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48
48.
48.
“강령에 대한 얘기는 또 어디서 들은 거야? 법당 쪽 사람들이 해줬니?”
“예, 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사실은 아니었지만 나는 적당히 그렇게 둘러댔다.
그러자 서인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령은 가장 원시적인 퇴마술의 일종이야. 왜, 토속 신앙 쪽에 많잖니. 누군가의 영혼을 가져온다느니 하는 거.”
“영혼을 가져와요?”
“정확히는 그 전승을 빌리는 거지. 하지만 말처럼 써먹기는 힘들어. 사람도 가리고 부작용도 심한 편이지. 아마 정확한 건 LB 아카데미 쪽에 가면 알 수 있을 걸?”
LB 아카데미라.
새로 개방된 강령 기능을 쓰려면 그쪽과 상담을 해봐야 한다는 건가.
다소 번거롭긴 했지만 다행이었다.
강령에 대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면 누구에게 물어볼 생각도 못 했을 테니.
“그럼···보고서를 읽어볼까?”
한편 서인나는 자신의 자리에서 내 보고서를 확인했다.
그렇게 몇 분.
한동안 노트북 화면에 가있던 눈은 다시 내 쪽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외부 기관이랑 협업하는 일이라 좀 걱정했었는데, 이 정도면 훌륭하게 잘 처리했네. 한 순경, 너도 수고했고.”
“아님다, 이 정도야. 뭐.”
서인나의 말에 한성민은 곧장 생색을 냈다.
하지만 서인나는 거기에 뭐라고 하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특히 법당 쪽 퇴마사를 구해낸 건 위에서도 인정받을 거야. 안 그래도 법당 쪽에서 우리한테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었거든.”
“책임을요?”
“불확실한 사건을 넘겨줘서 자기네 퇴마사가 희생되었다는 식으로 말이야. 근데 직접 구해내기까지 했으니, 이제 그놈들도 할 말은 없겠지.”
그런 사정이 있었군.
뭐, 좋게 해결되었으니 그로 인해 불만이 나올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그런데···이건 좀 이상하네. 마인들이 마역의 주인을 생포해 간 것 같다고?”
“예. 법당의 이소월이라는 분의 의견이었습니다.”
“이소월? 아···그 사나운 애? 알 것 같네. 근데 걔가 보는 눈이 없는 건 아닌데···”
퇴마 업계가 워낙 좁은 곳이라서 그런지, 서인나 역시 이소월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불여우는 생포해서 얻는 이득이 없어.”
“법당 쪽에서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결국 수습한 시체에서 단서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
서인나는 짧게 침음을 흘렸다.
그녀도 마인들이 뭔 짓을 꾸미고 있는지,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분석팀에서는 얼마나 걸린데?”
“일주일 정도 이야기하던데요.”
“흠···알겠어. 일단은 그 결과를 기다려야겠네.”
그렇게 말한 서인나의 눈빛이 묘하게 바뀌었다.
“그나저나 강 경감. 이 정도면 이제 정말 뭐든지 맡겨도 되겠는데?”
후후-하는 낮은 웃음 소리가 서인나에게서 들려왔다.
이번에는 또 무슨 폭탄을 주려고.
내가 억지 미소 속에 그런 감정을 숨기는 사이, 한성민이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강 경감님도 금방 경정이 되겠슴다.”
“아직은 이른 이야기긴 하지. 그래도 이 기세로 더 실적이 쌓이면, 못할 것도 아니야.”
서인나가 흐뭇한 미소로 말했다.
임용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승진 이야기인지.
하지만 그걸 보며 한성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그게 팀장님이 좋아하실 일은 아니지 않슴까?”
“왜? 내가 질투라도 하니? 무슨 소리야, 실력이 있으면 당연히 승진하는 거지.”
“그게 아니라요. 경정이 되면 팀장 급으로 다른 팀에 전출되지 않습니까.”
“응···?”
서인나가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한성민의 말은 이어졌다.
“그러고보니 지원 4팀 팀장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으셨다던디. 진짜 특진이라도 되면 그 짝으로 가지 않겠슴까?”
“······”
그 말에 서인나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냉정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특진이 그렇게 쉬운 줄 아니? 경감부터 시작을 했는데 몇 년 만에 경정을 달아 주겠냐고. 그 속도면 한 10년 있다가는 경찰청장 되겠다.”
“에이, 팀장님이 사건들 쭉쭉 밀어주시면 못 할 거 있겠습니까.”
“내가 왜 밀어줘? 그런 건 알아서 하는 거지.”
뒤늦게 내가 듣고 있다는 걸 인식한 건지, 서인나는 흠흠-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러더니 당당히 화제를 전환했다.
“그보다 강 경감. 따로 할 말이 있으니 좀 따라와.”
“아, 예.”
서인나는 나를 사무실 바깥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파출소 1층 안쪽에 있는 작은 회의실로 향했다.
