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30
30.
30.
“그니까···마인이 여길 쳐들어왔다는 말이야?”
확인을 위해 물었다.
그러자 여지없이 모니카의 고개는 끄덕여졌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일과 시간이 모두 끝난 평일 저녁.
이 기숙사에 있는 것은 오로지 교육생 뿐이다.
조교나 교관은 기숙사가 아닌 직원동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원동은 기숙사 바로 옆에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도와주러 오겠냐?”
“오긴, 올 거야. 하지만···”
모니카의 눈이 까만 창문으로 향했다.
“저 벽. 저건 예리코의 방벽이야. 바깥과 안쪽을 분리시켜.”
“결계 같은 건가?”
“응.”
“그럼 못 들어오잖아.”
“밖에서도 깰 수는, 있어. 그런데 시간이 걸려.”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인은 많이 강할까?”
“강해. 이런 일이 가능한 건···추기경 이상.”
모니카는 단언했다.
그 추기경이 뭔지는 몰라도, 강하다는 건 확실한 모양이었다.
뭐···그야, 그렇겠지.
나도 알고는 있었다.
경찰에서 오랫동안 쫓았다던 마인이 아닌가.
결코 만만한 놈은 아닐 것이다.
“그럼 어떻게-”
그 순간이었다.
모니카와 내가 있는 비상 계단의 아래쪽에서 또 다시 굉음이 터져나왔다.
무언가가 좁은 비상 계단의 주변을 부수며 올라오고 있었다.
“온다···!”
모니카가 창을 들고 계단 아래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거기서 튀어나온 것은-
“뭐여, 저게.”
황금으로 만들어진 이족 보행형 소였다.
키는 3미터에 이를 정도로 크다. 손에는 황금 몽둥이도 들었다.
그 거대한 몸집을 보면, 왜 계단을 부수며 올라와야 했는지 이해가 갔다.
헌데···진짜 뭐지, 저게?
물론 딱 떠오르는 것은 있었다.
바로 미노타우르스.
소의 얼굴을 가진 마물.
하지만 그건 몸이 금속이 아닐 뿐더러, 저렇게 번쩍거리는 황금은 더더욱 아니었다.
생김새도 미묘하게 다르고.
게다가 놈의 몸에는 글자도 새겨져 있었다.
룬 문자인가?
아니, 그랬다면 내가 읽었겠지.
“금 송아지···?”
모니카가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내가 뭔가를 묻기도 전에,
“뭐?”
“우오오오오!”
놈이 모니카를 보고는 소리를 내질렀다.
다른 괴이와는 달리 정상적인 소의 울음 소리였다.
나는 곧바로 능력을 발동했다.
레벨 35.
생긴 것과는 다르게 어마무시한 녀석이었다.
“모니카! 뒤로 빠져!”
레벨만 보면 혈랑보다도 강했다.
그러니 아무리 좁은 계단이라도 모니카 혼자서는 막지 못하리라.
내 말에 모니카는 창을 거두고 물러났고, 우리는 계단을 벗어나 다시 복도로 들어섰다.
“뭐, 뭐에요?”
굉음을 듣고 온 건지, 김다영이 물었다.
하지만 내 대답보다도 먼저 황금 소가 움직였다.
“우오오!”
쾅!
놈은 비상계단에서 이쪽으로 향하는, 자신보다 작은 문을 벽 째로 부수려 하고 있었다.
단 일격에 문의 경첩 하나가 뜯겨져 나가며 덜렁거렸다.
복도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싸워야 해.”
모니카가 말했다.
그녀와, 그녀의 옆에 선 김다영은 이미 전투 태세였다.
이곳에서 저 황금 소와 싸운다라.
“음···”
분명 전투는 피할 수 없었다.
황금 소에 비해 이 기숙사 복도는 너무 좁다.
그에 비해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움직임이 허락되어 있다.
잘만 쓴다면 유리한 전장.
다만 이곳에는 잉여 전력이 너무 많았다.
“이현석 씨.”
