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45
45.
45.
“누님!”
남태수가 시급하게 이소월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녀도 곧바로 이쪽을 곁눈질했다.
“듣고 있었다.”
이소월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냉정을 유지하던 그녀조차, 지금은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내가 뭘 해주면 되지?”
이소월은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조차 묻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그녀에게 대답만을 전했다.
“제가 공격하기 쉽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거면 됩니다. 그리고 한 순경.”
“예···예?”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가 살짝 놀라며 반응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릴 줄 몰랐던 것이리라.
하지만 지금은 그의 무기가 꼭 필요했다.
“빠따 좀 빌리자.”
내가 가진 별운검은 인간의 신체에는 너무 치명적이다.
게다가 최대한 육체를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격력을 낮추는 것이 필요한데.
거기에는 한성민의 야구 방망이가 딱이었다.
일반적인 레어 아이템 수준의 그것은 완력이 없다면 애매하기 짝이 없는 공격력이었으니.
나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이소월 옆에 섰다.
“저 분 몸은 튼튼하시죠?”
“너한테 맞고 죽을 정도는 아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머리나 텅 빈 복부를 때리거나 풀스윙을 내리꽂지는 않아야겠지만.
일단 등이나, 엉덩이 쪽을 노려야 하나.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야구 방망이에 빛의 검을 부여했다.
그러자 방망이가 밝게 빛나며 교실의 어둠을 몰아냈다.
이소월은 그걸 신기하게 쳐다본 것도 잠시.
곧바로 자신이 할 일을 하기 위해 차서현에게 돌진했다.
“우어어어억!”
이에 차서현은 괴성을 내뱉으며 자신의 무기인 망치를 휘둘렀다.
손잡이는 길고 망치의 양 끝이 뾰족한 것이 전형적인 워해머였다.
깡!
하지만 불도를 개방한 이소월은 그것을 너무나도 가볍게 쳐냈다.
단번에 해머를 든 차서현의 두 팔이 들리면서 크나큰 공백이 생길 정도로.
그리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퍼억!
만약을 위해 적당히 휘둘렀음에도, 고깃덩이를 후려치는 기분 나쁜 촉감이 야구 방망이를 타고 전해졌다.
내가 가격한 곳은 등.
사람이라면 그나마 치명적이지 않은 단단한 부위였지만.
“으어어억!”
차서현은 꽤나 요란하게 반응했다.
그것은 안에 있는 령이 발작했다는 말이었고.
이는 곧 내 공격이 효과가 있다는 뜻이었다.
“······”
이에 말 없이 이소월의 두 눈이 빛났다.
그리고 기세 좋게 이소월은 차서현의 무기를 노리고 언월도를 휘둘렀고, 불꽃이 튀었다.
해머를 든 차서현의 팔이 꺾일 듯이 위로 들렸다.
그 틈에 나는 다시 배트를 휘둘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헉···헉···”
내가 숨이 찰 정도로 배트로 몸을 두들기고 나서야 차서현의 몸은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령의 맷집이 생각보다 좋았다.
그래서 놈은 한참을 버티다가, 이제야 그 힘이 다한 것이었다.
“끄, 끝난 겁니까?”
쓰러진 차서현을 보며 남태수가 물었다.
“아직입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혼령 감지 스킬이 발동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건···아마도 령의 마지막 발버둥이리라.
“이 새끼가, 어디서 죽은 척이야.”
나는 마지막으로 쓰러진 차서현의 엉덩이를 빠다로 후려쳤다.
그러자,
“끄아아아아!”
이제야 비로소 령이 마지막 단말마를 내지르며 소멸했다.
“끝났습니다.”
내 말에 남태수보다도 이소월이 먼저 차서현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아직 숨을 쉬고 있는 차서현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의식을 잃은 차서현의 몸을 소중히 안아들었다.
“상태는 어떻습니까?”
“글쎄다. 숨은 쉬고 있긴 한데···”
“그래도 큰 상처는 없어 보이는군요.”
이소월이 차서현을 살폈다.
다행히 어디 뼈가 부러진 것 같지는 않았지만.
팔과 다리에 드러난 하얀 피부 위로 푸르스름한 멍이 보였다.
볼 것도 없이, 방금 나에게 맞아서 생긴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그걸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자니 좀 그렇군.
나는 슬쩍 한성민에게 다가가 야구 방망이를 돌려주었다.
