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49
49.
49.
“팀장님이 부르셔요.”
잠시 사무실 밖으로 나와 있던 나에게 나하정은 가느다란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했다.
오늘 처음 만난 나하정과 권태수와는 조금 전, 서로 간단한 인사만 나눈 상태였다.
첫 인상만 봤을 때, 나하정은 착한 동네 누나 같은 느낌이었고.
그에 비해 권태수는 말 많고 떽떽거리는 동네 노인네 같았다.
뭐라고 해야 할지.
둘 다 사형수치고는 굉장히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슬쩍 나하정의 레벨을 확인했다.
그녀의 레벨은 57.
서인나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나하정은 내 대답에 곧바로 말을 이었다.
“말은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
“아니요, 그건 제가 불편할 것 같아서.”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사실 반말을 쓸까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나하정이 팀장과 같은 연배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림이 좋지 않다고 해야 하나.
“그래요?”
내 대답에 나하정은 그렇게만 말하고는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아, 강 경감. 새로운 사건이야. 하정아, 너도.”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서인나가 말했다.
이제까지는 까다로운 사건만 맡았던 느낌이라 좀 간단한 거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과 함께 나하정과 함께 서인나의 자리로 갔다.
“외인 기관인 화랑에서 신고가 들어왔어.”
화랑이라.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연수원 마지막 날, 그 취업 박람회장 같은 곳에서 부스를 본 기억이 있었다.
국내 3대 기업 중 하나인 화인 그룹 소속의 외인 기관이라고 했었던 것 같다.
“거기에 소속되어 있던 죄수 신분의 퇴마사 하나가 선임 퇴마사를 죽이고 탈옥했다고 하더라고. 그놈은 현재 도주 중이라, 곧바로 대응해야 돼.”
“탈옥이요?”
“그래. 죄수 신분의 퇴마사가 허가를 받지 않고 사업장을 벗어나는 걸 말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은영이나 한성민 같은 죄수 신분의 퇴마사는 이곳에서 징역을 살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탈옥이라고 하는 건가.
“현재 화랑 측에서도 대응을 하고 있어서 위치는 어느 정도 특정된 상태야. 그런데 하필이면 산속으로 들어가서 추적이 힘든가 봐. 그러니 굳이 신고까지 했겠지.”
“보통은 신고를 안 하나요?”
“결국 죄인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거니까, 어지간하면 그냥 덮으려고 하지. 외인 기관 측에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거든. 근데 살인까지 저지른 데다 도주를 허용하다니, 그들 입장에서는 일이 너무 커져 버린 거야.”
그렇게 말하며 서인나는 나에게 파일 하나를 내밀었다.
“용의자의 정보는 이걸 확인하고. 아, 그리고···강 경감은 인간을 상대하는 건 이게 처음이었지?”
서인나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연수원에서 마인 하나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인 적은 있었지만.
사람을 직접적으로 적대하는 사건을 맡는 것은 팀장의 말대로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네요.”
“···그래. 그럼 이 기회에 배워둬.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이것도 다 퇴마 경찰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정아, 네가 잘 케어해주고.”
“알았어요.”
서인나의 말에 나하정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케어라니.
그런 게 필요한가?
오히려 괴이 같은 것보다는 훨씬 쉬워 보이는데.
그러나 거기서 서인나의 말이 이어졌다.
“참고로 그 퇴마사는 마인 판정을 받았어. 그냥 탈옥만 했다면 몰라도, 살인을 저질렀으니까. 그러니 생포할 필요는 없어. 아니···정확히 말할게. 마인은 생포하지 않는 게 원칙이야. 무슨 뜻인지 알지?”
아하, 그런 뜻이었나.
퇴마사는 굳이 마에 먹히지 않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 마인 판정을 받는다.
그렇기에 마인을 제거해야 하는 경찰의 입장에서는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퇴마사였던 사람을 무조건 죽여 없애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평범한 초보 퇴마사라면 거부감이 들 만한 일.
하지만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굳이 사이코패스처럼 보일 필요는 없었으니, 나는 일부러 침울한 분위기로 답했다.
“···예.”
“위치는 하정이한테 알려줬어. 바로 출동하는 게 좋을 거야. 현장까지 꽤 거리가 있으니까.”
나는 곧바로 나하정과 사무실을 나와 경찰차에 올라탔다.
운전석은 당연하다는 듯 그녀의 몫이었다.
나는 그 옆자리에서 그녀에게 물었다.
“위치가 어디에요?”
“철원이에요. 가본 적 있나요?”
