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43
43.
43.
메인 퀘스트라니.
지금까지는 등장한 적도 없는 퀘스트였다.
또한 메인 퀘스트라면, 일반적으로 게임 상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퀘스트를 말한다.
그런 게 하필 지금 등장했다는 것은 이 학교와 이어지는 마역에 뭐가 있긴 있다는 말.
게다가 난이도조차 표시되어 있지 않았기에,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는 퀘스트였지만.
“······”
그렇다 해도 이 퀘스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단지 경찰에서의 내 입장 때문만이 아니라···게임적인 측면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게임은 메인 퀘스트를 깨지 않으면 스토리가 아예 진행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 중에는, 간혹 메인 퀘스트에 실패하거나 포기를 해도 스토리가 진행되는 게임이 있다.
대신 퀘스트의 결과가 스토리의 분기가 되어, 게임의 엔딩의 영향을 주는 방식.
그리고 그런 게임에서 메인 퀘스트의 실패, 아니 실패조차 아닌 포기는 대부분 그다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나는 퀘스트를 방치하는 선택은 하지 못했다.
그건 막연한 위험성만으로 손해 볼 가능성이 큰 선택을 하는 셈이니.
“저 사람들은 이제 오네.”
한성민이 이제 막 운동장으로 들어오는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차량은 경찰차 근처에 서더니, 거기서는 불당의 두 퇴마사가 내렸다.
사전 회의에서 만났던 남태수와 이소월이었다.
둘 다 지난 번에 봤을 때와 복장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무장은 확인할 수 있었다.
남태수는 레이피어 같은 얇은 검, 그리고 이소월은 커다란 언월도였다.
조금 의외인 점은 둘 다 제대로 된 신기가 아니었다는 점.
완전히 평범한 무기는 아니었지만, 아이템으로 치면 하얀 빛깔의 일반 아이템에 해당하는 것들이었다.
법당이라도 신기를 쓰지 않는 건 아니라 들었지만, 그리 흔하게 쓰는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안녕하셨습니까?”
“다 모였냐? 그럼 들어가자.”
남태수가 인사를, 그리고 이소월은 우리를 재촉하며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
그 상반된 반응에 나는 쓴웃음을 짓고 있는 남태수에게 목례만 하고, 이소월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들어선 학교 내부.
날이 흐려 달빛조차 비치지 않는 복도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거기에 얕은 바람에 유리창 따위가 흔들리며 소음을 발생시켜, 학교는 그것만으로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야···학교는 또 오랜만이네요.”
하지만 남태수는 그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립다는 듯 말했다.
뭐, 나도 학교는 오랜만이다.
졸업 이후 한번도 올 만한 일이 없었으니까.
“문, 찾을 수 있겠냐?”
어둠 속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살피던 이소월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내 눈에는 화살표가 보이고 있었으니까.
또한 화살표는 위를 향해 있었다.
1층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
“우선 1층부터 돌아보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문은 영력으로 찾는 척을 해야 했기에, 나는 1층부터 천천히 복도를 훑었다.
그 도중에 혼령 감지가 발동하거나, 정체불명의 레벨 표시가 보이는 일은 없었다.
령은 물론 한이나 염조차 없는 깨끗한 공간.
이 학교가 마역과의 공명이 아니라면, 마와 연관될 만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3층에 도달했을 무렵.
나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에 도달했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것은···문이라기에는 너무 얇은 틈새였다.
“이건···”
아니, 이건 틈새라고도 할 수 없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벽에 나있는 균열.
정확히는 음악실과 복도 사이의 벽이었다.
균열이라 해도 사람 팔뚝 길이의 선에 불과했기에, 강조 표시가 없었다면 발견조차 못했을 수준이었다.
그런데···이게 문이라니.
이 균열 안으로 어떻게 들어가라는 건가.
“뭐하냐? 찾았어?”
“그게···”
가만히 선 나에게 이소월이 따지듯 물었다.
나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그냥 그 균열을 가리켰다.
어차피 내가 고민해봐야 대답은 나오지 않을 테니.
그러자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이 벽이 왜요?”
“······”
남태수는 아예 균열을 찾지조차 못했고, 이소월만이 그것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내 이소월조차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네 말은, 이게 문이라고?”
“···맞습니다.”
솔직히 살짝 자신은 없었지만, 나는 그렇게 답했다.
“이게 문이라고요? 벽을 통과해서 가라는 겁니까?”
“진짜 문이라면, 꼭 그럴 필요는 없지.”
이소월은 이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러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나조차 영력을 느낄 수가 없다. 네 말에 책임질 수 있냐? 그럴 거면 안으로 들어가지.”
“예. 아니라면 책임지겠습니다.”
“좋아. 너희 전부 다 뒤로 물러나.”
