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5
5.
5.
연수원의 식사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배식 형태는 일반적인 급식과 다를 게 없었지만, 메뉴의 숫자가 많았고 음식의 질도 상당히 높았다.
그 덕분에 식사에서 불만이 나오는 상황은 없었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
편하게 식사를 마친 나는 오후 교육 장소인 강당으로 이동했다.
강의실이 모여있는 건물의 지하에 위치한, 수백 명은 모을 수 있을 법한 넓은 공간.
그 한 켠에는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반대쪽에는 커다란 상자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저게 뭘까요?”
그걸 본 김다영이 물었다.
무미건조한 갈색의 목재 박스들.
이현석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블릿에 있는 시간표에는 실습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거기에 필요한 물건 아니겠습니까?”
“그럼···”
“시첸가?”
“시, 시체요?”
반쯤 농담으로 던진 내 말에 김다영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우리 귀신 잡는다면서요. 그럼 귀신 같은 게 필요하겠죠.”
“하하, 시체가 들어갈 정도로 상자가 크긴 하네요.”
“그···그래도 경찰인데 시체 같은 걸 가져오지는 않지 않았을까요···?”
이현석은 가볍게 반응했지만 김다영은 그렇지 못했다.
호러라던가, 그런 쪽에 약한 타입인가.
“뭐, 기다리면 알게 되겠죠.”
그 말과 함께, 타이밍 좋게 이수연과 또 다른 경찰 여럿이 강당으로 들어왔다.
교육 시작 시간이 다 된 것이었다.
“식사는 잘 하셨습니까?”
절도 있지만 정중한 인사와 함께 이수연은 교육을 시작했다.
함께 들어온 경찰들은 이수연의 뒤쪽에 정렬했다.
왜 왔나 했더니, 조교 같은 역할인가보다.
“오후 교육은 첫 실습 교육입니다. 하지만 사실 실질적인 전투를 배우는 실습에 앞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죠.”
이수연이 경찰들에게 눈짓하자 그들은 켜켜이 쌓여있던 나무 상자를 넓게 펼쳐 놓았다.
그리고 그 뚜껑을 열자, 안쪽에는 시체 대신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먼저 여러분들은 자신이 사용할 무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상자에는 온갖 종류의 무기로 채워져 있었다.
검이나 창, 철퇴 같은 냉병기부터 활과 석궁 같은 원거리 무기, 거기에 권총과 돌격 소총을 비롯한 열병기까지.
심지어는 부적이나 묵주 같은, 무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것들도 있었다.
“무기 선택에 제한은 없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만 명심해주십시오. 무기는 여러분의 전투를 도울 뿐입니다. 전력의 대부분은 본인이 각성한 능력에서 발현된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길.”
결국 편해 보인다고 저기 있는 AK 같은 거 집지 말고, 자신의 능력에 어울리는 걸 선택하라는 말이었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었다.
내 옆에 있는 김다영만 해도, 검사라는 능력을 쓰기 위해서는 당연히 검을 선택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상대방의 레벨을 볼 수 있는 나의 능력은 도대체 무슨 무기를 써야 한다는 건가.
망원경?
“물론 선택이 힘드신 분들은, 조교들의 추천을 받으셔도 됩니다. 바로 선택해보시죠.”
이수연의 말에 사람들이 하나둘 무기 박스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앞에서는 무기를 구경하는 사람과, 조교들에게 물어보는 사람 등으로 금세 강당은 어수선해졌다.
“역시 저는 검이겠죠?”
“검사시니까요.”
“기왕이면 총이 좋은데···한번 물어보고 올 게요.”
김다영은 조교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조교는 그녀를 수십 자루의 검이 들어있는 박스 앞으로 데려갔고.
결국 김다영은 그 많은 검을 하나하나 휘둘러보기 시작했다.
“하하, 역시 저렇게 되는군요.”
이현석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현석 씨는 생각해 둔 게 있으십니까?”
“저도 다영 씨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제 능력은 근거리에서 사용해야 할 것 같아서. 그보다 저는 진우 씨가 어떤 무기를 선택할 지 궁금하군요.”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내 대답에 쓴웃음을 지으며 이현석 역시 조교에게 다가갔다.
조교는 그를 너클이나 글러브가 모여있는 박스 앞으로 데려갔다.
과연, 저 건장한 체격에 어울리는 무기였다.
“그럼 나는···”
“혹시 선택에 고민이 있으십니까?”
막 무기 박스 앞으로 걸어가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이수연이 내 바로 옆에 와 있었다.
혹시 기다리고 있던 건가?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다가온 탓에 그런 의문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수연이 뭐하러 나를 기다렸겠나.
