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25
25.
25.
“잠시만요.”
나는 집중해서 방 안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방에는 십자가말고도 커다란 목제 장식장이나 책상 같은 가구가 존재했다.
혹시라도 그 안에, 다른 함정이나 마가 숨어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정말로 여기에 있는 것은 저 령이 전부라는 뜻.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황령에게 다가갔다.
황령이 구속되어 있는 듯한 저 모습 자체가, 거짓이 아닐까 하여.
그러나 황령의 코앞까지 와서도 놈은 그저 고통에 울부짖을 뿐이었다.
“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을 들어 위협을 해봐도 황령은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이대로 베어버려도 되지만···어딘가 찜찜했다.
이 꼴로는 이게 진짜 지박령인지조차 알 수 없었으니까.
“기다려.”
그런데 그때, 뒤에서 모니카가 나섰다.
그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령을, 정확히는 그 령을 묶고 있는 검은 역십자를 노려보았다.
역시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게 모니카는 교회 출신이다.
그리고 십자가는 바로 교회의 상징이 아니던가.
“뭔지 알겠냐?”
“응. 이건···이교도, 마인의 흔적.”
“마, 마인이요?”
“이 일을 벌인 게 사람이라는 겁니까?”
마인이라는 단어에 나머지 두 사람이 반응했다.
마인, 쉽게 말하자면 선을 넘은 퇴마사들.
그들은 령이나 괴이와는 달리, 귀신이나 괴물이 아닌 범죄자에 가깝다.
잠시 입을 오물거리던 모니카는 곧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거. 역십자, 악마의 상징이야. 그리고 검은 가시 나무. 이건 성자의 가시관을 의미해. 전부 교회의-”
모니카의 설명이 잠깐 이어졌다.
이 역십자와 검은 나무는 교회의 축복 세례를 비틀어 만든 저주의 일종이었다.
또한 그 효과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마가 마를 저주하는 주법. 령이 한을 먹는 것처럼. 더 큰 마가 작은 마를 지배하는 거야.”
“그래서 마인이 관여되어 있다는 거야?”
내 말에 모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괴이나 령이 벌이기에는 너무나도 인공적인 방식이다.
“여기. 오래 있는 건 위험해. 나가야 해.”
“그럼 이건 어떻게 해요?”
김다영이 령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모니카는 창을 들어, 그대로 령의 가슴을 꿰뚫었다.
격렬한 전투를 예상했건만.
나무에 묶여 있던 황령은 그것만으로 허무하게 소멸했다.
나는 내가 들고 있던 방울을 바라보았다.
방울에 흐르던 검은 연기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주박의 방울···”
주박이란 저주로 인한 속박.
결국 이 구슬의 이름이 진실을 가리키고 있던 셈이었다.
즉 사건의 전말은 정체 모를 마인이 저주를 통해 황령을 지배했고.
그 황령을 이용해 이곳에서 계속 사고를 일으키고 있었다는 것이었으니.
“······”
어느 정도 상황이 이해가 된 나는 바로 토굴을 빠져나가려 했다.
모니카의 말대로 여기에 오래 있는 건 좋지 않다.
20 레벨 대의 황령을 지배하는 마인이라면, 우리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한 상대일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때, 퀘스트 아이콘이 번쩍이며 퀘스트의 완료를 알려왔다.
– 퀘스트 진행 목표 (1/3) 달성!
응?
그런데 정작 창을 열어 확인해보니, 퀘스트 완료가 아니었다.
진행 목표의 1/3이라니.
설마···이런 게 셋이 더 있다는 건가?
“가자.”
모니카가 나를 재촉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곧바로 토굴을 빠져나왔다.
그 후.
우리는 곧바로 연수원으로 복귀했다.
현장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령 자체는 퇴치한 데다가.
그 뒤에 있을 마인은 명백히 교육생 수준을 벗어나는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수연에게 수사 내용을 보고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굉장히 당황하는 눈치였다.
“지금 마인이라고 하셨습니까?”
보고가 이어질수록 이수연의 얼굴이 굳어져 갔다.
물론 그녀의 심정도 이해가 되긴 했다.
기껏해야 황령 정도 되는 지박령이 일으켰다고 예상한 사건에 마인이 관여되어 있을지 모른다니.
만에 하나라도 교육생들과 마인이 마주쳤다면, 참사가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
“···일단 윗선에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대기하시면 됩니다.”
