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4
4.
4.
“이건···?”
누군가의 비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개인 훈련장의 방음 시설은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그래서 비명 소리는 집중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건 역으로 말하면 기어코 방음 설비를 뚫고 들어올 정도로 비명이 강렬하다는 뜻이었다.
나는 설명을 요구하며 이수연을 바라보았다.
“이 소리는 뭡니까?”
“정말로 아무렇지 않으신 겁니까?”
“그렇다니깐요. 그보다 이 소린 뭐냐고요.”
“그건···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한 거니까요.”
이수연은 개인 훈련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비명 소리가 여러 개로 늘었다.
한 사람만이 비명을 지르는 게 아니었다는 뜻이었다.
“조금 전 제가 한 것은 마의 각성입니다. 개안의 다음 단계로, 마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단계죠.”
“각성?”
“다만 마의 각성은 대상의 고통을 동반합니다. 뚫려 있지 않은 신경의 패스를 억지로 뚫어내는 일이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랬구나.
마나 하트는 생성과 함께 몸의 혈관에 마나가 흐르는 길을 만든다.
그리고 이 각성이라는 것 역시 무언가의 패스, 즉 길을 만드는 작업.
어쩐지 마나 하트 때랑 비슷하다 했더니, 실제로 하는 짓이 비슷했던 것이다.
“그런데 강진우 씨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뭐···그렇네요.”
“어째서인지, 짐작 가는 일이 있으십니까?”
있기야 있었다.
나는 이미 마나 하트를 만들어 봤으니, 그게 영향을 끼친 걸지도 몰랐다.
이세계에 갔다 와서도 변한 게 하나도 없는 몸뚱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겉만 그랬고, 속에는 마나 하트로 인해 생성된 마나 회로가 남아있었던 건가.
물론 그렇다 해도 그다지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었다.
판타지 세계가 아닌 이 현실에는 마나 따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저야 모르죠.”
“···좋습니다.”
이수연은 의심스럽다는 눈치였지만, 넘어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내가 모르겠다는 데 어쩔 건가.
“그럼 뭔가 변한 게 있으십니까?”
“변한 거라···”
“각성은 새로운 힘을 얻게 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면 염동력이 생긴다거나 하는 초자연적인-”
쉽게 말해 이능을 얻게 된다는 말이었다.
마와 싸우는 방법이라더니, 이런 거였나.
하지만 몸의 감각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나는 마나를 다뤘던 적도 있으니, 새로운 감각이 추가되었다면 금방 알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단순히 육체 강화 쪽인가?
몸을 한번 움직여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나에게 일어난 변화를 알 수 있었다.
“어?”
“뭔가 변화가 있으십니까?”
“글자가 보이네요.”
“예···?”
시야 한 구석.
OFF라는 글자가 어렴풋이 보였다.
쉽게 알아채기도 힘든 변화였기에, 그냥 벽에 쓰여 있는 건 줄 알았건만.
일어서자 내 시야에 맞게 글자가 따라와서 겨우 알게 된 것이었다.
그나저나 OFF라면···ON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정말로 그것은 ON으로 바뀌었고 시야가 변했다.
“뭐야, 이게.”
아니, 변했다고 해야 할까.
눈에 보이는 풍경은 그대로였다.
다만 증강 현실처럼 그 위에 무언가가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빨간 원통.
예쁜 딸기 주스 같은 액체가 시야 왼쪽 아래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게 뭔지는···물을 것도 없다.
바로 HP통. 게임 화면에서 자주 보던 것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그 외에도 시야 위로 게임 화면의 각종 프레임이 덧씌워졌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수연의 머리 위에는 글자마저 떠 있었다.
이름은 없다. 다만 레벨만 표기되어 있을 뿐.
그러나 그걸로 충분했다.
아무래도 이게 내 이능인가보다.
“······”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걸까.
이수연은 잠잠히 내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세상이 게임처럼 보여요.
당장이라도 게임 중독 센터에 끌려 갈 것만 같은데.
게다가 저 38이라는 게 정말로 내가 아는 레벨 같은 걸까?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어쩌면 저건 단순히 이수연의 나이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확인을 위해 물었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혹시 서른 여덞?”
“······”
내 말에 이수연의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
“아닙니다.”
“만으로도 아니에요?”
“훨씬···젊습니다.”
“아, 그래요?”