그래서 나는 대표적인 잉여 전력인 이현석을 불렀다.
그리고 복도에 널린 A반의 몇 명을 지목해, 그들과 함께 반대쪽 비상 계단을 막고 있으라 했다.
그들은 여기 있어봐야 도움도 안 될 뿐더러.
또 다른 소가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앞뒤로 포위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알겠습니다.”
이현석이 사람들을 이끌고 복도 반대편으로 물러갔다.
이곳에 남은 것은 나, 모니카, 김다영, 그리고 총을 사용하는 여성.
이렇게 넷 뿐이었다.
“다, 다들 어디 가는 거에요?”
총을 사용하는 여성은 자신도 따라가려 했지만, 내가 그녀를 붙잡았다.
“저기, 아줌마.”
“아···아줌마?”
미안하지만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해야 할 것만을 알려주었다.
“아줌마는 저놈이 들어오면 멀리서 왼쪽 다리만 쏴요.”
“뭐···뭐?”
“왼쪽 다리. 왼쪽 다리만 쏘시라고. 가까이 오진 마시고.”
내가 재차 말하자 그녀는 불안한 얼굴로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능력은 마비독, 거기다 레벨은 17.
저 35 레벨의 황금 소에게 그녀의 마비독이 어디까지 통할지는 모르겠으나.
오로지 한 부위에 능력을 쏟아붓는다면 어떻게든 전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우오오오오!”
또 한번의 굉음이 들렸고 마침내 황금 소가 복도로 발을 내딛었다.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문짝과 그 문을 지탱하던 벽이 통째로 뜯겨나간다.
부서진 콘크리트 덩어리 안으로 휘어진 철근이 보였다.
실로 어마어마한 완력.
그리고 놈은 다시 벽과 천장을 온몸으로 긁으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조심해! 공격, 잘 통하지 않아.”
“알겠어요!”
김다영과 모니카가 움직였다.
적을 인식한 김다영의 눈이 광기에 물들었다.
모니카의 창 역시 금빛 예기를 흩뿌렸다.
그리고 두 사람과 한 마리의 짐승이 충돌했다.
쾅!
황금 소가 먼저 노린 것은 김다영이었다.
하지만 놈에게 이 전장은 너무 좁았다.
때문에 몽둥이는 애꿎은 천장과 벽에 부딪히며 속도가 늦춰졌고.
김다영은 그 사이를 여유롭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황금 소의 옆을 지나치며, 그 텅 빈 복부에 자신의 검격을 꽂아넣었다.
허나,
깡!
참격에 어울리지 않는 소음이 들려왔다.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이었다.
모니카의 말대로였다.
“우오오오오!”
정작 칼자국도 제대로 남지 않았건만, 김다영에게 맞은 놈은 발광했다.
몽둥이를 사방으로 휘두르며 이미 반파된 벽과 천장을 다시 한번 깨부순다.
기왕이면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까 했는데.
이러다가는 건물이 무너질 판이었다.
이어서 황금 소는 눈이 뒤집어진 채 뒤쪽으로 돌아간 김다영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틈을, 이번에는 모니카가 노렸다.
콰득!
금속이 금속을 파고 들었다.
황금 소의 척추 부근에 찔러넣은 모니카의 창.
김다영과는 달리 확실한 데미지를 준 듯 보였다.
황금 소 역시 김다영에게 쏠려 있던 몸을 시급히 모니카에게 돌릴 정도.
이상했다.
김다영과 모니카, 그 둘의 공격력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텐데.
그렇다는 건 단순히 방어력 문제가 아니라는 건가.
“뭐···그렇다면···”
나 역시 검을 고쳐 잡고 전장에 합류했다.
그러자 황금 소는 비로소 발광을 멈추고, 우리를 노려보았다.
놈도 위기감을 느낀 것이리라.
그 사이, 모니카가 나에게 말을 던졌다.
“내 공격만, 효과적이야!”
그건 나도 봐서 알았다.
