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37
37.
37.
최은영의 능력은 자신이 이미지한 소환수를 불러내는 것이었다.
또한 그 이미지가 구체적이고, 이해도가 높을수록 강력한 소환수를 불러오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활용하고 있었다.
틈날 때마다 소환수의 그림을 그리고, 보충해서 자신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단점은 동시에 불러낼 수 있는 숫자가 단 하나라는 점.
종합적으로는···그럭저럭 써먹기 좋은 능력이었다.
“제법 닮게 그렸네.”
나는 그녀가 그린 그림들을 보며 말했다.
내 손에는 최은영이 갖고 다니는 스케치북이 들려 있었다.
평소 판타지 쪽에 관심이 많은 건지.
거기에 그려져 있는 것들은 전부 그쪽 계열의 몬스터들이었다.
“저, 저기···”
내 옆에 선 최은영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옆을 보니 그녀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와 자신의 스케치북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왜?”
“그건···돌려주셨으면···”
“내가 보는 게 불편하냐?”
내 말에 최은영이 움찔거리며 살짝 물러섰다.
갈군 게 아니라 순수한 의도로 물어본 거였는데, 오해를 산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그, 부끄러워서···”
최은영은 새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스케치북을 쉽게 돌려줄 생각은 없었다.
이게 정말로 그녀의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면···소피아의 말대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
“뭐, 어때. 잘 그렸구만. 직접 본 적도 없을 텐데 제법이야.”
“예···예?”
그녀가 칭찬에 당황하는 사이.
나는 스케치북을 빠르게 넘기며 필요한 몬스터를 찾았다.
오늘 상대할 령은 청령, 그것도 물귀신이다.
따라서 놈을 상대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몬스터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이거면 되겠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나는 몬스터 하나를 뽑아냈다.
그건···바로 샐러맨더.
간단히 말하면 불 뿜는 도마뱀 같은 놈이었다.
“이거, 다시 그리는 데 얼마나 걸리냐?”
“그건···왜요?”
“필요해서.”
“스케치만이라면···15분 정도···”
일부러 그리기 쉬워 보이는 놈을 고른 것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15분이라니,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그럼 하나만 다시 그리자.”
“지, 지금요?”
내 말에 최은영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다 그린 그림을 보여주는 것도 부끄러운데, 그림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더 거부감이 심한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림 그릴 때는 멀리 떨어져 있기로 약속했다.
“그 대신 샐러맨더는 내가 말하는 대로 그려줘.”
“겨···경감님이요?”
최은영의 눈동자에 의문이 깃들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는 내 과거를 입에 담았다.
“사실 내가 용사였거든. 샐러맨더를 직접 본 건 물론, 그 둥지를 박살낸 적도 있지.”
“······”
그러자 최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굳었다.
인간과의 관계성이 부족해 보이는 그녀는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됐다. 최 순경, 잘 들어. 샐러맨더라는 건 말이야.”
나는 그녀에게 내가 알고 있는 샐러맨더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생김새와 생체 기관들에 대한 세세한 정보는 물론, 놈의 특수 능력과 그 생태까지.
그 설명이 어찌나 치밀했는지.
처음에는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던 최은영조차, 중간부터는 스스로 메모를 하기 시작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설명하는 데만 꽤 시간이 지나갔다.
너무 시간을 끄는 건 좋지 않았기에, 나는 곧바로 최은영에게 그림을 그릴 시간을 주고 멀리 떨어졌다.
그러자 정말로 15분 후.
그녀는 그럴 듯한 샐러맨더를 그려 내 앞에 가져왔다.
“어···어떤 가요?”
최은영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물었다.
다른 사람에게 그림을 보여주는 게 익숙치 않은 건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그런 최은영에게 용기도 북돋아 줄 겸 나는 칭찬을 입에 담았다.
“잘 그렸어. 훌륭해. 이 정도면 완벽한 샐러맨더가 소환될 거야.”
조금 과장한 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진심이었다.
내가 그림을 보는 눈이 높은 건 아니지만.
누가 보더라도 15분 만에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수준의 그림이었다.
“아···”
내 칭찬을 받은 최은영은 눈을 크게 떴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대로 그녀의 얼굴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였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그럼 가시죠.”
나는 줄곧 말없이 기다리고 있던 소피아에게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그렇게 넓었던 계곡이 점점 좁아지던 와중.
자연을 침식한 인공적인 구조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저건···”
“불법으로 지어진 식당들이군요.”
소피아의 말대로 건물에는 식당 간판이나, 메뉴 따위가 붙어있었다.
다행히 사전에 경찰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어 사람은 없었지만, 시야와 길을 가로막는 것이 불편했다.
그리고 그런 가건물들을 몇 개 지나쳤을 무렵.
“···찾았습니다. 오른쪽, 세번째 건물 안.”
그 중 한 식당 내부에서 레벨 표시가 보였다.
43 레벨.
