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44
44.
44.
“뒤져라!”
이소월이 움직였다.
마역의 학교 복도는 그리 넓지 않음에도 그녀가 휘두르는 언월도의 움직임에는 제약이 없었다.
오히려 그것은 옅게 빛나는 별무리를 흩뿌리듯,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공간을 베어냈다.
“끼이이-”
“싫어!”
거기에 휩쓸린 황령들은 비명을 지르며 쓸려나갔다.
“음?”
그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힘도 속도도 특별할 것이 없는 검격이었다.
아마 이소월은 불도의 전승조차 내보이지 않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황령들은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베어져 나갔다.
제대로 된 신기도 아닌 무기로 저런 파괴력이라니.
그래서 나는 그녀가 흘리고 있는 빛에 주목했다.
저 빛이, 무언가를 한 것일까.
“저래서야 제 몫은 없겠네요.”
그때 옆에 있던 남태수가 말했다.
한성민은 이소월의 근처에서 황령을 퇴마하겠다고 깝죽대고 있었지만, 남태수는 일찌감치 포기한 모양이었다.
나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마침 그에게 물어볼 게 생긴 참이었으니까.
“저 빛은 뭡니까?”
“빛? 아, 그건 누님의 이능입니다. 월광이라고 부르죠.”
월광이라.
그의 말대로 달빛처럼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그녀의 이름과도 연관이 있어 보이는 능력.
그건 단순히 우연인가?
내가 이를 묻자 남태수는 말을 이었다.
“우연이 아닙니다. 이소월 누님은···말하자면 가문 자체가 퇴마사 가문이거든요.”
“퇴마사 가문? 그런 것도 있어요?”
“모르고 계셨군요. 하긴, 그럴 만도 합니다. 특별히 권력을 갖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요. 그냥 일종의 가업을 잇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퇴마사 가문들은 개개인이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가문 모두가 같은 능력을 계승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혈족 계승이라고 하는데···이소월 누님이 바로 그런 경우죠.”
“아, 그래서 이름에 달이 들어가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이건 사족입니다만···서인나 경정도 퇴마사 가문 출신이실 텐데요?”
“그래요?”
“예. 자세한 건 직접 물어보시면 되겠네요.”
뭐, 그거야 그래야지.
팀장의 이야기를 굳이 다른 사람에게서 들을 필요는 없으니.
그래서 나는 화제를 바꿨다.
“그럼 저 월광의 효과는 뭡니까?”
사실 퇴마사들끼리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건 좋은 일이다.
그래야 서로의 능력을 확실히 파악하고, 협력을 하건 일을 분담을 하건 할 테니까.
하지만 퇴마사들이 소속된 단체가 다를 경우에는, 그 단체 사이의 관계 때문에 조금은 눈치를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하, 대놓고 물어보시는군요.”
그래서 남태수는 그렇게 반응했지만, 나도 할 말은 있었다.
“그야 제 능력도 대놓고 알려 드렸으니까요.”
“하긴 그건 그렇죠. 물론 그렇지 않으셨다고 해도 숨길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한 순경도 알고 있거든요.”
그는 잠시 이소월 쪽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월광은 퇴마에 최적화된 이능입니다. 월광을 품은 것만으로도 마의 존재들에게는 치명적이죠. 공격이 훨씬 날카로워진다고 해야 할까요. 거기에 마가 짙으면 짙을수록, 월광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달빛은 어두운 밤일수록 가장 밝게 빛난다···뭐, 그러던데. 그 원리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애매하게 답했지만 나는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다.
즉 월광이란 일종의 인챈트 같은 거고.
거기에 더해 상대가 강할수록 방어를 관통하는 종류의 능력으로 보였다.
과연···불도와의 시너지도 좋고, 나쁘지 않은 이능이었다.
“그래서 저렇게 황령들을 썰고 계신거군요. 불도조차 사용하지 않고.”
“그런 셈입니다.”
남태수가 그렇게 말한 순간, 마지막 황령이 언월도에 목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20에 달하는 황령을 소멸시킨 이소월은 힘든 기색도 없이 이쪽으로 돌아왔다.
“뭘 그리 노가리를 까고 있냐?”
“무슨 얘기를 했겠습니까. 누님에 대한 거죠.”
“나?”
“예. 누님 능력에 대해 알려줬습니다.”
본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이야기를 전한 셈이었지만.
이소월은 기분 나쁜 기색도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자신의 언월도를 점검했다.
그 사이 나는 남태수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그럼 태수 씨 능력은 뭡니까?”
“아, 저요? 저는 그냥 전격입니다.”
“전격?”
“예. 이 검으로 찌르고, 파바박. 느낌 오지 않으십니까?”
어쩐지 레이피어 같이 생겼다 했더니.