그렇게 말한 이소월은 자신의 언월도를 꺼내들었다.
언월도에 옅은 백색의 빛이 서린다.
설마-라는 생각도 잠시.
이소월은 그 언월도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벽의 균열을 갈랐다.
콰과광!
그러자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벽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말도 안 되는 완력.
저게 자신의 육체에 전승을 쌓는다는 법당의 불도인가.
나는 새삼 놀라움을 느끼며 무너진 벽 뒤를 바라보았다.
“호오···”
이소월이 재미있다는 듯 그런 소리를 냈다.
무너진 벽 뒤에 있어야 할 음악실의 모습은 괴이했다.
바닥과 천장은 옅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멀쩡해야 할 책상이나 피아노는 오랜 세월이 지난 것처럼 썩어 있었다.
또한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은 더 이상 평범한 운동장이 아닌, 짙은 안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즉 이 벽 너머는···
“마역···!”
남태수가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결국 화살표가 역시 정답을 가리킨 것이었다.
하지만 이래서야 문을 여는 게 아니라, 문을 만들고 가는 셈이 아닌가.
“허풍만 늘어놓는 놈은 아니었네.”
이소월은 잠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이내 그 표정은 점차 진지해졌다.
“누님, 이건···”
“···심상치 않은데.”
남태수가 당황하고, 이소월 역시 심각한 시선으로 마역을 바라보았다.
또 한성민조차 그 가벼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뭐지?
그런 의문을 느끼는 것도 잠시.
곧 남태수가 말을 이었다.
“아무리 마역이라해도 이 정도로 짙은 마는 처음입니다.”
음···마역에서 흘러나온 기운 같은 걸 감지하는 건가.
나도 집중해보니 뭔가 기분 나쁜 감각이 느껴지는 것 같긴 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못했다.
나는 마나 영력을 느끼는 게 아니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에 가까웠으니.
“이 정도라면 마역 안에 뭐가 있을지 모릅니다.”
“뭐, 둘 중 하나지. 퇴마해야 할 잡것들이 엄청 많거나, 더럽게 강한 놈이 하나 섞여있다거나.”
“지원을 데려오시죠, 누님.”
“뭐? 미쳤냐?”
이소월은 남태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번의 남태수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 정도면 청령이 아니라, 적령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남태수가 소리쳤다.
적령이라니?
레벨로 치면 50부터 69 레벨 사이의 령이었다.
50 레벨 수준이라면 어떻게 처리할 수 있다 해도.
60 레벨, 혹은 70에 가까운 레벨이라면 58 레벨인 이소월이라도 이길 수 없었다.
팀장인 서인나조차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뤄 퇴마해야하는 적.
그런 것과 붙었다가는 여기 있는 누구라도 죽음을 각오해야 할 텐데.
그러나 이소월은 평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까 문 못 봤냐?
그녀는 언월도로 지금은 무너진 벽 위에 있던, 균열이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그건 나도 눈앞에서조차 영력을 못 느꼈다. 찾아낸 게 용할 정도야.”
“그래서요?”
“그 말은 마역과 이곳의 연결이 그만큼 약하다는 뜻이다. 어쩌면 내일부터는 완전히 연결이 끊어지고, 다른 공간과 연결될 수도 있지. 그건 아냐?”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 다음도 잘 알겠네. 이번에는 학교라 다행이었지. 밤에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그런데 그게 고층 아파트와 연결이 되면 어떻겠냐?”
이소월이 하고자 하는 말이 이해가 갔다.
업무 중이던 경비원, 당직 중이던 교사, 그리고 친구들과 재미로 학교에 숨어든 학생들.
학교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자정에 학교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는 역으로 말하자면, 자정에 학교에 있지 않으면 무사하다는 이야기.
그러나 이소월의 말대로 자정에 비어있지 않은 건물은 얼마든지 있다.
정말 고층 아파트와 공명을 일으키기라도 한다면···대참사를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은 하나 더 있다. 실종된 사람들과 차서현.”
“······”
그 말에 남태수의 얼굴이 굳었다.
차서현.
분명 실종된 퇴마사의 이름이었다.
역시 서로 아는 사이였나.
“마역에서의 시간은 현실과 다르게 흐른다. 그러니 운이 좋다면 살아 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
“···살아있을까요?”
남태수의 물음에 이소월은 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그 가능성이 결코 높지 않았던 탓이리라.
“죽었다 해도 시체라도 찾아와야 할 거 아니냐.”
“결국 누님이 무리하시려는 거 아닙니까?”
“됐다. 그보다···니들은 어쩔 거냐?”
이소월이 나와 한성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싶다면,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는 듯.
하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화살표가 보였다.
그것도 2개나.
하나는 붉은색, 다른 하나는 초록색의 화살표였는데 서로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에는 하얀색 화살표 하나였는데, 뭔가 차이가 있는 건가.
