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40
40.
40.
나는 그 번쩍이는 주소를 살펴보았다.
위치는 경기도, 거기에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전화 번호는···7년 전에 말소됐나.
어째서 경찰들이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건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이유였다.
“흠···”
역시 예상대로 단서를 찾는 건 쉬웠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 많은 주소지 중, 내가 갑자기 여기를 선택해서 가는 건 너무 이상하다.
그러니 나는 이제부터 그럴 듯한 추리로, 이 주소라는 정답을 유도해 내야 했다.
“······”
잠시 다른 리스트들을 훑는 척하며 생각에 잠겼다.
전화 번호에 4428이 들어가고, 또 들어갔던 수많은 주소들.
하지만 그 중에는 회사나 가게 등도 많았다.
그럼···먼저 일반 주거지를 분리할 방법은 없을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금방 답을 찾았다.
사무실이나 회사와는 달리 가정이라면, 국가 기관에서 조회해볼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더 있었으니까.
“저기···”
“말씀하십시오.”
“혹시 이 주소지에 살았던 사람도 조회가 됩니까?”
“주민등록상의 주소라면 가능합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였다.
“그럼 그 사람들 중에 경찰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사람을 찾아내는 건요?”
즉 주소의 거주민 중, 범죄에 연루된 사람이 있냐는 말이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보이스 피싱이니, 아무리 봐도 괴이가 할 짓은 아니다.
즉 령이나 마인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또한 령은 죽은 사람의 기억이나 특성을 일부 계승하기에, 그가 생전에 범죄자일 가능성이 있었고.
마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경찰에 특정되어 있을 것이기에 이런 요구를 한 것이었다.
내 말에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가능합니다. 잠시 기다려주시죠.”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그 결과를 기다렸다.
기세 좋게 요구하기는 했지만, 허점은 충분히 있었다.
어디까지나 전부 가능성일 뿐이었으니.
때문에 그 명단이 나온들, 내가 알고 있는 정답이 없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범위가 꽤 좁혀졌군요.”
소피아의 말대로 이제 주소지의 개수는 40개 전후였다.
절도나 소액 사기 같은 잡범부터, 살인 미수 같은 중범죄도 일부 보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중에는 강조 표시가 된 사람이 있었다.
5년 전 사망한, 사기 전과를 갖고 있는 한 남자였다.
“이 중에 범인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당연히 있지.
내 눈에 보이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진중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왜죠?”
나는 내가 했던 생각을 소피아에게 들려주었다.
그 속에는 허점이 분명했지만, 소피아는 거기에 대해 뭐라 하지는 않았다.
그야 애초에 단서가 거의 없는 사건이다.
그러니 그 어떤 추리를 내세우더라도, 완벽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완벽한 추리가 성립할 정도로 증거가 넘쳐 흘렀으면 진작에 누군가가 이미 사건을 해결했겠지.
“그럼 왜 일반 가정만 조회하신 겁니까?”
“회사나 가게의 경우에는 임직원까지 조사할 수가 없으니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조회가 불가능할 것 같아 뺀 겁니다.”
내 말에 소피아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습니다. 기업의 임직원 명단까지는 저희에게도 없으니까요. 물론 현재까지 폐업하지 않았다면 일일이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걸리겠죠.”
“그럼 이제 이걸 전부 돌아보는 검까?”
가만히 있던 한성민이 물었다.
주소지는 전국에 퍼져 있었다.
그중에 서울에 있는 것이 10여 개, 그리고 경기도에는 또 다시 10여 개. 나머지는 그 외의 지방이었다.
여기에서부터는 내가 원하는 주소를 한번에 뽑아낼 수는 없을 테니···이 정도 수고는 들여야겠군.
“그래, 우선 가까운 서울 쪽부터 둘러보자.”
리스트를 챙겨 바로 움직였다.
그렇게 가까운 곳부터 확인을 거듭한 우리가 목적지에 도달한 것은, 이틀이 더 지난 수요일이었다.
*
“아이고, 허리야.”
점심을 먹고 다시 경찰차 앞에 선 한성민이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렸다.
하기야 허리가 아플 만도 했다.
이틀 내내 그는 거의 운전만 하며 보낸 거나 다름이 없으니.
“괜찮냐? 이제 내가 대신 운전해줘?”
“됐다, 마. 난 어차피 하는 것도 없는데 이거라도 해야지.”
한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요 이틀 간 지켜본 결과.
그는 껄렁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나름대로 염치가 있었다.
“어쨌든 이걸로 서울은 다 돌았네.”
“그래. 이제 여기로 가야지.”
“허, 슬슬 멀어지는디.”
나는 주소 하나를 가리켰다.
목적지는 경기도 여주로, 경기도에서도 가장 끝에 있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서울에서는 거리가 꽤 되는 편.
“근데 왜 하필 먼 곳부터 가냐? 경기도는 아직 안 돌았잖아.”
“그래야 끝날 때 서울 가까운 곳에서 끝날 거 아니야.”
