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33
33.
33.
거대한 전격이 사라지고, 최덕철은 빠르게 주변을 확인했다.
1층 로비에는 그렇게나 걱정하던 교육생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전부 시체처럼 쓰러져 있는 모습에 그는 잠시 움찔했지만.
차분히 살펴보니 천만다행히도, 그들 모두는 살아있었다.
또한 그 중에는 강진우의 모습도 보였다.
그 역시 살아 있었지만, 척 보니 거짓 선지자에 의해 벽에 내동댕이 쳐진 모양이었다.
이에 진한 분노를 담아 최덕철은 거짓 선지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음?”
그의 전격에 맞았던 놈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마치 죽은 것 같았다.
어디선가 살이 타는 냄새까지 났다.
잠시 최덕철은 당황했다.
당연히 죽으라고 날린 공격이긴 했지만, 거짓 선지자는 그렇게 쉽게 죽을 놈이 아니었다.
예리코의 방벽도 그렇고.
놈은 자신의 안위를 위한 방어 수단이 많았다.
괜히 최덕철을 10년이나 괴롭힌 범죄자겠는가.
그래서 잠깐 머리를 굴려본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쓰러져 있는 저 시체를 가짜, 즉 더미라 생각한 것이었다.
“이건 뭔 장난이냐, 이 새끼야!”
바닥에 쓰러진 거짓 선지자의 몸을 최덕철은 힘껏 걷어찼다.
하지만 왜일까.
거기서는 더없이 시체와 같은 촉감과 무게가 느껴졌고.
그것은 아무런 반항 없이 벌러덩 뒤로 넘어갔다.
튀어나오는 함정 따위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검게 탄 놈의 얼굴.
그건 분명 거짓 선지자의 얼굴이었다.
가짜라기에는 너무나도 정교한, 그 공포에 찬 표정이 최덕철의 눈에 들어왔다.
설마, 진짠가?
본의 아니게 시체 능욕을 해버린 최덕철은 당황했다.
그리고 그때.
“도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형님?”
때마침 백민성과 이수연을 포함한 경찰의 인원들이 로비로 속속 도착했다.
이수연은 능숙하게 조교들을 지휘하며 쓰러진 교육생들을 챙겼다.
그 사이, 백민성이 멍하니 서 있는 최덕철에게 다가왔다.
“이게 거짓 선지자입니까?”
“어? 어···그런 것 같다.”
최덕철의 말에 백민성을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짓 선지자면 거짓 선지자인 거지, 같은 건 또 뭔가.
평소의 최덕철이라면 말을 똑바로 하라고 호통 칠 만한 애매한 말투였다.
“죽었군요.”
백민성은 몸을 낮춰 거짓 선지자의 시체를 들여다보았다.
몸 전체가 새까맣게 타서, 맥박조차 확인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시체.
그러나 백민성은 만약을 위해 그 맥박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최덕철만 들을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범죄자라도 그렇지, 죽은 놈을 걷어 차시면 어떻게 합니까. 부하들도 보고 있는데.”
“뭐···뭐?”
“제가 다 봤습니다. 다른 놈들도 봤고요.”
터무니 없는 오해에 최덕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 나는···저 새끼가 사기치는 줄 알고···”
“죽은 놈이 사기는 무슨 사기를 친다고 그러십니까?”
쯧쯧-하고 백민성이 혀를 차며 뒤로 돌았다.
하지만 최덕철은 뭐라 변명도 하지 못했다.
그 상황이라면 누가 봐도 자신이 오랫동안 쫓은 범죄자를 홧김에 차는 것처럼 보일 테니.
“이런 쓰벌···”
그가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거짓 선지자에게로 향했다.
저놈은 죽어서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최덕철이 시체를 노려보고 있는 와중.
“······”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로비 내부로 들어왔다.
수녀복과 사제복을 입은 남녀 10여 명.
바로 교회에서 온 퇴마사들이었다.
최덕철은 그 맨 앞에 선 한 수녀를 보며 눈썹을 들어올렸다.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또 뵙는군요, 청장님.”
세례명, 에스더.
나이는 30대 중반 쯤 된, 딱딱한 인상의 여자였다.
그녀는 극동 아시아를 주관하는 베냐민 지파의 지파장이자, 한국 전체의 교회 세력을 총괄하는 거물이었다.
하지만 최덕철은 그녀의 등장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신도 – 집사 – 주교 – 추기경 – 10 장로 – 지파장 – 요한으로 이어지는 교회 내의 계급.
그 중 거짓 선지자는 이단 판정을 받은 이사카르 지파의 10 장로에 해당했다.
그러니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파장 급이 나서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거 참, 빨리도 오셨수.”
“그 부분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에스더는 변명할 것도 없다는 듯 간결하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쓰러진 시체, 거짓 선지자를 잠깐 바라보았다.
그리고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이 말을 이었다.
“이 자는 청장님께서 직접 심판하신 겁니까?”
“뭐···그렇게 됐수다.”
일순 에스더의 눈동자에 의아함이 지나갔다.
