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47
47.
47.
나와 이소월은 이곳에 마인이 왔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하지만 남태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 말은 마인들이 마역의 주인을 퇴마했다는 겁니까? 에이, 그건 말이 안 되죠.”
“당연히 안 되지. 마역이 남아있다는 것부터가 마역의 주인이 살아있다는 거다. 우리가 그걸 모를 거 같냐?”
“그럼 어떻게 됐다는 겁니까?”
“결과를 봐라. 마인은 불여우와 싸웠다. 그리고 불여우는 죽지 않았지만, 마역에는 없지. 그럼 남은 가능성이 뭐라고 생각하지?”
잠시 생각하던 남태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놈들이 불여우를 생포해갔다는 겁니까?”
괴이를 생포하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게 가능해요?”
그래서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하려면 할 수도 있지. 까다롭고 위험하겠지만. 그런데···그 의미를 모르겠군.”
“······”
“불여우는 잡아가봐야 길들이지도 못한다. 그래서 식신으로 쓰지도 못하고, 차라리 가치가 있는 건 놈이 품은 여우 구슬이지. 썩 괜찮은 주술 재료라 들었다. 하지만 그걸 뺏으려면 결국 불여우를 죽여야 하는데···”
그렇게 말한 이소월은 한동안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
나는 주변을 돌아보는 척하며 화살표를 따라갔다.
화살표는 여전히 체육관의 한쪽 구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가 있길래···역시 아이템인가?”
그럴 거라 생각했다.
분명 퀘스트 아이템이니 뭐니 하면서, 또 단서가 떨어져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부자연스럽게 푹 파인 구덩이가 보였다.
“흠.”
저 구덩이가 아이템이 있는 장소인가.
그 순간.
미묘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어딘가 굉장히 익숙한 냄새.
그 기억을 떠올린 나는 자연스럽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건 분명 시체 썩는 냄새였다.
“아이템이나 나오지···”
나는 그리 중얼거리며 구덩이 안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냄새로 알 수 있다 해도, 만약을 위해서는 눈으로 확인을 해야 했기에.
그러자 정말로 그 안에는 다 썩어가는 시체 한 구가 놓여 있었다.
나는 혀를 한 번 차고, 뒤로 돌았다.
“여기, 뭔가 있습니다!”
나는 곧바로 이소월과 남태수에게 시체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자 그들은 놀라는 기색도 잠시.
“일단은 수습부터 해야겠습니다.”
곧바로 시체를 처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남태수가 갖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흰 천과 수습에 필요한 몇 가지 도구들이 나왔다.
“이런 건 미리 준비해 오신 겁니까?”
“예. 물론 여기에 쓰려고 갖고 온 건 아니었지만요.”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하긴, 법당 쪽에서는 차서현이 죽었다 생각했었으니 그 때문에 가져왔던 건가.
원래 용도보다는 좋게 쓸 수 있어 다행이겠군.
“저도 돕죠.”
어차피 시체가 나왔다면 그건 경찰의 몫이었다.
이것은 곧 중요한 증거였고, 부검 같은 과학 수사를 주관하는 건 국가 기관의 의무였으니.
하지만 남태수는 손사래를 쳤다.
“됐습니다. 저도 이 정도는 혼자 해야 할 말이 있죠.”
“그래, 놔둬라. 저놈도 한 건 있어야지.”
“누님은 좀 도와주시면 안됩니까?”
이소월과 남태수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나는 시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체는 부패가 꽤 진행된 상태였지만, 그래도 그 사인은 분명해 보였다.
어깨부터 상반신 전체를 부수고 지나간 발톱 자국.
즉 이 시체는 이곳의 불여우를 생포하려던 마인 중 하나라는 이야기였다.
“이건 마인이겠죠?”
“그렇겠지. 불여우와 전투하다가 당한 인원을 그대로 버리고 간 걸 거다.”
“매정하네요.”
“그놈들한테 뭘 바라는 거냐? 어쨌든 우리에게 있어서는 다행이지. 마인 놈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는데, 그 단서를 두고 간 격이니까.”
그건 그랬다.
그랬으니 퀘스트가 저 시체를 가리키고 있었던 거겠지.
“쯧, 근데 저 새끼는 저것도 제대로 못하냐.”
남태수가 시체를 수습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이소월은 답답하다는 듯 그를 돕기 시작했다.
잠시 시간이 남아버린 나는 그런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져, 퀘스트 아이콘을 확인했다.