그렇기에 최선의 대책은 나와 김다영이 시선을 끄는 사이, 모니카가 데미지를 쌓는 것.
하지만, 어쩌면 그게 최선은 아닐 수도 있었다.
“왜?”
내 말에 모니카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상황에 그런 걸 묻고 싶냐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답해주었다.
“저건, 신의 힘에 약해.”
역시.
대충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그래서 나는 김다영에게 눈짓했다.
같이 공격하자는 뜻이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바로 움직였다.
“우우!”
나와 김다영이 다가갔지만 놈은 쉽게 반응하지 않았다.
놈에게도 지능이 있는 건지.
우리를 경계하면서도 황금 소는 모니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깡!
심지어는 내가 자신의 다리를 베고 지나가도, 몽둥이를 들지 않은 손만으로 대응했다.
어차피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건지, 날파리라도 내쫓는 느낌이다.
“칫···!”
그걸 보다 못한 모니카가 돌진했다.
그러자 황금 소는 기다렸다는 듯 응전했다.
쾅! 채챙!
모니카와 황금 소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완력은 황금 소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좁은 실내라는 점과 나와 김다영이 놈의 신경을 긁어대는 덕분에 모니카는 대부분의 공격을 피하거나, 쳐낼 수 있었다.
그렇게 공방이 이어지던 도중.
“우-?”
몽둥이를 휘두르던 놈의 몸이 돌연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 이유는 아까부터 총을 쏘고 있던 여자 때문이었다.
저 황금 소에게는 아예 데미지조차 없는 고무탄.
그러나 그 고무탄에 실려 있던 마비 능력은 착실히 쌓여갔고, 그것이 비로소 힘을 발휘한 것이었다.
때문에 균형을 잃은 황금 소가 헛손질을 한 사이.
“-!”
기회를 노리던 모니카의 창이 황금 소의 목을 노렸다.
창끝에서부터 찬란한 금빛이 일렁인다.
심상치 않은 일격.
그것을 인지한 것인지 황금 소 역시 크게 몸을 틀었고.
콰드드득!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황금 소의 거체가 뒤로 크게 밀려났다.
“우오오오오!”
고통에 젖은 황금 소가 울부짖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놈에게 커다란 부상을 안겼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놈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
모니카가 말 없이 얼굴을 찡그렸다.
비장의 공격이었던 걸까.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닿기 직전 몸을 비튼 황금 소의 한쪽 어깨를 크게 부순 것이 전부였다.
더군다나 한쪽 다리의 마비는 금세 풀렸고.
이내 놈은 다시 일어섰다.
“우우우우우!”
분노에 찬 황금소가 모니카에게 달려들었다.
이제 놈에게 나나 김다영은 보이지도 않았다.
황금 소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모니카를 먼저 죽이려 하고 있었다.
“······”
요란하게 울부짖으며 놈은 몽둥이와 다른 한손까지 이용해 모니카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분노한 소의 공격은 다시 한번 건물을 뒤집었다.
모니카는 쇄도하는 놈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오래 버틸 것 같지는 않았다.
기세를 탄 놈은 더욱 공격에 집중했고.
“좋아.”
이는 바로 내가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나는 빛의 검을 발동하며 놈의 등 뒤로 돌진했다.
“강진우 씨?”
찬란하게 빛나는 내 검을 보며 김다영이 중얼거렸다.
저 황금 소는 신의 힘에 약하다.
내가 알고 있는 신의 힘은, 곧 신성.
그리고 빛의 검이 부여하는 것은 빛-신성 속성이었다.
그렇기에 빛의 검의 효과 시간 동안에는 놈에게 내 공격이 먹힐 것이었고.
내 카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호위 무사가 적을 떨쳐내는 일격.
데미지 : 무기 공격력의 440%.
추가 효과 : 상대 방어력의 50%를 무시합니다.
영력 소모 : 15
내가 가진 수호자의 일격에는 방어 무시 효과까지 붙어있었다.
우월한 속성으로, 방어력까지 무시해서 공격을 때려 박는 셈.