“아니요. 춥다는 말은 들었는데.”
과연, 거리가 있다더니 절대 가까운 곳은 아니었다.
마인이라고 해도 철원에 있는 산속까지 숨어들다니.
월북이라도 할 셈인가.
“저는 가본 적이 있답니다. 겨울이었는데, 춥긴 춥더라고요. 아, 철원에 가면 맛있는 불고기 집이 있는데-”
그렇게 우리는 한참 동안 도로를 달렸다.
그 시간 동안 나하정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또 들려주었다.
똑같이 운전을 하면서 대화를 나눴지만 한성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연수원에서 그런 일이 있었군요. 대단해요.”
내 말에 나하정은 살짝 웃었다.
그녀의 반응이나 표정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모나지 않았다.
마치 자식의 학교 이야기를 듣는 엄마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사람이 검사였다고?
지금의 모습만 봐서는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
그리고 겨우 잠깐의 침묵이 찾아왔다.
나는 그 사이, 마인에 대한 정보가 담긴 파일을 훑었다.
거기에는 마인의 능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있었다.
“···이래서 산으로 도망간 거구만?”
마인이 가진 능력은 변신 능력이었다.
몸을 짐승, 정확히는 늑대처럼 바꿀 수 있는 능력이란다.
지가 무슨 드루이드인가?
나는 마인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나하정에게도 전달해주었다.
그녀는 도로에서 시선 한번 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능력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나요?”
“아, 그건 들었어요.”
이 역시 팀장인 서인나에게 들은 내용이었다.
나하정의 능력은 영력 부여.
본래 신기가 아닌 물건들은 퇴마사의 몸에서 떨어지면 금방 영력을 잃는다.
그리고 신기라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밖으로 미약한 영력을 방출할 뿐.
하지만 나하정은 평범한 물건이라도 오랫동안 자신의 영력을 담아둘 수 있었다.
그냥 듣기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어 보이는 능력이지만.
그게 현대 과학 기술과 만나게 된다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총을 쏘신다고.”
그녀가 영력을 부여한 무기는 마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나하정의 주 무장은 두 자루의 권총.
그리고 상대에 따라서는 수류탄부터 대전차 로켓까지, 훨씬 더 본격적인 무기들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맞아요. 마인에 특화된 능력이죠.”
“그래요? 령을 잡기에도 좋아 보이는데.”
내 말에 나하정은 고개를 저었다.
“편하긴 하지만 효과적이지는 않답니다. 사람이나 동물은 심장이나 머리가 약점이지만···령이나 괴이는 그런 약점이 별로 없고 크기는 훨씬 크니까요. 오히려 그런 것들에게는 상성을 공략할 수 있는 전승이나, 신성의 힘이 유용하죠.”
그건 그럴 듯하게 들렸다.
유령은 말할 것도 없고, 심장이나 머리가 약점이 아닌 괴이들은 얼마든지 있었으니.
“아, 거의 다 왔어요.”
짙은 녹음이 펼쳐진 산을 가리키며 나하정이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
우리는 이름 모를 산속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겨우 이어져 있던 가느다란 도로마저 끝나는 지점에는, 검은 승용차들이 몇 대 주차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4명의 남자들이 서 있다.
모두 짙은 검은 색의 양복을 입은 자들.
바로 화랑의 퇴마사들이었다.
그들 중 하나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는 딱딱한 얼굴로 내 옷을 한번 곁눈질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특수본 쪽에서 나오셨습니까?”
“예. 강진우 경감이라고 합니다.”
내가 인사하자, 경계심을 감추지 못하던 남자의 표정이 비로소 풀어졌다.
곧바로 남자는 나에게 상황 설명을 늘어놓았다.
화랑은 마인을 찾기 위해 새벽부터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마인의 흔적을 찾았고, 조금 전 그와 전투도 벌어졌으나 제거하지는 못했다.
늑대로 변하는 능력을 가진 마인이라 도주가 용이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수색조들이 놈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경감님은 어쩌시겠습니까?”
남자는 그렇게 물었다.
애초에 이 사건은 화랑의 책임이고, 그렇기에 경찰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야 화랑은 최악의 결과가 벌어졌을 경우를 대비해, 면피성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에 불과하니까.
그럼 편하게 결과를 기다릴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나는 최소한의 확인을 위해 그에게 물었다.
“뒤를 쫓고 있다고 하셨는데, 위치가 어디쯤인가요?”
“잠시, 지도를 갖고 설명하겠습니다.”
