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34
34.
34.
“······”
변명할 말조차 생각해내지 못한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하긴, 무슨 변명을 대겠는가.
모니카가 직접 봤다는데.
다만 걱정이었다.
모니카가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했다면 경찰이든 교회든,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그런 내 속마음을 알아챈 듯 모니카가 덧붙였다.
“그건 잘했네.”
“그러니까 알려줘. 도대체···어떻게 한 거야?”
그리 말하는 모니카의 얼굴은 진지함을 넘어서 심각하기까지 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냥 모니카의 창을 주워 쓴 게 전부였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나 보다.
하기야 그 창은 계약자를 선택하고, 선택 받은 계약자는 일생 동안 창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했으니.
그 모든 과정을 건너뛰는 걸 눈앞에서 봤다면 모니카의 마음도 이해는 갔다.
“너도···모세의 지팡이에게, 선택 받은 거야?”
“그건 아니야.”
“그럼?”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모니카가 그렇게 물은 들, 내 대답은 이미 그녀가 들었던 것이었다.
“말했잖아. 내가 용사라서 그래. 용사는 모든 무기를 쓸 수 있거든.”
“······”
거짓말도, 핑계도 아닌 진실.
한동안 모니카는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끝?”
“그래, 그게 전부야. 뭐, 감상이라도 들려줄까? 네 창 좋더라.”
그래, 너무 좋아서 갖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저거 하나면 웬만한 놈들은 다 때려잡을 수 있을 테니.
하지만 모니카도 교회도 빤히 눈을 뜨고 있는데, 그런 짓은 시도할 수도 없었다.
그다지 시도하고 싶지도 않았고.
“······”
내 말에 모니카는 한동안 침묵했다.
이제 곧, 나는 그녀가 화를 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니카의 반응은 내 예상과 달랐다.
“너, 정말···용사였어?”
그녀가 내비치는 감정은 불신도, 실망도 아니었다.
오히려 미약한 경악이 모니카의 눈동자에 떠올랐다.
“그걸 믿는 거냐?”
“믿음, 아니야. 실감한 거지.”
실감이라.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았다.
모니카는 모세의 지팡이가 선택한 계약자다.
그러니 그 때 정말로 그녀가 눈을 뜨고 있었다면.
내가 그 창의 힘을 끌어내, 거짓 선지자를 죽일 수 있었다는 걸 직감했겠지.
그녀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결코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었으리라.
“너, 용사라고 했어. 그게 정확히 뭐야?”
“몰라? 판타지 세계에서 몬스터랑 같이 칼 들고 설치는 놈 말이야.”
“난 몰라. 동화에서 밖에 들어 본 적 없어.”
모니카는 이에 관련된 영화나 만화도 거의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야, 뭐. 어쩔 수 없지.
“음, 그니까 그게 뭐냐 하면···”
내가 그렇게 말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모니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네 이야기, 해 줘. 그럼 돼.”
내 이야기라.
무엇 하나 좋은 기억은 없었지만, 말 못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무리 끔찍한 기억이라고 한들.
이미 그 때의 기억은 나에게도 허구나 다름 없이 변질되어 있었으니까.
“별로 재미는 없을 텐데.”
“상관 없어.”
모니카의 시선은 여전히 진지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음, 그러니까···”
잠시 뜸을 들이던 나는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에게 시작부터 이야기 하는 것은 너무 오랜만이었기에.
그 시작은, 시시하고 당황스러웠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까 그냥 다른 세계였어.”
흔히 말하는 이세계 트럭이나, 억울한 죽음 따위는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내 집, 내 방에서 누웠을 뿐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화려한 성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미인이 있었는데 말이야. 걔가 나보고 그러더라고. 용사님이라고.”
그녀는 공주였다.
악마와 악마에 동조한 인간들에 의해, 위기에 처한 제국의 공주.
그녀는 눈물로 나에게 자신들을 도와달라 요청했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뭐, 그러지 않고서는 집에도 못 돌아간다는데. 방법이 없었지.
“그 다음에는 기사니, 마법사니 하는 놈들이 나한테 온갖 걸 가르쳐 주더라. 그 핑계로 개 같이 굴렀지. 너한테 가르쳐준 창술도 그때 배운 거야. 헬레미아 창술이라고···제국의 오대 장군인가 뭔가 하는 여자가 쓰던 거거든.”
그렇게 나는 그들의 가르침을 빠르게 흡수했고, 성장했다.
무술과 마법, 양쪽에서 순식간에 성장한 나는 곧 나를 가르치던 놈들마저 위협할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용사이기에 가능한 위업이었다.