역시 메인 퀘스트의 프롤로그는 이걸로 완료가 되어 있었다.
저 썩어가는 시체가 메인 퀘스트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건가.
마인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가는 길에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었군.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퀘스트 완료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또 뭘 주려나.”
보상이 나름 기대가 되었다.
그래도 메인 퀘스트가 아닌가.
난이도도 꽤 높았고, 당연히 좋은 걸 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음···?”
로그 창을 본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험치 캡슐은···뭐, 볼 것도 없지만.
변환 장비 (세트) 라니, 이건 또 뭘까.
나는 곧바로 그 정보를 확인했다.
세트 아이템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선택한 세트 아이템의 장비로 변환됩니다.
착용하면 능력치는 없지만, 해당 세트의 효과를 1개 해금합니다.
변환은 하루에 한 번만 가능합니다.
“오···!”
생각보다 좋은 아이템이었다.
안 그래도 고고한 제사장 세트가 한 개 비는 상태였는데.
이걸 착용하면 3세트 효과를 해금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으니.
게다가 하루에 한 번씩 변환이 된다면 굳이 아껴둘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그것을 고고한 제사장 세트에 적용했다.
그러자 제사장 세트가 갖고 있는 특성 [영의 인도자]에 추가된 효과가 눈에 들어왔다.
특성 [영의 인도자]
– 혼령 계열 몬스터에게 가하는 전투 데미지 +100%
– 혼령 감지 +1
– 영력 회복 강화
– 강령 기능 개방
강령 기능?
실제로 화면에는 새로운 강령 버튼이 추가되어 있었다.
눌러보니 빈 슬롯만 하나 보일 뿐.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그럼 이 빈 슬롯에 뭔가를 넣는 것 같은데···설마 강령 할 영혼이라도 넣으라는 건가?
“···이건 좀 두고 봐야겠네.”
지금은 강령 기능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고, 어차피 알더라도 넣을 영혼이 없었다.
그러니 최소한 뭐라도 얻고 나서 생각해 봐야 할 일.
그래서 나는 창을 닫고, 남은 보상을 바라보았다.
경험치 캡슐 (소).
뭐···당연히 그냥 경험치겠지.
거기다 (소)라니, 별로 와 닿지 않는 보상일 수도 있지만.
“아니지.”
뭐라고 해야 할까, 이걸 준 타이밍이 절묘했다.
지금 나는 딱 24 레벨.
설마 이걸로 레벨 업을 하게 해주겠다는 건가?
나는 곧바로 캡슐을 사용했다.
그러자 정말로 레벨 업 이펙트가 뜨며, 나는 25 레벨이 되었다.
이게 웬일이냐.
필요할 때 딱 필요한 물건을 건네주다니.
처음엔 퀘스트 보상이랍시고 개 같은 짓거리만 하더니, 어느새 센스가 좋아진 모양이었다.
나는 곧바로 25 레벨 달성 보상인 스킬을 확인했다.
– 빛의 심장
모든 상태 이상에 면역이 됩니다.
이번에도 이름에 빛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스킬이었다.
지극히 간단한 내용의 패시브 스킬이었지만, 그 효과는 굉장히 좋았다.
모든 상태 이상 면역.
즉 독이니 마비니 하는 건 물론, 환혹이나 환상 같은 정신 조작 계열의 영향까지 원천 차단하는 스킬로.
멋도 모르는 용사가 설치고 다닐 수 있게 만드는 사기 스킬 중 하나였다.
“···좋네.”
생각할 것도 없이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안 그래도 퇴마사들은 마들이 사용하는 저주라는 걸 특히 두려워 했다.
풀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인데 반해, 그 데미지는 꽤나 치명적이었으니.
하지만 이제 나는 그 저주에 면역이 되는 셈이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잠시 후.
“대충 끝났습니다.”
시체의 수습을 끝낸 남태수가 그렇게 말했다.
이제 이곳을 떠날 때였지만.
“그럼 여기는 이제 어쩌죠?”
마역을 남겨두고 가자니, 역시 찜찜함이 앞섰다.
또 엉뚱한 곳에서 공명 현상을 일으켰다가는 인명 피해도 발생할 테니.
그런데 퇴마해야 할 마역의 주인이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이소월은 간단히 답했다.
“부수고 가야지.”
“부숴요?”
“지금처럼 마역의 주인이 없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마역의 주인이 또 다른 마에게 쫓겨나는 경우도 있고, 혹은 퇴마사의 실력을 보고 도망치는 교활한 녀석들도 있지. 그렇게 주인이 빈 마역은 그 주실의 핵을 부수면 된다.”
