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31
31.
31.
“괜찮으세요?”
황금 소가 쓰러진 후, 김다영이 다가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뒤치기 한방에 보내버린 격이었으니, 부상이 있을 리 없었다.
“어떻게···한 거야?”
그러자 이번에는 모니카가 물었다.
하지만 뭔가를 설명하기에는 이곳은 너무나도 불안했다.
“가면서 말하자.”
나는 무너지기 직전으로 보이는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모니카와 김다영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뒤에 있던 총 쏘는 여성까지 데리고 반대쪽 계단으로 이동했다.
“끝난 겁니까?”
“아니요. 아마 더 강한 놈이 있을 겁니다.”
내 말에 이현석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표정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게 사실인데.
“그래서 말인데. 내려가 있어야 합니다.”
“내려가요?”
“1층 로비로 가야죠.”
“하지만···괜찮을까요?”
총을 쏘던 아줌마가 말했다.
그녀는 꽤 놀란 건지, 아직도 손을 떨고 있었다.
1층에도 똑같은 놈이 있으면 어쩌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거긴 넓습니다. 아까 그 소 크기 보셨죠? 또 있으면 다 같이 싸워야죠. 여기 있다가는 각개격파 당할 뿐입니다.”
우리에게 있는 거라고는 숫자 뿐이었으니, 차라리 넓은 장소가 좋았다.
장소라도 넓으면 이 인원이 협공이라도 펼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나는 어설픈 희망을 던져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혹시 압니까. 1층에는 나가는 길이 있을지.”
그러자 비로소 사람들이 수긍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현석에게 눈짓했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이현석이 목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이끌고 내려갔다.
전직 소방관이라서 그런가.
불이 난 건물에서 사람들을 대피로로 이끄는 것처럼, 이런 건 참 잘하는 것 같다.
나와 모니카, 그리고 김다영은 그 뒤를 따랐다.
나는 그 사이 모니카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황금 소는 뭐였냐?”
“그건, 금 송아지야. 그러니까···”
모니카의 설명이 잠깐 이어졌다.
뭔 이스라엘이 어쩌고, 누가 어쩌고 한 것 같은데.
곁다리를 쳐내고 간단히 말하면 그놈은 거짓 신의 상징으로 신성에만 약한 놈이라고 한다.
“너, 어떻게 한 거야? 신성은 교회가 가진 힘인데···”
“글쎄. 군대 훈련소에서 교회를 가본 적이 있어서 그런가.”
대충 대답했다.
참고로 그때 먹은 햄버거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뭐?”
“아니, 나 용사였잖아. 용사면 신성한 게 당연하지. 이 칼 좀 보라고.”
나는 번쩍이는 칼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원래 별운검의 디자인도 훌륭한 편인지라, 거기에 빛까지 나고 있으니 진짜 성검처럼 보였다.
“······”
모니카는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한번 젓고는, 다시 물음을 이어갔다.
“그럼···씨발이 무슨 뜻이야?”
“뭐···뭐?”
“너, 항상 그랬어. 그런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갖고 있는 사전, 그거 없어.”
참 소소한 질문이었다.
이 상황에 그런 걸 묻는 건가.
하지만 대답 못 해줄 건 없었다.
그 단어에 담긴 뜻은 무궁무진하게 많았지만.
외국어 중에는 비슷하게 쓰이는 게 있었으니까.
“씨발은 말이지. 퍽이야.”
“퍽?”
모니카는 못 알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좀 더 발음에 신경을 썼다.
“Fuck. 씨발 is Fuck. 오케이?”
“아, OK.”
이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모니카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게 그렇게 궁금했나.
그 때 별안간 퀘스트 창이 번쩍였다.
나는 그대로 창을 열었고.
“어···?”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했다.
원래 있던 퀘스트가 사라지고,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난이도도, 내용도 심상치가 않았다.
– 난이도 : S
– 오늘 밤 동안 생존하세요.
* 축하합니다! 숨겨진 조건을 완료하여, 기존의 퀘스트가 변경되었습니다!
조건 1 : 퀘스트 목표 2가지를 3일 안에 달성하기.
조건 2 : 금 송아지 퇴치.
히든 퀘스트는 또 뭐야.
조건을 완료해서 퀘스트가 변경되었단다.
거기다 난이도는 S급.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이기라는 것도, 상대를 쓰러뜨리라는 것도 아닌 살아남으라는 것이 전부였다.
불길함이 엄습했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놈이길래.
