이제 곧 모든 것이 완성되어 그의 신을 영접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것이 단 한발짝을 남겨두고 모두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다.
이제 와서 살아남았다 한들.
이제 와서 다시 사원으로 돌아간들.
거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의 신이 입어야 할 육체는 이미 그의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겨 버렸기에.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그렇게 노인의 곡소리가 조용한 정글에 퍼져 나가던 그때.
“여기 있었군요, 우둔.”
아무도 없어야 할 이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우둔은 쏟아내던 통곡도 멈춘 채 그쪽을 노려보았다.
“너…는…”
그것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또 다른 사제였다.
한국에서 제 신의 강림에 실패한 무명.
그렇기에 우둔은 그녀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전혀 반갑지도 않았다.
오히려 놀리려고 온 게 아니라면 다행이었고.
그게 아니라도, 같은 실패자들끼리 상처를 핥아주는 짓거리 따위는 우둔에게 맞지 않았다.
그래서 우둔은 눈을 돌렸다.
그 명백한 무시에도 무명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실패하셨군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묘하게 기쁜 목소리였다.
이에 우둔은 짜증이 났다.
당장에라도 품속에 숨기고 있던 단도를 꺼내, 저 여자를 죽이고 싶었다.
아니, 그저 희망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그 검을 쥐고 있었고 곧 달려나갈 태세였다.
하지만 거기에서 무명은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저의 성지로 오시겠어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그 이해할 수 없는 제안에 우둔의 시선이 비로소 무명을 향했다.
하지만 무명은 평소처럼 옅은 미소만 띠고 있을 뿐.
그래서 우둔은 조용히 그녀의 의도를 추리했다.
무명의 성지라면 당연히 한국이다.
지금 자신에게 한국으로 오라고?
그 빌어먹을 강진우의 집 앞에 가서 스스로 목이라도 내놓으라는 건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오신다면 제 모든 걸 내어 드리죠.”
“뭐…라…?”
이어지는 말에 우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을 조롱하기 위해서 왔다면 할 필요가 없는 말이었기에.
게다가 모든 걸 준다니.
그렇게 우둔의 생각이 복잡해지는 사이, 무명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준비한 신의 옥체를 드리겠다는 말입니다.”
그 말에 우둔의 눈이 커졌다.
“실패한 것이… 아니었나?”
“저는 강림 의식 이전 단계에서 실패했습니다. 끝내… 신의 존재를 확립하지 못했죠. 그래서 제가 확보한 신의 옥체는 아무 탈 없이 무사하답니다.”
“……”
우둔은 숨을 삼켰다.
그의 눈에 옅은 희망이 불붙었다.
바라지도 못하던 일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오히려 기쁨보다는 의심이 앞섰다.
분명 무명의 말은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다.
그녀의 신은 처음부터 불완전했다.
그래서 의식 직전까지도, 무명은 제 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명은 시간을 돌리는 신기까지 손에 넣었지만.
만약 그걸로도 부족했다면, 그녀에게 신의 옥체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분명 없지 않았다.
그러나.
“어째서…?”
그렇다 해도 그게 무명이 우둔에게 신의 옥체를 넘길 이유는 되지 않는다.
우둔은 무명을 알고 있었다.
다른 사제들은 제 신의 이름도 모르는 사제라며 무시했지만.
그녀의 통찰력과 판단력은 거짓이 아니다.
무엇보다 강진우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예측했던 것이 바로 그녀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우둔은 무명의 의도가 궁금했다.
그런 음흉한 여자가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게 도움을 줄 리가 없기에.
하지만 무명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당연히 제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신이 온전히 강림한다면 이 세상은 곧 저희의 것이 되겠지요. 그때가 되면 당신도 제 신의 강림을 위해 노력해주셔야 합니다.”
“그게… 전부인가?”
“불쾌하군요.”
우둔의 물음에 돌연 무명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이제 그만 주제 파악을 하시죠. 당신이 지금 무언가를 가릴 처지입니까?”
“……”
우둔은 표정을 굳혔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분명 지금 급한 것은 자신이기에.
그래서 그는 한발 물러섰다.
“…일단 …내게 보여라. 정말로… 옥체가 있는가?”
그러자 무명이 손을 내밀었다.
마치 잘 조각된 조각상의 것처럼, 하얗고 긴 손가락.
이에 우둔이 그 손을 맞잡자, 순간 풍경이 뒤바뀌었다.
공간을 뛰어넘는 신기의 힘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무명의 성지, 한국.
