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32
32.
32.
“어억!”
급격히 강력해진 인형의 공격에 가장 먼저 이현석이 튕겨져 나갔다.
운 좋게 놈의 공격을 방어했음에도, 가드 째로 몸이 붕 떠서 날아간 것이었다.
그대로 벽에 부딪힌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어느 정도 부상은 있겠지만, 다행히도 죽지는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공백은 이내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꺄악!”
“윽!”
그 후로는 순식간이었다.
정면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김다영은 마치 야구공처럼 멀리 날아갔고.
힘겹게 방어를 이어가던 모니카조차 일격을 허용하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하지만 날이 없는 역십자는 이현석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죽이지는 않았다.
단지 기절시킬 뿐.
처음부터 놈은 우리를 죽이지 않고 농락할 생각이었다는 말이었다.
···짜증나는구만.
그런 불만과 함께 검을 다잡았지만.
놈은 내 예상보다도 나를 더 우습게 보고 있었다.
“뭐···?”
인형은 그대로 나를 지나쳤다.
그리고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쇄도했다.
순식간에 인형은 나머지 사람들을 기절시켰고.
인형이 움직임을 멈춘 것은 그들 모두를 쓰러뜨리고 나서였다.
“···뭐하자는 거야?”
“관객이 너무 많더군. 그래서 조금 줄였을 뿐이다.”
“그냥 죽일 줄 알았는데?”
“물론, 그럴 거다. 허나 그런 식으로는 아니지. 죄인들은 저마다의 십자가를 져야하는 법.”
그의 말이 끝나자 땅속에서 검은 가시 나무가 솟아올라, 쓰러진 사람들을 감쌌다.
그리고 역십자를 만들어, 거기에 사람들을 속박했다.
“또한 너희의 죽음은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인상도 있어야 하지.”
의미와 인상이라.
나도 처음부터 루가에게 뭔가 다른 의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저놈의 입장에서도 연수원에 대놓고 쳐들어 오는 것은 부담이 되는 일일 테니.
“우리를 이용해 경찰을 자극하겠다고?”
“그래, 나는 너희를 태워 봉화를 올릴 거다. 그렇게 한다면 마침내 나의 형제자매들도 그 빛을 떠올리겠지.”
그의 눈은 차분했지만, 하는 말은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흔히 보이는 광신도의 느낌.
그런 그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 꽂혔다.
“허나 네놈은 예외다.”
루가는 흉흉한 살기를 흘리기 시작했다.
“네놈의 하찮은 짓거리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내게 거짓말까지 지껄였지. 네놈은 십자가를 질 자격조차 없다.”
“그래서?”
“내 손으로 직접 심판해주마.”
가만히 있던 인형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던 검은 나무는 그대로 루가의 손에 몰렸다.
이윽고 그의 손에는 검은 대검이 들려있었다.
조금 전의 역십자와는 달리, 섬뜩한 검날이 명확히 살아있는 대검.
“싸울 준비를 해라. 조금 전에 보니, 약간의 소양은 있더군.”
“약간의 소양?”
나도 모르게 냉소를 흘렸다.
전투의 기술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힘과 속도 빨로 밀어붙이는 주제에, 말은 잘 한다.
“그걸 알아볼 실력은 되냐?”
“···건방진 놈.”
그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들고 있던 별운검을 검집으로 밀어넣었다.
***
“흠···”
검을 거두는 강진우를 보며, 루가는 침음을 흘렸다.
설마 이대로 포기할 셈일까.
그렇다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저런 버러지를 상대로 이곳까지 온 것이 통탄스러울 정도로.
“포기하는 건가?”
“지랄 마. 포기는 무슨.”
하지만 강진우는 검을 거뒀을 뿐.
그의 전의는 꺾이지 않았다.
그는 검 대신, 땅에 떨어진 창을 잡았다.
조금 전 쓰러져 지금은 역십자에 속박되어 있는, 모니카의 것이었다.
강진우의 속마음을 눈치챈 루가는 낮게 웃었다.
“우습구나. 성물이 널 구원할 거라 생각하나?”
모니카의 저 창의 정체는 루가도 알고 있었다.
모세의 지팡이.
성경에 등장한 인물의 전승을 그대로 잇고 있는, 보물이라는 말조차 아까운 신화 그 자체.
그렇기에 모세의 지팡이가 품고 있는 힘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그 힘에는 강력한 제약이 존재했다.
모세의 지팡이의 힘을 끌어내는 것은 계약자, 단 한 사람 뿐.
또한 그 계약자조차 성물의 인정을 받지 않는다면 그 힘을 온전히 끌어낼 수도 없었다.
모니카 이전, 모세의 지팡이에게 선택받았다던 3세기 전의 인물조차 말년까지 10개의 재앙 중 8가지 밖에 재현하지 못했을 정도.
그런데 그걸 아무 상관도 없는 일반인이 들어서, 어쩌겠다는 건가.
“아니지. 그 발상만은 인정해주마.”
루가는 코웃음을 치면서도 강진우의 선택을 이해했다.
