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29
29.
29.
달걀 귀신의 모체가 내뿜는 시뻘건 빔.
그것을 강진우는 검으로 쳐냈다.
정은미는 그것을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빛을 검으로 쳐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강진우는 눈앞에서 그 불가능을 실현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그의 검이 머금은 찬란한 빛이 새빨간 빔을 가르고, 쳐낸다.
저건···그의 능력인 걸까?
알 수 없었다.
정은미가 알고 있는 강진우의 능력은 영력 감지 뿐이니.
한편 금방 달걀 귀신의 모체 앞까지 다가간 강진우는 커다란 눈을 향해 검격을 날렸다.
하지만 정은미가 보기에 그것은 무모했다.
달걀 귀신의 모체는 지름만 5미터에 이르는 괴이.
그 앞에서 강진우가 들고 있는 1미터 남짓한 검은 이쑤시개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수호자의 일격!”
그는 난데 없이 무언가를 외쳤고, 섬광이 빛났다.
“키아아아아!”
그러자 커다란 눈의 거의 반절을 베인 달걀 귀신이 소리를 내질렀다.
멍하니 보고 있던 정은미의 눈동자에는 경악이 맺혔다.
검날보다 깊은 자상.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걸까.
이대로는 혼자서 달걀 귀신의 모체를 쓰러뜨릴 판국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야! 뭐해!”
강진우는 정은미를 보며 소리쳤다.
왜 놀고 있냐는 듯한 태도였다.
가만 놔둬도 이길 것 같은데 엄살은.
강진우의 현란한 움직임에 시선을 뺏기고 있던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불만을 내뱉었다.
“미안.”
이어서 가볍게 사과한 그녀는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표적은 커다랗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빗나갈 일도 없었다.
한 발, 두 발, 세 발.
화살이 바람을 가르고 날아갔다.
달걀 귀신의 모체는 활에 맞았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단단한 껍질 때문인지, 화살촉 부분만 겨우 박힐 뿐.
데미지는 거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했다.
이미 그녀의 기생충이 달걀 귀신의 내부를 파고들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아아아아-”
달걀 귀신의 모체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기생충들이 순식간에 번식하며 그 몸을 파먹은 탓이었다.
뒤늦게 놈은 정은미를 인식했지만, 너무 늦었다.
비틀거리는 거대한 달걀 위로 쉴새 없이 검격이 내달렸다.
곧 깨진 달걀 껍질처럼 너덜너덜해진 모체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쿠구구구-
달걀 귀신의 소멸과 함께, 공간이 다시 한번 흔들리기 시작했다.
***
“어후···”
나와 정은미가 겨우 다시 등대로 돌아온 것은 이미 해가 진 이후였다.
돌아와보니 우리는 여전히 등대의 꼭대기 층에 있었고.
앞에 있던 역십자는 어느새 반으로 부러져 있었다.
제대로 처리된 건가 싶어, 퀘스트 창을 확인해보니.
– 퀘스트 진행 목표 (2/3) 달성!
다행히도 숫자가 2로 바뀌어 있었다.
“겨우 끝났네.”
“수고했어.”
정은미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인상을 팍 썼다.
“너는 아까 뭐 했냐? 나 죽길 기다린 거지?”
“설마.”
“설마는 얼어죽을.”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너 같으면 연쇄살인범 말을 믿겠냐?”
나는 그렇게 쏘아붙였지만, 왜인지 정은미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게 미쳤나.
하기야 원래 미친년이긴 하지.
더 이상 대화를 섞길 포기한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등대를 내려갔다.
달걀 귀신이고 뭐고.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다음날.
“이야기는 대충 들었습니다. 마역에 갔다오셨다고요?”
보고를 위해 이수연을 찾아간 나는 대뜸 그런 말부터 들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정은미에게서 이미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또한 강진우 씨를 보호하던 퇴마사 분에게서 온 정보도 그와 일치하더군요.”
정은미는 그렇다 쳐도, 퇴마사라.
역시 감시하고 있던 건가.
하지만 보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던 건 조금 서운했다.
그 이유야 충분히 알고 있지만 생색은 내줘야지.
“아니, 절 보호한다던 퇴마사 분은 구해줄 생각도 안 했대요?”
“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혹시···많이 위험하셨습니까?”
“당연히 위험했죠. 제가 뭘 봤냐하면-”
나는 달걀 귀신의 둥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수연의 표정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그것도 달걀 귀신의 모체 레벨이 27.
령으로 따지자면 황령 중에서도 강력한 영역에 속한다는 부분에서조차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27 레벨이라···황령에 해당하는 수준이었죠? 그리 어려운 적은 아니셨겠군요.”
“27이요?”
나는 이제 겨우 15 레벨이다.
