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23
23.
23.
“내일부터 4주간, 연수원에서의 마지막 실습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4주 짜리 실습이라고?
설마 4주 동안 외박하면서 퇴마를 시킬 작정인가?
머릿속에 그런 불길한 상상이 먼저 스쳤다.
“여러분들은 이 실습 기간 동안, 수사 현장에 직접 투입될 겁니다. 기간이 4주나 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사건을 일으킨 곳에서부터 마를 추적하고, 마의 정체를 밝혀, 끝내 그것을 퇴마하는 것. 그건 경찰이 범죄자를 잡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을 들어보니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실습 공간에서 행해왔던 퇴마와는 달리.
정말 경찰처럼, 사건 하나를 배당하고 이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실습 기간 동안 교관들은 여러분들을 보호하지도, 따라다니지도 않을 겁니다. 또한 원활한 실습을 위해 여러분들에게 요구했던 이동 제한은 모두 해제될 예정입니다. B, C반의 경우도 말입니다.”
연수원 밖으로 나가도 된다는 말.
그야 당연한 조치였다.
그게 되지 않으면 수사를 할 수가 없을 테니.
하지만 C반까지 그 제한을 풀어주는 건 꽤나 파격적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라는 건가.
아니면, 마지막으로 위험분자를 걸러내겠다는 걸까.
내 추측이지만 후자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그리고 이 현장 실습은 혼자 진행해도, 조를 짜서 진행해도 됩니다. 조원과 인원을 포함한 모든 것은 여러분들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다만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수준에 맞는 사건이 배당될 예정이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나와 함께 앉아 있던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김다영, 이현석, 모니카, 그리고 나.
별다른 사정이 없다면 아마 여기 있는 넷이 한 조가 되겠지.
“조를 짜실 경우, 인원 제출 기한은 오늘까지 입니다. 그리고-”
이수연의 설명은 한동안 이어졌다.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일러주며, 연수원에서의 마지막 이론 교육은 끝이났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넷이 같은 조가 되겠다며 명단을 제출했고.
다음날, 정말로 사건이 배정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퀘스트도 개방되었다.
***
“연쇄 차량 사고요?”
“예, 그렇습니다.”
이수연은 우리에게 사건에 대한 정보가 정리된 파일을 건네주었다.
파일을 살펴보니,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형식의 추락 사고가 약 2달 간, 연속적으로 발생했다고 했다.
사고 건수는 총 8건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추락 사고가 발생한 꼴이었다.
거기다 사고 지역은 가파른 절벽으로 피해자는 대부분 사망했고.
운 좋게 살아남은 생존자는 겨우 둘이었다.
이미 경찰들이 생존자에 대한 면담도 진행했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는 상황.
그래서 사건은 퇴마 경찰, 즉 특수본으로 넘어왔고 그걸 우리가 맡게 된 것이었다.
“이 사고가 전부 마와 관련되어 있다는 건가요?”
김다영이 물었다.
이에 이수연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매우 높죠. 이쪽은 국과수의 분석 자료입니다.”
이수연이 추가 자료를 내놓았다.
길고 복잡한 내용이 잔뜩 적혀 있는 보고서.
하지만 그 결론은 간단했다.
추락한 차량에서 모두 동일한 결함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모든 차량에서 브레이크가 손상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마와 관련되어 있다면, 추락 전에 의도적으로 손상되었다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과연, 수상쩍은 사건이긴 했다.
그저 우연히 8대의 차량이 그곳에서 브레이크가 박살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여러분은 직접 현장에서부터 조사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다만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난이도가 높다는 게···수사가 난해하다는 말입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이현석이 물었다.
이수연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기도 하고,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뭐가 위험한지는···제 교육을 잘 들으셨다면 눈치채셨을 텐데요.”
이수연은 담담하게 우리를 압박했다.
교육이라.
분명 이론 교육이었을텐데, 미안하지만 이론 교육 시간에는 졸았던 적도 많았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지나가는 사이.
모니카가 목소리를 냈다.
“지박령···?”
“맞습니다.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방식의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지박령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죠. 지박령은 장소가 한정된 대신, 자신의 영역에서는 다른 령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지박령은 자신의 영역에서만큼은 한 단계 위의 령 정도로 강해진다.
백령이면 황령 수준이 되고, 황령이면 청령 수준의 힘을 갖게 된다는 뜻.
이는 레벨로 치면 10레벨 정도로, 상당한 차이다.
하지만 지박령을 퇴마하는 입장에서는 무조건 그 영역 안으로 들어가야 하니.