어떻게 자신들의 도움 없이 예리코의 방벽을 뚫었는가.
그에 대한 의문이었지만, 이내 에스더는 그 의문을 지웠다.
지금 교회가 경찰에게 뭔가를 따질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청장님께 이단의 심판까지 하게 하다니. 교회가 면목이 없게 되었군요.”
교회는 기본적으로 경찰과 협력하여 퇴마를 행하는 정식 기관 중 하나다.
그러나 교회를 배반한 5개 지파의 마인.
즉 ‘이단’에 한해서 그들은 경찰 이상의 수사행정 권리를 갖는다.
이는 교회와 경찰이 맺은 협약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을 정도.
그렇기에 교회에게는 그런 이단을 심판할 의무이자 권리가 있었고.
동시에 그들이 벌인 범죄에 대한 책임이 있었다.
“근데 이거, 놈이 맞긴 한 거요?”
아직도 의구심을 버리지 못한 최덕철이 물었다.
“틀림 없습니다.”
에스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확답한 이상, 의심할 건덕지도 없었다.
최덕철은 찜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에스더에게 사제 하나가 다가와 조용히 무언가를 보고했다.
그러자 딱딱하게 굳어 있던 에스더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저희 모니카도 무사한 모양이군요.”
“아, 그 교육생. 그런데···그쪽과는 파벌이 다르지 않았나?”
“파벌이 아니라 지파입니다. 또한 지파는 그저 지역을 나누고 있을 뿐. 설령 다른 지파라도, 저희에게는 다 같은 형제 자매죠.”
최덕철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하는 걸 보면 지파 사이에도 적잖은 갈등이 있는 듯 보였지만.
교회 내부의 사정 따위, 그가 알 바는 아니었다.
“그럼 시체는 저희가 회수하겠습니다.”
이단에 속한 마인의 시체에는 미처 회수하지 못한 신기나, 교회의 기밀에 해당하는 성법이 깃들어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단의 시체의 소유권은 교회에게 있다는 것은 한참 전에 경찰과도 협의가 된 사항.
“그러쇼.”
최덕철의 허락에 2명의 사람이 거짓 선지자의 시체를 뒤졌다.
그런데 한참 시체를 뒤적거리던 그들은 에스더에게 뭔가를 보고했다.
“예리코의 방벽이 없다고요?”
예리코의 방벽은 원래 낡고 작은 벽돌 모양의 성물이다.
오래 전 무너진, 실존했던 예리코의 방벽의 잔해로 그것만으로도 귀한 유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강력한 효과에 비해 사용자를 가리지 않아, 성물로써는 엄청난 보물 그 자체.
그런데 그런 게 없어지다니.
자연스럽게 에스더의 시선이 최덕철에게 이동했다.
“아니, 날 뭘로 보고!”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역정부터 내는 최덕철에게 에스더는 차분하게 답했다.
“단지 짐작 가시는 것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군요.”
“짐작은 무슨 놈의 짐작···”
하지만 그 순간.
최덕철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쳤다.
신기라고 해도 영력으로 인해 효과가 발휘되지 않는다면, 결국 평범한 물건에 불과하다.
헌데 루가를 끝장냈던, 1급 퇴마 경찰의 전력을 몽땅 쏟아부었던 그 번개라면.
사람의 품 안에 있는 낡아빠진 벽돌 하나쯤, 재로 만들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 생각이 든 것이었다.
“청장님?”
에스더의 말에 그는 말없이 식은땀만 흘렸다.
그리고 거짓 선지자의 시체를 다시 한번 노려보았다.
정말이지.
저놈은 뒤질 때조차 도움이 안 되는 놈이었다.
***
“그럼···편히 쉬십시오.”
다음날.
나는 연수원 내부에 있는 치료실 침대에 누워 떠나가는 이수연은 배웅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이수연이 나가자 1인실인 치료실 내부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후우···”
한숨을 내쉬자 옆구리에서 둔중한 통증이 느껴졌다.
어제 있었던 거짓 선지자의 습격은 운 좋게도 인명 피해조차 없이 끝났다.
죽은 것은 범인인 거짓 선지자 하나 뿐.
물론 부상자는 몇몇 있었지만, 심해봐야 골절상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다.
나 역시 갈비뼈에 금이 간 정도였고.
그래서일까.
지금 이수연은 현장의 증언을 수집하고 있다는 이유로 온종일 치료실을 돌고 있었다.
나를 찾아온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운이 좋았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거짓 선지자가 죽었던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거짓 선지자, 루가는 최덕철에게 죽었다.
내가 그에게 죽음을 선고하기 직전에, 최덕철이 나타나 막타를 쳤기 때문이었다.
단번에 루가를 죽여버린 최덕철은 당황한 듯 보였지만.
그건 나에게 오히려 행운이었다.
만약 그가 오기 전에 내가 놈을 죽여버렸다면···나도 곤란해 졌을 테니.
그래서 나는 최덕철이 오자마자 그대로 눈을 감았다.