따라서 내가 놈에게 가하는 데미지는, 소위 말하는 트루뎀으로 박히리라.
나는 놈에게 뛰어올라 스킬을 발동시켰다.
“수호자의 일격!”
섬광을 두른 검이 황금을 갈랐다.
손에 느껴지는 감각은 매우 옅었다.
돌보다도 단단해 보이던 놈의 몸이 두부처럼 썰려나간 탓이었다.
그렇게 나의 검은 황금 소의 망가진 어깨에서부터 옆구리까지 베어 가르며 놈을 이등분했고.
“우···어···”
황금 소는 그대로 쪼개져 쓰러졌다.
그리고는 황금이 녹아내리듯, 사라져갔다.
“어후, 씨발.”
“······”
그 꼴을 보면서 욕을 내뱉었다.
모니카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연수원의 기숙사 앞.
현재 기숙사는 정체불명의 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겉보기에는 성벽처럼 보이지만, 그 강도는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었다.
마에 속한 일종의 결계라는 뜻.
하지만 조교와 교관들은 물론, 심지어는 연수원장인 백민성조차도 그 결계를 부수지 못하고 있었다.
“지원은 오는 겁니까?”
“물론이네. 내가 부를 수 있는 건 다 불렀어.”
불안한 얼굴로 이수연이 물었고, 백민성이 답했다.
그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연수원장인 그는, 인천경찰청장인 최덕철만큼은 아니지만 경찰 내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 받는 퇴마사였다.
그런 그가 손도 쓰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만만치 않은 놈이 엮여있다는 말이었으니까.
“결계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수연의 말에 백민성은 곧바로 태블릿을 확인했다.
원래 결계의 마, 그에 실린 영력을 분석해 그 약점이나 파훼법을 알아내는 작업은 이렇게 금방 끝나는 작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결계는 영력을 분석해 볼 것도 없이, 과거에 기록이 남아 있었다.
예리코의 방벽.
그것은 3년 전, 거짓 선지자가 사용하던 성물의 효과였다.
“예리코의 방벽이라···”
백민성이 중얼거렸다.
예리코의 방벽은 본래 교회의 성물이다.
그러나 이를 거짓 선지자가 속한 지파 전체가 타락하며, 그대로 갖고 간 것이었다.
또한 이 결계가 품은 효과는, 성경에서의 전승과 비슷하다.
예리코의 방벽은 본래 터무니 없이 견고하고 단단해서 사람의 힘으로는 결코 무너뜨릴 수 없다는 벽이었다.
그러나 신의 사자가 이끄는 군대는 신의 힘을 빌려, 벽의 주위를 일곱 번 도는 것만으로 그것을 무너뜨렸다.
그런 전승에 따라 이 벽은 신의 힘, 즉 교회의 신기나 법당의 불도가 품고 있는 신성에는 취약하나.
반대로 인간의 힘을 의미하는 그 외의 모든 영력에는 절대적인 방어력을 갖는다.
그 수준은 백민성은 물론이고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는 1급 퇴마 경찰, 최덕철조차 쉽게 뚫을 수 없을 정도.
즉 교회에서의 지원이 오지 않으면 쉽게 무너뜨리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래도···안에는 모니카 씨가 있지 않습니까.”
이수연의 말에 백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모니카에게 신성을 끌어낼 성물이 있다 하더라도 결계를 무너뜨릴 거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겨우 교육생.
허나 그 상대는 1급 퇴마 경찰의 추적을 10년이나 피한 마인이다.
그 사이에는 상성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그녀가 우수한 교육생이긴 하지. 하지만 촛불로 빙하를 녹이는 격이야.”
“······”
“이거, 또 난리가 나겠구만.”
백민성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바로 앞에 그렇게나 쫓던 거짓 선지자가 있었다.
헌데 이를 두고 결계 앞에서 기다리기만 하는 신세라니.
벌써부터 호통이 들려오는 듯 했다.
멀리서 거친 차의 엔진 소리 하나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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