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21
21.
21.
보름 뒤, 오후 9시.
나는 오늘도 기숙사 아래의 개인 훈련장에 있었다.
모니카의 제안을 받아들여 일주일에 3번, 저녁 식사 후 그녀를 지도해주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후···하아···”
벌써 두 시간 째.
쉴 새 없이 허공에 창을 휘두르던 모니카의 입에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펼친 것은 헬레미아 창술.
내가 기억하는 창술 중, 가장 그녀에게 어울릴 만한 것이었다.
지금은 비록 1성에 해당하는 기본 동작들이지만 그녀는 꽤 배우는 게 빨랐다.
“팔꿈치 내리고.”
나는 들고 있던 막대기로 모니카의 팔꿈치를 툭 쳤다.
“발은 뒤로 좀 빼고.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 갔어.”
나는 지적을 할 때마다 막대기로 해당 부위를 툭툭 건드렸다.
모니카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버릇 같은 거였다.
왜냐하면 나도 이렇게 배웠거든.
“다시 해 봐.”
내 말에 그녀는 다시 허공에 창격을 날렸다.
조금 전보다 진일보한, 훨씬 더 깔끔한 창격이 허공을 가른다.
내 눈으로 봐도 딱히 흠 잡을 데는 없어 보인다.
이 정도면···기본기는 다 습득한 것 같은데.
“음, 이제 좀 그럴 듯 하네. 하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거의 2주만에 여기까지 도달하다니.
재능도 재능이지만, 아마 모니카 본인이 상당한 노력한 모양이었다.
내 칭찬에 모니카는 옅은 미소를 입가에 올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수고했어.”
그러자 모니카는 꽤 힘들었던 건지, 훈련장 바닥에 철푸덕 주저 앉아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첫 날보다도 열심히 하는 것 같네?”
“그야···효과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한 모니카는 무안한 듯,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사실 처음에 모니카는 내 훈련에 의구심을 표했다.
기껏 가르친다는 게 찌르기, 베기 같은 기본기라니.
대신 그녀는 나와 대련할 것을 요구했지만.
내가 보기에 모니카에게는 창술의 기본이 부족했다.
물론 모니카는 내가 가르치기 전에도 창술을 익히고 있었다.
현대의 창술을 말이다.
“······”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실의 무술은 이세계의 무술을 따라올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이세계는 검과 창이 끝없이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세계.
현실에서는 검술이나 창술은 그저 예술에 불과하지만, 그곳에서는 생존을 위한 수단인 셈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방향성도,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도 결코 비교할 수 없고.
그 차이는 세월이 지날수록 커져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현대의 창술은, 내가 보기에는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그걸 알았다면 다행인데···어떻게 체감을 한 거냐?”
그러나 이를 알아채는 건 쉽지 않다.
특히나 2주가 조금 넘는 시간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모니카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실전, 반복하고 있어. 모르는 게 이상해.”
하긴, 그것도 그런가.
요 2주일 동안 한밤중에 마를 사냥하는 실습이 벌써 네 번째였다.
교육생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처음처럼 밤을 새지는 않았지만.
분명 목숨을 건 실전이 반복되고 있었다.
모니카가 둔재라면 결코 알지 못했겠지만, 그녀는 떡잎부터 재능이 보였다.
그러니 그녀가 실전을 겪으며 기본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는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좋아. 오늘 알려준 건 완벽히 익혀둬. 다음에는 2성···그러니까 응용 동작을 알려줄게.”
모니카는 의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더 기분 좋은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내 수업료는 어떻게 되고 있냐?”
내가 그녀에게 요구한 수업의 대가는, 당연히 신기였다.
그녀가 속한 교회는 신기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곳이라고 했으니까.
또한 나는 모니카에게 그저 좋은 신기를 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찾는 신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아직, 찾고 있어. 시간이 걸려. 영력 올리는 신기는, 희귀하니까.”
그녀의 말대로 내가 모니카에게 요구한 것은 영력이 올라가는 신기였다.
그것도 그런 신기를 10개 모아오면,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내가 굳이 그런 요구를 한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첫 번째는 내가 가진 신기인 고고한 제사장의 인장.
