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3
3.
연수원에 도착한 사람들은 우선 개인실로 안내를 받았다.
마치 콘도에 온 것 같은 깔끔한 방.
거기서 짐을 푼 나는, 옆 건물에 있다는 강의실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오늘부터 당장 기초 교육에 들어간다는 모양이었다.
“아, 오셨어요?”
강의실에 도착하자, 나를 발견한 수수한 인상의 여자가 아는 체를 했다.
김다영이라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 이현석의 모습도 보였다.
그 둘 모두 나와 같은 직업에 지원한 사람들로,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
버스 안에서 우연히 가까운 자리에 앉아, 이제 막 서로의 이름만 알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 꽤 괜찮은 거 같죠?”
김다영은 연수원이 마음에 드는 듯 그렇게 물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군요.”
“현석 씨는 어때요?”
“저도 동감입니다. 전에 갔던 곳보다도 좋아 보이네요.”
“전에 갔던 곳이요?”
“제가 원래는 소방서에서 일했었는데, 그때 그쪽 연수원에 갔었습니다.”
어쩐지 체격이 좋아 보인다 했더니, 소방관 출신이었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강의실은 반원형 구조로 역시 넓고 깨끗했다.
좌석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나는 그 중에 A반이라 적힌 자리에 앉아 있었다.
버스에서 듣기로는, 그 차에 탄 전원이 A반이라는 듯 했다.
“여기 오니까, 다시 대학교 시절로 돌아온 것 같네요. 그렇게 오래 전 일도 아닌데.”
그래, 나도 오래된 건 아니었다.
환상 속의 10년을 제외하면 말이지.
그렇게 셋이서 잠깐 동안 연수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교육 시간이 되었다.
곧 강의실의 단상에 선 것은, 조금 전 우리를 안내했던 경찰이었다.
“반갑습니다, 교육생 여러분. 저는 앞으로 A반을 맡게 될 이수연 경감이라고 합니다.”
깔끔하게 경찰 정복을 입고 있었지만, 차가운 인상을 가진 여성이었다.
“이곳은 ‘마’를 퇴치하는 퇴마사들을 교육하는 연수원입니다. 혹시 이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분이 계십니까?”
대답은 없었다.
모두들 이 퇴마사라는 게 뭔지, 대충은 듣고 온 모양이었다.
다들 그런 걸 듣고도 용케 여기까지 올 생각을 했구만.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이수연의 말을 경청했다.
“본 연수원은 총 3개월 과정을 거칩니다. 연수원의 교육을 수료 후, 여러분들은 6급 퇴마 경찰, 즉 경위 계급으로 입직할 자격을 얻으실 수-”
그녀는 곧바로 연수원에 대한 소개와 이곳에서 이뤄질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대충 들어보니, 이 연수원은 학교와 비슷했다.
시간에 맞춰 교육에 참석하고, 쉬는 시간도 있고, 일정이 끝나면 자유 시간이고.
단 예외는 있었다.
“연수 기간인 3개월 동안, 연수원 외부의 개인적인 출입은 제한됩니다. 만에 하나 고의적으로 이를 어겼을 경우,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한동안은 이 연수원에서 나가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스마트폰을 비롯한 통신 기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그건 내가 받은 근로 계약서에도 써 있던 내용이었기에 아무도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대신 우리는 연수원에서만 쓰는 전용 태블릿을 지급 받았다.
긴급 연락이나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용도란다.
“기본적인 설명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럼 혹시 질문이 있으십니까?”
잠시 침묵이 지나갔다.
그러다 누군가가 천천히 손을 올렸다.
이름 모를 40대의 중년 남성이었다.
“연수원에서는 범죄자도 함께 교육을 받는다고 들었수다. 혹시 범죄자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요?”
그 말에 몇몇 사람이 불안한 눈길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이수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리고 보니 반 배정에 대한 설명을 드리지 않았군요.”
이수연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을 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분들은 마에 대해 개안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그 개안의 조건이 뭔지는, 다들 이미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타인의 죽음.
즉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여러분이 속한 A반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일반 시민만이 속한 반입니다.”
“이 사람들이 전부?”
남자는 못 믿겠다는 말투였다.
이 10명이 전부 죽음과 연관되었으나,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말이었으니까.
“그럼···마침 잘 됐군요. 안 그래도 바로 다음 순서가 자기소개입니다. 3개월 동안 함께 할 동기분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죠.”