화이트보드와 8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 공간.
그곳에서 서인나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
“네. 근데 무슨 이야기입니까?”
“별 건 아니고···내일이면 병원에 있던 다른 두 팀원이 복귀할 거야. 미리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
병원에 있느라 아직 얼굴을 못 본 다른 두 팀원에 대한 말이었다.
이름은 권태수와 나하정.
그 중에 권태수는 환갑이 넘었다는 노인이었고.
나하정은 서인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 둘의 공통점은···직급이 의경이라는 점.
즉, 둘 다 연수원의 C반에 해당하는 인원이었다.
“걔네들 의경인 건 알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잘 알고 있고?”
원래는 의경 사이에도 계급이 있지만, 여기서는 단지 사형수라는 말 대신 쓰고 있기에 의경은 의경이라고만 불렸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물어볼 거 없어?”
서인나는 담담히 그렇게 말했다.
여기서는···역시 직접적으로 묻는 게 낫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진짜 괜찮은 겁니까?”
“괜찮다니?”
“제가 본 사형수들은 대부분 살짝 맛이 가 있던데요. 그런 사람들과 수사를 하는 건 좀···위험하다 싶어서요.”
내 말에 서인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지. 실제로 대부분은 그런 놈들이니까. 하지만 우리 팀···아니, 최소한 경찰에서 거둔 사형수들은 조금 달라.”
“다르다고요?”
“연수원에서도 들었지? 사형수들은 기관을 선택할 수 없어. 다들 차출되는 거지.”
그건 나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수 중에서 경찰에 차출될 수 있는 건 극소수야.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만, 우리는 사고 치지 않을 안전한 놈들만 데려오거든.”
“그런 사람이 있긴 한가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있더라구. 제정신이 아닌 건 다 똑같은데, 방향성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
내가 미묘한 반응으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서인나는 한숨을 쉬었다.
“기왕이면 팀원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듣게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네. 의경들에 관해서는 내가 알려줄게. 먼저 하정이, 나하정. 걔 전직이 뭔 줄 아니?”
당연히 내가 알고 있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서인나도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는지 바로 말을 이었다.
“걔는 원래 검사였어. 범죄자를 잡는 검사.”
과연, 그건 또 의외의 전직이었다.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그것도 엄청 열의가 끓어오르는 검사였지. 정의니 뭐니 하는 거에 미쳐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근데 사형수가 됐어요?”
“응. 그야, 법정이 정의롭지 못했으니까.”
서인나는 들고 있던 커피를 한번 마셨다.
“왜 그런 거 흔하잖니. 심각한 죄를 저질러도 변호사를 잘 써서 있는 죄도 없애거나, 돈이나 권력으로 법정을 쥐고 흔들거나.”
“······”
“하정이는 그걸 용납 못 했어. 권력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고는 그 권력으로 사건을 묻어버린 놈도 있었고, 회사에서 잘못된 제품을 팔아서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책임자는 아무도 나오지 않은 사건도 있었지. 그걸 보다 못한 하정이는 결국 엇나갔고, 5명을 죽였어.”
“···그 사람들에게 죄가 있다는 건 어떻게 확신한 건가요?”
“검사였잖니. 그 사람들은 전부 자기가 담당했던 사건의 용의자들이었어. 더군다나 법도 그만큼 잘 아는 애니까. 재판장에 선 그 애 입장에서는 증거도 충분해서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확실한 놈들이 법의 허점을 노려 빠져나가는 게 똑똑히 보였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하정이라는 사람의 사정은 대충 이해했다.
그리고 경찰이 왜 그녀를 받아 들인지도.
“···그래서 안전하다고 하는 건가요?”
“맞아. 하정이가 저지른 살인에는 명확한 의도와 조건이 있어. 그렇기에 이쪽에서도 통제가 가능하지.”
그건 그녀가 옳은 일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 없이, 그녀가 가진 범죄 성향이 제어가 가능한가.
그리고 그를 통해 퇴마사로 쓸 수 있는가.
경찰은 그 두 가지 부분만을 고려해서, 나하정을 경찰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어찌 보면 차가울 정도로 명확한 이유였다.
“그럼···권태수라는 분은요?”
나는 나머지 한 명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러자 서인나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아, 그 할아버지는 훨씬 단순해. 이해하기도 쉽고. 뭐랄까, 영화 같은 인생을 산 할아버지거든. 레옹이라던가, 아저씨라던가.”
그러면서 그녀는 몇 가지 유명한 영화 제목을 입에 담았다.
그걸 들으니 벌써 그 사정을 알 것만 같았다.
“폭력 조직의 살인청부업자로 일하던 남자가 어느 날 우연히 한 소녀를 보호하게 되었지. 그리고 그 소녀와 이런저런 일을 겪다보니, 어느새 정이 든 거야. 그래서 그 남자는 소녀를 사창가에 팔아 넘기려는 조직과 싸웠고, 결국 승리했어.”