퇴마사에게는 상당히 까다로운 령인 셈이었다.
“그건···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요?”
김다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런 짓을 벌이는 게 지성이 높지 않은 백령일 리는 만무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황령이라는 건데.
그게 지박령이 되었다면, 청령에 해당하는 전투력이다.
일반적으로 청령을 퇴마를 위해서는 퇴마 경찰 한 팀이 나서야 한다.
그걸 우리 보고 상대하라고?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여러분에게 이 사건이 배정된 것은 그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수연은 옅은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했다.
하긴.
최근의 행보를 고려한다면 이수연의 말도 이해가 갔다.
현재 모니카의 레벨은 25, 그리고 김다영은 22에 달하고 있다.
거기다 모니카는 나에게 창술을 전수 받으면서.
또 김다영은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둘 다 이제는 황령조차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전투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수준으로 평가받는 이현석조차 20 레벨.
이 셋만 모아 놓더라도, 청령을 상대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으리라.
“그런···가요?”
헤헤 웃으며 김다영이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왜인지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작 내 레벨은 이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14 레벨.
2주 전에 등장한 새로운 퀘스트에서는 15 레벨은 되어야 직업 스킬 하나를 배운다는데, 일주일 째 14에서 오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내 직업이 용사라서일까.
똑같이 령을 퇴마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확연히 느린 성장세였다.
그래서 나는 들고 있던 스킬 강화권까지 성불 스킬에 투자했건만.
– 성불 LV2.
혼령 상태의 적을 쓰러뜨릴 경우, 추가 경험치 75%를 얻습니다.
혼령 상태의 적을 쓰러뜨릴 경우, 아이템 드랍 확률이 150% 올라갑니다.
아무래도 75%로 늘어난 추가 경험치조차 레벨을 올리는 데에는 버거운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근 쓸만한 신기가 손에 들어왔다는 것일까.
모니카를 가르치는 대가로 요구했던 영력을 올리는 신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모니카가 가져온 신기 중에, 다행히 내가 원하던 세트템이 있었던 것이다.
세트 아이템
영력 +10
영력 회복 속도 300% 증가
특성 [영의 인도자] 획득
– 혼령 계열 몬스터에게 가하는 전투 데미지 +100%
– 혼령 감지 +1
– 모든 영력 소모량 25% 감소
– 3세트 해금
목걸이 계열
외견은 평범한 금목걸이처럼 생긴 신기였다.
하지만 그 효과는 내 예상보다 더욱 뛰어났다.
기본 옵션으로 영력 회복 속도 증가에 2세트 효과로 영력 소모량 감소까지.
특히 2세트 효과가 마음에 들었다.
그 덕분에 34에 이른 영력을 총동원한다면.
별운검에 붙은 수호자의 일격을 아슬아슬하게 3번 정도 쓸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죠. 어쨌든, 사건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른 질문이 있으십니까?”
다른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수연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럼 이동하시죠. 차량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
사건 현장은 지리산 근방의 어느 도로였다.
산속에 나 있는 도로.
그 때문에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던 도로는 사건 현장에서는 자료에 있던 대로 절벽과 인접해 있었다.
“그럼 돌아가실 때 연락주세요.”
우리를 여기까지 태워준 경찰은 그렇게만 말하고 떠나갔다.
현재 철저히 출입이 통제되어 아무 것도 없는 도로 위에 덩그러니 남은 우리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럼 시작할까요?”
김다영의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제각각 움직였다.
평소 이수연의 교육에는 이런 현장 수사에 대한 것도 있었으니.
일단은 그 정석대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 첫 단계는 마의 흔적을 찾는 것.
물론 그건 나에게는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모래밭에서 진주를 찾듯, 마의 잔향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냥 눈으로 보면 되는 일이었다.
다만.
“···여긴 아무 것도 없는데?”
이곳은 깨끗했다.
브레이크가 파손되었을만한 커브 근처에도.
뜯겨져 나간 가드레일 사이에도.
최소한 시야에 보이는 도로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모르는 척 하고, 가드레일 주변을 서성이는 모니카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 봤는데, 여기 아무 것도 없더라.
그런 말을 대놓고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시간 낭비를 할 필요는 없었다.
“뭐 건진 거 있냐?”
“···아니.”
당연히 그녀는 부정의 뜻을 입에 담았다.
나는 내가 서 있던 방향을 가리켰다.
검은 타이어 자국이 길게 남은 곳이었다.
“저쪽에도 별 거 없더라.”
“너도 여기. 감지 못해?”