동기라. 따지고 보면 그렇게 되는 건가.
하지만 사실 동기라기에는 나이 차이가 꽤 광범위했다.
나와 김다영, 이현석 같은 20대부터, 정년이 머지 않은 것 같은 할아버지까지 보였으니까.
“그러니 한 사람씩 자기소개 하는 겸, 개안하게 된 사유를 말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뭐요?”
“이런 과정이 있어야 서로 믿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그렇긴 한데···”
“그럼 먼저 이재정 씨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어쩌다 개안을 하게 되셨습니까?”
말을 꺼냈던 남자는 곤란하다는 듯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작게 한숨을 내쉰 그는 말을 이었다.
“난 원래 택시 기사요. 근데 운전하다가 사람을 쳤수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그게···”
남자는 주절주절 자신의 사연을 쏟아냈다.
그는 한밤중에 무단횡단하던 사람을 쳐서, 결국 죽게 했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남자가 교통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고.
죽은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도로로 진입했던 정황이 있어, 무죄로 판결이 난 것이었다.
“좋습니다. 그 다음은-”
그렇게 한 사람씩 자신이 개안하게 된 이유를 늘어놓았다.
그러던 중 김다영의 차례가 왔고,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원래 의사였어요.”
그녀의 사연은 이랬다.
의대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해외로 의료 봉사 활동을 나갔다.
병원도 제대로 없는 오지.
원래 김다영은 그곳에서 간단한 내과 진료만 보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진료를 보던 중 긴급한 외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도착했고.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거라 판단한 김다영은 결국 메스를 들었지만, 수술에 실패.
환자는 사망했고 그 일로 개안에 이른 것이었다.
“그렇군요. 다음은, 이현석씨.”
소방관이었던 이현석은 구조 활동 중 동료를 잃었다 말했다.
“저만 아니었어도 그 친구는 살았을 겁니다. 그 상황에 저를 구하겠다고 하다가 그렇게···”
이현석이 말끝을 흐리자, 여기저기에서 무거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죄 없이 다른 사람의 죽음에 연관된 사람만 모아 놓고 보니, 하나 같이 기구한 사연들만이 가득했던 탓이다.
이수연 역시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경청하다가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이수연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다음은 마지막, 즉 내 차례였다.
곤란했다.
이 분위기에 용사가 어쩌고 떠들었다가는,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았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순간.
“마지막으로 강진우 씨의 사유는 특별히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수연이 내 대신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강진우 씨는 교통 사고의 피해자입니다. 음주운전 차량과의 정면 충돌로 하나 밖에 없는 가족인 누나가 명을 달리했습니다. 강진우 씨는 그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이수연은 그 말을 하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대충 이런 걸로 하고 넘어가자는 건가.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지어낼 거면 완벽하게 지어내지, 진실이랑 섞을 건 또 뭐냐.
“아이고···”
누군가가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나와 이현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관련 없는 타인의 죽음에 엮인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수연에게 왜 본인 대신 설명하는지조차 묻지 않았다.
가족을 잃고 왔다는 나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이었다.
“여기까지입니다. 들으셨다시피, 이곳에 있는 분들 중에 범죄자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안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수연은 말을 이었다.
“범죄자들은 따로 1주일 뒤에 입소할 예정입니다. 또한 그들은 구분을 위해 B반과 C반으로 나뉘게 됩니다.”
“B랑 C? 뭐가 다른 건가요?”
“쉽게 말하자면 B반은 일반적인 범죄자들입니다. 과실치사부터 음주운전까지 죄목도 다양하죠. 그리고 C반은 강도나 연쇄 살인 등, 흉악범들이 속한 그룹입니다.”
“연쇄 살인? 아무리 그래도 그런 사람들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요?”
“마와 싸우는 것은 흉악범보다 더한 괴물을 쫓는 일입니다. 때로는 그 살인자들에게 등을 맡겨야 할 때도 있죠. 부디 익숙해시지는 게 좋을 겁니다.”
이수연의 말은 정중하지만 단호했다.
또 틀린 말도 아니었고, 모르고 있던 사실도 아니었기에 거기에 태클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이 정도면···반 배치에 대한 설명도 다 끝난 것 같군요. 다음 질문이 있으십니까?”
이수연의 말에도 추가적인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 잠시 쉬었다가 다음 교육으로 넘어가겠습니다.”
