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22
22.
22.
대상 : 김다영
성향 : 중도, 선
– 캐릭터 스토리 1을 완료하세요.
보상 : 봉인된 용사의 직업 능력 중, [선택 받은 자] 해금.
이번에도 캐릭터 퀘스트였다.
모니카 때와 똑같은 형식에 보상만 조금 바뀐 내용.
다만 모니카 쪽의 보상에 비하면 살짝 애매한 능력이었다.
선택 받은 자.
이는 굉장히 용사다운 능력으로, 아이템 사용에 있어 그 대상이 제한적일 경우, 그것을 해제하는 능력이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용사만 뽑을 수 있는 성검은 물론, 마왕만이 사용 가능한 마검까지 쓸 수 있게 하는 능력.
그리고 현실에서는···아마 계약자만 쓴다는 모니카의 창도 아무 제한 없이 그 능력을 전부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척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이를 애매하다고 한 이유는, 당연히 그 정도 제한이 걸린 아이템은 만져보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모니카의 창만 해도 레전더리 아이템이 아니었던가.
그런 아이템을 언제, 어떻게 구한다는 건지.
물론 뭐.
먼 미래를 내다 본다면···들고 있어서 손해 볼 일은 없는 능력이다.
다만.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퀘스트의 내용이 문제였다.
모니카 때는 그냥 모니카의 제안을 수락하기만 하면 됐었는데.
지금은 그 의도를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 게 캐릭터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걸까.
여기서 돌아가자는 김다영의 제안을 수락하는 건···아닌 것 같고.
그럼 김다영을 끌고 황령에게 공격이라도 하라는 건가?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자살 행위인데.
그것도 아니라면, 김다영의 저 공포증을 해결이라도 하면 되려나.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아니면 나에게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건가?
“아니, 잠깐.”
뭔가 생각난 나는 갖고 온 가방을 뒤적였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애물단지, 을 바라보았다.
레어 아이템
혈랑이 몸속에 품고 있던 구슬이다.
사용하면 스킬 ‘광화’를 얻을 수 있다.
광화.
저 스킬만 있다면 김다영이 자신의 성격을 극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거,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이 되는 건가?
잘 모르겠다.
일단 줘보면 되나.
“강진우 씨?”
혼자 중얼거리던 나를 김다영이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녀와 혈랑의 구슬을 번갈아 보았다.
혈랑의 구슬은 갖고 있어봐야 합성 재료로 쓸 수 있을 뿐.
내가 쓸 물건은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그렇게 아깝지는 않지만···스킬이라는 게 김다영에게도 적용이 되는지.
그리고 김다영이 이를 받아들일지가 문제였다.
“잠깐 이쪽으로 와보시죠.”
“무슨 일 있어요?”
김다영은 그렇게 물으면서도 내 뒤를 따라왔다.
나는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병원 입구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제가 지난 번에 혈랑을 만났던 거 아시죠? 그 때 혈랑에게서 나온 구슬이 있는데···”
나는 혈랑의 구슬과 광화가 가진 효과에 대해 김다영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게 확실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까지도.
하지만 생각보다 김다영의 반응은 격렬했다.
“그게 정말이에요? 이것만 있으면···!”
“그러니까 그게 정확한 것도 아니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광화라는 건-”
“다 들어서 알아요. 그래도 해 볼게요.”
김다영의 눈이 번쩍였다.
조금만 시간을 더 끌면, 나에게서 혈랑의 구슬을 빼앗아 갈 것 같은 기세였다.
나는 그녀에게 바로 구슬을 넘겨주었다.
붉은 구슬이 김다영의 손바닥 위에 놓였다.
“오···이거 예쁘네요. 앗!”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슬은 그녀의 손 위에서 녹아내렸다.
마치 김다영이 구슬을 흡수한 것처럼.
이러면 된 건가?
“뭔가 변화가 있어요?”
“그게···잘 모르겠어요.”
애매한 대답.
하기야, 원래 광화 스킬은 이세계에서도 항상 체감이 되는 스킬은 아니었다.
그것이 발동하는 것은 오로지 전투가 벌어졌을 때 뿐.
즉 김다영이 광화 스킬을 얻었는지 어쨌는지는 마를 만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
내가 이를 설명하자, 김다영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결정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려가 볼게요. 저 혼자.”