다행히도 사람 나이가 표시된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보다 이수연 씨···훨씬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나는 내 능력을 이야기했다.
“제 눈에 레벨이 보입니다.”
“레벨이요? 레벨이···뭡니까?”
이수연이 되물었다.
아무래도 이 여자, 게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게···”
나는 대충 레벨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이수연은 금방 핵심을 잡아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강함을 수치화 할 수 있으시다는 겁니까?”
“뭐···그런 셈이죠.”
그렇게 들으니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 같이 들렸다.
내가 긍정하자 이수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건 아무래도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겠군요.”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맞는 말이었다.
나도 이제 막 이수연의 레벨을 봤을 뿐이니까.
이게 정말로 강함을 수치화시킨 건지는 지켜봐야 할 일.
“그런데 혹시···저는 얼마 정도나 됩니까?”
뭔가를 생각하던 이수연이 은근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숨길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곧바로 답을 알려주었다.
“38입니다.”
“38···아, 그래서···!”
이수연은 뭔가를 납득한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내가 나이를 물었던 게 그렇게 거슬렸나.
이윽고 그녀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 닿았다.
“그럼 강진우 씨, 본인은 어떻습니까.”
이수연의 물음에 나는 훈련장 구석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머리 위에는 예상대로의 숫자가 떠 있었다.
“1이네요.”
***
연수원의 다음 수업은 이틀 후에나 진행되었다.
각성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원래 각성을 하게 되면 최소한 하루는 앓아 눕는다고 한다.
하기야, 마나 하트를 만들었을 때는 나도 비슷했다.
아니지. 나는 거의 한 달을 고생했었던 것 같은데.
“···쯧.”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던 나는 혀를 차며 생각을 지워버렸다.
웬만하면 잊고 살려고 했는데.
이곳에 오게 된 이후 부쩍 용사라 불리던 당시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수업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나는 유일한 준비물인 태블릿을 들고 방을 나와, 처음 모였던 강의실로 이동했다.
“안녕하십니까.”
강의실에 들어선 나는 먼저 와있던 김다영과 이현석에게 인사했다.
“아, 오셨어요?”
“좋은 아침입니다.”
내 인사를 받은 두 사람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짙은 다크 서클과 초췌한 안색.
어제와 그제 내내 고통에 시달린 건지, 얼굴에 그 고생의 흔적이 역력했다.
“진우 씨는 정말로 괜찮나봐요···?”
“그러게요. 운이 좋았죠.”
“부럽네요. 저는 아직도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요.”
“저도 관절이 아파서 움직이기도 힘듭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원리인지···”
김다영과 이현석이 서로 질세라 불만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그들의 고통을 언어로 간접 체험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 둘은 무슨 이능을 얻었을까.
“혹시 무슨 능력을 얻으셨어요?”
별 것 아닌 질문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물었다.
하지만 둘은 일제히 표정을 굳혔다.
“아, 그게···”
“······”
갑자기 분위기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내가 뭔가 실수라도 했다는 것처럼.
하지만 여기에 있는 인원은 자신의 능력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이수연의 말에 의하면 연수원에서는 서로의 안전을 위해 갖고 있는 이능이 뭔지 공지가 된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딱딱하게 굳은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사람의 레벨이 보입니다.”
“레벨이요?”
“네. 참고로 두 분은 5레벨, 8레벨이시네요.”
김다영 쪽이 8레벨, 이현석이 5레벨이었다.
나는 1레벨인데.
왜 저쪽은 벌써 레벨이 높은 거지?
“특이한 능력이네요.”
겨우 입가에 미소를 되찾은 김다영이 말을 이었다.
“저는 검사에요.”
“검사?”
“네. 검을 잘 다루는 능력···인 거 같더라구요. 웃기죠?”
웃기다니, 뭐가?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금방 그녀가 자조한 이유를 깨달았다.
김다영이 개안하게 된 계기.
그건 어떻게 말하면, 김다영이 칼을 잘 다루지 못해 생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저는 이겁니다.”
이현석은 아예 자신의 능력을 눈앞에서 시연해주었다.
그의 오른손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그 열기가 화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현석은 뜨거운 기색도 없이 제 손을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온몸에 화염을 두를 수 있더군요.”
“······”
이제야 이들이 왜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은 건지 알 수 있었다.