지금 강진우가 처한 상황은 실로 절망적이다.
그렇기에 쓰러진 동료의 창을 쓴다는 어이없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이 궁지를 타개하려 하는 것이겠지.
현실성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지만.
오죽하면 저놈이 자신의 검을 놓으면서까지 저런 선택을 했겠는가.
게다가 강진우는 나름대로 전의를 불태우며 루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기껍던지.
“오너라.”
루가는 대검조차 내려놓고 강진우를 맞이했다.
“내 너를 긍휼히 여기리라.”
그의 말과 함께 강진우가 돌격했다.
채 퇴마사가 되지 못한 인간치고는 제법 재빠른 움직임.
허나 지금 텅 빈 것 같은 루가의 몸은 사실, 예리코의 방벽에 감싸여 있었다.
그에 비해 강진우는 모세의 지팡이의 힘은 고사하고 신성조차 뽑아내지 못하는 상태.
그렇기에 강진우가 저 창을 들고 무슨 짓을 하던 그에게 닿을 일은 없었다.
따라서 그가 할 일은 간단했다.
아무 소용도 없는 창을 허무한 희망과 함께 찔러넣고.
그것이 허공에 가로막혀 절망하는 강진우의 목을 치는 것뿐.
창이 그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왔다.
하지만 루가는 강진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표정이 절망으로 물드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었기에.
“음?”
헌데, 이상했다.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늘어지는 그의 의식 속에서 강진우의 얼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 얼굴에 떠오른 것은 절망도, 희망도 아니었다.
그건 미소.
그것도, 비열한 사기꾼 같은 미소였다.
도대체 왜?
그가 뭔가 수상함을 느낀 그 순간.
“병신 새끼.”
돌연 쌍욕이 날아왔다.
동시에, 강진우가 들고 있던 창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아이고, 형님! 제발 진정 좀 하십시오!”
“진정? 내가 진정하게 생겼냐, 이 새끼야!”
또 다시 날뛰려는 최덕철의 팔을 백민성이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하지만 최덕철은 다시 한 번, 식신을 움직였다.
그의 옆에 서 있던 거대한 해태가 이에 반응했다.
콰앙!
녹색의 옥으로 만들어진 해태.
그것은 온 힘을 다해 눈앞의 벽에 몸을 부딪혔다.
사나운 굉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이 터져나왔다.
땅이 흔들릴 정도의 위력.
허나 눈앞의 벽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곧 교회에서 지원이 올 겁니다, 형님. 그때까지만 참으십시오!”
“지원? 아까부터 온다던 그 지원은 언제 오는 거냐? 응?”
“제가 연락하고 바로 출발했으니, 이제 5분이면-”
“5분? 이 새끼야, 그 시간이면 저 안에 있는 놈들 다 죽고도 남겠다!”
끝내 최덕철이 소리를 내질렀다.
지금 연수원의 기숙사 근처에는 괴이한 짐승들이 가득했다.
이는 전부 식신 술사인 최덕철의 식신들이었다.
하지만 이 수십 마리에 이르는 짐승들조차 예리코의 방벽을 뚫을 수가 없었다.
“또 이 빌어처먹을 벽 때문에···!”
3년 전, 거짓 선지자를 놓쳤던 것도 이 예리코의 벽 때문이었다.
최덕철의 식신들을 번번히 가로막았던 방벽.
그때의 경험이 워낙에 쓰라렸던지라, 식신 술사인 최덕철조차 신성에도 손을 댈까 고민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부리는 식신의 유래는 해태나 인면조 등, 주로 토속 신앙에 가까웠다.
때문에 신성을 위주로 하는 종교와는 그 방향성이 너무나도 달라, 적용할 수가 없어 포기했다.
헌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그렇게 최덕철이 후회하고 있을 때였다.
“···응?”
갑자기 결계가 흔들렸다.
아니, 흔들리는 것도 모자라 그 견고하던 성벽에 금이 갔고 이내 무너지기 시작했다.
최덕철의 눈이 크게 뜨였다.
어떻게 된 건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이건 기회였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몸에 식신, 뇌수를 깃들게 했다.
그리고는 말 그대로 번개처럼, 무너지는 결계 안쪽으로 들어갔다.
***
“···네놈!”
거짓 선지자, 루가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그와 함께 바닥에는 투두둑, 피가 떨어졌다.
놈의 왼쪽 팔에 새로 생긴, 커다란 구멍에서 나는 것이었다.
“재빠르네.”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원래는 루가의 심장을 노린 일격이었다.
하지만 놈의 반응 속도는 내 예상 이상이었다.
창날이 거의 몸에 닿기 직전, 필사적으로 회피하여 즉사를 면하다니.
“용서치 않겠다!”
곧바로 놈의 응징이 시작되었다.
아직 멀쩡한 오른팔에 들린 대검이 움직였다.
83 레벨의 마인이 만들어내는 검격.
나는 가까스로 그 앞에 창을 갖다대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지금의 나는 그 일격조차 받아낼 수 없었다.
“크억···!”