“아, 그건 그렇네. 니 머리 좋다.”
사실 나는 정답을 알고 있기에 그곳부터 들른 것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한성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나는 문득 그에게 물었다.
“근데 넌 어쩌다 퇴마 경찰이 됐냐?”
“뭐여, 그걸 지금 여기서 묻는다고?”
한성민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야 넌 무슨 죄를 짓고 여기에 있는 거냐고 묻는 셈이었으니.
하지만 나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제 밤에 팀장님이 그러시더라. 원래는 자기가 알려줘야 하는데, 먼저 너한테 직접 들으라고.”
팀에서 간부 위치에 있는 팀장과 나는, 암묵적으로 같은 팀원인 죄수들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서인나는 나에게 죄수들의 죄목과 형량 등을 설명해야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러는 걸 원치 않았다.
죄수···아니, 팀원들을 존중하는 그녀는 팀원들의 뒤에서 말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이야기하길 원한 것이었다.
“하여간···쓰잘데기 없는 짓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성민은 싫은 눈치가 아니었다.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춘 사이 그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흠흠, 그럼 뭐부터 말해야 하나?”
“죄목과 형량부터.”
“거, 되게 형사 같이 말하네.”
“그야 형사니까.”
“허, 그건 그렇지.”
한성민은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폭행치사로 징역 7년이다. 지금 3년째 복역 중이고.”
낮은 엔진 소리와 함께 차가 다시 움직였다.
폭행치사라.
즉 한성민은 누군가를 때려 죽였다는 이야기였다.
“왜, 뭔 사정이라도 있었냐?”
“사정은 무슨 놈의 사정.”
“사정이 있으니 팀장님도 너한테 들으라고 하셨겠지.”
한성민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다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원래 양아치였다.”
“그럴 거 같이 생기긴 했는데. 삥이라도 뜯고 다녔냐?”
“내가 삥을 왜 뜯나?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시비 거는 놈들은 박살내다 보니 그래 된 거지.”
그의 이야기는 이랬다.
한성민은 학생 때부터 싸움이 잦았다.
시비 거는 놈들은 전부 박살낸다는 그의 태도가, 그 대상을 가리지 않았던 탓이었다.
불량한 상급생부터 시작해서, 진짜 동네 양아치까지.
때문에 그의 고등학교 시절은 온통 싸움으로 점철되었지만 그는 한번도 꺾이지 않았다.
그만큼 한성민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한성민에게 원한을 품은 놈 중 하나가 그를 이길 수는 없으니, 그 가족에게 보복을 하려 한 것이었다.
“근데 그 새끼들은 진짜 병신이었다. 지들이 내 여동생을 데리고 있다 하데. 난 그런 거 없는디. 알고 보니까 같은 아파트에 살던 여자애더라고.”
“그래서?”
“그래서는 뭐···내가 안 가면 그 애한테 무슨 짓을 할지는 뻔하지 않나. 그래서 오라는 데로 갔지. 근데 그 새끼들이 숫자는 제법 많더라. 위험하게 무기도 쓰고. 그래서 힘 조절이 잘 안 됐다.”
한성민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곳에서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몇 명이나 죽였는데?”
“···셋.”
어쩐지, 사연이 있는 폭행치사치고는 형량이 좀 높다 싶었는데.
그의 이야기를 들은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앞으로 4년 남은 거냐?”
“그렇지.”
“4년 지나면 뭐하게?”
한성민과 같은 죄수들은 형량이 끝나면 선택지를 부여받는다.
계속 퇴마 경찰로 살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으로 돌아갈지.
그러나 그는 일반인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가 나가서 뭐하겠나. 이거나 해먹고 살아야지.”
“그래, 그게 나을 지도 몰라. 나도 취직 준비 좀 해 봤는데, 더럽게 힘들더라.”
“근디 난 순경부터 시작이라, 월급이 너무 짜.”
“그건 감당해야지.”
“와, 자기는 경감이라고 쉽게 말하네.”
“그야 나는 경감이니까.”
“허···!”
한성민은 기가 막힌다는 듯 그런 소리를 냈다.
그 뒤로는 시시콜콜한 잡담이 이어졌다.
그렇게 차가 도로를 달린 지 한참 후.
우리는 시골 한구석에 방치된 낡은 건물 앞에 도착해 있었다.
“주소 상으로는 여긴디···”
한성민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근처에는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앞에 차가 다니는 작은 도로가 나 있을 뿐.
근처의 마을도 있긴 했지만, 그곳과도 뚝 떨어진 위치였다.
“이건 집이 아니라 거의 창고네.”
건물은 붉은 색의 벽돌로 지어진 2층 짜리 건물이었다.
다만 유리창도 별로 없고, 가정집이라기에는 삭막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2층 오른쪽. 안에 뭔가 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미 내 혼령 감지 스킬이 반응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마인이 아니라 령이라는 말.