내가 고개를 젓자, 모니카는 가드 레일 부근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없는 건 없는 것이었다.
나는 이어서 사건 현장을 돌며 김다영, 이현석과도 차례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이내 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단서는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의해.”
“저도 뭘 찾지는 못했습니다.”
“저도요. 강진우 씨도 찾아내지 못한 걸 보면, 여기에 뭐가 있는 것 같지는 않네요.”
그리 길게 머문 것도 아니었지만 다들 내 말에 동의하는 느낌이었다.
그야 여기에는 정말로 아무 것도 없었고.
김다영의 말처럼 내 능력은 영력 탐지로 알려져 있기에, 내 의견에 신빙성이 더해진 탓이었다.
“그럼 결국 이 사건은 마와 관련이 없었다는 건가요?”
“그건···아니야.”
김다영의 의문을 모니카가 부정했다.
“지박령의 영역, 넓은 경우도 있어.”
“넓다면···어느 정도로?”
“적어도 절벽 아래. 그리고 저 산 위까지. 조사해야 해.”
각각 도로를 기준으로 양옆에 위치한 것들이었다.
하나는 올라가고, 하나는 내려가야 하는 길.
그나마 절벽 아래로는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경찰 인원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절벽 아래로 떨어진 차량을 회수하며 만들어진 길이었다.
하지만 위쪽으로는 사람이 다닐 만한 길은 나있지 않았다.
“그럼 절벽 아래로 가보죠.”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내 의견은 그대로 받아들여졌고, 우리는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절벽 아래는 숲이었으나.
일련의 사고와 그 처리로 나무나 풀들이 정리된 공터가 있었다.
공터에는 흙이 파헤쳐 진 자국이나 차마 치우지 못한 차량의 파편들이 널려 있어, 사고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
도착하자마자 이곳에도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껏 내려왔더니, 곧바로 올라가야 하는 건가.
내심 그런 불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는 이쪽을 살펴보겠습니다.”
이현석은 의욕적으로 조사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인원들 역시 제각각 방향을 나눠 흩어졌다.
나는 씁쓸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헛고생인 줄 알면서도 놔두는 수 밖에는 없었으니, 기분이 좀 그랬다.
하지만 나도 뭔가 찾는 척은 해야 했기에, 정처 없이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시간을 끌고 있는데.
“응?”
퀘스트 창이 반짝였다.
열어보니 퀘스트 밑에, 새로운 문장이 추가되어 있었다.
– 네비게이션 기능 사용 가능.
네비게이션?
고개를 갸웃거린 나는 바로 그 네비게이션이라는 것을 선택해보았다.
그러자, 땅바닥에 거대한 화살표 하나가 나타났다.
이 화살표가 뜻하는 건 하나 밖에 없었다.
“···따라가라는 뜻이겠지.”
이거···주로 폰겜에서 많이 보던 방식이었는데.
게임 한번 참 편하게도 만들어놨다.
나중엔 자동 사냥이라도 나올 기세인데.
나는 그 화살표를 따라 걸어갔다.
화살표는 차량이 떨어진 곳이 아니라 그 한참 뒤쪽.
아직 풀숲이 무성한 곳으로 나를 인도했다.
“귀찮게···”
잔가지와 나뭇잎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방향을 가리키던 화살표가 땅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화살표가 가리킨 지면 위에는 검고 둥근 무언가가 하얀 선으로 강조 표시되어 번쩍이고 있었다.
원래라면 풀숲에 있는 데다 흙에 파묻혀 거의 보이지도 않았겠지만.
저런 효과가 더해진 탓에 무시할래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하···참.”
그걸 보고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연수원에서는 마에 대한 조사를 위해 4주라는 긴 실습 기간까지 줬다.
허나 4주 내내 령과 싸우고 있을 리는 만무하니, 그 4주의 대부분은 수사를 위한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히 수사를 완료한다면 4주는커녕, 하루 만에 끝나버리게 생겼다.
그럼 이건 또 무슨 핑계를 대면서 주워가야 하지.
같이 온 세 사람은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지만···이수연이 문제구만.
“아니,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 거야.”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이게 뭐길래 퀘스트는 여기로 날 인도한 걸까.
사고 차량이 떨어지며 여기까지 날아온 건가?
그렇다 쳐도 거리가 꽤 멀기는 한데.
그런 생각을 하며 그것을 집어들었다.
탁구공만한 검은 구슬.
헌데, 그 위에서 검은 연기가 흐르고 있었다.
“음?”
그것은 분명···신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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