그 힘에 떠밀린 나는 그대로 튕겨나가 벽에 부딪혔다.
놈의 참격을 받아낸 팔과 벽에 부딪힌 옆구리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팔은 몰라도, 갈비뼈는 한두 개가 나간 거 같은데.
역시 레벨 격차가 너무 컸다.
능력이고 스킬이고를 떠나서, 순수한 스탯 차이가 너무 벌어져 있었다.
이 한번의 공격조차 버텨낸 것이 기적.
특성 [인간 사냥꾼]의, 인간에게 받는 모든 피해 20% 감소 효과가 없었다면 그대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니, 만약 이대로 놈이 공격해온다면 난 반항 한번 못해보고 죽겠지만.
“하···!”
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왼팔이 뚫린 마인 따위가 아니었다.
바로 그 마인을 뚫은 창.
모세의 지팡이라는 레전더리 아이템의 스펙을 나는 이제야 읽고 있었다.
그만큼 그 효과는 길고, 많았으며, 또 엄청났다.
선택 받은 계약자만이 오랜 세월 성물에게 인정 받아야 개방되는 10 가지의 힘.
하지만 나는 그 모든 힘을, 모든 제약을 무시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용사의 특성, [선택 받은 자]가 있었으니까.
“당장 죽여주마.”
루가는 이를 갈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기나긴 아이템 설명 창이 말하고 있었다.
놈의 운명은 이 창에 팔이 꿰뚫린 그 순간,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그래서 가장 먼저 나는 그의 눈을 가리기 위한 재앙의 구절을 입에 담았다.
“네 위에 흑암이 있으리라.”
그것은 모세의 지팡이가 가진 9번째 능력.
흑암의 재앙.
3일 간 세상의 빛을 빼앗았다고 하는 그 재앙의 전승이 가진 힘은, 창에 꿰뚫린 자의 모든 인식 능력을 앗아가는 것이었다.
시각은 물론, 청각, 촉각, 심지어는 공간 지각력까지.
한 인간의 의식 전부를 흑암에 처박는 극한의 디버프였다.
“이게, 무슨···!”
그 때문에 채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 루가는 균형 감각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내 그는 손을 짚고 상체를 일으켰지만, 그 뿐.
심한 빈혈이라도 앓듯, 그는 엎드린 채 일어날 생각도 못했다.
“어, 어디냐! 지금 무슨 일이···!”
그는 고개를 돌리며 좌우를 확인했다.
허나 그 눈동자가 볼 수 있는 것은 암흑 뿐.
서서히 놈의 눈동자에 공포가 차올랐다.
비로소 위기감을 느낀 걸까.
쿠구구-
갑자기 그가 쓰러진 바닥에서 검은 가시 나무가 일어났다.
루가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위를 덮는 나무들.
그러나 그조차 소용이 없었다.
“벌레가 지면을 덮나니, 사람은 땅을 볼 수 없으리라.”
모세의 지팡이가 가진 8번째 능력이었다.
땅과 하늘을 덮고도 남았다는 무지막지한 숫자의 메뚜기 떼.
그것이 지금 루가의 안에서 그의 에너지를 갉아먹었다.
“크, 크아아아악!”
작고 작은 수만 개의 턱이 온 몸을 긁어대는 고통에 그가 끔찍한 비명을 토해냈다.
메뚜기가 갉아 먹는 것은, 단순히 그의 생명력만이 아니다.
인간의 식량은 물론 땅 위의 모든 나무와 식물을 절멸시켰다는 이 재앙의 전승은 그가 가진 마와 업, 그리고 영력까지도 먹어치운다.
그렇기에, 그의 마가 만든 검은 가시 나무는 그 주인을 채 감싸지도 못하고 전부 소멸했다.
그러자 쓰러져 고통에 부들부들 떠는 루가의 한심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동시에, 그가 만든 결계 자체가 흔들리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네가···!”
그는 경악에 잠긴 채 소리쳤다.
허나 이조차 끝이 아니었다.
모세의 지팡이가 가진 마지막 10번째 능력.
모든 생명체의 장자를 죽였던 그 재앙의 전승은, 창에 꿰뚫린 자에게 직접 죽음을 선고할 수 있다.
용사 때도 본 적 없었던, 말도 안 되는 사기 능력이었다.
한번 찔리면 그대로 즉사라니.
하지만 내가 그 재앙의 구절을 입에 담는 일은 없었다.
무너지는 결계의 틈새.
누군가 번쩍이는 빛과 함께 그 틈새를 뚫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저건···!”
최덕철이었다.
그는 온몸에 전격을 두르고, 눈 깜짝할 사이에 루가에게 접근했다.
그 주먹에서 터져나오는 스파크의 양이 심상치 않았다.
그의 머리 위에 뜬 숫자는···무려 91.
저게 1급 퇴마 경찰의 힘인가.
마치 번개의 정령왕을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
“찾았다, 이 새끼야!”
그리고 그는 그 전격을 그대로 루가를 향해 떨어뜨렸다.
콰과과광!
천지가 요동치는 새하얀 충격이 로비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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