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28
28.
28.
“그래, 황금색이어야지.”
냉정히 말해 좋아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A급 특성이 떴을 때도 슬롯이 황금색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A급 특성을 합성에 처박았으니, 당연히 최소한 동급은 떠줘야지.
게다가 황금색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었다.
특성이나 스킬, 아이템 등.
그 어떤 종류의 것이라도 마법과 관련된 게 있을 정도로, 함정은 수도 없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이윽고 황금빛을 내며 낡은 세탁기처럼 흔들리던 큐브가 멈췄다.
여전히 빛을 간직한 채 그것은 그 뚜껑을 열었다.
곧바로 합성의 결과물이 튀어나왔다.
특성 [인간 사냥꾼]
– 인간에게 가하는 전투 데미지 +20%
– 인간을 상대로 치명타 확률 +25%
– 인간에게 받는 모든 피해 20% 감소
– 적대적인 인간 감지
– 선 성향의 모든 인간에게 초기 호감도 하락
– 악 성향의 모든 인간에게 초기 호감도 상승
“씨발···”
그 내용을 본 내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그저 특성으로만 본다면 나쁜 특성은 아니었다.
이는 대인전 특화의 특성으로.
퇴마 경찰이 된다면 마인을 상대로는 유용하게 써먹을 만한 특성이었으니까.
그런데 이건···잔혹한 살인자나 수배범들이나 가질 만한 특성이 아닌가.
하필이면 실패한 용사인 나에게 이런 걸 주다니.
누군가 날 놀리는 것 같았다.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 거야?”
어느새 정은미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 생각의 화제를 전환했다.
“아무 것도 아니야. 그보다···곧 놈들이 올 거야.”
“또? 귀찮네.”
정은미는 진심으로 싫다는 듯 말했다.
조금 의외였다.
보통 연쇄살인범 같은 놈들은, 이런 파괴적인 걸 좋아하지 않았던가.
“넌 저것들이 싫어?”
“싫지. 그럼 좋겠니?”
정은미는 너무 당연한 듯 말했다.
그리고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인간도 아닌 게 흉내만 내는 건, 난 싫어.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음식 모형을 먹는 기분이야.”
내 의문이 표정에 드러났던 걸까.
그녀는 그렇게 답했다.
“역시 보증된 연쇄살인범은 사고 방식부터 다르구만.”
“칭찬이야? 어? 그런데 잠깐만.”
정은미는 그렇게 말하며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왜 그래?”
“아니···뭐지? 너 뭔가 달라진 것 같아.”
뭔 개소리인가 싶었지만, 이내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인간 사냥꾼의 효과였다.
악 성향 인간에게 초기 호감도가 높아진다더니.
그건 말을 살짝 바꾸면, 나쁜 사람에게 인기가 있어진다는 말이 아닌가.
“좀 더 잘생겨 보이냐?”
“미안한데, 그건 아니야.”
그런데 단칼에 부정당했다.
“그냥···나랑 비슷해보여서.”
그리고 그다지 반갑지 않은 말이 들려왔다.
호감도가 올라간다는 게, 연쇄살인범들에게는 동업자 같은 느낌을 준다는 건가.
참 거지 같은 효과였다.
“그보다 움직이자.”
“어디로?”
“저쪽.”
나는 달걀 귀신이 가장 많이 튀어나왔던 방향을 가리켰다.
건물의 안쪽.
아마 저쪽이 달걀 귀신의 둥지 중앙으로 향하는 길이리라.
“그쪽으로 가면 더 많이 나올 거 같은데.”
“그러라고 그러는 거야.”
집단 사냥을 하는 몬스터는 놈들이 태세를 정비할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
놈들의 소굴을 털 때는 최대한 신속하고 확실하게 정리하면서 가는 것이 최선.
즉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달걀 귀신들의 지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놈들이 모이기 전에 그 중앙을 깨부숴야 하는 것이다.
“가자.”
정은미와 나는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혼령 감지가 반응했다.
반응은 총 여섯.
전부 18레벨 전후의 놈들이었다.
예상대로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아직 놈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뜻.
“온다. 저쪽.”
우리가 접근하기도 전에, 달걀 귀신들은 이쪽을 감지하고 튀어나왔다.
나와 같은 스킬이 있는 건지, 아니면 이 둥지가 카메라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가 향하는 둥지 안쪽에서 우리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새로 배운 스킬인 빛의 검을 발동했다.
그러자 빛은 별운검의 검신을 별빛처럼 은은하게 빛내다가.
이내 검 전체를 찬란하게 번쩍였다.
당장 눈 앞을 가릴 정도의 빛은 아니지만, 충분히 화려했다.
동시에 미적으로는 상당히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그 빛을 보고, 나는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기분 나쁠 정도로, 이세계에서 봤던 것과 너무나도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키아아아!”
