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36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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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최은영이라고 합니다···”
소피아에게 내 소개를 받은 최은영이라는 여자가 나에게 허리를 숙였다.
목소리가 작아서 그런지, 묘하게 힘이 빠지는 인사였다.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일까.
어깨보다 더 내려오는 머리는 살짝 헝클어졌고, 눈가에는 미약한 다크서클이 보였다.
외모는 괜찮았지만, 관리를 안 한데다 어딘지 모르게 음침한 인상.
또한 경찰 제복 밖으로 보일 정도로 몸의 굴곡이 있었지만···몸매가 좋은 건지 살이 찐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예.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요···”
서로 힘 빠지는 인사가 오고 갔다.
그걸 더 이상 보고 있지 못한 건지.
“강 경감, 인사가 끝났으면 다시 차에 타시죠. 최 순경도.”
소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재촉했다.
최 순경이라.
순경이라면···연수원에서의 B반.
즉 사형 판결을 받을 정도로 흉악한 범죄자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네.”
최은영은 작게 대답하고는 경찰차의 뒷자리에 탔다.
소피아가 앉은 앞자리와는 달리, 철창으로 막혀 있는 자리였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를 따라 뒷자리에 탔다.
어차피 최은영과는 나눌 이야기가 많을 테니, 기왕이면 이쪽이 나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어?”
그러자 최은영이 나를 보며 그런 소리를 냈다.
뭔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는 듯이, 동그랗게 눈을 뜬 채로.
“왜요?”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다시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현장까지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그 사이에 서로 이야기나 좀 나누시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기껏 새로운 직장에 막 온 참이었는데, 팀장이 출장 중인 것도 모자라 사무실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출동이라니.
때문에 최은영에게는 물을 것이 많았다.
“그러니까···최은영 순경?”
역시 아직 어감이 어색했다.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네.
“네. 그, 편하게 말씀하셔도···되는데···”
안 그래도 그럴 작정이었다.
나이도 나보다 어린 것 같고, 계급도 내가 높았으니.
“응, 그럴게. 먼저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나는 냉큼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고, 이어서 질문을 던졌다.
먼저 팀장과 팀원에 대해서였다.
아직 이름도 얼굴도 몰랐기에, 어떤 사람들과 일하게 될지 신경이 쓰인 탓이었다.
“아, 그거라면···”
대답보다 먼저, 최은영은 자신의 가방에서 폰을 꺼냈다.
거기에는 팀원들끼리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최은영은 그걸 보여주며 이름과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먼저 팀장은 30대 중반의 여성으로 쾌활해 보이는 인상의 사람이었다.
또한 팀원은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와 대머리 중년 아저씨.
그리고 팀장과 비슷한 연배의 여성과 최은영까지, 총 넷이었다.
“팀장님이 생각보다 젊으시네.”
“그게···반년 전에 원래 있던 팀장님이 작전 중 사망하셔서···”
별 생각 없이 물었는데, 심각한 답변이 돌아오고 말았다.
안 그래도 음침한 최은영의 얼굴이 더욱 음침해진다.
계속 끌고 있기에는 어색한 주제였기에 나는 바로 화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팀장님이 지방으로 내려가셨다고 들었는데, 중요한 사건이야?”
“그, 그렇다고 들었어요. 저 말고 팀원 셋을 전부 데려가실 정도라···”
“그럼 최 순경 혼자 남아있었어?”
“예. 제가 다른 분들보다 많이 부족해서요. 죄송합니다···”
내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최은영은 멋대로 사과를 했다.
자존감이 부족한 타입인가.
“그보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그거라면 자료가···”
최은영의 가방에서 자료가 나왔다.
나는 그녀가 넘겨준 자료를 훑어보았다.
대충 보니 사건의 수사는 대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이제 남은 일은 위치까지 파악된 령을 퇴마해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
“근데···청령을 잡으라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수원에서 배우길, 청령은 퇴마 경찰 한 팀이 동원되는 것이 정석이라고 했다.
청령의 레벨은 30부터 약 50까지로, 연수원의 이수연과 같은 베테랑 퇴마 경찰과 비슷한 레벨이다.
그럼에도 경찰 한 팀이 필요한 이유는 그 둘의 전투력이 동일하다는 뜻이 아니라.
퇴마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있는 건 신입인 나와, 팀장이 두고 간 최은영 뿐이 아닌가.
“아마 문제 없으실 겁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지원 2팀은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그럼에도 소피아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나는 능력을 발동하고 최은영의 레벨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레벨은···35.