검을 찔러 넣고, 거기에 전기를 흘리는 식으로 활용한다는 건가.
대충 알 것 같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 경감. 이제 어디로 가면 되냐?”
“이쪽입니다.”
이소월의 재촉에 나는 계속해서 녹색 화살표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중간 중간 상당한 숫자의 령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왔지만 그것들은 금방 이소월이 처리했다.
그 때문일까.
옆에서 경험치만 받아먹고 있던 나는 레벨이 한 단계 올랐다.
그래봐야 23 레벨이지만···더럽게 안 오르던 레벨이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또한 퀘스트도 하나 새로 생겼다.
25 레벨을 찍으면, 새로운 스킬이 하나 개방된다는 내용이었다.
15 레벨에 있던 퀘스트와 동일한 내용.
그러면···15 레벨에서 시작해 10 레벨마다 스킬을 하나씩 던져준다는 건가.
다음 거는 35 레벨이겠군.
까마득했다.
혼령의 경험치를 75%나 추가해주는 성불 스킬을 쓰고도 이 정도라니.
새삼스럽게 마인의 경험치는 해당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웠다.
“아따···숫자는 더럽게 많네.”
“게다가 원래 건물에 비해 상당히 넓습니다. 생각보다 광활한 마역이군요.”
소멸하는 황령을 보며 한성민이 불만을 내뱉었고, 이를 남태수가 거들었다.
그의 말대로 어두컴컴한 복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미 걸어온 길이만 해도 학교 건물의 길이의 몇 배는 될 정도.
하지만 여전히 화살표는 전방을 가리켰다.
“일단 계속 가시죠.”
그렇게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혼령 감지에 인식되는 령이 하나도 없었다.
또한 실제로도 령은 나타나지 않았고.
“······”
이에 나는 조금 의아함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글 속의 벌레들처럼 기어나오던 것들이 갑자기 깨끗하게 사라진 셈이었으니까.
“···수상하군요.”
그리고 그건 내 생각만이 아닌지, 남태수 역시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내 그 수상함은 곧 확신으로 바뀌었다.
잠시 침묵하고 있던 혼령 감지가 발동했다.
또한 계속 전방을 향하고 있던 녹색의 화살표가 슥 45도로 기울더니, 곧 90도로 완전히 꺾여버렸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은 복도 안쪽의 교실이었다.
“이 안에 뭔가 있습니다.”
내 말에 언월도가 곧바로 움직였다.
은은한 월광에 감싸인 그것은 당연하다는 듯, 교실로 향하는 문짝을 갈라버렸다.
그러자,
“차서현!”
남태수가 소리쳤다.
그 안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복 차림의 여성 셋과 20대로 보이는 성인 여성 하나.
바로 실종되었다던 사람들이었다.
남태수는 곧바로 그쪽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그것을 이소월이 가로막았다.
“진정해라. 함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 경감. 뭔가 알 수 있겠냐?”
이소월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베테랑답게 냉정했다.
그러니 쓰러진 동료를 보고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겠지.
나는 쓰러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먼저 고등학생 셋 중 둘은, 볼 것도 없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레벨 표시가 있었고, 무엇보다 아까부터 혼령 감지 스킬에 감지되고 있는 상태.
이소월의 말대로 놈들은 함정이었다.
또한 나머지 1명의 고등학생은 레벨 표시가 없었다.
마에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은 레벨이 나오지 않으니, 저 학생만이 진짜 생존자라는 뜻.
“가장 오른쪽과 왼쪽의 고등학생 둘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쓰러져 있는 퇴마사, 차서현은 조금 의아했다.
그녀의 레벨은 34.
남태수에게 들었던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혼령 감지 스킬에 반응하고 있었고.
동시에 레벨이 붉은색 글자로 쓰여 있었다.
이는 내가 가진 특성인 인간사냥꾼의 효과로, 상대가 나를 적대하고 있다는 뜻.
하지만 인간사냥꾼의 효과가 발휘된 이상 그녀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나를 적대하고 있다는 건가.
그리고 어째서 혼령 감지 스킬이 반응하고 있다는 건가.
그 모순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퇴마사 분은···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요?”
“사람인 건 분명한데···령 같기도 하고···적의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마음이 급한 건지, 남태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내가 돌려줄 답은 없었다.
나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으니.
“······”
때문에 우리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놈들 역시 쥐 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
어서 이 함정을 밟으라고, 유혹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 이소월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빙의겠군.”
“빙의···!”
빙의라.
퇴마에 관련되어 배운 기억은 없었다.
다만 모르는 단어는 아니었기에, 그 의미는 대충 짐작이 갔다.
차서현의 몸 안에 다른 영혼 같은 게 들어갔다는 건가.