거의 내 레벨의 2배를 잡았는데, 어려운 적이 아니었다니.
“지난 번 혈랑이 30이 넘는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에 비하면 약한 적이니까요.”
“그건···그랬는데. 그때는 모니카가 다 한 거라서.”
“모니카 씨의 말로는 강진우 씨의 활약이 컸다고 하더군요.”
“그건 예의상 한 말이죠. 걔 요즘 창 휘두르는 거 보면 모르시겠습니까? 날이 바짝 섰잖아요.”
“그 창술을 강진우 씨가 지도하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아 참. 그랬었지.
“게다가 이번에도 정은미를 잘 활용하셨더군요.”
“그건···그 친구 능력이 사기인 겁니다.”
진짜로, 달걀 귀신 모체와의 전투에서 정은미의 능력은 대단했다.
화살 몇 방 던져놓고 기다리다보면 적이 알아서 죽어나가다니.
시간을 끌어줄 사람만 있다면 더 없이 강력한 능력이었다.
“또, 정은미의 보고에 의하면 모체의 광원 사격을 검으로 쳐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운이 좋았던 것 뿐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래 칼은 빛을 벨 수도, 쳐낼 수도 없다.
하지만 그 날 마침 새로 얻은 스킬인 ‘빛의 검’은 그것을 가능케하는 스킬.
검에 빛 속성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빛에 대한 간섭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청장님이 주신 무기가 워낙에 좋더라고요.”
“A반 인원에 한해서는 능력에 대한 검증 절차가 그렇게 엄격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겸손해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겸손이 아니라···”
내 말에도 불구하고 이수연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묘한 미소를 그렸다.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2주 정도는 휴식을 취해주시면 됩니다.”
반가운 말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루, 이틀이라면 모를까. 2주라니.
연수원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건가?
“그렇게나요? 세 번째 사건은요?”
“이번 사건에 마인의 개입이 의심된다더군요. 그러니 시간을 둬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그건 그랬다.
내가 난데 없이 달걀 귀신의 둥지로 날아간 것도 마인의 함정일 가능성이 농후했으니.
의심을 피하기 위해 나를 바로 투입하지는 않겠다는 건가.
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전개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쉬고 있을 게요.”
이수연과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이제 2주 간 뭘 하면서 놀까.
그런 즐거운 계획을 세우며 나는 기숙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계획을 채 실행하기도 전에 일이 벌어졌다.
***
늦은 저녁의 서울, 반포대교.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진 한강을 내려다 보는 다리 위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 중 가만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던 중년 남자, 거짓 선지자의 눈썹이 돌연 꿈틀거렸다.
“···탈출했나.”
남자는 무표정하게 자신의 함정이 파훼되었음을 인지했다.
하지만 그 인지에는 미약한 실망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 만만한 마역은 아니었을텐데.”
그는 한숨처럼 말했다.
일의 시작은 3일 전이었다.
그 날, 갑자기 그가 전국에 배치한 상징 중 하나.
그 중에서도 특히 신경을 써서 숨겨두었던 것이 파괴되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하필이면 그냥 던져놓은 것도 아니고, 가장 정성을 쏟은 것이 먼저 발견되다니.
그래서 그는 우선 정보를 조사했다.
만에 하나라도 지긋지긋한 경찰의 그놈, 최덕철이 냄새를 맡았다면 곤란했으니까.
그러나 알아보니 정작 그 일을 벌인 것은 정식 퇴마사조차 되지 못한 교육생이었다.
더욱 의구심을 느낀 그는 남아있는 상징에 함정을 배치했다.
교묘한 난이도의 함정이었다.
교육생이라면 결코 빠져나오지 못할 함정이 아니라.
누군가 도와준다면,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을 수준의 함정.
전부 최덕철의 개입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허나 그 선택은 지금 패착으로 다가왔다.
감히 교육생이 스스로의 힘으로 그가 준비한 함정을 돌파한 것이었다.
“······”
결국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곤란했다.
이래서야 이 일에 최덕철이 개입한 건지 아닌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겨우 3일 만에 두 개의 상징이 파괴되었다.
가장 힘들게 숨긴 상징을 간단히 찾아 파괴했으니.
이제 나머지는 금방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에게 있어서는 당장 대책을 세워야 했다.
“···짜증나는군.”
한낱 교육생 때문에 자신이 이런 시간을 써야 하다니.
명백한 낭비였다.
자신에게는 보다 중요하고, 고고한 사명이 있을 터인데.
그의 내면에서 분노가 일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짜증나게 한 그 얼굴도 모르는 교육생에게 관심이 쏠렸다.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자신을 이리도 귀찮게 한다는 건가.
그 주제도 모르는 어린 양을 직접 심판이라도 해야 하나.
