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42
42.
42.
“예. 인수인계는 다 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대전 외곽의 어느 고등학교였다.
한 달 전, 경비원이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일주일 후 당직 중인 교사가 사망했고.
그 후에는 학생 세 명이 동시에 실종된 사건이었다.
사건 발생 시간은 모두 한밤중인 자정.
현장에는 이렇다 할 증거도 없었기에, 이 사건은 마로 규정되어 경찰로 넘어왔다.
그리고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법당에게 퇴마를 요청했는데.
이를 위해 투입된 법당의 퇴마사마저 실종되면서 지원 2팀과 중생총본까지 나서게 된 것이었다.
“경찰 쪽에서는 원인이 뭐라 추측하십니까?”
“실종 주기가 불규칙하지만 장소가 일정한 점, 그리고 시간상으로는 자정에 사건이 일어나는 점을 고려해서 경찰에서는 마역의 공명 현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인수인계 받은 내용을 그대로 읊었다.
마역의 공명 현상.
간단히 말하면 마에 의해 창조된 공간인 마역이, 현실의 공간을 간헐적으로 침식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에 휘말린 사람들은 마역으로 흘러들어가 실종되거나, 반대로 마역에서 나온 령이나 괴이에게 희생당하게 된다.
그 해결법은 계속 현실을 침식하는 마역의 주인을 처리하는 것 뿐.
이에 남태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 한마디 더 얹자면, 저희는 그 마역의 주인이 최소 청령 이상이라 봅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실종된 저희 퇴마사의 수준을 고려했죠. 혹시 강 경감님은 저희 법당의 퇴마사 등급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지?”
“어깨 너머로 들은 정도입니다.”
그 말대로, 정보의 출처는 연수원 동기인 이현석이었다.
물론 연수원 수료 후 그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김다영의 주도로 만들어진 단체 채팅방 덕분에, 그는 물론이고 모니카와 김다영과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던 건지 남태수는 말을 이었다.
“그럼 제가 설명하죠. 이번 사건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라.”
“아, 예. 그러시죠.”
“먼저 저희 법당은 불도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자들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퇴마사의 영력과 이어지죠. 이건 알고 계시죠?”
“그건 알고 있습니다.”
교회는 과거의 신이나, 신도가 남긴 막대한 전승을 지닌 성물을 주요 무기로 삼는다.
때문에 교회 내에서의 지위는 얼마나 강력한 성물에게 선택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어떤 성물에 선택받고, 또 인정받는 것 자체가 퇴마사가 지닌 힘으로 이어지는 셈.
하지만 그에 비해 법당은 자신들의 수많은 전승을 신기가 아닌, 수행 그 자체에 부여했다.
누구라도 수행을 행하고, 그 끝에서 깨달음에 이르면 전승이 가진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그래서 법당에서의 지위는 곧 수행의 깨달음을 얼마나 달성했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맞습니다. 교회와는 많이 다르죠.”
내가 아는 것을 풀어놓자, 남태수는 그렇게 답했다.
“왜 그런 차이가 있는 겁니까?”
“교리 때문입니다. 교회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어, 신의 은총을 받아야만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에 비해 법당은 인간 스스로의 수행만이 깨달음을 얻고 윤회를 끊어낼 수 있다고 말하죠. 퇴마에도 그런 각자의 교리가 반영된 거라 하더군요.”
별 생각 없이 물었던 질문이었는데, 복잡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쨌건 교회는 신기가 강하고, 법당은 수행을 통해 자신이 힘을 얻는다는 건가.
그렇다면···
“그럼 여기서 수행을 하고 교회의 신기를 드는 건 안됩니까?”
“예전의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셨네요.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서로가 가진 전승이, 서로를 부정하기 때문이라더군요. 특히나 교회 쪽의 전승은 굉장히 배타적입니다. 유일신 종교가 가진 특징이죠.”
내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는 딱 잘라 부정했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저희는 그런 수행의 첫 번째 깨달음을 얻은 자를 아라한이라고 부릅니다.”
아라한.
법당의 가장 기초적인 불도를 깨달은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힘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전체적인 신체 스펙 상승과, 영력에 신성을 실을 수 있는 정도.
이현석 역시 지금은 아라한에 이르기 위해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던가.
팀장 얼굴 보기도 전에 현장에 투입된 나와는 달리, 꽤나 여유 있는 진도였다.
그리고,
“거기 있는 한 순경도 아라한입니다. 얼마 전에 첫 번째 불도 수행을 마쳤죠.”
“그래요?”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어쩐지 힘이 세더라니.
“법당 소속이 아니더라도 가르쳐 주는 겁니까?”
“물론 아닙니다. 한 순경이 특별한 거죠.”