달걀 귀신이 내뱉는 괴성이 귓가를 때렸다.
입도 없는 주제에 어디서 저런 소리를 내는 건지.
이번 달걀 귀신은 포졸의 옷을 입고 있었다.
놈은 창을 든 채 나에게 공격해왔다.
창술도 뭣도 아닌, 침팬지가 막대기를 들고 휘두르는 수준의 공격.
막아낼 필요조차 없었다.
나는 그 발악을 가볍게 피했고, 텅 빈 머리를 칼로 때렸다.
촤악!
그러자 시원한 절삭음과 함께 맨들맨들한 머리의 한가운데가 갈라지며, 놈이 쓰러진다.
“······”
예상대로 스킬의 효과는 강력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달걀 귀신의 머리를 때린들, 이렇게 깨끗하게 잘려나가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뚝배기를 깨듯, 두세 번은 두들겨야 머리가 부서지며 소멸했었건만.
이제는 마치 속이 빈 대나무처럼 썰려나갔다.
“키엑!”
칼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달걀 귀신이 하나씩 사라진다.
거기에 정은미의 활약도 겹쳐서 달걀 귀신 여섯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화살 챙겨. 곧바로 움직이자.”
“···그래.”
그녀는 빛나고 있는 내 칼에 관심이 있는 듯 했지만,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안쪽으로 나아갔고.
그때마다 늘어나는 달걀 귀신들을 상대했다.
그렇게 쓰러뜨린 달걀 귀신을 세는 것도 잊었을 무렵.
“뭔가 온다.”
운동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드넓은 방에 다다른 우리는 주변을 경계했다.
건물이 흔들렸다.
단지 몸이 지쳐서 만들어낸 착각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진 같지도 않고.
그때였다.
쾅! 하는 소음이 바로 위쪽에서 들려왔다.
소리를 한번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묵직한 무언가가 천장을 때리고 있었다.
천장에 금이 가고, 부스러기가 떨어진다.
이건···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일단 뒤로 빠지-”
하지만 내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일은 일어났다.
끝내 버티지 못한 천장이 깨져나가며 거대한 무언가가 추락했다.
그건···
“뭐야, 저건.”
지름만 5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달걀이었다.
지금까지의 달걀 귀신과는 달리 얼굴은 고사하고 팔다리도 없다.
그렇다고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그저 둥근 달걀만이 있을 뿐.
머리 위에 있는 27 레벨이라는 표시만 없었어도, 그냥 커다란 바위로 착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은미는 저 괴상한 마를 알고 있는 듯 했다.
“모체가 나왔네.”
“모체?”
“응. 달걀 귀신의 모체.”
저것도 교육 시간에 배운 건가.
졸지 말 걸.
이제야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런데 저놈은 어떻게 싸우냐?”
달걀 귀신의 모체는 그저 큰 달걀일 뿐이었다.
천장을 깨부수고 왔으니 움직일 수는 있을 테지만, 그 공격 방식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냥 바위처럼 굴러다니는 건가?
“달걀 귀신의 모체는, 유일하게 얼굴을 가지고 있대. 눈이 하나, 입이 하나.”
“그게 왜.”
“그 눈에서 빔을 쏜다나봐.”
“···빔?”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인···간···!”
거대 달걀이 목소리를 냈다.
소의 울음 소리에 노이즈가 섞인 듯한 기괴한 소음.
그리고 그 목소리를 낸 것은 정은미의 말대로 거대한 입이었다.
맨들맨들하던 거대 달걀의 표면에 두 개의 실선이 생겼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벌어지며, 하나의 눈과 하나의 입을 만들어냈다.
입은 아래 쪽에 달려서, 가로로 길었다.
그 안에는 날카로운 이빨과 번들거리는 두 개의 혀가 보였다.
그리고 눈은···컸다.
달걀 전체의 2/3를 차지한 그 눈은 갈색의 눈동자를 번뜩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인···간···! 인간!”
“저거 왜 저래?”
말을 하는 걸 보니 지성은 있는 모양인데.
끝없이 인간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그것도 고장 난 라디오처럼 말하는 게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에 진한 감정이 녹아들어 있었다.
“너, 정말로 교육 시간에 아무 것도 안 들었구나?”
“아무 것도 안 들은 게 아니라, 잤다니까.”
내 뻔뻔한 대답에 정은미는 나를 보며 실없이 웃었다.
“달걀 귀신은 사람이 되고 싶은 괴이라나 봐. 그래서 사람 흉내는 내는데, 얼굴을 못 만드는 거지. 그리고 그 모체는 얼굴은 만들었지만, 그 외에 다른 걸 못 만들었고.”
“그래서?”
“사람을 보면 질투를 한대.”
정은미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사진에서 보았던, 그 조각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쟤는 왜 저렇게 예쁠까. 쟤는 왜 저렇게 인간다울까.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데.”