청령에 해당하는 레벨이었고, 이는 저게 이번 퇴마 대상이라는 뜻이었다.
또한 아직은 청령이 이쪽을 감지하지 못했다.
혼령 감지에 아슬아슬하게 걸릴 정도로, 충분한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작해도 됩니까?”
나는 소피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자유롭게 전투해 보십시오. 저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한 가지만 더요.”
“말씀해보시죠.”
“저 건물들은 어떻게 합니까?”
최대한 온전히 보존해야 한다면 전투를 마음껏 펼칠 수가 없었다.
결국 건물들 하나 하나가 물귀신의 벙커가 되는 셈이니.
하지만 다행히도 소피아는 그리 고지식하지 않았다.
“말씀드렸다시피, 저것들은 불법 건축물들입니다. 이 기회에 철거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난 최은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환수를 불러냈다.
최은영은 스케치북을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치 스케치북을 뚫고 나오듯, 그림 속에서 거대한 검은 도마뱀이 튀어나왔다.
길이만 1.5미터에 달하는 통통한 도마뱀.
그 모습은 내가 알던 샐러맨더와 똑닮아 있었다.
“게에에에-”
그런데 그 울음 소리가 내 기억과 달랐다.
그 이유를 금방 짐작한 나는 최은영에게 지적했다.
“이거, 소리가 좀 낮네.”
“네···?”
“샐러맨더는 일반적인 도마뱀에 비해 목구멍이 전체적으로 좀 얇은 편이야. 그래야 불을 멀리, 그리고 정확히 뿜을 수가 있거든.”
“아하···”
내 말을 이해한 그녀는 자신이 소환한 샐러맨더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샐러맨더의 목 부근이 한 번 꿀렁거렸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울음 소리를 냈다.
“케에에에-”
이제야 좀 원래 울음 소리와 비슷해졌다.
이어서 나는 최은영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작전이라고 해봐야 별 건 없었다.
그저 샐러맨더를 청령에게 들이 박으라는 것뿐이었으니.
“케에에에에!”
샐러맨더가 계곡 위를 첨벙첨벙 걸어갔다.
물에 그리 취약하지도, 물을 기피하지도 않는 모습.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샐러맨더를 앞세워 움직였다.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크게 돌아가는 경로였다.
이윽고 청령 근처까지 당도한 샐러맨더는 당당히 계곡 위에서 건물을 향해 힘차게 불을 내뿜었다.
그러자,
“흐으으으으-!”
구슬픈 울음 소리 같은 귀곡이 터져나오며 청령이 반응했다.
콰앙-하는 소리와 함께 불타는 건물을 부수고 청령이 튀어나왔다.
청령은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 키는 2미터도 넘게 컸고, 팔다리는 손바닥만한 지느러미를 수십 개 이은 것 같았다.
거기에 몸과 얼굴은 퉁퉁 부은 익사자의 것이었으며, 피부는 옅은 푸른 색.
또한 어깨까지 내려오는 산발 머리는 텅 빈 안구를 반쯤 가리는 오싹한 생김새였다.
“······”
나는 별운검을 꺼내들고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더욱 상류로 올라온 덕에 이곳의 물은 얕았다.
그야 계곡 좌우에 식당을 차릴 정도니 기껏해야 허리 높이는 될까.
하지만 청령이나 된 물귀신에게 물은, 피난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콰아아아!
폭포가 쏟아지는 듯한 소음과 함께 청령의 주변에서 물기둥이 몇 개나 솟구쳤다.
그 수압이 얼마나 강한지, 거기에 휩쓸린 조잡한 가건물들이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하···!”
지가 무슨 물의 정령인가.
뭐, 물귀신이니 물의 악령 정도는 될지도 모르겠지만 예상보다 화려한 능력이었다.
“흐아아아아아-!”
또 한번의 귀곡과 함께 령이 움직였다.
가건물을 조각내던 물기둥이 마치 채찍처럼 샐러맨더에게 쇄도했다.
촤좌좌작!
매서운 물살이 계곡 바닥을 전기톱으로 가는 듯한 살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정작 그 물기둥에 연속으로 후려맞은 샐러맨더는 머리를 한번 흔들고 말뿐이었다.
“와···!”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던 최은영이 탄성을 흘렸다.
이것이 바로 내가 물귀신과의 싸움에서 샐러맨더를 선택한 이유였다.
근본이 도마뱀이라서일까.
겉보기와는 달리 샐러맨더라는 몬스터는 물에 그리 약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물에 의한 공격은 샐러맨더의 단단한 비늘을 뚫어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놈들에게 유효한 속성은 오히려 전격이다.
정확히는 전격을 그 몸에 흘려, 샐러맨더의 체내에 있는 발화 기관을 통째로 터뜨리는 것이 샐러맨더 사냥의 기본.
하지만 그걸···당연히 청령이 알고 있을 리는 없었다.
“흐아아악!”