“그 학생은 어때?”
“이쪽도 비슷함다.”
생존자나 차서현이나 겉으로 보이는 심각한 외상은 없었다.
하지만 현실과 시간의 흐름이 다른 이곳에서 이들이 얼마나 오래 시달리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기에,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 필요했다.
“그럼···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남태수가 물었다.
그러자 이소월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결정해라.”
이소월은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나에게 결정권을 넘긴 이유는 짐작이 갔다.
지금 우리에게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대로 마역의 주인을 퇴마하러 가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먼저 생존자와 차서현을 안전한 곳, 즉 마역 바깥으로 데려가는 것.
이소월은 차서현의 동료인 자신으로서는 그 선택에서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할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답은 쉬웠다.
그 이유는 바로 퀘스트가 보여주는 화살표 때문이었다.
녹색의 화살표는 지금 소멸했지만.
원래 녹색의 화살표는 적색의 화살표와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결국 마역의 주인을 퇴치하려 하더라도, 우리는 어차피 입구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나는 답을 말했다.
“일단 입구까지 돌아가죠. 거기서 생존자들을 한성민 순경이 병원으로 데려가고, 저희는 다시 마역의 주인을 퇴마하러 가는 겁니다.”
“예? 제가 데려가라고요?”
“지금까지 가장 한 게 없었잖아.”
한성민은 입을 뻐끔거리다가 금방 다물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한 게 없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남태수를 바라보았다.
“태수 형도 한 건 별로 없는디···”
“뭐, 임마?”
“아닙니다. 알겠슴다.”
그렇게 결정한 우리는 바로 움직였다.
차서현은 이소월이, 또 남태수는 생존자를 들었다.
둘 다 불도의 영향인지 한 사람을 짊어지고 있음에도 힘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
그렇게 복도를 걸어가던 중.
이소월이 조용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서현이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분명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 마역에서 실종된 퇴마사가 살아돌아온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담담한 말투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가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쏟아지려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서현이가 빙의체로 살아있을 가능성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그냥 마역에서 죽었을 때보다도 안 좋은 결과가 되었겠지.”
그러나 곧 그 떨림은 멎고, 그녀의 시선이 나를 똑바로 향했다.
“그러니 이 빚은 반드시 갚겠다.”
이소월의 얼굴은 평소의 그녀와는 달리 너무나도 진지했다.
그 지나치게 엄숙한 선언에 나는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나 빚을 갚고 싶다는데, 당연히 받아야지.
그런데 그 순간.
“응?”
복도의 어둠 속 저 끝에, 레벨 표시가 보였다.
51 레벨.
그 수치에 나는 눈을 부릅 떴다.
지금까지의 적과는 수준이 달랐다.
설마 저놈이 마역의 주인인가?
“마입니다. 그것도 적령 수준의 적이에요.”
“저, 적령이요?”
“그나마 하급이긴 한데요.”
나는 그렇게 덧붙였지만, 남태수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의 심정도 이해는 갔다.
아무리 51 레벨이라도 우리 중 이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이소월 뿐이었으니.
남태수는 헐레벌떡 들고 있던 생존자를 뒤쪽에 눕혀두고, 재빨리 검을 뽑아 들었다.
“마역의 주인이 나타났다는 검까?”
“글쎄.”
나는 적색의 화살표를 보았다.
그것은 미세하게 움직이는 레벨 표시에 따라 흔들리며, 분명히 저놈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단 놈은 령이 아닙니다. 다른 종류의 마겠죠.”
어둠 속에 숨은 마는 내 혼령 감지에 반응하지 않았다.
령에 속하지 않은 괴이거나, 마인이라는 뜻.
“그런데 여기는 우리가 지나온 길이잖슴까.”
한성민의 말대로였다.
공간이 비틀려 다른 길로 오게 되었다는 가능성은 없었다.
하필이면 아까 전, 황령 무리를 퇴마한 곳에서 만난 탓에 벽과 바닥에 전투의 흔적이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우리를 따라왔다고?”
“함정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말이겠지.”
이소월은 그렇게 말하며 차서현을 내려놓고 언월도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러더니 그 입가가 쭉 하고 찢어졌다.
“마침 잘 됐다. 저 좆 같은 새끼를 언제 찢어죽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소월은 자신이 귀신이 된 것처럼 무섭게 웃고 있었다.