“일단 양쪽의 두 놈부터 처리한다. 저것들은 인간이 아니랬지?”
“예.”
“그럼 저 둘은 인면귀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잡귀들은 저렇게까지 사람 흉내를 잘 내지 못해.”
인면귀.
잡아먹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그 흉내를 낸다는 괴이였다.
“남태수, 너는 왼쪽을 맡아라. 한성민은 생존자를 확보하고. 차서현은 일단 무시해. 생존자의 확보가 최우선이다.”
빠르고 정확한 명령.
그리고 그 뒤에는 그 이상으로 신속한 참격이 이어졌다.
“끄-”
불도의 전승을 개방한 걸까.
이소월의 움직임은 눈에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촤악!
은은한 달빛이 쓰러진 척 하고 있던 인면귀 하나를 순식간에 베어 가른다.
단번에 몸이 이등분된 놈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소멸했다.
“키이이이이!”
한편 왼쪽에 있던 놈은 동료의 소멸에 놀라 귀곡을 내질렀지만, 그때는 이미 남태수의 검이 코앞까지 온 상태였다.
푸욱!
날카로운 날이 사람 가죽을 파고드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불빛이 번쩍였다.
남태수의 전격이 인면귀의 속에서부터 놈을 태웠다.
“끼아아아아!”
순식간에 인면귀 둘이 쓰러져 소멸했다.
그 사이 어느새 쓰러져 있던 퇴마사, 차서현이 일어나 있었다.
무언가에게 조종당하는 듯 멍한 눈을 한 그녀는 곧바로 유일한 생존자에게 손을 뻗쳤지만.
“어딜!”
온몸을 강철화한 한성민이 몸을 날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한성민의 몸통 박치기에 가격당한 차서현은 그대로 몇 미터를 굴러갔다.
하지만 이내 몸을 추스른 그녀는 스멀스멀 다시 일어나, 이쪽으로 적의를 내비쳤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남태수가 물었다.
이소월은 한성민이 생존자를 들어올려 물러나는 걸 보고는 남태수에게 손짓했다.
뒤로 빠지라는 뜻이었다.
“내가 알아서 한다.”
“누님···!”
이소월의 말에도 남태수는 쉽게 물러서지 못했다.
하지만 날카로운 긴장 속에 두 사람이 대치를 하자,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내 근처로 다가왔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나를 바라보았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방법? 무슨 방법?
이소월이 알아서 한다는데.
하지만 그게 내 착각임을, 바로 다음 순간 남태수가 일깨워주었다.
“이대로는 누님이 서현이를 죽이고 말 겁니다.”
“예? 왜요?”
“누님에게는 빙의를 풀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이제야 나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이해했다.
악마에게 조종당하는 아군.
그건 나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 방법이 뭡니까?”
“빙의를 해제하려면 이와 관련된 주술이나, 술법이 있어야 합니다. 하다못해 육체의 손상 없이 영체를 타격하는 방법이라도 있어야죠. 하지만···”
남태수는 말끝을 흐렸다.
여기 있는 누구도 그런 공격 수단은 갖고 있지 않았던 탓이다.
“그럼 왜 알아서 한다고 하신 겁니까?”
“두고 갈 수는 없으니 이대로 퇴마하겠다는 겁니다. 저에게 시키느니, 자신의 손을 더럽혀서라도요.”
그 말에 나는 이소월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어느새 무서우리만치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차서현과 대치만 할 뿐.
조금 전처럼 쉽게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그야 자신의 손으로 동료를 죽여야 하는 셈이니, 오죽할까.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몸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안쪽에 있는 령에게 타격을 줘야 하는데···”
그의 말대로 그런 일은 현재의 수단으로는 불가능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공격 수단에 이능을 추가했을 뿐이었으니.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럼 몸이 좀 덜 맞는 건 어떻습니까?”
“···예?”
“만약에 몸에 입히는 데미지보다 영체에 주는 데미지가 더 크다면요?”
그건 나에게 가능한 일이었다.
먼저 아이템으로 얻은 특성 [영의 인도자].
거기에는 혼령 계열 몬스터에게 가하는 전투 데미지 +100% 라는 효과가 붙어있다.
게다가 빛의 검 스킬로 인해 빛 속성이 추가된 공격이라면 혼령에게 입히는 추가 데미지는 가히 원래 피해량의 세 배가 넘을 것이다.
물론 인간 사냥꾼의 효과로 사람에게도 데미지가 20% 추가되겠지만, 이는 혼령에 추가되는 수치에 비하면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 차이에 따라 다릅니다. 결국 몸 안에 있는 혼령이 육체가 죽는 것보다 먼저 소멸하면 되니까요. 설마···가능하신 겁니까?”
“예.”
내 짧은 대답에 남태수의 시선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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