귀곡을 내지르려는 청령을 향해 샐러맨더가 불을 내뿜었다.
그 열기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맹렬한 화염이었다.
청령은 곧바로 물기둥을 제어하며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치이이익!
기름 위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낼 뿐.
물기둥은 이내 화염에 그대로 관통되었다.
물의 양이 다소 모자랐던 탓이었다.
“아파! 아파! 숨이 막혀!”
“케에에에에-”
화염에 휩싸인 청령이 비명을 지르고, 샐러맨더는 그걸 비웃듯 울음 소리를 냈다.
“흐아아아!”
그러자 청령은 더욱 분노하며, 계곡의 물을 끌어모았다.
땅에서부터 솟아오른 물이 하늘로 떠올랐다.
샐러맨더는 다시 화염을 내뿜었지만 청령은 그걸 피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도 청령은 계곡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물을 끌어모았고, 끝내 하늘 위에 거대한 물방울을 만들었다.
그리고,
“죽어어어!”
그것은 그대로 샐러맨더에게 떨어졌다.
그저 무게로 짓누를 생각인가?
하지만 저 정도로는 샐러맨더에게 해를 가할 수는 없을 터인데.
“위, 위험···!”
그때 최은영이 뭔가를 알아챈 듯 그런 소리를 냈다.
그리고 나 역시 이제야 청령의 속셈을 알 수 있었다.
놈은 샐러맨더를 죽이려 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가두려 했을 뿐.
“······”
샐러맨더를 통째로 머금은 물방울이 다시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물방울 한가운데에서 버둥거리는 샐러맨더는, 어항에 갇힌 금붕어 꼴이었다.
더욱이 저 안에서는 헤엄을 칠 수도 없다.
저 물방울은 그 전체가 청령의 제어 아래 있었으니까.
“키히히히히히히!”
청령이 날카로운 웃음 소리를 냈다.
동시에 샐러맨더를 감싼 물방울의 크기가 확 줄어들었다.
이대로 물방울을 쥐어짜, 샐러맨더를 압사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건···힘들겠는데.”
나는 냉정하게 인정했다.
아무리 물에 강한 샐러맨더라고 한들, 사방에서 몰아치는 저 정도의 수압을 버텨낼 수는 없었다.
으드드득!
결국 샐러맨더의 단단한 비늘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이게···청령인가.
다소 놀라웠다.
황령부터는 지능이 있다더니.
결국 놈은 물로는 샐러맨더의 비늘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대신 샐러맨더를 통째로 찌부러뜨릴 생각을 한 것이었다.
나는 놈의 강함을 눈과 머리에 단단히 새겼다.
그 순간.
콰아아아아앙!
결국 수압을 버텨내지 못한 샐러맨더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샐러맨더는 죽는 순간 발화 기관을 통해 자폭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니 폭발 자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거대한 물방울을 통째로 증발시킬 정도의 폭발이었기에.
사방에 미처 식지 않은 불똥들이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흠···”
그리고 나 역시 그 불똥 소나기의 범위 안에 있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그것들은 나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
모니카의 캐릭터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화염의 지배자]의 효과였다.
특성이 제대로 작동하는 걸 확인한 나는 다시 청령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청령 역시 불똥을 뒤집어썼지만, 유의미한 데미지는 없었다.
그저 귀찮다는 듯 그것을 털어낼 뿐.
즉 청령과 샐러맨더, 둘 간의 승자는 분명히 청령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흐으으으으으으-”
놈 역시 그 사실을 인지한 듯 웃음과 울음이 섞인 듯한 귀곡을 지껄였다.
희한하게도 령의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였다.
승리를 자축하기라도 한다는 건가.
나는 같잖다는 생각에 웃음을 지으며 놈에게 다가갔다.
기껏 좋아진 청령의 기분을 망치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안타깝게도.
“웃어?”
놈에게는 아직 내가 남아있었으니까.
샐러맨더와 싸우는 사이 측면을 빙 돌아온 나는 어느새 청령의 바로 지근거리까지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흐···?”
청령이 나를 돌아보았다.
이제 와서 이건 뭐냐는 듯.
그리고 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별운검을 들었다.
청령은 그제야 반격을 취하려 했지만.
“시, 싫어···!”
지금 물귀신인 청령은 그 힘을 완전히 봉인당한 참이었다.
기껏 한데 끌어놓은 물이 통째로 증발하며, 이 주변에 물이라고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말그대로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땅바닥에 던져진 격이었다.
“흐, 흐아아-”
“좀 닥쳐, 이 새끼야.”
또 다시 소리를 지르려는 놈의 머리를 별운검으로 쪼갰다.
그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했다.
기술을 쓸 것도 없었다.
그 흉한 머리는 생선 대가리가 쪼개지듯 갈라졌고.
청령은 그대로 소멸했다.
물조차 흐르지 않는 계곡에는 비로소 침묵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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