법당이 한성민에게 신세를 졌으니, 이를 불도 수행을 전수해주는 것으로 보답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하기야 신체 강화에 가까운 한성민의 능력과, 신체 자체를 강화하는 법당의 불도는 상성이 좋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말씀하시죠.”
“아라한의 다음 단계는 8가지의 불도 수행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저희는 팔부신중이라 합니다. 실종된 퇴마사는 가루라···그러니까, 팔부신중의 3번째 불도를 수행 중이었죠.”
팔부신중이란 불교를 수호하는 8명의 호법신들이다.
즉 그들이 가진 전승을 구현하는 수행인가.
하지만 그렇게만 들어서는 실종된 퇴마사가 정확히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남태수 씨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저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팔부신중의 4번째 불도인 아수라를 수행 중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태수의 레벨이 37 정도니, 실종된 퇴마사는 35 쯤 된다는 말.
그래서 법당에서는 마역의 주인이 최소한 청령 이상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 계신 이소월 누님은 팔부신중을 모두 깨달으시고, 그 윗단계인 오대명왕의 불도를 수행 중인 분이시죠.”
“······”
남태수는 겸사겸사 이소월의 수준도 덧붙여 주었다.
하지만 정작 이소월의 미간은 미묘하게 찌그러졌다.
그러자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그녀의 입이 비로소 열렸다.
“저기.”
“누님?”
이소월이 목소리를 내자, 남태수가 고개를 홱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소월은 나를 바라본 채 그대로 말을 이었다.
“강 경감이라고 했던가?”
“누님! 아무 말 마시라니까.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됐어, 이 새끼야. 강 경감, 내가 이런 자리가 좀 불편해서 그런데 말 좀 까도 되냐?”
“누님!”
깜짝 놀란 남태수가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말을 까고 있었으니까.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기도 하고, 나이도 많아 보이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 예. 마음대로 하세요.”
“후···씨발. 답답해 뒤지는 줄 알았네.”
갑자기 쌍욕이 들려왔다.
왜 저러나 싶어 한성민을 바라보니,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과연···그냥 원래 저런 사람인가 보다.
“아이고, 누님. 그, 말이라도 좀 예쁘게-”
“이 새끼는 새파란 놈이 왜 우리 주지 스님 같은 소리를 하냐. 그보다 담배 없냐?”
“있겠습니까?”
“니들은?”
그러면서 이소월은 뻔뻔하게도 이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나 한성민이나 흡연자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곧 실망감을 표했다.
“이런 씨···됐다. 그럼 개소리는 그만하고, 빨리 끝내지.”
입을 열기 시작한 이소월은 거침이 없었다.
옆에서는 남태수가 계속 그녀를 말려보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대화의 주도권은 이소월에게 넘어갔다.
“오늘 회의의 주제는 두 개다. 첫 번째는 정보 교환. 근데 그건 끝난 거 같고. 두 번째는 너희와 우리가 어떻게 싸울 건지 정하는 거. 각자 역할 분배를 하자는 거지.”
“아, 예. 그렇게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주제는 그 두 가지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회의가 길어진 것 뿐.
이소월은 거기서 나를 가리켰다.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네 실력을 못 믿겠다. 너, 이현석이랑 동기라며?”
이현석을 알고 있는 건지,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하기야 후임이라고 몇 명 되지도 않을 테니, 알고 있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퇴마사가 된 지 한 달도 안 된 애송이를 이런 작전에 투입한다고? 그게 네 팀장의 판단이냐?”
“누님! 그런 소리를 그렇게-”
“넌 닥쳐봐. 니도 결국 이 소리 하려고 온 거잖아. 뭘 빙빙 돌려 말하냐.”
남태수는 이마를 짚으며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부정하지는 않는다.
즉 지금 이소월의 말은 직설적이지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아니,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한성민이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러나 법당 쪽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지금 경찰 측 전력인 나와 한성민은 객관적으로 이소월에 크게 못 미치는 경력과 전투력을 갖고 있다.
그러니 법당의 입장에서는 경찰에서 너무 적은 전력만을 투입하는 게 아닌가.
그런 불만을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뭐하자는 게 아니다. 나를 설득 해보라고. 너희가 우리랑 뭐할 건데? 최소 청령 이상의 적이다. 어쩌면 그것보다 강한 괴이가 있을 수도 있지. 그럼 너희가 도움이 될 수가 있냐?”
냉정하게 내뱉는 이소월의 말에 한성민은 반박하지 못했다.
애초에 전투력 차이가 극심했으니,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녀를 설득할 카드가 있었다.
그게 서인나가 굳이 나를 이곳에 보낸 이유이기도 하고.