저 병든 병아리 같은 태도와는 달리, 상당히 높은 레벨이었다.
나는 이제 22 레벨인데.
이것조차 원래 15 레벨이었다가, 거짓선지자라는 초고렙 마인을 잡고 한번에 7단계나 레벨이 상승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최은영보다 낮다니.
물론 신기나 특성 덕분에 전투력이 밀리지는 않겠으나···고작 순경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경감으로써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구만.
“현장은 계곡이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좀 거리가 있죠. 도착하실 때까지는 편하게 있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한 시간 후.
우리는 청령이 숨어 있다는 산속으로 들어갔다.
산을 오르는 입구부터 사건 현장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더불어, 철저한 출입 통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산을 오르던 경찰차는 얼마 안 가 멈춰 섰다.
이제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보니, 강 경감의 능력은 영력 탐지였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딱히 감지되는 게 없었다.
거기다 퀘스트 창도 조용하고.
주변을 둘러봐도 우리 셋을 제외한 레벨 표시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예. 그런데 아직은 아무 것도 안 느껴지네요.”
“그건 그럴 겁니다. 현장까지는 좀 더 가야하니까요.”
그럴 줄 알았다.
왜냐하면 최은영이 준 자료에는 사건 현장이 계곡이라고 되어 있었으니.
하지만 이곳은 아직 평범한 산길일 뿐이었다.
“그럼 최 순경, 길 안내를.”
“···예.”
“강 경감은 저를 따라오시죠.”
최은영이 앞장서서 산길을 걸어갔다.
소피아는 최은영과 멀찍이 떨어진 채 뒤에서 걸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소피아 옆에 있었고.
그렇게 산길을 오르던 중, 최은영에게는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소피아가 말했다.
“퇴마 경찰은 보통 2인 1조로 활동합니다만, 강 경감과 죄수가 동일한 위치가 아님은 자각하셔야 합니다. 말하자면 동료가 아니라 사냥꾼과 사냥개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죠.”
뭐, 그럴 거라 예상은 했다.
“그런 점에서 강 경감의 능력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현장에서는 자신의 전투 능력만큼이나 사냥개를 잘 지휘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피아는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었지만, 이게 다 현장 교육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머릿속에 새기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다음은 사건에 대해서입니다. 이번 퇴마 대상은 령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특징도 있습니다. 자료에도 나와 있었을 텐데, 기억하십니까?”
나는 기억을 더듬었고, 금방 답을 찾았다.
“물귀신이라는 거요?”
“맞습니다. 일반적인 물귀신은 지박령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자리에서 일정 기간 사람을 익사시키는 것으로 유명하죠.”
산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제는 꽤 체력이 좋아진 나조차 천천히 숨이 차올랐지만, 소피아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놈은 다릅니다. 놈에게서는 지박령의 특성이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물길을 따라 광범위하게 이동했습니다.”
“광범위하다면 어느 정도인가요?”
“이 령의 최초 목격지는 바다였습니다. 그것도 동해였죠.”
이 산에서 이어지는 계곡은 강을 따라 서해로 흘러나간다.
그러니 물길을 따라 이동했다면.
최단거리를 거쳐왔다 해도 남해를 지나 서해로, 그리고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와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았다는 거네요.”
“놈이 괜히 청령이겠습니까. 그만큼 오랜 세월, 퇴마 당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긴.
정확히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야 청령이 되는지는 나도 모른다.
연수원에서도 령에 따라 그 성장 속도는 차이가 난다고 했으니.
하지만 황령도 아니고 청령이라면, 최소 년 단위.
결코 짧은 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팀장님이 굳이 오늘, 강진우 경감에게 이 일을 맡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놈이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어서요?”
내 말에 소피아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또한 계곡은 물귀신을 잡는데 가장 알맞은 장소이기도 하죠. 수심은 얕고, 물의 영역도 좁기 때문입니다. 퇴마사와 맞붙게 된다면 물귀신은 싫어도 물 밖으로 나와야 할 테죠.”
“그럼 바다에서는 어떻게 싸웁니까?”
“바다나 큰 강에서는 웬만하면 싸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 속에서는 한 수 위의 퇴마사도 물귀신을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물귀신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의 출입만 막을 뿐, 아예 방치하는 경우까지 있죠. 수영 금지 표지판 같은 걸 세워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말해 지금 퇴마하는 청령에게는 시간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팀장은 이를 시급한 일이라 판단하고, 소피아에게 부탁해 나를 출동시킨 것이었다.
