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50
50.
50.
나하정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화살표, 즉 탈옥수의 위치가 보이는 내 입장에서는 간단한 논리였다.
그놈이 정말 동남쪽에 있다면.
완전히 반대 방향에서 추적조를 유인하는 것은 분명 가짜일 테니까.
게다가 전투까지 벌어진 이상, 그게 단순한 환상 같은 거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다는 건 탈옥수의 아군이 있다는 이야기.
또한 그 아군의 위장을 들키지 않기 위해, 탈옥수는 일부러 능력도 사용하지 않고 이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네요. 협력자가 있다니.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나하정은 살짝 표정을 어둡게 하며 그렇게 말했다.
이상한 일이 아니라니.
마치 협력자가 누군지 알 것 같다는 태도였다.
“혹시 짐작가는 게 있어요?”
“가끔, 마인끼리 만든 범죄 조직이 죄인이나 사형수들과 교섭해서 그들을 탈출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범죄 조직이라.
하긴 조직 폭력단도 있는데, 퇴마라는 힘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려는 놈들이 없을 리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벌이는 짓이 겨우 퇴마사를 탈옥시키는 거라는 말인가?
“탈출? 놈들이 그러는 이유가 뭡니까?”
“세력을 늘리기 위해서예요. 그들이 조직원인 퇴마사를 늘릴 방법은 그것뿐이니까.”
“아···대충 알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왜 죄수 신분인 퇴마사가 살인을 저질렀나 싶었더니만.
나하정의 말이 바로 그 답이었다.
모든 게 범죄 조직의 과격한 스카우트였다는 건가.
“그럼 계속 가시죠.”
사건의 전말을 어느 정도 파악한 우리는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거친 산길을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
“음···?”
산과 산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평지가 나왔다.
여긴···마을인가?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논이나 밭이었던 흔적이 남아있는 땅이 일부 있었다.
또한 주변에는 낡은 건물도 몇 채가 보였으나 사람이 살고 있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한때는 사람이 살았지만, 결국 버려진 마을이리라.
그리고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그런 마을의 중심에 있는 건물.
“저 안입니다.”
내 말에 나하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총을 꺼내 앞으로 나섰다.
나 역시 신기인 별운검을 뽑아든 그 순간.
“벌써 온 거냐?”
놈이 먼저 우리의 인기척을 알아챘다.
마인은 아무래도 저곳에 숨어,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한참···응?”
건물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중년의 남자가 눈을 크게 떴다.
레벨은 42.
딱 중간 수준의 퇴마사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검은 털이 뒤덮여 있어, 안으로 보이는 것은 샛노란 눈 뿐이었다.
늑대로 변한다는 능력을 얼굴 부분에만 적용한 건가.
그렇다면 그 청각이나 후각을 이용해, 우리의 존재를 눈치챈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경찰이라고···?”
그는 우리의 제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으르렁대듯 말을 이었다.
“그새 여기까지 따라온 건가? 눈속임을 해두겠다더니, 한심한 놈들이···”
남자는 곧바로 이를 드러냈다.
순식간에 온 몸이 검은 털로 물들었다.
마인이 인간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짐승으로 변한다.
하지만 내가 이에 반응하기도 전에,
타앙!
요란한 총소리가 고요하던 산속 마을을 울렸다.
어느새 나하정의 손에 들린 총구가 마인의 미간을 향하고 있었다.
여전히 그 입가에 걸린 미소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마인을 바라보는 눈에는 지독할 정도로 아무런 감정이 없다.
마치 플라스틱으로 세공한 눈알처럼.
“이년이···!”
한편 마인은 틀림 없이 총알에 피격되었음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격발 직전에 반응한 건지.
나하정의 총알은 놈의 머리 대신, 한쪽 눈을 부수고 지나갔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치명적인 부상이지만.
그 부상은 곧 엄청난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음···?”
눈앞에서 얼굴 뼈가 자라나고, 터져나간 안구가 제 모습을 되찾는다.
그야말로, 초월적인 재생력.
하지만 이는 내가 알고 있던 마인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껏해야 늑대로 변신한다는 놈이 왜 저런 초재생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건가.
그런 내 의문을 짐작한 듯 나하정이 답했다.
“저건 신기나 귀물이 가진 힘일 거예요.”
“신기나 귀물···?”
그 말에 마인에게 의식을 집중했다.
거리가 좀 떨어져 있던지라 아이템 창이 출력되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 품에서는 옅은 검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하정의 말대로 놈이 귀물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그새 조직 쪽에서 넘겨 받은 게 아닐까요? 저 모습, 꽤 유명하잖아요.”
나하정은 느긋한 얼굴로 눈앞의 마인을 가리켰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였다.
이미 온몸에 털로 뒤덮인 데다 늑대의 얼굴로 똑바로 선 그 모습은···웨어울프 그 자체.
내가 알고 있는 웨어울프보다는 좀 몸집이 작긴 하지만, 흔히 늑대 인간이라고 불리는 괴이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귀물을 사람이 쓸 수도 있어요?”