거기에서도 어느 산속 동굴에 숨겨진 사교의 사원이었다.
그리고 그 사원의 한가운데에는.
“오…오오…오오오오!”
분명 신의 옥체가 있었다.
우둔은 재빨리 그 상태를 확인했다.
완벽했다.
의식을 실행조차 하지 못했다는 무명의 말대로였는지.
까다로운 우둔의 눈으로도 이 옥체에는 한 점의 티도 없었다.
그렇게 환희에 젖은 우둔의 옆으로 무명이 다가왔다.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그 물음에 우둔은 씩 웃었다.
이미 의식은 완성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신의 옥체만 있다면, 시간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우둔의 말에 무명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그들이 있는 동굴에서는 검은 진흙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 * *
그 후.
현장을 정리한 나와 팀원들은, 곧바로 한국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나는 내 책상에 피곤한 몸을 기대고 앉아,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과는 분명 있었다.
우리는 사교의 한 축을 통째로 무너뜨렸고, 신의 강림도 저지했다.
또한 내 개인적으로는 모든 금서를 모았다.
금서를 전부 모으자, 고대 문자 해석 스킬의 레벨이 올라갔다.
그렇게 모든 금서의 해독률은 100%가 되었고, 퀘스트 역시 완료되었다.
그 대가는 파격적이었다.
그 보상은 금서가 존재하는 13개의 종교에 속하는 모든 전승이 개방되는 것이었으니.
그래서 그 개수만 수백이 넘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 후 비슷한 스킬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그나마 수십으로 줄어들었다.
그로 인해 내 대부분의 스킬은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져 있었다.
예를 들면 청룡의 분령을 얻으며 생겨난 벼락 부름 스킬.
그 후에 인드라, 제석천의 전승과 결합하며 신벌로 진화했던 그 스킬에는 지금.
이집트 신화의 세트, 켈트 다신교의 타라니스, 신토의 라이신 등.
13개 종교에 속하는 번개와 천둥 신의 힘이 더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건 비단 벼락만이 아니라 화염이나, 얼음, 강철 등 모든 스킬이 마찬가지.
이는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이제 내 신성은 100에 도달해 있었고, 그 때문에 더 이상 전승 부정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
사무실로 돌아오고 나서부터 묘한 불안감이 머릿속 한구석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렇게나 강해졌건만, 마음은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역시 사교의 사제를 놓쳤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 노인이 도망가게 놔둔 것은 전부 의도된 것이었다.
그놈이 어딘가로의 문을 열었을 때도 막으려면 막을 수 있었고.
그 후에도 추적하려면 추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그를 죽이려던 찰나, 퀘스트가 그를 살려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흠…”
나는 침음을 흘리며 퀘스트 창을 바라보았다.
메인 퀘스트의 다음 목표는 이계의 신을 죽이는 것.
다만 그 목표는 비활성화 상태였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듯.
오히려 신이 강림하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듯.
도대체 그 의도가 뭔지 알 수 없는 나는 조용히 그 퀘스트를 노려보았다.
“아저씨…”
그때 서연이 내 옷자락을 붙잡으며 다가왔다.
서연 역시도 불안한 모양이었다.
아니, 서연만이 아니다.
시간은 벌써 오후 9시.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온 지도 한 시간이 지났고, 퇴근 시간 역시 지났지만.
“……”
모니카, 최은영, 차서현 중 누구도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없었다.
이미 적은 쓰러뜨렸고, 남은 할 일도 없음에도.
모두 나처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그렇게,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었을 무렵.
마침내… 일이 터졌다.
“…!”
그저 사무실 책상만을 바라보던 팀원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는 사무실 벽.
하지만 그쪽, 정확히는 그 방향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 감각은… 틀림없었다.
겨우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잊어버릴 리도, 착각할 리도 없었다.
이건 분명 아까 전 느꼈던 외신의 기운.
그것이 훨씬 더 크게 증폭되어 온 세상에 그 존재감을 흩뿌리고 있었다.
이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사무실을 나서, 복도의 창가로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저 먼 하늘 위.
한밤중의 하늘과도 명백히 대비되는 새까만 어둠이, 거대한 기둥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 * *
결국 염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외신이 한국에 강림한 것이었다.
그 위치는 언젠가, 한국에서 사교의 탑이 지어지던 지역 근처.
그리고 그에 맞춰 퀘스트 버튼이 깜빡였다.
목표는 당연히 강림한 신을 쓰러뜨리는 것.
그걸 보며 다소 어이가 없었다.
