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39
39.
39.
다음날.
나는 정규 출근 시간보다 살짝 빨리 도착했지만.
사무실에는 어제보다 얼굴빛이 세 배는 밝아진 서인나와 평소와 같은 최은영이 먼저 와 있었다.
내 인사에는 가까이 있던 최은영이 먼저 반응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오늘도 미묘하게 어색해 보이는 인사를 건네왔고.
“아이고, 우리 강 경감 왔어? 어서 앉아.”
만면에 미소를 띄운 서인나는 나에게 그리 말했다.
우리 강 경감이란다.
어제 내가 서인나와 처음 만나 이야기한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을 텐데.
“내가 보고서를 봤는데 말이야. 아주 훌륭하더라고. 퇴마도 잘 했고, 퇴마가 아닌 사건도 뒷처리 할 필요도 없이 깔끔하게 끝냈고. 소피아 경무관 님이 어디서 사람 하나는 잘 골라 주셨어.”
그러더니 내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칭찬을 쏟아냈다.
하지만 나는 그리 기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게 다 무엇의 전조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서인나의 눈빛은, 예전에 마탑주라는 노인네가 나를 발견했을 때의 눈빛과 비슷했다.
“그래서말인데, 강 경감은 수습이니 뭐니 그런 게 필요 없을 거 같아. 이렇게 잘하는데 바로 실전으로 가야지. 안 그래?”
역시나, 서인나의 말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설마 처음부터 이러려고 다짜고짜 출동부터 시킨 건가?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과는 달리 그저 고개를 숙였다.
“저는 팀장님의 판단에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역시 강 경감이야! 내가 강 경감 같은 부하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모를 거야. 절대 모르지. 분명 금요일 밤에 밀린 업무만 처리하고 가려고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월요일 아침이 되어 있을 때의 그 기분! 절대 모를 거야. 알 필요도 없고.”
“···그렇군요.”
“물론 너무 위험한 건을 맡길 생각은 없어. 그런 건 내가 해야지. 근데···좀 난해한 사건이 하나 있어서. 강 경감은 수사가 특기라지?”
나는 그냥 내 능력이 수사에 쓸 만하다고 말했을 뿐인데, 어느새 내 특기가 되어 있었다.
“뭐···그렇죠?”
“그럼 이쪽 조사해 봐. 시간은 일주일 줄게. 꼭 해결할 필요는 없어. 그만큼 어려운 사건이니, 단서만 찾아도 돼. 나는 강 경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 보고 싶어서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며 서인나는 나에게 서류 뭉치를 건네주었다.
나에게 배당된 사건에 대한 자료였다.
그 제목은···
“보이스 피싱?”
요즘엔 보이스 피싱범도 퇴마사가 잡나?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서인나가 말을 이었다.
“골치 아픈 사건이야. 범죄가 도시 괴담이랑 섞였다고 해야 하나. 대충 설명해 줄 테니, 자료 보면서 같이 들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서인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사건 개요는 이랬다.
시작은 실제 보이스 피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그걸 피해자가 받을 경우 상대는 가족 중 누군가를 데리고 있다고 협박을 한다.
특이한 점은 협박만 할 뿐, 돈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점.
그래서 실제로 금전적인 피해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 보이스 피싱 전화를 3번 받으면 말이지. 그 협박이 실현돼.”
“협박이 실현된다니요?”
“만약 전화 상에서 네 딸을 데리고 있다고 협박했을 경우, 정말로 딸이 사라진다는 얘기야.”
“그런 게 가능한 겁니까?”
“저주의 일종이지. 세 번 들으면 죽는 피아노 연주라던가. 그런 건 흔히 들어봤지?”
아니, 나는 처음 들어봤다.
하지만 알고 있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 자체가 저주 의식이야. 물론 저주 의식은 받는 대상이 수락하지 않으면 쉽게 성립하지 않아. 그런데 ‘걸려온 전화를 받는 행위’는 그 저주 의식을 수락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그럼···안 받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보통은 안 받지. 보이스 피싱이 오는 번호는 일정해서 차단하면 끝이니까. 근데···노인네들이 문제란 말이야.”
서인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거기다 정작 전화 받는 사람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원인 추적에도 오래 걸렸고, 실제 피해자도 꽤 발생했어. 지금도 늘어나고 있고. 근데 아직 그 주체가 령인지, 괴이인지, 그것도 아니면 마인인지도 모르는 상태야.”
과연,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퇴마와는 성격이 다른 사건이었다.
보이스 피싱의 특성상, 이렇다 할 사건 현장도 없는 상태.
거기에 단서라고는 전화기에 남는 발신자 번호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조차 완전한 단서가 아니었다.
“피해자의 폰에 남는 발신자의 전화 번호는 4428, 이 네 자릿수가 전부야.”
“음···전화가 걸려온 기록을 추적하는 건 안 되는 겁니까?”