“예. 꼭 선한 존재만이 전승을 남기는 건 아니니까요.”
하긴, 그건 그렇군.
종교에서 그들이 섬기는 신이나 그 신도가 전승을 남기듯.
그에 반하는 악신과 괴물 역시 그들만의 전승을 갖고 있다.
즉 놈은 늑대 인간의 전승을 품은 귀물을 갖고 있다는 뜻.
“하지만 그런 귀물은 사람을 심하게 가려요. 애초에 사람이 쓰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부작용도 심할 텐데-”
“언제까지 떠들 셈이냐!”
금방 부상을 치료한 마인이 앞서 있던 나하정에게 달려 들었다.
놈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각력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과연 늑대 인간이라 칭해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속도.
하지만 놈과 우리 사이에는 거리가 꽤 있었기에, 반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하정은···물러나려나.
권총이라는 무기의 사정 거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러는 것이 맞았다.
그래서 나는 여차하면 내가 나설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별운검을 고쳐잡았지만.
나하정은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응을 보여줬다.
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놈의 발톱과 나하정의 권총이 맞부딪혔다.
그녀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늑대 인간에게 돌진, 그 발톱을 권총 두 개를 단도처럼 활용하며 막아냈고.
타탕!
그 상태 그대로 총탄이 빗발쳤다.
“하! 미친년이···!”
하지만 마인은 몸통이 꿰뚫리면서도 욕설을 내뱉었다.
또 다시 재생되는 짐승의 육체.
그리고 금속과 짐승의 발톱이 충돌했다.
콰드윽!
나하정이 움직임만으로 피한 늑대 인간의 발톱이 애꿎은 거목을 지나친다.
그러자 두꺼운 나무 위로 순식간에 거대한 상처가 남았다.
사람이라면 뼈도 남지 않을 위력.
역시 완력과 속도에 있어서는 늑대 인간인 마인이 우위였다.
그러나···어째서일까.
정작 전투의 향방은 쉽사리 예측 할 수가 없었다.
나하정의 전투 방식이, 단순한 근접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
챙!
짐승의 발톱과 금속이 부딪히는 파열음의 뒤를 이어,
탕!
맹렬한 총성이 울려퍼졌다.
또 다시 발톱을 막아선 권총의 총구가 늑대 인간의 가슴을 향했고 그것이 그대로 불을 뿜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번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하정은 놈의 공격을 막으면서, 또 뒤로 물러나면서, 그리고 회피를 하면서도 끊임 없이 늑대 인간의 몸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소위 건카타라고 불리는 무도였다.
이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나조차도 영화에서 본 게 전부인 싸움 방식.
그렇게 몇 번의 총성과 금속음이 겹쳤고.
“쳇···!”
끝내 잠시 뒤로 물러선 마인이 혀를 찼다.
그의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신체 능력은 분명 앞서고 있으면서도, 방어와 공격이 동시에 이뤄지는 건카타의 특성상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곧 놈의 미간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크아아아아!”
괴성과 함께 늑대 인간이 돌진했다.
이제 어지간한 부상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한 저돌적인 움직임.
이에 나하정은 권총의 탄창을 갈아끼웠다.
평범한 탄창이 아닌, 손잡이 아래로 길게 늘어진 확장 탄창이었다.
나하정 역시 마인의 속셈을 알아채고 모든 화력을 쏟아부을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타타타타타타타-
앞으로 뻗어진 두 개의 총구가 불을 내뿜었다.
50여 발에 달하는 총탄이 겨우 몇 초 만에 소진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총탄은 늑대 인간의 심장을 노렸고, 끝내 그것을 관통했다.
그러나.
“퉷!”
심장을 잃었음에도 늑대 인간은 피를 한 움큼 내뱉으며 뒤로 빠졌을 뿐.
실시간으로 그 심장은 통째로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다.
“···쉽지 않겠네.”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늑대 인간은 실존하는 괴이 중 하나다.
비록 한국에서는 목격 정보가 없지만, 그 고향인 서양에서는 간간히 출몰하는 괴이로.
가장 유명한 정보는 신성한 금속이라는 은이 아니면 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저 초월적인 재생력을, 은이 아니라면 억누를 수 없다는 뜻이겠지.
“혹시 은탄 갖고 있어요?”
“아니요, 없어요.”
나하정은 짧게 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미약한 짜증이 느껴졌다.
마인이 계속해서 살아나는 게 꼴 보기 싫다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나 역시 은으로 된 무기는 없었다.
즉, 약점을 공략할 수는 없다는 뜻.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 뿐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방법이 있으신가요?”
사실 내가 가진 카드 중에는 늑대 인간에게 효과적인 것이 없었다.
내 유일한 공격 스킬인 수호자의 일격의 강점은 방어 관통 효과로.
끝없이 재생하는 적과는 그리 상성이 좋지 않았다.
또한 늑대 인간은 혼령이나 언데드라고도 할 수 없으니, 빛의 검 역시 별 의미가 없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저 늑대 인간의 재생을 끊을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놈이 가진 귀물을 공략하는 것.
