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41
41.
41.
“저건 또 뭐야.”
검게 빛나는 아이템.
그건 분명 전화기였다.
2층 구석에 있는 작은 방에는 녹슨 철제 책상만이 있었고.
그 위에는 덩그러니 구식 전화기가 하나 놓여 있었다.
분명 보이스 피싱과 연관이 있는 물건이긴 하지만.
검은 색으로 빛나는 아이템은, 지금까지는 한번도 보지 못했었다.
생김새를 봐서는 등급이 높은 건 아닌 것 같고.
특수 아이템 같은 건가?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곧바로 검게 빛나는 전화기의 설명 창을 확인했다.
령의 업이 쌓여 만들어진 저주 받은 전화기.
세 번의 저주 의식이 성립할 경우, 중급 주법에 해당하는 저주를 발현한다.
“흠···”
“왜 그래 서 있나? 뭐 있어?”
한성민이 그렇게 물었다.
나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입에 담았다.
“아니, 이 전화···저주 받은 거 같은데.”
“저, 저주? 그럼 이게 귀물이라고?”
“귀물?”
“귀하다는 게 아니라, 귀신할 때 그 귀다. 귀신 들린 물건이라고.”
아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그의 말에 의하면, 귀물은 령이나 괴이에 비해 극히 드물게 발견되는데.
오랜 시간 마와 가까이 있거나, 그것들이 업을 쌓는데 사용된 도구들이라고 한다.
퇴마사들에게 신기가 있다면, 령이나 괴이에게는 이 귀물이 있다는 말.
그러니까···마검 같은 거구만.
“대충 알겠어. 그럼 이건 갖고 가면 되나?”
“회수는 해야 한다. 근데 그냥 들고 가서 괜찮겠나? 위험할 지도 모르는디.”
내가 아무렇지 않게 전화기를 들자, 한성민은 경계하는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 리는 없었다.
한성민이야 이게 어떤 저주를 갖고 있는지 모르는 데 반해.
나는 이미 아이템의 설명 창을 읽었으니, 두려워 할 것이 없었다.
“난 괜찮아. 그러니 먼저 내려가 있어. 비슷한 거 있나 찾아볼게.”
“···알겠다.”
한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여기에 비슷한 아이템이 있을 리는 없었기에.
나는 그 사이, 퀘스트 창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뭘 주려나.”
비록 적은 황령이었지만, 수사 과정이 쉽지 않아서일까.
이래 봬도 B급 퀘스트였다.
그리 보상이 형편없지는 않을 터.
나는 퀘스트 완료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강화가 되지 않은 장비를 세 단계 강화시킵니다.
이런 아이템이 나왔다.
장비 강화권이라.
분명 지난 번에 얻었던 매직 큐브에 강화라는 항목이 있었지.
그래서 확인해보니 비활성화 상태였던 강화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나는 임시로 가지고 있던 별운검을 강화 슬롯에 넣어봤다.
그러자 게임들이 으레 그렇듯, 강화를 실행하지 않아도 강화 후의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괜찮긴 한데···”
세 단계 강화라서 그런지, 올라가는 능력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력과 스탯이 올라갈 뿐.
핵심인 특성이 추가되는 건 아니었기에 파격적인 변화라 보기는 힘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갑자기 도움말이 팝업되었다.
[각 장비는 3 단계 강화마다 특성이 랜덤으로 추가됩니다.] [+10 장비는 상위 장비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그런 거였구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즉 장비 강화권을 열심히 모아서 추가 특성을 얻고, 장비를 진화까지 시키라는 뜻이었다.
그런 거라면···지금 당장 쓸 이유는 없겠군.
“그럼 돌아갈까.”
*
나는 한성민과 곧바로 사무실로 돌아갔다.
정작 사건을 처리하는 데는 얼마 안 걸렸지만, 거리가 멀다 보니 도착했을 때는 이미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벌써 왔어?”
사무실로 들어서자 서인나가 있었다.
보통은 범죄 현장을 돌며 적극적으로 퇴마에 임한다고 들었기에, 없을 줄 알았는데.
“팀장님은 현장 안 나가셨나 보네요?”
“응. 오늘은 이걸 처리해야 하거든.”
서인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서류 더미를 가리켰다.
종류조차 일정하지 않은 수많은 종이 쪼가리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서류의 산 뒤에는 최은영의 모습도 보였다.
아무래도 서인나를 도와주고 있던 것 같은데, 존재감이 옅었다.
나는 그런 최은영에게도 눈인사를 한번 하고 입을 열었다.