기왕이면 강림하기 전에 죽이게 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그럼에도 다행인 부분은 있었다.
유럽에서 이계의 신이 강림한 뒤, 회의만 계속해오던 경찰의 수뇌부.
나는 그들이 탁상공론이나 펼치며 허송세월을 보내나 싶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국내의 정세를 신경 쓰면서도 여러 대책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응하기 위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경찰은 외신의 강림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그리고 그 결과.
“……”
현장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외신의 강림이 확인된 지 겨우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현장에는 대규모의 경찰 병력은 물론.
LB 아카데미나 법당 등의 정규 기관과 외인 기관의 수많은 퇴마사가 모여 있었다.
그 숫자는 백이 아니라 수천 단위.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퇴마사들이 모인 적이 있었을까.
기업 전쟁에 동원된 숫자도 이보다 많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부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베테랑급 퇴마사들.
그중에는 유아연이나 한시예 등, 거물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인 그들에게서는 기세등등한 자신감 대신, 묘한 동요가 퍼져가고 있었다.
“저게 도대체 뭐야?”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와 퇴마사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어떤 산.
병력이 모인 이곳에서도 훤히 올려다보이는, 칠흑의 산이었다.
외신이 강림했다고 보고된 그곳의 모습은 지금 완벽한 ‘이계’다.
분명 낮까지만 해도 평범한 산이었던 그곳에는 풀도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산을 통째로 들어 새까만 페인트 통에 집어넣은 것처럼 온 산이 검은 진흙으로 덮여 있었고.
그 위를 이계의 괴마들이 우글거리며 돌아다녔다.
또한, 그 괴이들은 산꼭대기에서 내려와 서서히 산의 바깥을 향했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갈 것처럼.
내가 그 모습을 심각하게 지켜보던 그때.
“강 경정?”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 목소리는 꽤 익숙한 것이었기에, 나는 곧장 뒤를 돌아보았다.
“오셨어요?”
그건 지원 2팀의 서인나 팀장이었다.
그 뒤로는 한성민과 나하정, 권태수의 모습도 보였다.
제법 오랜만에 만나는 전 팀장과 팀원들인지라,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때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눈인사만 한 뒤, 서인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한다고 하나요?”
나는 그녀를 통해 병력을 소집한 경찰의 의중을 물었다.
이처럼 많은 퇴마사를 모으기는 했으나, 이를 어떻게 운용할 지까지는 그들의 계획에도 없었을 테니까.
그러자 서인나는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온 거야.”
“예?”
“강 경정,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그걸 저에게 물으십니까?”
“그야 저런 것과 싸워본 사람은 강 경정밖에 없잖아. 저 검은 진흙, 사람이 닿으면 안 되는 거라고 하던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신의 강림을 알게 된 직후, 내가 직접 보고한 내용이었다.
서인나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게 점점 퍼지고 있고, 그 안에 숨은 괴물들은 바깥쪽으로 모이고 있어. 이 기세라면 곧 괴물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겠지. 그러니 우리는 저 산을 중심으로 병력을 펼쳐서, 사방에서 놈들을 막아야 해.”
서인나가 내놓은 답은 정론이었다.
동시에 정답이기도 했고.
“잘 아시네요.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 대답에 서인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야 거기에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 저 안에는 어떻게 들어가려고?”
“뭐, 제가 가야죠.”
“……”
내 대답에 그녀의 표정이 흐려졌다.
생각하고 있는 바는 뻔했다.
“아무리 너라도…”
그리고 그 생각이 목소리가 되어 흘러나왔을 때.
나는 손을 들었다.
그녀의 말을 막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손가락을 튕겨, 하늘에 명했다.
그러자.
“———–”
굉음이 몰아쳤다.
시야가 광란하듯 번뜩였고.
하늘에서 내리친 망치에 땅이 무너져 내리듯 지면이 요동쳤다.
이곳에 모인 퇴마사들은 혼비백산하여 서둘러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알 수 있었다.
그것이 그저 한 줄기의 벼락이었음을.
그리고 그 한 줄기의 벼락이 태산을 뒤덮고 있던 어둠을 찢어발기고, 그 중턱까지 이르는 상처를 만들었음을.
그 범위 안에 있던 괴마들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 있었다.
검은 진흙 역시 순간적으로 터져나가 원래 산을 이루던 흙이 드러났다.
과연.
이 정도면 용사 시절보다는 살짝 못해도, 나름 만족스러운 위력이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하려던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입을 떡 벌린 서인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제가 가야겠죠?”
그제야 그녀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