이윽고 남자는 태블릿을 하나 가져왔다.
그리고 거기에 지도를 띄워 현재 있는 장소와 마인과 전투가 벌어진 장소, 그리고 그가 도주한 방향을 표시했다.
나는 그걸 보며, 동시에 내 퀘스트 창을 열었다.
사건을 넘겨 받자마자 퀘스트는 생성되어 있었으니, 당연히 네비게이션의 화살표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마인을 제대로 쫓고 있다면 나도 여유를 갖고 움직여도 될 테니까.
하지만.
“···?”
정작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전혀 엉뚱한 곳이었다.
이들이 마인을 쫓는 방향은 북쪽.
하지만 화살표는 동남쪽을 가리켰다.
거의 정반대 방향이라고 해도 될 정도.
“이건 확실한 겁니까? 전투는 언제 벌어졌죠?”
“2시간쯤 전입니다. 지금도 간간이 수색조에서 목격 정보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놈이 여기 있는 건 틀림없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도 목격되고 있다고?
그렇다면 이 화살표는 뭐지?
“···설마.”
잠시 생각하던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건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전부 내가 나한테만 보이는 화살표의 방향을 보고 추측한 것이니.
그래서 나는 잠시 고민했고, 곧 결론을 내렸다.
“그럼 저희는 알아서 조사하고 있겠습니다.”
“알아서···아, 예. 알겠습니다.”
남자는 나에게 목례를 하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아마 화랑 측에서는 경찰이 직접 나서지는 않을 거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냥 지켜보고 있으려고요?”
그리고 그건 옆에서 지켜보던 나하정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그렇게 물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시험하듯 되물었다.
“안 됩니까?”
“그건, 안 돼요.”
그러자 나하정은 내 말을 칼같이 부정했다.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만은 형형히 빛났다.
순식간에 돌변한 분위기.
하지만 나하정은 금방 자신의 감정을 정리했다.
어느새 조금 전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나하정을 보니, 그녀가 품고 있는 광기의 일부를 엿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건 직무유기잖아요. 서인나 팀장님도 싫어할 거예요. 그러니 뭐라도 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이어진 것은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
얼마 전 만났던, 이소월과는 완전히 정반대 스타일이었다.
거친 사자 같은 이소월을 상대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뭐랄까.
이쪽은 이쪽대로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장난은 그만 치기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제 능력은 들었죠?”
“네. 수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들었어요.”
“그런 제 능력에 의하면 마인은 북쪽에 있는 게 아닙니다. 반대쪽에 있죠.”
나는 화살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나하정의 고개가 살짝 옆으로 꺾였다.
“그럼 저들에게도 알려주지 그러셨어요?”
“저 사람들에게 말해도 안 믿겠죠. 자신들의 두 눈으로 북쪽에서 보고 왔다는데, 제 말을 믿겠습니까?”
“그래서 따로 움직이려고요?”
“그렇죠. 그러니 갑시다. 놈이 더 멀리 가기 전에.”
그렇게 나는 화살표를 따라 움직였다.
동남쪽 방향에도 차도가 나있지는 않은 터라, 지도를 확인하며 그저 산속에서 평탄한 길을 찾아갔다.
물론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길도 없이 나뭇가지와 그 잎을 헤치고 산 위를 오르는 일이었으니.
하지만 나하정은 그 높은 레벨에 걸맞게 전혀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외모만 보면 집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이미지인데, 상당한 체력이었다.
“여기 봐요.”
그러던 중 나하정이 비쩍 마른 나무 한 그루를 가리켰다.
딱 사람 손이 닿기 좋은 높이에 나뭇가지 하나가 뚝 부러져 있었다.
“바로 조금 전에 부러진 것 같아요. 제대로 찾아왔나 봐요.”
그건 사람이 지나갔던 흔적이었다.
나야 화살표만 따라가다 보니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쩐지 나하정이 조용하다 싶더니, 저런 걸 찾고 있었나.
“그런데 이상해요. 이건···”
나하정은 나뭇가지를 살펴보며 말했다.
부러진 것은 사람이 손으로 짚다가 부러진 그 가지 뿐.
주변에 다른 흔적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마치,
“평범한 사람이 남긴 흔적 같네요. 늑대가 아니라.”
“맞아요.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내 말에 나하정은 맞장구를 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그 이유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굳이 내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내 말을 믿었다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테니.
그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답은 나하정의 입에서 나왔다.
“적이 하나가 아닌 모양이네요?”
“맞습니다. 이건 양동 작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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