“흠···심판이라.”
가만히 한강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언뜻 스쳐간 충동이 꽤나 그럴 듯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건 기회였다.
최근, 그가 속한 이사카르 지파의 움직임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잘못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은 너무 태평했다.
어서 구원의 때를 앞당겨야 하는 자들이, 오히려 이 세상에 취해 있었다.
분명 처음 교회를 나왔을 당시만 해도 뜻을 같이 하는 형제자매라 믿고 있었거늘.
어찌 하늘의 일을 아는 자들이 땅의 일에 집착한다는 건가.
탕자에게나 어울리는 짓거리였다.
따라서 여기서는 누군가 그들을 각성시키기 위한 불을 당겨야 했다.
그리고 지금 거짓 선지자는 자신이 직접, 그 십자가를 지기로 했다.
“나쁘지 않군. 그렇지 않나?”
그래서 거짓 선지자는 자신의 옆을 돌아보았다.
옆에 있는 것은 또 다른 남자.
다만 그는 거꾸로 선 역십자에 검은 가시 나무로 속박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또한 그 역십자는 아무 지지대도 없이 허공에 박혀 있었다.
나무가 인간을 감싸고 또 그것이 떠다니는, 명백히 현실을 벗어난 광경.
하지만 바로 옆에서 휙휙 지나치는 차들은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
“고난이 있는 자, 복이 있나니.”
자신의 상징을 파괴한 교육생과 그 교육생이 속한 연수원은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그 연수원을 친다면.
눈이 뒤집힌 경찰은 교회와 손을 잡고, 숨어 있는 이단을 찾아내기 위해 발악을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태평하게 있는 자신의 형제자매들도 비로소 본래의 신념을 떠올리겠지.
또한.
이 일에 개입하고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최덕철도, 자신이 이렇게까지 행동하리라고는 결코 예상할 수 없으리라.
그래서 그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이 일은 빨리 끝내야겠군.”
그 말에 나무에 감싸인 남자는 두려움에 찬 눈으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거짓 선지자가 하려는 일을 눈치챈 것이었다.
“너무 그러지는 말게. 어차피 자네 스스로 하려던 일이 아닌가.”
남자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그는 사실, 오늘 죽기 위해 이곳에 왔다.
30년이 넘게 살았지만 그는 혼자였다.
남은 것이라고는, 오로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빚 뿐.
그래서 죽으려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거짓 선지자를 만나며 바뀌었다.
그는 오늘, 이곳에 오면 안 됐다.
그를 감싼 검은 가시가 그의 몸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 역십자는 그대로 한강을 향해 추락했다.
“그럼···요단강 너머에서 보지.”
***
내가 달걀 귀신을 잡고 돌아온 다음 날.
이변은 갑자기 일어났다.
“응?”
나는 침대에 누워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숙사 창문 바깥에 벽이 생겨 있었다.
그것도 갈색의 네모난 돌을 쌓아만든, 중세 혹은 고대의 성벽.
“···이건 또 뭐야.”
내가 그런 말을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콰과과광!
돌연 어디선가 굉음이 울려퍼졌다.
육중한 무언가가 또 다른 무언가를 때려 부수는 소음.
그리고 그 뒤에는, 비명이 이어졌다.
“······”
뭔가 일이 벌어졌다.
굳이 용사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나는 별운검과 신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나와 방이 가까운 이현석이 먼저 눈에 띄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현석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하지만 나도 되돌려줄 답은 없었다.
“우선 아래층으로 내려가보죠.”
그래서 그렇게 제안했다.
연수원의 기숙사는 5층 건물로, 1층부터 3층은 편의 시설, 그리고 4층은 여성, 5층은 남성 기숙사로 쓰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먼저 모니카와 김다영과 합류하자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우리는 4층으로 내려갔다.
거기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곧 두 사람을 찾았다.
“여기에요!”
“······”
김다영은 나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그 뒤에는 모니카도 있었다.
헌데 그녀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밖에! 밖에 보셨어요?”
“예. 저희도 그게 이상해서-”
김다영과 이현석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나는 모니카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그 표정은 뭔가를 알고 있다는 신호였다.
“야. 너 이거 뭔지 알지?”
나의 속삭임에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비상 계단으로 끌고 갔다.
지금 이 기숙사에 있는 것은 A반 인원이 전부.
그렇기에 이 혼란 속에서 비상 계단을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그런 비상 계단의 구석에서 모니카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건 뭔데?”
“이단이야.”
“뭐?”
“이단. 교회의 대적자. 네가 찾았던 역십자, 그걸 만든 놈들.”
그 대답에 머리가 아파왔다.
퀘스트 창에 있던 (2/3) 표시.
아무래도 마지막 남은 하나는···그 마인이라는 놈 본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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