요즘에는 그런 것도 잘 하는 것 같던데.
그러나 서인나는 고개를 저었다.
“시도는 해봤지. 하지만 안 됐어. 과학과 마가 뒤섞여 있다고 해야 하나? 그야 전파에 저주가 실려 있는 셈이니, 그 영향일 거야. 그래서 과학 장비로는 추적이 안 돼. LB 아카데미의 퇴마 장비도 이런 쪽은 개발되지 않은 모양이고. 겨우 알아낸 건, 번호가 인터넷 전화나 스마트폰에서 걸려온 게 아니라는 것 뿐이었어.”
“그럼 일반 전화겠네요.”
“맞아. 그래서 몇 달 전에 그 번호에 해당하는 주소지를 전부 조사했지. 그리고 의심 가는 곳만 수십 군데 골라내 뒤져봤어. 근데 건진 게 없었다. 분명 이 번호와 연관이 있는 거 같긴 한데 말이야.”
그렇구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들어보니 단서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벽에 가로막힌 사건을 나에게 던져준 판이었다.
이걸 나보고 어쩌라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시야 구석에서 퀘스트 창이 번쩍였다.
그래, 어쩌긴 뭘 어째.
네비게이션을 켜야지.
“응? 지금 웃는 거니?”
눈앞에 있는 커다란 화살표를 보니,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 모양이었다.
나는 금세 표정을 정리하고 적당한 핑계를 던졌다.
“그게···흥미로운 사건 같아서요.”
“흥미? 하, 하하하···”
나에게 칭찬을 쏟아내던 서인나조차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말투가 너무 오만했나.
하기야 요전에 심심풀이로 봤던 탐정 만화의 대사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자신만만한 게 좋네. 결과는 기대하고 있을게.”
그렇게 말하며 서인나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뭔가를 잊은 듯 고개만 돌려 나를 보았다.
“참, 오늘은 은영이랑 같이 하는 거 아니다? 걔는 나랑 가야 하거든.”
“그럼 누구랑 갑니까?”
그렇게 물었지만, 사실 최은영을 제외하면 남는 건 한 사람 뿐이었다.
다른 팀원 셋 중,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게 두 명이었으니.
“한성민 순경. 좀 멍청하긴 한데 몸은 튼튼하니까 쓸모는 있을 거야.”
아직 직접 만나본 적은 없는 사람이었다.
아마 이제 곧 만날 수 있겠지만.
“근데 이놈은 또 지각이네. 이 자식을 그냥-”
“좋은 아침임다!”
때 마침 한성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한 남성으로, 최은영의 말로는 나랑 동갑이라고 했던가.
외모만 보면 약간 불량스러운 분위기였다.
“···뭐요, 팀장님.”
그는 자신을 노려보는 서인나를 보며 말했다.
“저 지각 아닙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바로 이 순간, 딱 정해진 출근 시간이 지나고 있었으니.
“쯧···”
그 사실을 인지한 서인나는 혀를 찼다.
한성민은 실실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의 눈은 어느새 나를 향해 있었다.
“근데 이 사람은 누굽니까?”
“신입···이 아니라, 새로운 간부다. 강진우 경감.”
“아, 온다던 그분?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한성민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어느 지방인지는 모르지만, 미묘하게 사투리가 섞인 억양이었다.
내가 나이를 이야기하자, 그는 털털하게 웃었다.
“친구네, 친구. 마, 사이좋게 지내자.”
한성민은 친근하게 말했지만, 거기엔 나보다도 서인나가 먼저 반응했다.
“한성민 순경. 경감이 어떻게 니 친구지?”
“아, 나이가 같지 않습니까.”
“여기가 학교야? 나이 같으면 친구게? 여기서는 계급이 다야.”
“밑에 있는 오진욱 경위님한테는 팀장님도 높임말 쓰시면서.”
“그럼 너도 나보다 20살 더 먹고 오던가. 계급 상관 없이 높여드릴게요, 순경님. 예?”
서인나의 말에 한성민은 쭈그러드는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쓸데없는 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넌 오늘은 강 경감이랑 행동해.”
“···예.”
“그럼 강 경감은 어쩔 거야?”
서인나가 나에게 물었다.
그리고 나는 가만히 화살표를 바라보았다.
사건을 해결하려면···우선 저걸 따라가야 할 테지.
“출동하려고요.”
“출동? 뭐···좋아, 그럼 가서 일 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성민과 함께 사무실을 나왔다.
출근하자마자 나와 함께 밖으로 나온 그는 경찰차 앞에서 문득 나를 돌아보았다.
“그게···경감님도 팀장님과 같은 의견이십니까?”
어지간히도 나에게 높임말을 쓰고 싶지는 않은 건지, 한성민이 말했다.
사실 나야 그에게 어떻게 불리던 상관은 없었다.
저쪽이 날 편하게 생각한다면, 나도 저쪽을 편하게 대할 수 있으니.