강력한 괴이를 앞에 두고 있는 상태에서도 절로 간담이 서늘해지는 표정이었다.
그야말로 아수라 같은 표정.
남태수조차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옆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지, 진정하시죠, 누님.”
“됐다. 너희는 생존자들이나 지켜.”
그 말에 나는 남태수와 함께 차서현과 이름 모를 고등학생 근처에 섰다.
한성민은 한 박자 늦게 다가와서는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저놈은 뭡니까?”
51 레벨의 마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여전히 그쪽에는 어둠만이 있을 뿐.
아니···잠깐.
나는 이제야 묘한 위화감을 눈치챘다.
어느새 어둠이 이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정체 모를 마가 어둠 속에 숨은 게 아니었다.
어둠이 마,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어둠의 정체를 이소월이 입에 담았다.
“어둑시니. 공포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자, 검으로는 벨 수 없다는 어둠.”
어둑시니라는 이름은 들은 기억이 있었다.
연수원에서 배우기로는 단순 물리 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흡수해 강해진다는 까다로운 괴이.
그래서 화염이나 전격 같은 능력이나 주술을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배웠건만.
이소월은 그 앞에 당당히 언월도를 들고 섰다.
그 순간.
“허나 부처님의 빛 앞에서는 한낱 그림자에 불과할지니.”
이소월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터져나왔다.
그건 아마도···불도의 전승.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월광이 그녀의 언월도에 서렸다.
***
이소월에게 이번 퇴마는 처음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무엇보다 미성년인 일반인들과 그녀의 동료까지 희생된 사건이었다.
거기에 운이 좋아야 시체나 찾아올 수 있을 거라는 현실적인 전망은, 더욱 그녀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그래서 그녀는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의 퇴마처럼, 지긋지긋한 마를 단죄하고 그대로 끝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퇴마에 나선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비록 한 명뿐이지만 생존자를 구했다.
거기에 동료인 차서현의 빙의까지 풀어 이 역시 구해냈다.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상상 이상의 소득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불편했다.
그 일련의 과정에 있어 이소월이 한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활약을 한 것은, 전부 강진우 뿐.
“······”
이소월은 사전 회의에서 강진우에게 면박을 줬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녀 본인이 했던 말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네가 내 옆에 있어봐야 무슨 도움이 되겠냐.
그녀는 강진우에게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그 반대였다.
그가 문을 찾고, 길을 안내하고, 적을 감지하고, 함정을 간파하며, 자신의 동료에게 깃든 령까지 퇴마했을 때.
그리 잘나게 떠들었던 자신은 대체 뭘 했다는 건가.
때문에 강진우가 한성민에게 한 게 없으니 생존자를 데리고 병원에나 가라고 말했을 때는 그녀조차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소월은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단순히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나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음에도 그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적으로 크게 잘못되었다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어둑시니가 나타났을 때.
처음으로 이 어두운 교내에서 광명을 본 것 같았다.
어둠 그 자체인 괴이에게서 마치 후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마침 잘 됐다.”
그녀의 입꼬리가 본인도 모르게 올라갔다.
놈은 생존자를 구한 우리를 감지하고, 이곳까지 온 모양이었다.
마침내 그녀가 활약할 기회를 저 괴이가 스스로 허락한 셈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부처의 인도가 아니면 뭐라는 건가.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불도를 추가로 해방했다.
첫 번째 깨달음인 아라한을 넘어, 팔부신중의 제 3석인 비사문천의 전승이 그녀에게 깃들었다.
비사문천은 산악 지방에 사는 야차들의 왕으로, 원래는 사악한 귀신이었으나 불도에 귀의하여 호법신이 된 존재.
때문에 비사문천의 전승은 마에 강한 저항력을 부여하고, 무신으로써의 측면이 두드러지며 그 영력을 폭발적으로 증강시키지만.
“허나 부처님의 빛 앞에서는 한낱 그림자에 불과할지니.”
이소월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호법신인 팔부신중보다도 상위의 격이 그녀에게 서렸다.
설법 듣기를 즐기던 비사문천은 그 덕을 쌓아 끝내 깨달음에 이르렀고.
더 이상 현세에 머무르지 않게 된 비사문천은 명계로 떠나 5대 명왕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이름은 금강야차명왕.
명계라 불리는 사후 세계의 지배자 중 하나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