그 짧은 개고생 끝에 힘을 얻은 나는 곧바로 전장으로 끌려갔다.
“그 후에 한 3년은 전쟁 속에서 굴렀지. 힘들긴 했는데, 문제는 없었어. 난 강했거든. 거기다 점점 강해지더니, 결국에는 아무도 날 못 막았어. 그래서 난 시궁창의 마녀도 죽이고, 악마에게 나라를 넘긴 왕의 목도 땄고, 결국 마왕도 죽였지.”
“···마왕도?”
가만히 듣고 있던 모니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생각보다 쉬웠어.”
“실패한 거, 아니었어?”
“그것도 맞아. 결과적으로 실패였으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다 죽인 다음에 알고 보니까···그게 아니었더라고.”
“······”
“전부 내가 속았던 거였어.”
처음부터 그 세계에는 악마의 위협도, 인간을 멸절하려는 마왕도 없었다.
그러나 한 제국의 황제는 그 평화가 싫었다.
그에게는 온 세계를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야망이 있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용사를 소환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한 용사를.
그리고 그는 용사를 속였고, 잘못된 지식을 전해주었으며.
동시에 강력하기까지 한 용사를 키워내, 그를 선봉에 세워 전쟁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 후에는 간단했다.
가장 먼저 방해가 되는 성녀는 시궁창의 마녀라는 이름을 붙여 죽였다.
그 다음에는 저항하는 중소 왕국들을 악마에게 나라를 넘겼다며 몰살했다.
그리고 끝내 그들은 마족의 영역까지 발을 디뎠다.
오래전, 맹약에 의해 정해진 국경을 짓밟고 가만히 있던 마왕까지 쳐 죽인 것이었다.
“멍청했지.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는데.”
“그래서···실패라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놈들은 말 그대로 세계를 정복했건만.
어리석게도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나를 죽이려고 하더라. 병신들, 지네가 키워놓고도 그게 될 거라 생각했나 봐.”
“그럼···”
“당연히 복수였지. 그쯤 되니까 나도 화가 났거든. 가만히 있던 나를 데려와서는 개 같이 굴리다 이제는 죽이려 들었으니까. 그래서 다 죽였어.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는 놈들은, 전부 다.”
나는 제국을 무너뜨렸다.
그 제국 안에는 나를 소환했던 공주는 물론.
나를 가르쳤던 스승들, 나와 함께 싸우던 전우들, 그리고 나를 죽이겠다며 덤벼드는 모든 인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때문에 소위 강자라 불리는 놈들은 전부 내 손에 죽었고.
나에게 덤비지 못할 정도로 약한 일반 시민들은, 그 혼란을 버티지 못하고 쓸려나갔다.
그렇게 7년 동안, 나는 내 앞을 가로막는 수없이 많은 것들을 죽였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땅 위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느새 세상에는 인간도, 마족도, 신도 사라져 있었다.
쉽게 말해, 하나의 세계가 끝장난 것이었다.
“그런데 진짜 웃긴 건 그 다음이지. 나는 그렇게 복수를 끝내고 죽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눈을 떠 보니까 말이야. 우리 집이었어.”
그 끔찍한 여행의 끝은, 시작할 때처럼 갑작스럽고 시시했다.
나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고, 그 간단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1년이 걸렸다.
“그게 끝이야.”
“······”
공터를 비추는 가로등이 한번 깜빡였다.
내 말이 끝났지만, 모니카는 눈을 크게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못 믿겠지?”
“···모르겠어.”
모니카는 허공에 박힌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널 보면···거짓말도 아닌 것 같아.”
“뭐, 믿어도 안 믿어도 상관 없어.”
“왜?”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아무 의미가 없잖냐.”
그 의미라는 것을 찾다가 1년을 낭비했다.
그리고 그 낭비했던 세월 동안 유일한 가족을 잃어버렸고, 어느 때보다도 깊이 후회했다.
그 뒤로 나는 결심했다.
당시의 기억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말자고.
그냥 아주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그저 기억하고 있자고.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봤던 영화 속 줄거리를 기억하는 것처럼.
그저 그렇게 기억하자고.
“그래? 그럼···난 믿어줄게.”
하지만 모니카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믿어준다니 고맙네.”
나는 쓴웃음과 함께 말했다.
한때는 누군가 믿어주기를 바랐던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모니카는 말을 이었다.
“나야말로. 이야기, 고마워. 용사님.”
그녀의 말과 함께, 퀘스트 창이 번쩍였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모니카의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모양이었다.
*
다음날.
나는 점심을 먹고 연수원의 강당으로 이동했다.
오늘 있을 진로 선택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었다.