***
연수원장실 앞.
똑똑.
차분한 노크 소리가 고급스러운 목제 문을 두들겼다.
“이수연입니다.”
“들어오게.”
허락이 떨어지자 이수연은 방안으로 들어가 절도 있게 인사했다.
그러자 방의 주인인 백민성 치안감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첫 교육은 잘 끝났나?”
“예. 통보 받은 인원 모두 이동을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없었고?”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수연은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강진우에 대한 취급은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
“강진우? 아, 그 사람말인가.”
이번 입소 인원 중 특이 케이스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현실이 아닌 망상 속에서 업을 쌓고, 개안했다는 남자였다.
“개안 사유가 불분명한 인물을 일반 시민 사이에 넣을 수는 없습니다. 그가 심각한 범죄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그게 맞긴 하지.”
이수연의 말에 백민성 연수원장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망상으로 업을 쌓다니.
누가 생각하더라도 인정할 수 없는 사유였다.
오죽하면 이쪽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강진우에게 거짓 사유까지 만들어줬을까.
“하지만 신경 쓸 것 없네.”
“어째서입니까?”
“이건 위쪽의 판단이야. 우리가 왈가왈부 할 건 없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놈을 누가 데려온 줄은 아나? 본청의 소피아 경무관이야. 우리가 목소리 내봐야 미운털만 박히겠지. 그러니 이수연 경감이 잘 케어해줘.”
백민성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이수연은 전혀 웃지 않았다.
하여간 사회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여자였다.
그런 이수연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쉰 백민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 농담이 아닐세. 자네도 알지 않나. 내가 지금은 끈 떨어진 연 신세라는 거. 그러니 조용히 사리고 있어야지.”
“······”
이수연은 무표정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는 경찰 내부의 사정 같은 건 잘 모르지만, 백민성이 줄을 대고 있던 고위직의 누군가가 최근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건 알고 있었다.
반년 전 출몰한 괴이에게 큰 부상을 입었다고 했던가.
“그리고 어차피 너무 걱정할 일도 아니지. 어차피 다음 교육이 마의 각성 아닌가?”
“맞습니다.”
“그럼 잘 지켜보면 되겠군. 그가 어떤 힘을 갖게 될 지는 몰라도, 걱정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
20분 후.
다음 교육의 장소는 강의실이 아니었다.
교육 장소는 바로 오늘 짐을 풀었던 기숙사의 지하.
그곳에는 체육관 같은 분위기의 개인 훈련장이 여러 개 있었다.
1호실부터 20호실까지.
그 중 내가 가야 할 곳은 연수원 전용 태블릿으로 이미 메세지가 도착해있었다.
“8호실···저기구만.”
심플한 흰색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조금 전 보았던 이수연 경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어서오십시오. 이번 교육은 1대1로 진행할 겁니다.”
“1대1?”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수업의 특성 상, 어쩔 수 없습니다.”
“뭘 하는 데요?”
“마와 싸울 방법을 알려드릴 겁니다.”
“방법?”
“마는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마의 힘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마를 배제하는 것. 그게 저희가 하는 퇴마입니다.”
“그러니까···그 마라는 걸 사용하게 해준다는 겁니까?”
“예.”
“어떻게요?”
“이 앞에 편하게 앉으십시오. 그 다음에는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이수연은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 것도 없는 바닥에 그냥 앉아 있으라고?
뭔가 수상쩍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이수연은 내 등 뒤에서 어깨 위에 두 손을 올렸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이수연의 손에서 뜨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내 몸속을 파고들었고.
“이건···?”
가슴 한가운데에 모였다.
그러자 딱 한번, 무언가가 부서지는 느낌과 함께 몸 전체에 온기가 퍼져나갔다.
“말도 안 돼···”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게, 나는 이 감각을 알고 있었다.
10년 전, 내가 이세계에서 처음 마나 하트를 만들었을 때.
딱 그 때 느꼈던 느낌과 똑같았다.
비록 몸 속에 퍼진 것이 마나가 아닌 전혀 다른 기운이었고.
또 마나 하트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단지 몸을 한번 훑고 지나간 게 전부였지만 틀림 없었다.
딱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그때는 피를 토할 정도로 괴로웠다는 것 정도였다.
“이거 되게 신기하네요.”
내가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보자, 이수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놀란 얼굴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뭐가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는 순간.
옆방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