“저기···여기, 같은데요.”
때 마침 최은영이 도착을 알려왔다.
어느새 눈앞에는 놀기 좋은 계곡이 펼쳐져 있었다.
“이제 강 경감이 활약할 차례군요.”
소피아가 나를 돌아보았다.
어딘지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기대에 찬 눈빛으로 퀘스트 창을 바라보았고.
“······”
잠시 기다리고 있자, 퀘스트 창이 빛났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퀘스트의 등급은 최하 등급인 F.
거기에 내용조차 성의가 없다.
그러니까···왜인지 주기 싫은 걸 억지로 준 느낌.
니가 원하니까 주긴 주는데, 보상은 기대하지 말라 이건가?
오랜만의 퀘스트인데 여전히 재수 없는 놈이구만.
하지만 퀘스트 자체는 나에게 꼭 필요했다.
이게 없으면 추적을 할 수가 없거든.
“흠···”
나는 고심하는 척하며, 퀘스트의 네비게이션을 선택했다.
그러자 커다란 화살표가 계곡을 향해 생겨났다.
계곡에 뭔가 있다는 건가?
나는 계곡 근처까지 가서 그 물에 손을 댔다.
차가운 감촉이 손끝에서부터 느껴졌다.
“음?”
그리고 계곡물을 바라보던 나는 금세 뭔가를 눈치챘다.
흐르는 계곡을 따라 검은 잉크 같은 것이 번져있었다.
저게 뭐지? 혹시 폐수인가?
나는 흠칫하며 물에서 손을 뺐다.
그런데 그 때, 소피아가 다가왔다.
“혹시 물귀신의 추적 방법을 알고 계셨습니까? 연수원의 교육 과정에는 없었을 텐데요.”
“예?”
“물귀신이 머무르는 물에는 미약한 마가 깃들어 있습니다. 때문에 물귀신을 추적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물을 조사하는 거죠. 위험하긴 하지만, 확실한 방법이거든요.”
그랬구나.
전혀 몰랐다.
소피아의 말대로 연수원에서 그런 걸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이런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했다.
그 대신 거짓말을 한 마디 덧붙였다.
“그냥 이 근처에서 영력이 느껴져셔요.”
“하긴, 각성하지 않은 신기에 깃든 영력까지도 감지하신다고 하셨었죠. 추적에 유용한 능력이라고는 들었지만, 예상 이상의 역량이시군요.”
소피아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기가 직접 데려온 거나 다름 없는 내가 일을 잘 하는 걸 확인하니, 본인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나는 혹시라도 허세인걸 들킬까, 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상류로 가봐야겠습니다.”
검은 잉크 같은 마는 계곡 위에서부터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내 말에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고.
최은영 역시 곧바로 움직이려 했다.
“최 순경, 잠시만.”
나는 그런 그녀를 불러세웠다.
이제 얼마 안 있어, 령이 나타날 것이었기에.
그녀에게 꼭 들어두어야 할 것이 있었다.
“최 순경은 능력이 뭐야?”
“제 능력이요?”
잠시 눈알을 굴리던 최은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소환사에요.”
“소환사?”
“네. 상상의 동물···같은 걸 소환하는···”
“아하.”
대충 어떤 능력인지는 알 것 같았다.
전에 보니 인천경찰청장인 최덕철도 비슷한 능력이었지.
하지만 그는 식신술사라고 불렸다.
뭔가 차이가 있는 건가?
나는 그 의문을 소피아에게 던졌다.
그러자 그녀는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최덕철 청장님이 사용하는 식신은 예로부터 전해져 온 전승을 품은 것이죠. 그렇기에 식신은 불러내는 술식이 따로 정립되어 있습니다. 청장님은 그 술식으로 불러낸 식신을 다시 자신의 능력으로 강화해서 사용하시죠. 즉 이능과 술식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에 비해 최 순경의 소환물들은 그 역사가 아주 짧거나, 역사는 있지만 전승이 크게 변질된 것들입니다. 그래서 정립된 술법도 없고, 순수하게 최 순경의 능력에 의존한 소환수죠. 그래서 사실 효율은 그리 좋다고 볼 수 없겠지만···”
소피아는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강 경감이 도움을 준다면 또 모르겠군요.”
“제가요? 왜요?”
“최 순경의 소환물들은 판타지 세계와 연관이 있거든요.”
판타지 세계?
나는 최은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최은영은 화들짝 놀라며 내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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