김다영은 더 이상 민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혼자는 좀 그렇지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김다영의 결심은 확고해 보였다.
그녀는 내 대답조차 듣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
그리고 나는 조금 거리를 두고, 김다영의 뒤를 따라갔다.
만약 스킬이 발동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죽는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결과를 원하지 않았다.
죽을 뻔한 김다영을 살리는 것 자체가 캐릭터 스토리일 수도 있고.
굳이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직장 동기가 죽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후우···”
한숨을 깊게 내쉬며, 김다영은 클레이모어를 꺼내들어 손에 쥐었다.
칼날에서는 날카로운 기세가 표표하게 피어올랐다.
그 상태에서 김다영은 지하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갔다.
하지만 그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그녀의 칼날은 크게 흔들렸다.
서서히 그녀의 이성이 두려움에 잠식되어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다영은 자신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
침묵 속에서 그녀는 지하 2층에 발을 디뎠다.
어느새 검은 쥐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고.
두려움은 이미 김다영의 머릿속을 완전히 집어삼킨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영안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그 안에는,
“크어어···”
역시 황령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백령과는 달리 독자적이며, 더욱 기괴했다.
병원이라서일까..
놈의 두 팔과 다리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고.
머리에는 메스로 보이는 쇠붙이가 수백 개도 넘게 꽂혀 있었다.
또한 상체는 겉가죽이 길게 찢어져 안의 내장이 엿보였다.
허공을 향하고 있던 황령의 시선이 서서히 김다영 쪽으로 돌아간다.
“아···윽···”
그 앞에 선 김다영은 움직이기는커녕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나는 조용히 별운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끄아아아아아아!”
황령에게서 고통에 찬 사나운 귀곡이 터져나왔다.
그것은 곧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와 같았으니.
“······”
나는 긴장한 채로 김다영을 바라보았다.
김다영이 황령에게 반응하지 못한다면, 내가 나설 생각이었다.
그리고 황령이 움직였다.
놈의 한쪽 팔이 붕대를 벗어던졌다.
그 아래 있던 것은, 말 그대로 사람 팔만한 메스.
피투성이의, 그럼에도 예리함을 잃지 않은 금속이 김다영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섬뜩한 살의를.
눈에 보일 듯 흘러넘치는 광기를.
마침내 광화가, 발동한 것이었다.
챙!
황령의 팔과 김다영의 검이 충돌하며 파열음을 터뜨렸다.
현재 교육생 중 가장 뛰어난 성장을 보이고 있는 김다영의 레벨은 19.
그렇기에 레벨만 본다면 황령보다 낮은 수준이었지만.
“끼이이이이!”
황령은 괴성을 지르며 김다영의 검에 튕겨나갔다.
기술도 아닌 완력에서 김다영이 황령을 앞지른 것이었다.
게다가,
“으아아아아아!”
마치 귀곡과 같은 괴성을 지르며 김다영은 튕겨나간 황령을 뒤쫓았다.
이어서 맹렬한 연격이 황령을 노렸다.
검술의 술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짐승처럼 야만적인 참격들.
이에 황령의 나머지 팔에 감긴 붕대가 풀리고, 또 다시 거대한 메스가 드러났다.
양팔에 메스를 달고 황령은 광견과 같은 김다영과 공방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수많은 금속음이 고요하던 폐병원의 지하를 깨웠다.
“······”
나는 그 둘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김다영.
그녀에게 검에 대한 재능이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검에 대한 재능이라고 해도 다 같은 건 아니다.
그렇기에 개인의 소질에 어울리는 검술과 수련법을 찾아주는 것.
그것이 판타지 세계에서는 스승들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김다영에게 어울리는 검술은···내가 아는 것들 중에는 없었다.
그녀에게는 인공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아파! 아파! 아파!”
황령이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 끔찍한 비명 앞에서도 김다영의 광기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가득히 광소를 머금고는 광포한 늑대처럼 그 장검을 휘둘렀다.
터무니 없이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검격.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움직임은 묘하게 빈틈이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이 물러서야 할 때는 갑자기 광기가 사라진 것처럼 깨끗하게 물러났다.
미친 개가, 한순간에 교활한 여우로 변한 것 같은 움직임.
이는 광기 자체가 제어되는 것이 아니었다.