거짓 선지자에게 한 대 맞고 뻗은 척, 바닥에 엎어진 채로 말이다.
그리고 다행히 그 연기는 아무런 의심 없이 넘어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교육생의 수준에서 거짓 선지자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었다.
그 문제는 다름 아닌 놈에게서 살아남으라고 했던, 퀘스트의 보상이었다.
“하필이면 이걸 주냐···”
난이도 S의 히든 퀘스트.
거기다 나는 살아남는 걸 넘어, 놈을 죽이기 직전까지 간 덕분에.
초과 목표 달성이라며 보상의 수준이 SS급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받은 것은···무려 예리코의 방벽.
루가가 갖고 있던 바로 그 성물이었다.
유니크 아이템
효과 : 영력의 500%에 해당하는 방어막을 생성한다.
방어막이 존재할 경우, 신성 속성 이외의 공격 데미지 70% 감소.
단, 신성 속성 공격에 피격 시 방어막에 추가 피해 200%.
방어막을 생성하고 신성 공격이 아니면 피해를 1/3로, 신성 공격이라면 3배로 처맞는 효과.
방어막이 영력에 비례하는 것이 조금 걸렸지만, 그걸 감안해도 굉장히 좋은 물건이었다.
그야 마인이라면 모를까.
령이나 괴이가 신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으니, 사실상 모든 피해를 30%로 줄이는 방어 능력을 얻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다만 내가 이걸 순수하게 반기지 못하는 이유는, 이게 원래 주인이 있는 성물이라는 점 때문.
안 그래도 조금 전 이수연에게 슬쩍 물었더니, 예리코의 방벽은 공식적으로 최덕철에 의해 파괴된 걸로 취급하고 있단다.
하지만 교회는 일말의 가능성을 위해 기숙사 건물을 통째로 뒤지고 있다나 뭐라나.
그러니 만약 내가 이걸 갖고 있다는 걸 들킨다면,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뺏기겠지.
그래서 나는 더더욱 내가 거짓 선지자를 쓰러뜨렸다는 이야기를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한동안은 정말 위험할 때가 아니라면, 쓰지도 말아야지.
“흠···”
그렇게 다짐하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제 무리를 해서 그런가.
몸이 무거웠다.
나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그 후, 2주가 더 지났다.
이미 몸이 회복된 나는 퇴원한 상태였고, 연수원의 임시 기숙사에 머물고 있었다.
내일 있을 진로 선택이 끝나면 연수원 과정도 끝이 난다.
따라서 오늘은 연수원에서 보내는 마지막 저녁.
나는 연수원의 한 공터에서 모니카와 마지막 창술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그래, 대충 모양은 나오네.”
모니카는 어느새 헬레미아 창술의 2성, 응용 창술까지 소화한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은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헬레미아 창술 3성, 심화 창술을 가르쳤다.
물론 헬레미아 창술은 총 10성까지 있지만 4성부터는 오러의 운용이 필수적이었기에, 내가 그녀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내가 알려줄 건 이게 다야. 나머지는 너한테 달렸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수업의 끝을 알렸다.
창술이라는 것은 결국 교본일 뿐.
그 교본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창술을 만들어 가는 것은 그 무인이 직접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다.
“······”
모니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묘하게 어색한 분위기.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마인에게 습격 당한 날부터 모니카는 이런 식이었다.
그 날 있었던 일이 그리도 충격이었던 걸까.
이어서 그녀는 수건으로 땀을 닦고는 근처의 벤치에 걸터 앉았다.
나는 그런 모니카를 잠시 바라보다, 퀘스트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더 이상 연수원에서 할 일은 없다는 듯.
이제 남은 퀘스트는 딱 하나였다.
대상 : 모니카
성향 : 질서, 선
– 캐릭터 스토리 1을 완료하세요.
보상 : 봉인된 용사의 직업 능력 중, [화염의 지배자] 해금.
바로 모니카의 퀘스트.
퀘스트를 받은 날 바로 완료된 김다영과는 달리, 아직까지도 완료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아직 가르칠 게 남아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이제 보니 그것도 아닌 듯 했다.
그럼 도대체 완료 조건이 뭐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모니카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왜?”
“···고마워.”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마지막 날이라고 인사치레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다.
“됐어. 나도 공짜로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모니카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 할 말 있냐?”
“너야말로···할 말. 없어?”
“할 말? 없는데?”
모니카는 미묘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어딘지 모르게 실망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냐고 물으려는 그때.
모니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그 날. 나, 다 봤어.”
그 날? 봤다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퍼뜩 짐작 가는 것이 떠올랐다.
그 날이라는 건 분명 마인이 습격한 날을 말하는 것일테니.
설마···전부 기절한 줄 알았는데, 모니카는 의식이 있었던 건가?
하지만 나는 그 불길한 예측을 내색도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보다니, 뭘?”
“너, 내 창 썼지?”
그러나 그 예측은 그대로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모니카의 시선이 뾰족한 바늘처럼 나를 찔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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