그런데 축하를 한다고?
누구 놀리나, 이게.
이윽고 우리는 겨우 1층에 도착했다.
기숙사의 1층은 로비와 카페, 그리고 은행과 편의점 등의 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추, 출구는?”
사람들은 1층에 발을 딛자마자 출구를 찾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출구는 없었다.
그 대신 우리가 발견한 것은,
“이제 왔나?”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가만히 커피를 마시고 있던 어떤 남자였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천천히 이쪽을 돌아보았다.
“당신은 누구-”
“기다려.”
그에게 다가가려던 이현석을 모니카가 멈춰세웠다.
“저게, 범인이야.”
모니카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도 바뀌었다.
모니카는 말없이 창을 앞세우고, 정장의 남자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남자는 모니카를 보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 네가 레위가 키운다던 새로운 뱀인가.”
중저음의 목소리가 모니카를 향했다.
그 말에 모니카는 짙은 경계심을 흩뿌렸지만,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돌렸다.
“허나 안타깝게도 오늘은 널 보러 온 게 아니다.”
그러더니 그 시선은 곧 나를 직시했다.
그는 날 보고는 낮게 웃었다.
“너였군. 내 상징을 부순 것이.”
“······”
“꽤나 놀라웠다. 변변찮은 퇴마사들이야 그렇다쳐도, 교육생이 내 상징을 찾아내다니. 게다가 금 송아지를 쓰러뜨린 걸 보면, 꽤 실력도 있는 모양이야.”
나는 말 없이 그의 머리 위를 보았다.
그리고 튀어나오려는 욕을, 간신히 참았다.
왜 살아남는 게 목표였는지 알 것 같았다.
남자의 레벨은 83.
교관들조차 30, 혹은 40레벨 전후에 머무는 이 연수원에서는 본 적도 없는 레벨이었다.
게다가 남자의 레벨 표시는 붉은 색이었다.
이는 내가 얻은 특성, [인간 사냥꾼]의 효과로 나에게 적대적인 인간을 감지하는 것이었다.
즉 저 남자는 명백한 적이라는 뜻.
그래서···나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닌데요.”
“···뭐라?”
“거, 상징이 뭔지는 몰라도 제가 한 거 아닙니다.”
남자의 미간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네가 강진우 아닌가?”
“저는 이태훈인데요.”
이태훈이 누구냐고?
나도 모른다.
그냥 되는 대로 내뱉었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내 뻔뻔한 태도에 남자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군. 분명···”
그리고는 나를 앞에 두고서도 자신의 폰을 들어, 뭔가를 확인했다.
내 얼굴과 번갈아 보는 걸 보니 사진이라도 갖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건 곤란한데.
“···같잖은 짓거리를.”
그러자 역시나.
내 거짓말을 알아챈 남자가 표정을 구겼다.
나는 혀를 찼다.
“쯧, 이게 안 통하네.”
의외로 이세계에서는 가끔 통하는 방법이었다.
하기야 판타지 세계에서야 어설픈 초상화조차 없이 나를 찾아다녔지만.
여기서는 마음만 먹으면 사진은 물론 주민등록번호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
즉 상대의 정보력···아니, 현대 과학 기술을 너무 무시한 결과였다.
“거짓 증거는 죄의 낙인일지니. 네놈에게는 벌이 필요하겠군.”
“벌? 애초에 죽이려고 쳐들어온 새끼가 무슨 개소리야. 네가 거짓 선지자냐?”
그렇게 물었지만, 나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놈은 자신의 입으로 내가 상징을 부쉈다고 했다.
거기다 사용하는 기술들 역시, 전부 성경에 있는 전승을 이용한 것들 뿐.
그러니 저 남자가 분명 경찰이 쫓고 있다던 그 마인이리라.
“그렇다. 죄인들은 나를 그리 부르더군. 마인이자 거짓 선지자라고.”
남자, 거짓 선지자는 태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를 직시한 채 말을 이었다.
“허나 그건 죄인들이 멋대로 붙인 위명일 뿐. 그러니 내 소개를 하지. 나는 이사카르 지파의 10 장로 중 하나인 루가라고 하네.”
지파는 뭐고, 장로는 뭐야.
분명 자기 소개를 들었는데, 알아들은 거라고는 저 남자의 이름, 정확히는 세례명이 루가라는 것 뿐이었다.
“위험해.”
그때 내 옆에 선 모니카가 속삭였다.
“장로, 무척 강해.”