김다영 본인이 문을 여닫듯, 광기를 내보낼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고 있는 것이었다.
순수하게 자신의 본능만으로.
“하···!”
김다영의 참격이 끝내 황령의 한쪽 팔을 부러뜨렸다.
판타지 세계에서도 종종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었다.
오크 중 최상위 개체.
설산의 귀신이라 불렸던, 임페리얼 오크들의 지휘관들이 딱 이랬다.
놈들은 자신의 이성보다 타고난 본능이 더 현명하고 냉철했다.
그래서 그것들은 검술이라고는 배워본 적도 없이, 그저 광기에 휩싸인 채 소드마스터와도 합을 겨루는 미친 놈들이었다.
그 말인 즉.
김다영은 임페리얼 오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재능의 소유자라는 말.
임페리얼 오크의 현신이라고 해야 하나.
어째서인지 어감은 그리 좋지 않지만, 어쨌든 광화와의 궁합은 엄청나다는 말이었다.
“안 돼! 싫어!”
곧 팽팽하던 전세가 기울었다.
한쪽 팔을 잃은 황령이 급속도로 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김다영은 더욱 날카롭게 공세를 이어갔고.
순식간에 나머지 팔도 클레이모어에 부서져 나갔다.
무기를 잃은 황령.
하지만 그 앞에 자비는 없었다.
곧바로 놈의 몸이 난도질되듯 찢겨나가기 시작했다.
그 야만스러운 공격은 기어코 황령의 상반신을 잘라냈고.
황령은 힘없이 바닥에 내리깔렸다.
“살려줘! 죽고 싶지···않-”
그리고 그 얼굴은 구슬픈 애원을 남기는 듯 했지만.
쾅! 쾅! 쾅!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클레이모어의 날이 그 머리 위로 몇 번이나 떨어졌다.
검이 아닌 몽둥이에 맞은 것처럼 얼굴이 짓이겨진 황령은 그대로 소멸했다.
실로 압도적인 위력.
이 정도라면···모니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하아···하아···”
한편 황령이 사라진 영안실 속에서 김다영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영안실 입구에 선 나는,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광화에 걸려 있더라도 피아 식별은 아슬아슬하게 되는 게 맞다.
하지만 김다영은 광화와 너무나도 잘 맞는 인재였기에, 그 생각에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곧 나를 바라본 김다영의 눈에는,
“저···”
그저 눈물만이 맺혀있었다.
“저 해냈어요!”
밝은 김다영의 목소리.
그와 함께 퀘스트 창이 번쩍였다.
아무래도 김다영의 캐릭터 스토리 1이, 완료되었다는 모양이었다.
***
그 후로 다시 보름이 지났다.
어느덧 연수원에 들어온 지 2달이 넘었다.
연수원의 남은 기간은 기껏해야 4주 정도.
이제 다음 달이면 연수원도 끝나고, 정식으로 경찰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뒤돌아서 생각해도, 시간이 빨리 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연수원의 두 달 동안 일어난 일이 많았던 탓이다.
“안녕하세요~”
강의실에 멍하니 있던 나에게, 김다영이 활기차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그녀는 나와 폐병원을 다녀온 이후, 줄곧 밝은 모습이었다.
그야 그렇게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당연한가.
“좋은 아침입니다.”
이어서 이현석이 나타났다.
지난 두 달 사이의 실습에서 그와 같은 조로 편성된 적도 있었는데.
비록 모니카나 김다영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현석 역시 상당히 괜찮은 퇴마사의 기질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기초 체력이 뛰어났고, 재능도 없는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온 사람은.
“···안녕.”
바로 모니카였다.
나에게 창술을 배우고 있는 그녀는 최근 들어 우리와 함께 행동하고 있었다.
또한 그런 모니카에게 김다영과 이현석은 서글서글하게, 부담 없이 대해주고 있었다.
역시 인싸들다운 대응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우리 넷은 교육이 시작하기 전까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교육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단상에 선 것은 이수연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교육생 분들.”
그녀는 짧은 인사를 마치고, 화면을 먼저 띄웠다.
그건 한 달 동안의 스케줄이 표시된 일정표였다.
그런데···그 일정표에 적힌 내용은 딱 하나 밖에 없었다.
“내일부터 4주간, 연수원에서의 마지막 실습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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