이수연과의 이야기는 그렇게 정리되었다.
그녀조차도 마인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현장 실습이 어영부영 끝났고.
“그럼 쉬세요~”
다른 사람들은 전부 기숙사로 돌아갔다.
비록 전투는 없었지만 산속을 여기저기 뒤지고, 토굴까지 돌아다녀 피곤한 탓이었다.
하지만 나는 기숙사로 갔다가, 잠시 후 다시 이수연이 있는 교관실로 돌아왔다.
바로 퀘스트 창에 있는 (1/3) 표시 때문이었다.
“뭐라고 해야 하지.”
토굴 내부에 속박되어 있던 황령.
그런 게 두 개 더 남아 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아직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지 못했다.
그들을 설득시킬 증거가 없었으니까.
근거라고는 내 퀘스트 창 뿐이었는데, 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흠···”
그냥 포기해야 하나.
나는 퀘스트 창을 바라보았다.
보상도 명시되어 있지 않고, C급이라는 애매한 난이도.
물론 포기한다면 포기할 수도 있는 퀘스트였다.
그러나 나는 마인의 조종을 받던 황령이 벌이던 행각이 마음에 걸렸다.
놈은 분명 사람을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인이 그런 짓을 벌인 목적은···아마도 자신의 업을 쌓기 위해서겠지.
퇴마사가 그렇듯 마인 역시 누군가의 죽음에 관여해 업을 쌓으면 레벨이 올라갈 테니.
결국 자신이 더 강한 힘을 얻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말이었다.
“하, 씨발.”
나는 혀를 차며 욕을 지껄였다.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한심했다.
단지 어설픈 정의감 때문이었다면 그냥 무시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놈을 그냥 놔뒀을 때,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역시 용사 시절의 경험이었다.
아니, 경험보다는 트라우마라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결국 핑계를 상상해내지 못한 나는 막무가내로 교관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이수연의 의아한 시선이 나에게 날아와 꽂힌다.
“강진우 씨? 무슨 일이십니까?”
“아···그게 말이죠. 실은-”
나는 내 의견을 이수연에게 전달했다.
속박된 황령과 비슷한 게 더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마인의 목적은 업을 쌓는 것이다.
그런 놈이 편리하게 업을 쌓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그걸 한번만 사용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어중간한 추측.
그에 대한 명확한 증거나 근거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망상에 가까운 논리였지만.
“과연···조사할 필요성은 있겠군요.”
이수연은 그걸 덥석 믿어버렸다.
“예? 진짜요?”
“물론입니다.”
“아니,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내 반응이 이상하다는 듯 이수연이 물었다.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솔직히 안 믿어주실 줄 알았거든요. 단순히 제 감이라서.”
“물론 그건 그렇지요. 저도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믿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강진우 씨라면···그저 추측만으로 제게 이러시지는 않을 것 같군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미 증거를 갖고 계신 거 아닙니까?”
이수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내색 하나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런 게 있었으면 내놨겠죠. 뭐 숨길 게 있다고.”
“하긴 그건 그렇군요.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강진우 씨의 말을 믿는 건, 제 감일 뿐입니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감이 어쩌고 하는 건, 내가 조금 전에 내뱉은 말이었으니.
그러자 이수연은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경찰에게 감은 꽤 중요합니다. 증거를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건 맞지만 항상 증거가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요. 가끔은 자신의 감을 믿고 행동해야 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이수연이 그런 말을 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그저 고지식해 보이는 경찰인 줄 알았는데.
“어쨌든 말씀하신 부분도 조사해보고, 필요하다면 위쪽에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나는 줄 수 있는 정보는 전부 제공했다.
그 정보를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 건 이수연이 말한 위쪽.
즉 백민성 연수원장일테니, 이제 남은 건 그의 몫이었다.
“그럼 수고하십쇼.”
나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교관실을 나왔다.
이제는 나도 마음 편히 쉴 수가 있었다.
***
“그 새끼 흔적을 찾았다고?”
연수원장실.
그곳에 놓인 스피커폰에서 인천경찰청장 최덕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격앙된 목소리에 백민성은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목소리를 냈다.
“예, 형님. 메일로 자료 보냈습니다.”
대답도 없었다.
스피커 너머에서는 한동안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만 났다.
“역십자에 검은 가시나무···진짜구만. 진짜 그 새끼야. 너 이거 어디서 찾았어?”