교회에서 장로라는 직책이 꽤 높은 건지, 모니카는 그렇게 말했다.
루가라는 남자가 위험하다는 건, 이미 레벨을 보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불행히도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저놈은 처음부터 이 기숙사를 완전히 봉쇄하고 그 안으로 들어왔다.
그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처음부터 여기서 끝장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뜻이었다.
“내 상징을 부순 놈이 어떤 놈인지 궁금했다만···손님들이 많군.”
루가는 다시 커피 잔에 손을 대며 말했다.
동시에 그의 주변에서 검은 무언가가 파도처럼 꿈틀거렸다.
그건···검은 가시 나무였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로 뭉쳐지며, 순식간에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갔다.
“인형···?”
그것은 검은 나무로 만들어진 사람만한 인형이었다.
크기나 모양은 검을 든 사람의 그림자와 같다.
다만 그 손에 들린 것은, 자세히 보니 검이 아니라 십자가였다.
십자가를 거꾸로 쥔, 역십자.
또한 그 머리 위에는 무시하지 못할 레벨이 나타났다.
37 레벨.
저 80 레벨 짜리 놈보다야 훨씬 낫지만, 여전히 상대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너희들에게 시험을 주마. 그 끝에서는 구원에 이르길 바라지.”
인형을 불러낸 루가는 테이블에 앉아 태연히 커피를 마셨다.
자신이 나설 일도 아니라는 건가.
오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
그러나 근거 없는 오만은 아니었다.
37 레벨의 적이라면 이곳에 있는 모든 교육생이 나서도 쉽게 꺾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런 적을 넘어서 83 레벨에 해당하는 저놈을 어떻게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
“하지만···”
나는 퀘스트의 내용을 떠올렸다.
난이도는 분명 높았지만···퀘스트라는 시스템의 특성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과업을 퀘스트로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분명 어딘가 활로가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활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 밖에 없었다.
나는 내 옆에 있는 모니카를 곁눈질했다.
모니카가 협조해 준다면.
그리고 루가의 오만이 계속된다면.
어쩌면 딱 한 번, 기회는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온다!”
누군가 외쳤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검은 인형은 나를 향해 똑바로 돌진해왔다.
거리가 어느 정도 있었지만, 반응하기도 힘든 속도.
깡!
인형의 역십자와 나의 별운검이 부딪혔다.
빨랐다.
터무니 없이 강렬한 충격이 손에 전해진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 했지만 정신을 차려야했다.
벌써 다음 공격이 날아오고 있었다.
“미친!”
나의 시야는 그 속도를 충분히 따라갔지만, 육체 쪽은 다소 버거웠다.
챙!
2격을 아슬아슬하게 쳐낸다.
하지만 이대로는 세 번째 공격에 당한다.
그래서 나는 방어를 포기하고 뒤로 빠졌다.
놈의 참격이 코앞의 허공을 갈랐다.
이대로 인형이 나를 따라온다면 승산이 없었지만.
다행히도 이곳에는 나 혼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와 인형 사이로, 황금빛 창이 파고 들었다.
“큭!”
옆에서 튀어나온 모니카의 창을 인형이 쳐냈다.
그 충격만으로 모니카는 신음을 흘릴 정도였으나.
“으아아아!”
김다영이 괴성을 지르며 인형에게 검격을 날렸고.
화염을 두른 이현석의 너클이 그녀를 보조했다.
그리고 곧바로 태세를 정비한 모니카 역시 인형에게 달라붙었다.
앞과 뒤, 옆을 둘러싸인 인형은 이제 사방으로 공격을 내뻗었다.
채채챙!
강철과 강철 사이에서 사납게 불똥이 튀겼다.
3 대 1, 거기에 초 단위로 이어지는 공방에도 인형은 전혀 물러섬이 없었다.
“······”
한편 다른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무기를 들었지만, 나는 그들을 손짓만으로 물렸다.
그야 저들에게는 저런 공격을 받아낼 여력조차 없으니, 차라리 빠져 있는 게 나았다.
그 후 나는 별운검을 고쳐잡고 인형을 향한 공격에 가세했다.
4 대 1.
그제야 비로소 37 레벨의 인형은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흠.”
루가 쪽에서 짧은 침음이 들려왔다.
그러자 인형의 머리 위에 있던 레벨 수치가 달라졌다.
52 레벨.
급격히 오른 레벨 수치에 나는 경악했고.
동시에 인형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한순간의 번쩍임과 같은 참격이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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