능력이 전부 저들이 겪은 트라우마와 관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그럼 나도 이 레벨이 보이는 능력이 내 과거와 관련이 있다는 걸까?
잠깐 고민해 봤지만 아직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나저나···되게 신기하네요. 이런 능력이 다 생기고.”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당최 무슨 원리인지···”
“그죠? 게다가 이런 퇴마 경찰들이 사회에 있었다니, 저는 상상도 못했어요.”
하긴, 그건 나도 그랬다.
이능을 이용해 귀신과 싸우는 경찰이라니.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잘도 숨기고 있었구만.
그리고 잠시 후.
교육을 위한 강사가 단상으로 올라왔다.
그건 역시나, 이번에도 이수연이었다.
“오늘은 이론 교육이 진행될 겁니다. 태블릿에 설치된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시면 오늘 교육에 있을 참고 자료가-”
그녀의 말대로 태블릿을 조작하자 참고 자료, 즉 교과서가 태블릿 위로 띄워졌다.
그런데 그 양이 제법 방대했다.
이수연은 연수원에서의 교육 중에 이론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정도라고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교육 주제는 마의 종류입니다.”
이수연은 능숙하게 수업을 시작했다.
“마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크게 다섯 종류로 분류되는데, 그 중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염’입니다.”
단상의 조명이 어두워지고, 뒤쪽의 벽면에 화면이 비췄다.
PPT로 만든, 교육을 위한 자료였다.
“염은 쉽게 말해 미련입니다. 특히 사람이 죽는 순간, 미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죠. 다만 염은 마에 속하지만, 퇴마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다지 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수연의 설명이 이어졌다.
“염은 인간과 접촉했을 경우, 미련의 욕구를 계승합니다. 예를 들면 치킨을 먹고 싶다는 염을 남긴 경우, 이와 접촉한 사람은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어진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마라고 불리는 것치고는 굉장히 소소한 녀석이었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위험할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 다음 단계인 ‘한’은 다릅니다.”
참고 자료가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한은 그 뿌리가 미련이 아닌 원망입니다. 그렇기에 한을 남기는 죽음은 평범한 죽음이 아니죠. 예를 들면 음식에 대한 한은, 굶어 죽은 아사자들에게서 발생합니다.”
으스스한 이야기였다.
그래서일까. 옆을 슬쩍 돌아보니 김다영의 표정은 벌써부터 좋지 않았다.
“또한 한은 인간과 접촉하면 질병이 됩니다. 음식에 대한 한은 일반적으로 폭식증이나 거식증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며, 최악에는 사람을 죽이게 되죠. 그리고 그렇게 한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해 업을 쌓았을 경우.”
참고 자료가 또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한은 지성을 가진 ‘령’이 됩니다. 흔히 말하는 귀신이죠.”
“힉···!”
귀신이라는 말에 옆에서 김다영이 숨을 삼켰다.
언제 나오나 했는데, 드디어 나왔군.
“이 령이 저희의 주요 퇴마 대상입니다. 령은 쌓은 업에 따라 5단계로 분류되며 단계가 올라갈수록 위험도 역시 상승합니다.”
태블릿의 참고 자료에는 그 5단계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백령, 황령, 청령, 적령, 흑령.
령이라는 건 특이하게도 색으로 구분되었다.
이에 대한 이수연의 설명이 이어졌다.
백령은 이제 막 령이 된 한이지만, 퇴마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황령부터는 본격적인 전투가 필요하며.
청령의 경우에는 팀 전체가, 적령의 경우에는 경찰서가 통째로 동원되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흑령은 하나하나에 이름이 붙을 정도로 희귀하고, 위험한 개체입니다. 그저 강한 령이 아닌 특수한 힘을 사용하는 케이스도 발견되어 독립 영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레이드 보스 같은 건가.
“그 외에도 령이 아닌 실체를 가진 괴물인 ‘괴마’, 또 인간이면서 마에 넘어간 ‘마인’들이 있습니다만···이쪽은 개체마다 특성과 위험도가 크게 다릅니다. 따라서 그때 그때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
그렇게 이론 교육은 2시간이나 이어졌고, 점심 시간이 직전에 끝이 났다.
“이론 교육은 여기까지. 오후 교육은 강당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다음 교육에 대한 짧은 예고와 함께 이수연은 강의실을 나갔다.
이제 즐거운 식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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