“······”
“뭐, 워낙 죽인 사람이 많아서 결국 사형수가 되기는 했지만···경찰에 협력하면 다시 소녀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그는 그 제안을 승낙한 거야.”
“진짜 알기 쉽네요.”
“그치? 소중한 것도, 지킬 것도 없는 사람은 다루기가 까다로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무척 다루기 쉬워지는 법이거든. 그게 특히 자식 같은 존재라면 말이야.”
반쯤은 국가에서 인질을 잡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다는 말이었지만.
그런 사정이 있다면 권태수를 경찰이 받아들인 것도 이해가 갔다.
그 소녀라는 존재가 있는 한, 권태수는 이 사회에 반항하지 못할 테니.
“이제 좀 대답이 됐으려나?”
“한 가지만 더요.”
팀원에 대한 이야기는 다 들었다.
그러니 이제 남은 건···서인나.
팀장 본인에 대해서였다.
“이소월 씨에게 팀장님이 퇴마사 가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내 얘기구나? 하긴, 다른 놈들에 대해서는 다 말했으면서 정작 내 이야기를 안 해줬네.”
흠, 하고 그녀는 한번 헛기침을 했다.
“맞아. 한국에서는 나름 유서가 깊은 가문이지. 집안에서는 퇴마하는 게 삼국 시대부터 이어졌다는데, 솔직히 진짜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삼국 시대라.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퇴마사가 가업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가문이 많나요?”
“많지는 않지만, 있긴 있지. 그 중에서도 역사가 깊은 건 여덟 가문 정도야. 조선 팔도라는 말이 있잖니? 이 여덟 가문은 조선 시대 때만 해도 왕에게 임명된, 각 도의 퇴마를 책임지는 가문이었어. 우리 가문의 경우에는 강원도였지. 그리고 네가 만난 이소월 걔는 황해도 쪽 가문이었고.”
“오···”
“그런데 지금은 뭐, 평범한 퇴마사랑 비슷해. 일제강점기나 6.25 등을 거치면서 담당 지역은 의미가 없어졌고, 이제는 정부 기관이 직접 퇴마에 개입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러니 가문의 영향이라고 해봐야 기껏 해야 경찰이나 정식 기관에 특채되는 정도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의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럼 팀장님은 어떻게 개안을 하셨나요?”
사실 처음, 퇴마사 가문에 대해 알게 된 이후부터 궁금했던 사안이었다.
마에 대한 개안은 타인의 죽음에서 비롯된다.
그럼 퇴마사 가문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개안을 하는 걸까.
가문에 속한 인원 전부가 그저 우연히 죽음에 연관될 리는 없을 텐데.
아니, 생각해보면 퇴마사 가문 만이 아니다.
교회나 법당 등의 기관에서는 분명 자신들만의 퇴마사를 키워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관에서는 어떻게 인위적으로 인간의 개안을 진행시킨다는 건가.
“뭘 궁금해 하는지는 알 것 같네. 좀 잔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말이 나온 김에 알려줄게. 답은 그거야, 연수원.”
“연수원이요?”
“응. 연수원에서 사형수들은 차출되어 나가지? 그럼 만약에 말이야. 차출되지 못한 사형수들은 어떻게 될 것 같니? 그리고 차출된 사형수들이 정말 퇴마사로 쓰일까?”
“아···”
거기까지 들었을 때, 나는 이미 서인나가 하려는 말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마에 대한 개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의 자질이야. 하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자신이 죽인 사람의 업이지. 즉 마와 관련된 사람을 죽일수록, 개안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야.”
“······”
“그러니까 연수원의 C반은 말이지. 실은 사냥개를 키우는 곳이 아니야. 그것보다는 오히려 식용 가축을 키우는 농장이지. 그중에 드물게, 그냥 먹기 아까운 것들을 사냥개로 쓰는 거고.”
어쩐지 C반의 존재 이유부터 취급까지, 다소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있다 싶더니만.
알고 보니 이런 이유가 있었던 건가.
“무서운 이야기네요.”
“그렇지? 그래도 어쩌겠니. 멀쩡한 사람도 하루가 멀다 하고 죽어나가는 판인데. 이 바닥이 이렇지, 뭐.”
서인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내일부터는 나머지 팀원들이 돌아올 거야. 먼저 하정이랑 사건 하나를 배당해 줄 테니까, 한 번 친해져 봐.”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서인나는 어느새 텅 빈 커피잔을 들고 회의실을 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예고대로, 다음날.
“강진우 경감?”
옅게 미소를 짓고 있는, 새하얀 얼굴에 웨이브가 들어간 장발.
거기에 청초한 인상의 여성이 나를 찾아왔다.
나하정 의경.
오늘 처음으로 나와 출동해야 하는, 지원 2팀의 사형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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