“전투는 알아서 하시죠.”
“뭐?”
“대신 길은 찾아드릴게요.”
내 말에 이소월의 눈빛이 변했다.
나는 말을 이었다.
“마역의 공명 현상은 언제 다시 일어날지 알 수가 없죠. 저희가 출동한다해도 그 날 공명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마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안 남습니다.”
“네가 마역으로의 문을 열겠다는 거냐?”
마역과 공명하는 현실의 공간은 일정 주기를 갖고 바뀐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만큼은 같은 장소와 공명하는데, 그때 그 현실의 공간에는 마역과 연결된 통로가 존재한다.
그것이 문.
하지만 그 문은 우수한 퇴마사라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마역과 연결되지 않았을 때는 지극히 미약한 영력 외에는 감지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걸 찾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가 가진 능력이 영력 탐지입니다. 수사에 특화된 능력이죠. 저라면 그 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게···정말입니까?”
“영력 찾아내는 실력 하나는 진짜임다. 이번 주만 해도 귀물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가만히 있던 남태수의 물음에 한성민이 답했다.
이소월은 문득 뭔가 생각 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리고보니···이현석 걔가 네 이야기를 했었지.”
“현석 씨가요?”
“그래. 생각해보니 네 능력에 대해서도 들었던 것 같다. 연수원에서 마인 하나를 잡을 정보를 제공했다지?”
“예. 제가 괜히 경감이겠습니까?”
나는 잘난 척 하듯 말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잘난 척 그 자체였지만.
차라리 이소월에게는 이러는 것이 설득력이 있었다.
경찰에서의 계급은 곧 퇴마 경찰의 수준을 나타내기에.
그것은 곧 내 능력을 경찰이라는 국가 단체가 보증한다는 뜻이었다.
“하, 자신만만하구만.”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지만, 이소월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다 치자고. 그럼 정해졌네. 너네가 찾고, 내가 죽인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나는 냉큼 대답했다.
그러자 이소월은 시원한 미소와 함께 테이블을 한번 내리쳤다.
“좋아. 회의 끝. 난 간다.”
그렇게 말한 이소월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크게 한숨을 내쉰 것은, 역시 남태수였다.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런 성격이라 최대한 말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 저 누님이 그런다고 될 사람임까? 차라리 혼자 들어오는 게 낫지.”
남태수의 말에 한성민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자 남태수는 울컥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괜히 데려왔겠냐? 이런 자리는 체면이라는 게 있는 거야, 임마.”
그의 입장도 이해는 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법당 소속의 퇴마사가 실종된 사건이다.
그런 회의에 꼴랑 두 명 밖에 안 되는 인원조차 전부 참석하지 않았다가는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듣게 될지 모르는 것이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결론이 빨리 나와서 좋네요.”
“아이고, 기분이 나쁘셨을 텐데, 그렇게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남태수는 나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는 이소월 같은 사람이 싫지는 않았다.
단도직입적에 예의도 없지만, 앞뒤가 다르지는 않으니.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회의는 거기까지였다.
어느새 시야 구석에서는 퀘스트 아이콘이 번쩍이며, 새로운 퀘스트의 등장을 알리고 있었다.
*
이틀 후, 일요일 밤 11시 30분.
나는 이미 사건 현장인 한 고등학교에 와 있었다.
옆으로 길고 한쪽이 기역 자로 꺾인, 4층 건물.
전형적인 학교의 모습이었다.
“···이건 주말 출근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학교 운동장에 멈춘 경찰차에서 내렸다.
사건의 발생 시간은 전부 자정이었다.
그렇기에 자정은 이곳에서 마역의 존재감이 가장 강하고, 또 마역으로 진입하기도 쉬운 시간대.
그래서 자정에 출동해야 하는 것은 맞았다.
다만 그 자정이 월요일이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일 뿐.
일요일을 아예 안 쉰 건 아니지만···뭐랄까.
굉장히 억울한 출근이었다.
“하, 내 이럴 줄 알았다. 어쩐지 금요일에 퇴근을 빨리 시켜 주더만.”
한성민 역시 속았다는 듯 말했다.
“이거 수당은 나오겠지?”
“나와야지! 이 오밤중에 여기까지 왔는데.”
물론 그래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사람 하나 없이 조용했다.
경찰이 사건 조사를 이유로 철저히 인원을 통제했기 때문이었다.
“······”
그런 어둠과 침묵 속에서 나는 가만히 퀘스트 창을 바라보았다.
퀘스트는 역시 이 사건과 관련이 있었다.
다만 그것은 지금까지의 퀘스트와는 그 결이 달랐다.
그 이유는,
퀘스트의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았던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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