그것은 세트 아이템이었으니, 똑같이 영력을 올리는 아이템을 찾다보면 그 나머지 파츠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새로 획득한 별운검에 붙은 스킬 때문이었다.
호위 무사가 적을 떨쳐내는 일격.
데미지 : 무기 공격력의 440%.
추가 효과 : 상대 방어력의 50%를 무시합니다.
영력 소모 : 15
효과를 빼고 데미지만 봐도, 스매시와는 격이 달랐다.
하지만 문제는 체력만 사용하던 스매시와는 달리.
수호자의 일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영력이 15나 소모되었다.
하지만 정작 내 영력은 인장에 붙어 있는 10을 포함해도 23.
이조차도 혈랑을 잡으며 3단계, 그 이후로 다시 한번 레벨을 올려 13레벨에 도달한 덕분에 달성한 수치였다.
영력은 레벨당 1씩 밖에 오르지 않고, 사용하면 충전이 되기까지는 최소 몇 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상당히 중요한 스탯인 셈.
그래서 나는 스킬을 한번이라도 더 쓰기 위해 영력을 올리는 신기가 필요했다.
내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자, 이번에는 모니카가 말을 걸었다.
“다음 주도, 실습이지?”
“그렇지.”
“괜찮아?”
“뭐가?”
“너···친구.”
“아.”
모니카의 말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음 주는 또 다시 밤을 새는 실습이 잡혀 있다.
하지만 이번 실습은, 모니카와 함께 하지 않는다.
그녀 대신 내가 데리고 가야 할 사람은···
김다영.
어제 있던 실습에서 같은 조원을 베어버릴 뻔했다던 여자였다.
***
오늘의 실습 장소는 폐병원이었다.
깊은 숲속에 숨겨져 있던 지난 번과는 달리, 의외로 큰 도로의 변두리에 번듯하게 서 있는 커다란 건물이었다.
게다가 그 건물을 감싸고 있는 벽은 높고, 깨끗했다.
어디 하나 손상되지 않은 벽에는 사유지의 출입을 엄금한다는 경고문과 CCTV까지 널려 있었다.
지난 번에 본 테마파크와는 확연히 다른 취급이었다.
궁금해서 그 이유를 오늘도 따라온 교관, 이수연에게 물었더니.
“사람과의 접촉이 잦은 실습 공간은 오히려 확실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들어올 생각을 못하니까요.”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저 방치된 폐가는 누구나 호기심에 들어가 볼 수 있어도, 이런 곳이라면 쉽게 발을 내밀지는 못할 테니.
하지만 관리가 되고 있다는 것은, 폐병원 안쪽까지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병원의 안은 테마파크에서 본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포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풍경에 나와 같이 온 김다영은 들어가기도 전부터 패닉 상태였다.
“병원은 지상 5층, 지하 2층의 건물입니다. 하지만 지상층은 지난 번에 다른 조가 들어갔으니, 오늘은 지하를 퇴마하시면 됩니다. 그럼 조심하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이수연은 우리를 폐병원 안으로 들여보냈다.
도대체 누구를 조심하라는 건지.
나는 내 옆에서 파들파들 흔들리는 150cm의 대검을 바라보았다.
“긴장 좀 푸세요.”
“네, 네. 아니···힉!”
김다영이 깜짝 놀라며 숨을 삼켰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는 찢겨진 커튼이 조금 펄럭이고 있었다.
심각하구만.
하지만 나도 아무 대책 없이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A반의 누군가가 김다영을 데려가야 한다면.
그 담당은 내가 되어야 할 정도로 나는 김다영의 위험성을 케어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가진 스킬과 능력 때문이었다.
“김다영 씨. 내 능력 아시죠?”
“네? 아, 알죠.”
“여기는 마가 없어요. 일단 칼 내려놓으시고요.”
그러자 천천히 김다영이 들고 있던 칼이 내려갔다.
“뭐가 나타나면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처리할테니, 뒤를 봐주시고요. 또-”
나는 김다영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다.
요약하자면.
마를 탐지하는 것도, 그 마를 퇴마하는 것도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뒤로 빠져 있으라는 말이었다.