결국 저 늑대 인간으로 변하는 능력 자체가 귀물에서 나오는 힘이다.
거기다 나는 마인이 품은 귀물을 뻔히 보고 있는 상황.
그러니 그것을 내가 통째로 빼앗으면 그만이었다.
“내가 놈과 부딪히면 최대한 화력을 퍼부어요. 나머진 알아서 할 테니.”
“예, 알겠어요.”
내 말에 나하정은 되묻지도 않고 곧바로 수긍했다.
그리고는 텅 빈 탄창을 신속히 갈아끼웠다.
“그럼, 갑니다.”
나는 그렇게만 말하고 늑대 인간에게 돌진했다.
그새 부서진 심장마저 회복한 놈은 곧바로 반응했다.
두꺼운 나무도 단숨에 부러뜨릴 거대한 손톱이 눈앞에 쇄도한다.
깡!
칼날에서 불꽃이 튀었다.
터무니 없는 무게감이 검을 짓눌렀다.
거기에 실린 힘이 얼마나 강한지, 발톱이 아니라 마치 거대한 트럭과 부딪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곧바로 이어지는 놈의 연격을 나는 쉽사리 막아낼 수 없었지만.
투다다다다다!
“크윽?!”
수많은 총알 세례와 놈의 신음이 겹쳤다.
혹시 몰라 예리코의 방벽까지 발동하고 있었는데, 나하정이 딱 좋은 타이밍에 끼어든 것이었다.
순식간에 사방으로 피가 튀고, 납탄의 소나기가 무자비하게 털투성이의 신체를 꿰뚫는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곧 총성이 멎었고, 수십 발에 이르는 총알을 고스란히 받아낸 늑대 인간의 몸은 다시 회복을 시작했다.
이제 겨우 몇 초면 저 늑대 인간의 몸은 완전히 재생되겠지만.
나는 그걸로 충분했다.
어차피 내가 나하정에게 기대했던 것은, 내게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었으니.
나는 검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놈은 내가 자신을 죽일 수 없다는 걸 아는 건지, 몸의 재생이 끝나지 않아 움직일 수 없는 건지 반응하지 않았다.
절호의 기회였다.
“수호자의 일격!”
방어를 절반 이상 무시하는 참격이 늑대 인간의 위로 떨어졌다.
놈은 서둘러 양팔을 들어 제 몸을 보호하려 했지만.
“크아악!”
나의 검은 그 털투성이의 양팔을 잘라내는 것은 물론, 그 뒤에 있던 몸까지 길게 베었다.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놈의 몸뚱아리.
나는 그 안쪽, 정확히는 놈의 가슴 안쪽에 박혀있는 귀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네 놈···!”
내 생각을 눈치챈 걸까.
놈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두 팔은 순식간에 뼈가 자라나고 있었지만 아직 재생되지는 못했다.
때문에 놈은 길게 튀어나온 주둥이로 나를 씹어 삼키려 입을 벌렸으나.
“컥!”
그것은 몸 바로 위에 두르고 있던, 예리코의 방벽이 펼친 방어막에 막혔다.
그리고 놈이 그 보이지 않는 방어막에 당황하는 사이.
나는 놈의 뚫린 가슴을 헤집고 그 안에 있는 귀물을 뽑아냈다.
그건···손바닥만큼 커다란 짐승의 이빨이었다.
“어어억!”
그걸 뽑자마자 마인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귀물의 힘을 잃은 놈에게는 더 이상 치명적인 상처를 견딜 힘이 없었던 것이다.
“커···크헉···”
막히다 만 총알 구멍과 자라다 만 양팔에서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
도저히 살아날 거라는 기대가 들지 않는 참혹한 부상.
저래서야 가만히 놔둬도 죽을 테지만.
탕!
나하정은 곧바로 그의 머리에 총탄을 박아 넣었다.
탕! 탕!
그것도 세 발이나.
“······”
그리고 곤죽이 되어버린 놈의 머리를 나하정은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그 입가는 여전히 부드럽게 웃고 있어서, 도저히 제정신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마인의 죽음을 인식하고서 서서히 감정을 되찾았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녀의 표정은 운전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온화했던 몇 시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대단하네요. 신기의 영력을 보실 수 있다고는 들었지만, 그런 식으로 마인을 공략하실 줄은 몰랐어요.”
박수까지 치며 나하정이 말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 의경이야말로 놀랐네요. 건카타도 할 줄 아세요?”
“이 일 시작하면서 배운 거랍니다. 항상 멀리서 쏘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몸은 괜찮으신가요? 아까 분명···”
나하정은 멀쩡한 내 몸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내가 마인의 이빨에 물릴 뻔한 걸 본 모양이었다.
하지만 예리코의 방벽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안 그래도 시간이 없었다.
“그보다 여길 빨리 뜹시다.”
“왜요?”
“저놈이 아까 그랬잖아요. 벌써 왔냐고.”
저 마인은 분명 이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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