어쨌든 나의 퀘스트는 완료된 것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내가 물러설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가야죠, 당연히.”
“아니, 내 의사는 안 물어봅니까?”
내 대답에 이소월은 미소를 지었고, 한성민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럼 한 순경은 돌아가게?”
“그럴 리가 있슴까. 난 처음부터 갈라 그랬지.”
그래, 나도 그럴 것 같아 물어보지도 않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 함정인 곳에 뻔히 발을 들였다 죄까지 짓게 된 그였으니, 이런 일을 무시하려 하지 않겠지.
우리의 대화를 들은 이소월은 입술을 비틀며 남태수를 툭툭 쳤다.
“야, 쟤들이 너보다 낫다, 이 새끼야.”
“하! 이게 왜 내가 나쁜 놈처럼 되는 겁니까?”
“나쁜 놈이지, 임마. 넌 직업 의식이라는 말은 아냐?”
“아이고···내가 말을 말아야지.”
남태수는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이소월은 그런 남태수의 어깨를 한번 두드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가자고. 강 경감, 혹시 마역 안에서도 길 찾을 줄 아냐?”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길이야 찾을 수 있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이 두 가지였기 때문이었다.
붉은색과 초록색의 화살표.
평범하게 생각하면 붉은색은 적을 나타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붉은색이 가리키는 것은···아마도 이 마역의 주인이겠지.
하지만 그럼 이 초록색은 뭘까.
반대로 아군인가?
그 말은···실종된 퇴마사를 뜻하는 건가?
과연, 그럴 듯한 가능성이었다.
물론 확실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퇴마사가 없더라도 거기에 뭐가 있기야 있겠지.
그래서 나는 금방 방향을 결정했다.
“예. 어렴풋하게는 가능합니다. 우선 이쪽으로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나는 초록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이 녹색이 의미하는 것이 정말 아군이라면, 그를 돕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좋아. 네가 앞장 서라. 튀어나오는 건 알아서 처리 해 줄테니.”
이소월은 그렇게 말하며 언월도를 고쳐잡았다.
언월도의 날이 서늘하게 빛나며 그 위세를 과시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장 든든한 전력인 그녀가 나를 지켜준다면 나도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럼 가시죠.”
그렇게 벽에 난 구멍을 건너 마역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공기의 질이 달라졌음을 온 몸으로 체감했다.
호흡할 때마다 폐 속을 파고드는 숨이 묘하게 뜨겁고, 눅눅하다.
마치 거대한 생물의 내부에 있는 것처럼.
“흠···”
그게 기분 나쁜 건지 한성민이 침음을 흘렸다.
다른 두 사람의 얼굴도 밝지 않은 걸 보면 비슷한 감각을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마역의 공간을 상대로 발동한 혼령 감지 스킬이 위협을 알려왔다.
“음···?”
“왜 그러냐?”
“마입니다. 근데 숫자가 많습니다.”
마역은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들어서게 된 곳도 역시 음악실이었고, 복도로 향하는 다 썩은 문도 보였다.
또한 위층이나 아래층이 없는 건지, 아니면 있는데 공간이 왜곡되어 감지가 되지 않는 건지는 몰라도.
스킬에 의해 감지되는 마는 전부 같은 층이었다.
하지만 그 같은 층에서 느껴지는 놈들의 숫자만 20에 달했다.
수많은 레벨 표시가 겹쳤다.
10 레벨 대의 적은 하나도 없다.
대부분이 20 레벨 중후반의 마.
“일단 감지한 숫자는 총 20. 전부 황령 중 강한 수준의 적이네요.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면 바로 보일 겁니다.”
“······”
내 말에 이소월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넌 그런 것도 할 줄 아냐?”
“예···뭐.”
“이 새끼 완전 레이더가 따로 없네.”
“그죠? 주변에 뭐가 있으면 바로 알아챈다니까요. 우리 강 경감님이 이 정도다, 이 말임다.”
“대단한 건 쟨데, 왜 니가 잘난 척이냐.”
이소월은 한성민에게 핀잔을 주고는, 바로 복도로 향하는 문으로 다가갔다.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처리하지.”
“누님, 같이 가셔야죠.”
“저도 가겠슴다.”
“니들은 구경이나 해.”
나를 제외한 셋이 복도로 튀어나갔다.
하지만 나는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뭐, 황령 20 마리 정도야 저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거고.
나야 지켜보고만 있어도 경험치는 올라갈 테니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하, 진짜 있네. 그것도 바글바글한데?”
황령 무리를 마주친 이소월이 말했다.
이에 황령들은 제각각 귀곡을 터뜨리며 반응했지만 이소월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단지 그녀는 언월도로 황령을 겨눴다.
이윽고 이소월의 몸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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