“네···”
그러자 김다영은 풀이 죽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면목이 없기도 하고, 나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천천히 병원 지하로 내려갔다.
드문드문 한과 백령이 나왔지만, 퇴마는 어렵지 않았다.
내 스킬 덕분에 령의 위치를 먼저 알아채는 것은 물론.
새로 얻은 신기인 별운검의 위력이 상당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기이이···”
낮게 우는 백령이 일격에 소멸했다.
확실히 한손검은 스패너보다는 무기로써 다루기가 쉬웠다.
하기야, 용사 시절에 가장 많이 썼던 무기이기도 하니 당연한가.
게다가 가장 부족하던 지구력도 레벨업과 매일 같이 반복되는 체력 단련으로 은근히 보충이 된 상황.
때문에 이제는 레벨 10대 후반의 백령조차 쉽게 상대가 가능했다.
물론 20이 넘어가는 황령은 좀 위험하겠지만.
나오면 뭐, 튀면 되는 거고.
그렇게 지하 1층을 다 돌았다.
지하 1층은 병원의 검사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퇴마한 백령만 전부 8마리.
그 외에 자잘한 한이나 염까지 합치면 20마리가 넘어가는 숫자였다.
나는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슬쩍 김다영의 눈치를 보았다.
“······”
그녀는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거기에 더해 속으로는 자책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평소에는 먼저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는 타입이었는데.
저러고 있으니 더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잠시 지켜만 보고 있는데, 지하 2층에서 새로운 기척이 느껴졌다.
“레벨 22?”
계단을 내려가서 바로 앞에 있는 방.
그곳에 황령이 있었다.
어쩐지 이수연이 굳이 우리를 지하로 보낸다 싶더니만.
역시 이런 게 기다리고 있었나.
“뭔가···있나요?”
내 눈치를 보던 김다영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래 층에 황령이 있어요.”
“황령···!”
김다영의 시선에 긴장감이 깃들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놔두고 주변을 살폈다.
계단 옆쪽 벽에, 오래된 건물 약도가 붙어 있었다.
거기에는 지하 2층의 구조가 대략적으로 나와 있었는데.
황령이 출몰한 곳은 아무래도 영안실로 보였다.
“여, 영안실···”
김다영이 당장이라도 혼절할 것처럼 중얼거렸다.
“음···”
약도에 표시된 지하 2층의 구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지하 2층은 어디로 가든 영안실 앞을 지나가야만 하는데.
넓지도 않은 지하에서 황령을 무시하고 지나치는 건 너무 위험한 처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황령을 퇴마하자니, 그것도 위험했다.
물론 지금의 나라면 황령을 상대하라면 할 수 있는 정도긴 하지만.
죽을 가능성이 전혀 없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여기서 물러나야 할까.
아니면 어떻게든 김다영을 투입해야 하는 걸까.
“···죄송해요.”
내가 그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런 말이 들려왔다.
옆을 보니 김다영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미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느 정도는 눈치챈 모양이었다.
“저···민폐죠?”
“어쩔 수 없죠, 뭐.”
나는 그저 그렇게 답했다.
김다영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은 저도 답답해요.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저것들만 보면···눈앞이 하얗게 변해요.”
“······”
“어떻게든 극복하고 싶어서, 제가 앞장선 적도 있는데···오히려 더 폐만 끼쳐버리고. 왜 이러는 걸까요? 극복할 수는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 힘들 겁니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용사였던 시절.
나는 이런 사람을 몇 명이나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알고 있었다.
저건 어설프게 위로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린 일도 아니고, 계속 부딪힌다고 익숙해지지도 않는다.
그저 사람이 타고 나는 성품과 같은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인간의 격을 바꿀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구체적으로는 오러를 갈고 닦아, 소드마스터에 이른다던가.
마법의 극의에 이르러 대마법사가 된다던가.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역시···그렇겠죠?”
김다영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어설픈 미소를 만들어 보였다.
“그럼 그만 돌아가죠. 이대로 황령과 싸우는 건 위험하잖아요.”
역시 그게 최선인가.
그렇게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려는 순간이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퀘스트 창이 번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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