금방 의문을 지운 나는 상담에 응하기로 했다.
“뭐, 그렇긴 하죠. 아시다시피 제 능력이 좀···”
“전투와 거리가 멀다는 말씀이십니까? 종종 있는 일입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일선에 나가 활약하는 인원도 있지만, 그를 서포트하는 인원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럼 무기는 뭐가 좋을까요?”
“근거리 무기 중 쓰기 편한 걸 추천 드립니다.”
근거리 무기라.
내가 예상했던 대답이 아니었다.
“왜요? 어차피 능력도 못 쓸 거, 총 쏘는 게 낫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능력을 싣지 못한다면 원거리 무기는 의미가 없습니다. 마는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것들. 현실의 힘만으로는 그들에게 닿지 않습니다.”
즉 귀신은 총에 맞고 죽지 않는다는 말.
하긴,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럼 근거리 무기는요? 능력 실을 수 없는 건 똑같은 거 아닙니까?”
“능력은 실을 수 없지만, 영력을 실을 수 있습니다.”
“영력이요? 그게 뭔데요?”
“그러니까···”
이수연이 미묘하게 말을 망설였다.
“다음 주에 있을 수업 내용이지만, 짧게 설명 드리죠. 본래 개안이라 함은 마를 보는 깨우침이고, 각성이라 함은 마에 개입하는 깨우침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신체가 영력을 갖느냐, 못 갖느냐의 차이죠. 즉 영력은 자신의 신체로 마에 간섭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힘입니다.”
그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을 할 때 무언가가 몸속을 휘젓는다 싶었더니만.
그게 영력이라는 것이었나보다.
“또한 이 영력은 신체와 연결된 물건이라면 자연스럽게 실리게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나뭇가지라도 들고 있으면 능력은 없어도, 휘두르면 맞긴 한다는 거네요?”
“쉽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비록 큰 피해를 줄 수는 없겠지만, 수련의 성과에 따라 자신의 몸은 지킬 수 있죠.”
이수연의 말을 이해한 나는 돌격 소총 쪽을 바라보던 시선을 힘겹게 냉병기 쪽으로 돌렸다.
검과 창, 그리고 철퇴 등등.
10년 동안 판타지 세계를 헤매고 다녔던 나에게는 익숙한, 아니 지긋지긋한 무기들.
설마 저걸 또 쓰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그럼 저는 어떤 무기가 좋을 것 같으세요?”
“경험이 없으시다면 둔기 쪽을 추천 드립니다만, 일단 본인이 쓰기 편한 걸 선택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기 상자 쪽으로 걸어갔다.
결국 능력이 없는 나는 뭘 선택해도 크게 달라질 일이 없다는 말.
그래서 나는 무난한 나무 몽둥이 하나를 손에 들었다.
한번 휘둘러보기라도 하려고.
그런데 그 순간.
“응···?”
자동으로 능력이 발현되었다.
시야 위로 HP통과 게임 프레임이 나타났다.
이게 왜 이러나 싶은 그 때.
내가 손에 든 몽둥이 옆으로는, 처음 보는 창 하나가 떠 있었다.
일반 아이템
공격력 2-4
둔기 계열
아이템 설명창?
그저 레벨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나?
나는 몽둥이를 다시 내려놓고, 이번에는 무기 박스를 노려보았다.
“뭐여, 이게.”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능력을 쓰기 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보니 미약한 푸른 빛을 내는 무기들이 있었다.
나는 그 중 하나를 손에 들었다.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철퇴였다.
매직 아이템
공격력 3-7
힘 +1
둔기 계열
“아하···”
빛이 안 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었더니, 맨 아래 능력이 붙어 있었다.
힘 +1 이라.
그렇게 생각하니 힘이 강해진 거 같기도 하고.
나는 다른 푸른 빛을 내는, 즉 매직 아이템이라 써진 무기들을 들어보았다.
그러자 예상대로 그것들은 하나 같이 미미한 능력치가 붙어 있었다.
“신기하네.”
무기에 붙은 능력치는 거짓이 아니었다.
힘이나 민첩, 체력 등.
의식하지 않는 한 거의 알 수 없을 정도긴 했지만, 분명 차이가 있었다.
하긴 기껏해야 +1인데.
“그럼 이 중에 골라볼까.”
나는 파란 빛을 가진, 즉 매직 아이템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1이라도 붙어 있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렇게 한참 동안 무기 박스를 돌며 매직 아이템들을 뒤지고 다녔다.
매직 아이템들의 능력치는 다 고만고만했다.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민첩 +2가 붙은 단창을 찾은 게 전부였다.
단창도 나쁘지는 않지만···조금 아쉬운 게 사실.