넓은 강당에 정규 기관부터 외인 기관까지 약 10 여 군데의 직장에서 간단한 부스를 설치.
A, B 반의 교육생들은 그 사이를 돌며 각 기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마음에 드는 곳에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면접도 보는 형식이었다.
마치 소규모의 취업 박람회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
“와···생각보다 본격적이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내 옆에 선 김다영과 이현석이 그렇게 말했다.
다만 모니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야 처음부터 교회 소속이었으니, 굳이 이런 자리에 나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럼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저도요!”
이현석과 김다영도 각자 관심이 있는 부스로 걸어갔다.
나 역시 가장 먼저 경찰 부스로 갔다.
어차피 내 진로는 한참 전에 정했던 상태였으니.
그리고 그곳에는 이수연과, 언젠가 봤던 얼굴이 있었다.
“오랜 만에 뵙는군요, 강진우 씨.”
경찰복을 입은 어린 여자 아이.
바로 소피아였다.
그녀의 말대로 3달 만에 만나는 것이었지만, 그 외모에서 오는 위화감은 어디로 가지 않았다.
물론 그럼에도 달라진 건 있었다.
바로 그녀와 나의 위치.
경무관···이라고 했던가.
내가 경찰에 몸을 담기로 한 이상, 그녀는 나의 까마득한 상사였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경찰이 되기로 하셨다는데, 맞습니까?”
이미 이수연에게 이야기를 들은 건지, 소피아는 그렇게 물었다.
“예, 그렇게 됐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현명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연수원에서도 큰 활약을 하셨다고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내 말에 소피아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해왔다.
나는 그 손을 맞잡았다.
작은 인형 같은 손이라 악수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경무관님이 직접 오셨어요?”
경무관은 결코 낮은 계급이 아니다.
군대로 치면 별을 단 거나 마찬가지.
그런데 이런 연수원의 작은 행사에 직접 오다니.
“퇴마 업계는 워낙 인재가 귀합니다. 항상 인력이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쉽게 늘릴 수도 없으니까요. 거기에 연수원은 이곳을 포함해 단 두 곳입니다. 그 두 곳의 연수원은 각각 일 년에 딱 두 번, 신규 퇴마사들을 배출하죠. 그러니 제가 직접 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수원에서 배출되는 퇴마사가 전부라면, 신입 퇴마사를 다 합쳐봐야 1 년에 이백 명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건 다른 기관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저와 함께 돌아보시겠습니까? 강진우 씨의 능력도 확인할 겸.”
소피아가 그런 제안을 던져왔다.
다른 기관이라.
조건을 비교해보기 위해서라도 봐두는 건 나쁘지 않으리라.
“그러시죠.”
“그럼 잠시 자리를 부탁합니다, 이수연 경감.”
소피아는 부스를 이수연에게 맡기고는 나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 사이 나는 능력을 발동했다.
시야 위로 게임 프레임이 씌워지고, 소피아의 레벨이 보였다.
72 레벨.
상당한 레벨이었지만 다른 기관의 부스를 방문한 뒤로는 그런 생각이 싹 사라져버렸다.
“수고하세요.”
그 뒤로 나는 교회와 법당, LB 아카데미의 부스를 차례로 방문했다.
교회에는 신부인지, 사제인지 모를 남자가 있었다.
베냐민 지파의 장로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와는 모니카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다.
한편 법당에 있는 것은 예상대로, 스님이었다.
인자한 인상과는 별개로 탄탄한 몸을 가진 남자.
그런데 부스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레벨은 하나 같이 80 레벨을 넘고 있었다.
전부 수준 높은 간부들이 이곳에 나와있다는 이야기.
“이번에는 얼마였습니까?”
그리고 소피아는 나를 데리고 다니며 그 사람들의 레벨을 확인하게 했다.
LB 아카데미의 부스를 맡고 있던 사람의 직급은 총학생 회장.
참고로 LB 아카데미에는 ‘인생은 영원한 배움’이라는 모토가 있어서, 모든 직급이 학교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84 레벨이요.”
“과연, 신뢰성이 있는 수치군요. 그럼 다음은···”
소피아가 다음 부스를 둘러보려 할 때였다.
모르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어머, 소피아. 역시 너도 왔구나.”
그렇게 말한 것은 어떤 여자였다.
나이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정도일까.
외모는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럼에도 어딘지 퇴폐적인 인상, 날카로운 눈매가 특징적이다.
하지만 나는 여자의 빼어난 외모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그 얼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무려 97 레벨.
그 이름도 모를 여자는 내가 본 그 누구보다도 높은 레벨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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