최덕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가 그 새끼라고 부르는 마인은 평범한 마인이 아니었다.
통칭 거짓 선지자.
최덕철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추적하던 지긋지긋한 마인이자.
그가 저주에 걸려 은퇴할 위기 앞에서도 경찰을 포기하지 못하게 했던 범죄자였다.
거기에 교회의 12 지파 중, 타락한 5개 지파에 속한 인물로 자신의 업을 쌓기 위해 시민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범.
그 거짓 선지자를 잡기 위해 최덕철은 말 그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능력이 부족했다.
그나마 3년 전, 그를 잡기 직전까지 갔지만 그조차 실패.
그 이후로 거짓 선지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춰 경찰과 교회의 눈을 피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그 꼬리가 잡힌 것이었다.
“그게 말입니다. 또 그 교육생입니다.”
“교육생? 이걸 찾은 게 교육생이라고?”
“예. 강진우말입니다.”
백민성은 이수연에게서 넘어온 보고를 그대로 최덕철에게 읊어주었다.
“하···! 강진우, 얘랑 나는 진짜 뭔 인연이 있나?”
기가 막힌다는 듯 최덕철이 말했다.
지난 번에는 자신의 저주를 풀어주더니, 이제는 숙적의 단서까지 찾아주었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묘했다.
고맙기도 하고.
“그보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백민성의 말에 최덕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다시 자료를 한번 뜯어보고 말을 이었다.
“그래, 이런 게 몇 개 더 있을 거라고?”
“예. 조사해보니, 거짓 선지자가 개입했을 만한 사건들을 발견했습니다.”
거짓 선지자는 교활한 범죄자였다.
특히 그는 자신이 벌인 범죄를 단순히 마에 의한 사건으로 위장하는 것에 능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정황이 있는 사건을 뽑아낸 것이었다.
그 숫자는 총 8건.
“흠···”
최덕철은 그 사건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는 곧 딱 2개의 사건을 골라냈다.
오랜 세월 거짓 선지자를 쫓으며 놈의 성향을 파악한 것이었다.
“이 둘 중 하나, 아니면 둘 다 같은데···”
“근데 왜 그러십니까?”
“나나 교회가 움직인 걸 알면 그놈은 또 사라질 거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로는 안 돼. 내가 놈을 잘 알듯, 놈도 날 잘 안다.”
최덕철이 거짓 선지자를 10년을 쫓았다는 이야기는, 거짓 선지자 역시 그에게 10년을 도망다녔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최덕철은 경찰 병력을 곧바로 투입하기가 꺼려졌다.
거짓 선지자가 자신의 사건에 병력이 대량으로 투입되는 걸 보면, 진작에 최덕철의 개입을 눈치챌 것이었기에.
“그럼 어쩌시려고요?”
“생각한 게 있긴 있는데. 강진우를 여기에 보내볼까?”
“교육생을요?”
백민성이 말도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나 최덕철은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강진우는 능력의 특성상, 사건 조사에 적합하다.
거기다 이번에 거짓 선지자의 단서를 직접 찾아내며 그런 능력을 운용하는 자신의 실력까지 명백하게 증명했다.
때문에 최덕철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일은 그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그냥 놔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호위는 붙여야겠지.”
“하지만 그랬다가는 오히려 눈에 띄는 게 아닙니까?”
“그렇겠지. 어설픈 호위를 붙였다간 그 새끼도 금방 알아챌 거다.”
“그럼요?”
“그러니 내가 직접 간다. 놈도 그건 예상 못하겠지.”
최덕철은 씩 웃으며 말했고, 백민성은 경악에 입을 벌렸다.
물론 1급 퇴마 경찰인 그라면, 거짓 선지자의 눈에 띄지 않고 은밀한 기동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인천경찰청장이 교육생의 호위를 맡겠다니.
아무리 범인을 검거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 해도 쉬운 판단이 아니었다.
“그 동안 업무는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하! 나 저주 걸려 뻗어 있는 동안에도 잘만 돌아가더라.”
“아니, 그래도 그렇지. 형님이 어떻게···”
“그놈만 잡을 수 있으면 뭔들 못하겠냐!”
최덕철의 기백에 백민성은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설득은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어찌 됐든, 그렇게 진행해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아이고···알겠습니다, 형님. 원하는 대로 하십쇼.”
통화는 거기까지였다.
백민성은 한숨을 푹 내쉬며, 이수연을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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