“저게 마지막인가.”
근거리 무기를 담아둔 박스 중, 가장 끝에 있는 박스.
다른 박스의 반 밖에 되지 않는 크기였다.
게다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안에 담긴 건, 제대로 된 무기도 아니었다.
“누가 여기다 공구 박스 갖다 놨냐.”
각목이나 쇠파이프, 플라스틱 막대부터.
장도리와 드라이버 같은 도구까지.
그야말로 온갖 잡동사니의 향연이었다.
도대체 육각 렌치는 여기 왜 있는 거야?
그렇게 혀를 차며 뒤돌아서려는데.
“응?”
그 육각 렌치 아래.
찬란한 보라색의 빛이 눈에 들어왔다.
보라색이라고?
매직 아이템이 아니다.
혹시 더 좋은 건가?
나는 곧바로 잡동사니를 들춰내서 박스 바닥에 있던 그것을 꺼냈다.
그 정체는 60cm가 살짝 넘는 길이의 숫가락을 닮은 쇳덩이.
바로 몽키 스패너였다.
레어 아이템
공격력 13-20
민첩 +5
치명타 확률 +25%
스매시 +1
둔기 계열
“오···!”
레어 아이템이란다.
능력치가 하나가 아니었다.
딱 봐도 좋아 보일 정도로 뭔가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기본 스탯으로 보이는 민첩은 물론, 처음 보는 치명타 확률과 스매시까지 붙어 있었다.
게다가 그 수치도 매직 아이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그런데 치명타 확률이야 그렇다 쳐도, 스매시는 뭘까.
그런 의문을 떠올리면서도 나는 골라 놨던 단창을 집어던지고, 대신 몽키 스패너를 들었다.
그리고 시험 삼아 한번 휘두르자,
훙!
위협적인 바람 소리와 함께 묵직한 쇳덩이가 허공을 갈랐다.
역시 공격력이 높아서 그런지, 그 위력이 상당해 보였다.
“이걸로 해야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생긴 게 좀 그렇고, 스매시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없는 옵션이라도 상관없었다.
순수 데미지만 봐도 다른 무기의 2배 이상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몽키 스패너를 들고 뒤로 돌았다.
더 이상 무기 박스에는 볼 일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내 바로 뒤에는,
“······”
이번에도 이수연이 심상치 않은 얼굴로 서 있었다.
***
마의 세계에는 ‘신기’라는 것이 있다.
그것들은 스스로 영력이나 마를 담고 있는 물건으로.
사용자를 강화시키거나 심지어는 능력, 혹은 지성까지 갖고 있는 보물들을 뜻한다.
하지만 그만큼 신기는 귀하고, 쉽게 볼 수 없다.
그런데 지금 그 신기 중에 하나가 지금 강진우의 손에 들려있었다.
“어떻게 그걸···”
이수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저들에게 제공되는 무기는 대부분 아주 기초적인 장비다.
길거리에서 사는 것과 다름이 없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양산품.
하지만 그런 양산품 중에서도, 극소수의 신기가 섞여 있다.
이 무기 선택의 과정은 일종의 테스트였다.
평범한 물건이라도 마를 베며 업을 쌓다 보면, 영력이 미약하게 깃들 때가 있다.
또한 각성한 이들 중, 마에 예민한 감각을 가진 자들은 그 영력을 인지할 때가 있으며.
그것은 곧 그가 지닌 잠재력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헌데 조금 전까지 강진우가 하던 행동은 어떠했는가.
“······”
강진우는 영력이 조금이라도 깃든 모든 무기를 한 번씩 다 집어냈다.
처음에는 이수연도 우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정확히, 그것도 여러 개를 골라냈고 도저히 그 능력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는 마지막 박스까지 가서 끝내 숨겨져 있던 보물을 선택해냈다.
저 몽키 스패너는 보기와는 달리, 유일하게 그 영력이 신기 수준에 도달한 물건.
그것은 그가 단지 물건에 깃든 영력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영력의 크기까지 가늠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었다.
이수연은 경악을 애써 숨기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강진우 씨.”
이건 단지 상대의 강함을 꿰뚫어보는, 그의 능력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을 보고 그걸 고르신 겁니까?”
그래서 그녀는 물었다.
연수원의 강사인 그녀는 교육생들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할 의무가 있었다.
더군다나 강진우는 개안의 이유가 불분명한, 위험할 가능성이 있는 교육생.
더더욱 능력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해둬야 했다.
그런 마음으로 이수연은 더없이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정작 강진우는 가볍게 답했다.
“어, 이게 그러니까···다른 건 파란 데, 지 혼자 보라색으로 빛났거든요?”
“예···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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