그 사이 거대 달걀의 눈 앞에 정말로 빛이 모여들었다.
정말 눈깔 빔을 쏘려는 모양이다.
“눈에서 빔도 쏘는 새끼가 욕심도 많네.”
나는 별운검을 고쳐 잡았다.
정말 놈이 빔을 쏘는 거라면, 오히려 좋았다.
나에게는 그에 대한 대책이 있었으니까.
“야, 내가 어그로 끌 테니까 저거 쏴 죽여라.”
그렇게만 말하고, 나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러자 새빨간 빛이 나를 덮쳐왔다.
***
정은미.
그녀는 사이코패스였다.
그리고 그녀는 동시에 그 점을 자각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어떤 인간을 그리 부르는지, 또 그렇게 불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되는지를 알면서도.
정은미는 자신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실제로 모든 행위의 선악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인정하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선과 악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인간에게는 흥미를 느꼈다.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
그래서 처음에는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안녕? 뭐하고 있어?”
일부러 성격에도 맞지 않는 밝은 목소리와 표정을 만들어내면서까지 그들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진실하지 못했다.
그들의 거짓말은 어설펐고, 티가 났다.
그럼에도 그들은 항상 거짓말을 지껄였고, 그 입에서 나오는 진실은 반의 반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서 진실을 들을 수 있을까.
그래서 정은미는 그 다음, 그들을 협박했다.
그러자 그들의 입에서는 거짓이 줄었고, 진실이 늘었다.
길을 찾은 그녀는 점점 더 파격적인 방식을 동원했다.
협박을 넘어 폭력을, 그리고 폭력을 넘어 고문을, 그리고 끝내 살인 직전까지 갔다.
그러자 놀랍게도 사람들은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자신의 사지를 보고.
그 사지를 파고드는 구더기들을 보고 나서야.
그들은 정직해졌다.
그것이 정은미는 만족스러웠다.
죽음을 눈앞에 둔 그들과의 대화는, 비로소 정은미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하지만.
“미안해.”
그녀는 그들을 살려둘 수 없었다.
정은미는 사이코패스였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는 범죄가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고.
그녀는 또한 범죄 은폐에 있어, 목격자를 용납하면 안 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노력하고 공부했다.
이 모든 협박과 폭력과 고문 전에 이미 많은 준비를 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목격자 하나 남기지 않고, 12건의 완전 범죄를 만들어냈다.
분명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결코 그 누구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런데.
“정은미, 널 연쇄 살인 혐의로 체포한다.”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경찰, 그것도 퇴마 경찰이라는 자들에게 체포당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은 그녀가 모르는 세상의 이치와 상식을 알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정은미는 결국 이 연수원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나 연수원에서의 나날은 지겨웠다.
그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C반의 인간들은 재미 없는 녀석들 뿐이었다.
그들은 거칠고 강한 척은 하지만.
알고 보면 단지 주변에 휘둘려 상처 받고 망가진 인간들이었다.
하지만 정은미는 망가진 장난감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오늘 처음으로 흥미가 가는 남자를 만났다.
“안녕? 네가 강진우야?”
“혹시 정은미?”
그의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만나자마자 그녀를 보고 뱀파이어를 닮았다는 헛소리를 하는 남자였으니까.
작업이라도 거는 걸까.
정은미의 외모는 나쁘지 않았기에, 남자들의 작업 멘트도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이건 그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응. 너, 걔네들이랑 닮았다.”
그렇게 말하는 강진우에게서는 거짓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때문에 정은미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거짓, 아니 거짓말조차 되지 못하는 망상과 같은 말.
그런데 어째서 이 남자는 그 망상에 그리도 진심을 담았던 걸까.
그래서 정은미는 남자를 관찰하기로 했다.
그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남자는 연쇄살인자인 정은미를 두려워하지도, 혐오하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정체 모를 무언가에 의해 이상한 공간에 왔음에도.
괴이를 상대하기 위해 정은미에게 등 뒤를 맡길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도.
“야, 내가 어그로 끌 테니까 저거 쏴 죽여라.”
마치 오랫동안 싸워온 파트너에게 말하는 듯한 태도였다.
여기서 내가 본인의 등 뒤를 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걸까.
“······”
아니, 아니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 저 남자는 확신하고 있었다.
내가 자신을 배신하지 못할 거라는 걸.
그 말대로였다.
그가 없으면 자신은 이 괴물 밖에 없는 공간에 영영 남아 있어야 할지 모른다.
혹여 빠져나간다 해도 그녀에게는 다른 경찰들의 추적을 뿌리칠 힘이 없다.
곧장 잡혀서, 죽을 것이다.
충동이 이성을 이기지 못하는 망가진 녀석들이라면 모를까.
자신은 그런 어리석은 판단을 결코 하지 않는다.
게다가.
“···잘 싸우네?”
어째서인지 강진우의 전투력은 그녀의 상상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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