또한 28 레벨이라는 수치는 놈이 황령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이야, 진짜 있어? 경감은 역시 뭔가 다르구만. 설마 정말로 찾을 줄은 몰랐는디.”
“뭐? 그럼 못 찾을 줄 알았냐?”
“나야 또 개고생만 하는 줄 알았지.”
한성민이 큭큭거리며 자신의 신기를 꺼내들었다.
그의 신기는 철제 야구 배트였다.
내 눈에 보이는 등급은 레어.
붙어있는 능력치를 확인해보니, 체력과 힘이 적당히 붙어있는 무난한 신기였다.
이에 나도 별운검에 손을 댔다.
입구는 꽤 넓었기에, 나는 한성민과 동시에 돌격할 작정이었지만.
“거, 이런 건 죄수들 시키는 거라 안 배웠나? 내가 먼저 들갈게. 경감님한테 생채기라도 나면 팀장님한테 뭔 소릴 들을라고.”
그런 말을 하며 한성민이 먼저 문을 열어젖혔다.
나는 굳이 앞장서는 그를 막지 않았다.
한성민의 레벨은 최은영보다도 훨씬 높은 44.
거기에 지원조로 활약했다던 최은영과는 달리, 완전한 전투원인 그라면 결코 황령에게 패배할 수준이 아니었다.
“건물 한번 더럽네.”
호기롭게 건물 안으로 들어온 한성민은 주변을 노려보았다.
건물 안은 오랫동안 방치된 듯 먼지 투성이였다.
또한 방치된 가구들이 드문드문, 그 위에 서 있을 뿐.
그리고 그런 건물의 한구석.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강철문으로 막혀 있었다.
낡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검으로는 뚫을 수 없는 문.
그러나 그 앞에서 한성민의 능력이 발휘되었다.
“이걸 문이라고 달아놨나?”
한성민의 온 몸이 은빛으로 변했다.
그의 능력은 자신의 몸을 접촉 중인 금속으로 변환시키는 것.
그리고 지금 그의 손에는 강철 배트가 들려 있었다.
그렇게 온 몸이 강철로 변한 그는 그대로 문을 들이박았다.
콰드드득!
한번의 몸통 박치기로 문이 크게 어그러졌다.
그리고,
“으아아아!”
그가 함성과 함께 다시 한 번 들이받자, 끝내 문의 경첩이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뜯겨 나갔다.
아무리 낡은 문이라고 해도 철제 문이었건만, 저렇게 무식하게 뚫어내다니.
그럼에도 한성민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어째서 지방 출장에서 한성민만 부상이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 이제 못 숨는다.”
문을 박살낸 한성민은 의기양양하게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비로소 2층에 둥지를 틀고 있던 령의 모습이 보였다.
“우어어어어!”
철근···아니, 전선에 온몸이 꿰뚫린 형상을 한 령이 귀곡을 내뱉었다.
하지만 한성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그는 호기롭게 령에게 자신의 신기, 야구 배트를 휘둘렀다.
뻐억!
“끄어억!”
뼈와 가죽을 후려치는 살벌한 파열음과 령의 비명 소리가 겹쳤다.
한성민의 공격은 기술도 뭣도 없이 단순했지만, 그 안에 실린 힘은 실로 엄청났다.
단 일격에 황령의 팔이 부러진 것처럼 너덜거린다.
“우어어억! 죽어어어어!”
이에 령이 발광하며 온 몸에 꿰어진 전선을 움직였다.
하나하나가 사람 엄지 손가락만큼 굵은 전선.
그런 것들이 10개 가까이 휘둘러지며, 공기를 갈랐다.
마치 령을 수호하듯 놈의 주변을 보호하는 전선들.
콰득!
그 중 일부가 건물의 벽을 후려치자, 낡은 벽돌 따위는 힘 없이 부서져 나갔다.
일반인이 맞는다면 단번에 뼈까지 부러질 레벨.
그러나.
“유령 놈이 잡기술은···!”
한성민은 그런 황령에게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그러자 여지 없이 맹렬한 기세의 전선들이 그를 때렸지만, 한성민은 흔들리지도 않았다.
강철로 변모한 그의 몸은 이미 전선 따위보다는 훨씬 더 단단했기에.
“뒤지라, 새끼야.”
그리고 그는 령을 향해 배트를 휘둘렀다.
퍽! 퍽! 하는, 쇳덩이가 썩은 고깃덩이를 후려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그 소리가 끝났을 때, 이미 황령은 찌그러진 캔처럼 변해있었다.
“···무식하게도 잡네.”
“무식이 아니라 심플한 거지.”
한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으로 황령의 뚝배기를 깼다.
푸악!
황령의 머리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온 착각도 잠시, 놈은 그대로 소멸했다.
“뭐 더 없나?”
“령은 더 없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황령이 숨어있던 2층의 방안으로 진입했다.
정말로 이 황령이 보이스 피싱을 하고 있었던 거라면 무언가 증거가 있을 테니.
그런데 방 안에는···검은색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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