“엄청 많네요. 원래 이렇게 많습니까?”
“원래는 별로 없지. 근데 지금까지 현장 나가느라 잔뜩 밀려 있던 거야. 그래도 강 경감 덕분에 좀 여유가 생겨서 이제라도 처리하는 거지.”
“아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경찰차를 주차하느라 조금 늦게 올라온 한성민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서인나는 그쪽으로 시선을 한번 주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오묘한 미소와 함께.
“쉽지 않지?”
“예?”
“사건 말이야. 하지만 너무 풀 죽을 필요는 없어.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인지는 전임자인 내가 잘 아니까.”
서인나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녀는 내가 도중에 포기하고 올라온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러니 오히려 말을 꺼내기가 더 어려워지는데.
그러던 찰나, 한성민이 타이밍 좋게 나섰다.
“팀장님요, 뭔 소릴 하는 겁니까? 다 끝내고 온 건디.”
“끝나긴 뭘 끝나? 퇴마를 해야 끝난 거지.”
“아, 그걸 누가 모릅니까? 강 경감님이 다 처리하셨다 그 말입니다. 령은 물론 제가 때려잡았고요. 경감님은 그 뭐냐, 귀물 하나 찾아 오셨습니다.”
“귀물···?”
서인나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나는 그녀에게 가져온 귀물, 낡은 전화기를 꺼내 보였다.
서인나는 그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안에 깃든 영력을 감지하려 하는 것이었다.
“···진짜잖아? 어떻게 된 거야?”
금세 그것이 정말 저주 받은 귀물이라는 걸 깨달은 서인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눈치 없이 한성민이 다시 한번 나섰다.
“아, 그게 말임다. 실은-”
“넌 조용히 하고! 강 경감, 네가 수사 지휘했지? 그러니 네가 말해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처음부터 설명했다.
하지만 결코 긴 설명은 아니었다. 그야 분석팀 찾아가서 자료 찾고, 그 자료대로 뒤지고 다닌 게 전부였으니.
“···이렇게 된 겁니다.”
“······”
내 말을 들은 서인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눈을 깜빡였다.
그녀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한성민이라면 모를까.
퀘스트의 존재를 모른 채, 단지 내가 한 추리대로 움직여서 범인을 발견했다는 말은.
결국 그냥 운이 좋았다는 말과 같다는 걸, 서인나가 모를 리가 없었다.
“왜 아무 말도 없으십니까? 설마 팀장님 이거···자기가 해결 못 한 거 단번에 해결해오니 당황하신 검까?”
하지만 그 사이를 못 참고 한성민이 깝죽댔다.
그러자 서인나의 미간이 팔자로 휘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런 거 아니야.”
“딱 그런데요, 뭐. 아니긴 뭐가 아니-”
“넌 좀 닥쳐!”
서인나가 소리를 빽 지르자, 그 기세에 한성민은 곧바로 찌그러졌다.
그녀는 한성민을 잠시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잘했어. 어려운 사건을 이렇게 빨리 해결하다니. 정말로 놀랄 정도야. 그런데···강 경감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니?”
“아니요. 이건 그냥 운이 좋았던 거죠. 그 중에 진짜 있을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답했다.
그러자 그제야 서인나는 입가에 미소를 드리웠다.
“강 경감,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성과에 운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명확히 아는 놈한테나 통하는 말이야. 그런 점에서 강 경감은 확실히 운이 실력인 것 같네. 저놈과는 다르게.”
그 말에 한성민이 뭐라고 꿍얼댔다.
하지만 그건 내 귀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그럼 이건 내가 회수할게. 사건에 귀물까지 회수하다니. 본부로 보고하면 강 경감의 성과로 인정 받을 거야.”
“감사합니다.”
내 감사를 받은 서인나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그리고 그 미소의 의미는 바로 다음 대사에서 이어졌다.
“천만에. 이 정도면 내 예상 이상이야. 강 경감이 이렇게 잘 해주니, 안심하고 다음 사건을 맡길 수 있겠어.”
“사건···이요?”
“그래. 이게 정~말 심각한 사건이었거든. 근데 내가 도저히 갈 수가 없어서 말이야. 강 경감 실력을 알아보고 투입할 생각이었는데, 걱정 없겠어.”
그렇게 심각하시면 직접 가시지.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잘 정제되어 목소리로 나왔다.
“다른 일이 있으신가 보죠?”
“응. 위에서 이거랑 같이 적령 건을 던져주더라. 미친 거 아니니? 출장 가서도 그 지랄을 했는데, 하나를 더 잡으라고? 적령이 무슨 동네 개새낀가? 그래도 한때 다 현장 뛰던 양반들인데, 감을 다 잃었나 봐.”