그러면서 이소월은 천장의 중앙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의식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붉은 구슬이 박혀 있었다.
저게 핵이라는 건가.
그럼 평소에도 그냥 저 핵을 부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 이소월이 덧붙였다.
“마역의 주인이 있는 상태에서는 부숴봐야 바로 재생이 된다. 저건 마의 기운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니까.”
“···그렇군요.”
“실력에 비해 의외로 아는 게 없군.”
“아직 경험이 미천하니까요.”
“하긴, 그도 그런가.”
이소월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그 핵을 부쉈다.
그러자 정말로 마역은 붕괴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곧 현실로 돌아왔다.
그 날의 출동은 거기까지였다.
*
그리고 같은 날 오후 1시.
나는 다시 파출소로 출근을 했다.
새벽에 돌아와 잠깐 눈만 붙이고, 월요일에만 두 번 출근을 하게 된 셈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뭔가 굉장히 기분이 나빴지만, 차마 불만을 말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팀장이 편하게 사무실이나 지키고 있었다면 시원하게 뒷담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정작 팀장 본인은 주말까지 반납하며 지금도 적령을 퇴치를 하느라 현장에 나가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그래서 나는 조용히 사무실에 없는 서인나를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메일로 보냈다.
그러자 사무실에 남은 또 한 사람, 한성민이 내 자리로 다가왔다.
“팀장님이 없으니 조용하네. 안 그러냐?”
아직 지난 주에 병원에 입원했다는 둘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최은영은 팀장인 서인나와 함께 현장에 있는 상태.
그래서 지금 사무실에 있는 것은 나와 한성민 뿐이었다.
“덕분에 오늘은 적당히 시간만 때우다 칼퇴해도 되겠구만.”
한성민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서인나가 자신이 현장에 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를 굳이 오후에 출근 시켰을까.
그것도 업무조차 남겨두지 않고.
내가 파악한 서인나라는 인물은 그리 어설픈 사람이 아니었다.
“됐고, 너도 이거나 하나 마셔라.”
“응?”
나는 한성민에게 출근하며 사 온 커피를 내밀었다.
“오, 고맙다. 근데 왜 두 개가 남냐?”
“왜긴 왜야. 먹을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지.”
“먹을 사람?”
한성민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깥에서 웬 자동차 엔진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게 경찰서 바로 앞까지 오자, 마침내 한성민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사무실에 서인나와 최은영이 들이닥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먼저 와 있었구나?”
“아, 안녕하세요···”
피곤한 얼굴의 서인나와 최은영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에 나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한성민은 어색하게 인사했다.
“적령은 무사히 퇴마하신 건가요?”
“그럼. 은영이가 활약을 해준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
“아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은영의 전력이 이전보다 크게 상승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그야 그녀의 소환수를 보완해 준 게 바로 나였으니, 모를 리가 있을까.
단순히 전투력이 높은 소환수 뿐 아니라, 추적 능력이 좋은 소환수도 몇 개 알려줬으니, 추적 과정에서는 적잖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이에 최은영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제, 제가 한 게 아니라···그, 강 경감 님이···”
“그래, 그 소리도 들었어. 강 경감이 은영이를 많이 도와줬다며? 거기다 이번 사건도 금방 끝냈고.”
“벌써 들으셨습니까?”
“응. 법당 쪽에서 아침에 연락이 왔다더라. 그쪽이야 워낙 아침 잠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저도 보고서는 방금 전에 메일로 보내뒀습니다. 커피 한 잔 드시면서 보시죠.”
나는 서인나에게 미리 준비한 커피를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는 기껍다는 얼굴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야···설마 우리 올 줄 알고 사둔 거야? 고마워, 잘 마실게.”
“혹시나 했을 뿐입니다. 자, 이건 최 순경 거.”
“아, 가, 감사합니다···”
최은영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커피를 받았고.
서인나는 커피를 홀짝이며 자신의 노트북을 켰다.
노트북이 낮은 소리를 내며 부팅되는 사이.
나는 서인나에게 문득 생각난 의문 한 가지를 물어보기로 했다.
그건 바로 내가 오늘 알게 된, 새로운 기능에 대한 것이었다.
“저기, 팀장님. 사건과는 관련은 없는 질문인데요.”
“응, 뭔데?”
“혹시 강령이란 게 뭔가요?”
“강령?”
서인나가 미약한 의문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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