하지만 팀장님의 의견을 거스를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적당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예의 차리고, 둘이서만 있을 때는 편하게 말해.”
“아, 역시 말이 좀 통하네. 하여간 팀장님은 하는 생각이 완전 꼰대여. 안 그러냐?”
그러자 한성민은 표정을 활짝 펴며 말했다.
아무래도 심경의 변화가 눈에 잘 들어오는 타입인가 보다.
잠시 후.
나는 경찰차를 직접 운전해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운전은 그냥 나 시키지. 팀장님이 경감한테 운전시킨다고 뭐라 할 지도 모르는디.”
그래도 서인나의 눈치를 보는 건지, 한성민은 그렇게 말했다.
나도 그러고는 싶었지만, 지금은 내가 운전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한성민에게 운전을 시키려면 목적지를 알려줘야 하는데.
나는 화살표 방향만 따라가고 있었으니 선뜻 그에게 운전대를 넘겨주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됐어.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그래 말하면 나도 어쩔 수 없지. 그보다 무슨 사건이냐?”
나는 한성민에게 보이스 피싱 건을 짧게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
“알아?”
“알지. 그 전화 번호에 해당하는 주소지 뒤진다고 할 때 나도 끌려갔걸랑. 그땐 괜히 개고생만 했는디. 뭔 일이 있었냐하면-”
그가 예전 일에 대해 수다를 떠는 사이, 경찰차는 계속해서 화살표를 따라갔다.
그런데 이 화살표, 목적지가 어딜까.
퀘스트 네비게이션의 특성상 화살표가 직접적으로 범인을 향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사건의 단서가 있는 곳으로 움직여줄 텐데.
그게 정작 어딘지를 모르니 조금 답답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30분이나 지났을까.
나는 비로소 화살표가 가리키는 한 커다란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은 다름아닌, 경찰청이었다.
“······”
나는 차에서 내려 경찰청 건물을 올려다 보았다.
온 건 좋은데, 여기에 뭐가 있다는 건가.
그리고 그 답은 같이 온 한성민에게서 나왔다.
“분석팀 찾아 가려고?”
“분석팀?”
“여기 있잖아. 뭔 센터 안에 있는 거.”
아, 그랬구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학 수사 센터가 이곳에 있고, 그 안에 특수본의 분석팀이 소속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분석팀이 하는 일은 과학 수사대와 비슷했다.
그 업무 대상이 퇴마 경찰 전용일 뿐.
그렇다는 건···거기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곧바로 그 분석팀을 찾았다.
그런데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또 뵙는군요, 강진우 경감. 아니, 처음 뵙는다고 해야 할까요?”
바로 소피아 경무관이었다.
그리고 보니 특수본에 셋이나 존재하는 소피아 경무관 중 하나는 이곳에 있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분신인지, 인형인지 모를 소피아는 서로의 기억이 공유되는 듯 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간단히 인사만 하고, 내가 온 이유를 알려주었다.
“그런 이유였다면 그냥 전화나 메일로 자료를 요청하셨어도 됐을 텐데요.”
소피아가 말했다.
그야 나도 내가 이곳에 올 줄 알았다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의 화살표는 목적지를 가리킬 뿐, 알려주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적당한 핑계를 만들었다.
“경찰청이나 과학 수사 센터는 처음이라서. 한번 직접 와보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소피아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셨군요. 그럼 열람하시고 싶으신 자료가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먼저 이 번호가 포함되는 전화번호의 모든 주소지를 보고 싶습니다.”
“어렵지는 않습니다만···그쪽은 이미 한번 다 조사하신 것 아니었습니까?”
“예. 그래서 이번에는 과거의 주소지도 조사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과거라면···기간은 얼마나 원하십니까?”
“우선 10년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숫자가 꽤 많을 텐데요?”
그렇겠지.
그래서 이전에 이 사건을 담당했던 퇴마 경찰들도 과거의 주소까지는 파고들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너무 가짓수가 많아지게 되고, 검증도 쉽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퀘스트의 네비게이션 기능은 단순히 화살표가 끝이 아니다.
단서가 눈에 보일 경우에는 거기에 강조 표시가 되기도 한다.
연수원 실습 때, 수풀에 가려져 있던 작은 방울이 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상관없습니다. 일단은 보여주세요.”
“흠···알겠습니다.”
소피아는 별 말 없이 내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잠시 후.
어마어마한 숫자의 리스트가 모니터 위에 띄워졌다.
“일단 뽑아내긴 했습니다만···살펴보시겠습니까?”
“네. 잠시만요.”
리스트에는 번호와 주소, 그리고 등록된 주소에 대한 간단한 정보가 표시되었다.
그것들을 나는 주르륵 훑었다.
그러자···
“이건···”
그 중 하나가 도저히 안 보고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형광펜으로 칠한 것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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