서인나는 웃고 있는 얼굴 그대로 그렇게 말했다.
사무실의 온도가 조금 떨어진 느낌이었다.
“적령이 또 나왔답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우연인지 재수가 없는 건지, 최근 들어 너무 자주 튀어나온단 말이지. 그래서 내가 레이드 팀원으로 또 소집당한 거야.”
적령은 청령보다 한단계 더 위지만, 그 전투력은 급상승한다.
황령과 청령의 레벨 구간 차이는 10 레벨이지만, 청령과 적령은 20 레벨이 차이 나는 것이 그 이유.
서인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쨌든 강 경감도 그렇게 알고 있어. 아, 그리고 현장 투입은 다음 주부터야.”
“다음 주요? 시급한 거 아니었습니까?”
“작전에 우리만 투입되는 게 아니라서, 사전 회의가 있어. 법당에서도 협력 인원이 투입될 거거든.”
“법당이요?”
분명 연수원의 이현석이 들어간, 불교 쪽의 퇴마사들이었던가.
교회라면 모니카 덕분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지만.
그쪽과는 전혀 연이 없었기에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서인나는 다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을 수색하다가 그쪽 퇴마사 하나가 죽었어. 그래서 일이 커졌고, 법당의 중심부인 중생총본에서 직접 인원을 파견하게 된 거야. 그렇게 됐으니···파트너로는 성민아, 네가 갔다 와라.”
“···알겠슴다.”
“오늘이 수요일이니까···회의는 금요일에 잡아도 되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신 오늘은 여기서 퇴근해도 돼. 내일은 내 서류 작업 좀 도와주고.”
“그럼 수고하십쇼!”
“성민아, 넌 남아야지. 니가 경감이니?”
“아니, 팀장님. 저도 같이 갔는데-”
그 둘의 목소리에 사무실은 금방 소란스러워졌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나까지 붙잡힐 것 같아, 최은영에게 인사만 하고 바로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는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
금요일.
오늘은 예고된대로 법당의 사람들과 사전 회의를 하기 위해 움직였다.
회의 장소는 중생총본 서울 지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커다란 절 안에서였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우리를 안내해준 승려는 그렇게 말하며 물러났다.
여긴···응접실인가.
절답게 전통적인 문양과 형식으로 꾸며진 아담한 방이었다.
방에 놓인 것은 딱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전부.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자, 곧 새로운 사람 두 명이 들어왔다.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녀였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남자 쪽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역시나 승복.
머리를 밀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스님의 복장이었다.
그는 적당한 미소와 함께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의 레벨은 37.
최은영보다는 높고, 한성민보다는 낮은 레벨이었다.
“저는 중생총본의 남태수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이소월이요.”
조용히 있던 여성, 이소월도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여성은 긴 생머리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스님과는 많이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거기다 인상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꽤 거칠었다.
예를 들자면 암사자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또한 그녀의 레벨은 58.
거의 서인나 팀장에 육박하는 레벨, 즉 상당한 강자라는 뜻이었다.
이에 나 역시 내 소개를 했다.
그리고 한성민을 바라보자, 그는 뚱하게 입을 열었다.
“저 두 사람, 저하고는 아는 사이입니다.”
“아, 그래?”
“하하, 맞습니다. 한 순경은 저희 법당과 인연이 있었거든요.”
모르고 있던 사실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인나 팀장이 별 이유 없이 한성민을 나와 함께 보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이쪽과 잘 아는 사람이라 붙여준 것이었나 보다.
“너 불교였냐?”
나는 한성민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남태수 쪽에서 나왔다.
“그런 게 아닙니다. 오히려 한 순경에게는 저희 쪽에서 신세진 일이 있었죠.”
법당이 한성민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나는 한성민을 돌아보았다.
“거, 쓸데없는 말은 해 가지고.”
그러자 한성민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요약하자면, 그가 폭행치사라는 죄를 얻게 된 그날.
그를 불렀던 자들이 인질로 삼았던 여성이 법당에 소속된 고위 퇴마사의 딸이었다던 모양이었다.
“그랬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인연이라면 있어도 나쁠 건 없지.
“후우···”
그때 가만히 있던 이소월 쪽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어디 안 좋은가?
그러나 그 한숨에 화들짝 반응한 것은 오히려 남태수였다.
그는 어딘가 급한 사람처럼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인사도 끝났으니, 그럼 바로 사건 이야기를 해보죠.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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