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52
52.
52.
탈옥수를 처리한 다음날 아침.
나는 서인나에게 관련 사항을 보고했다.
어제 저녁에는 서인나 역시 현장에 나가 있어, 만나지 못했던 탓이다.
“그래, 보고서는 봤어. 강 경감이랑 나 의경, 둘 다 수고했어. 그리고 연루된 범죄 집단 조사는 오늘부터 진행될 거야. 조직 범죄 수사팀이 바로 화랑과 접촉하기로 했거든.”
서인나는 내 보고를 듣고는 그렇게 말했다.
일단 이 사건은 여기서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모양.
“제가 어제 가져온 귀물 말인데요.”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어제부터 품고 있던 의문을 풀었다.
“귀물이 어떻게 처리되냐고?”
“예.”
서인나는 내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런 걸 묻냐고 말하는 듯.
하지만 곧 답을 들려주었다.
“본부로 보내면 일단은 분석팀으로 넘어가지. 거기서 귀물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필요성이요?”
“귀물이라도 결국은 전승이나 영력을 품은 물건이니까. 주술 재료나 실험 재료로 쓰거나, 몇 가지 술법만 걸어두면 아예 신기로 쓸 수 있는 것도 있거든. 그런 걸 조사하는 거야.”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물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건 사용한다는 건가.
“그 후에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폐기, 폐기가 불가능한 건 봉인 처리를 하지. 그런데 그건 왜 물어?”
“어제 그 귀물을 제가 쓰고 싶어서요.”
“네가?”
서인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설마 늑대 인간의 힘을 쓰겠다는 건 아니지?”
“에이, 그건 저주잖아요.”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러자 서인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제 무기와 상성이 맞을 것 같아서요.”
“네 검 말이야? 음···그야 신기끼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데, 귀물이랑? 근거는?”
“제 능력입니다. 영력끼리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서···확실한 건 아니지만, 한번 시험해보고 싶어서요.”
나는 일부러 애매하게 말했다.
영력끼리 어우러지다니.
아무렇게나 지껄인 말이었으니까.
“흠···”
하지만 서인나는 쉽게 내 말을 의심하지 못했다.
그야 영력 탐지가 능력인 놈이 그렇다는데, 할 말이 없겠지.
“좋아, 알겠어. 그럼 일단 귀물은 올려 보내고 분석팀에 직접 말해봐.”
“분석팀이요?”
“귀물은 그쪽 소관이니까. 거기서 허가를 받으면 내가 뭐라고 할 것도 없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인나는 결정권을 분석팀에게 넘겼다.
그녀에게는 귀물의 위험성을 판단할 능력이 없으니, 어찌 보면 현명한 처사였다.
그럼 나는 분석팀의 소피아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저, 저기···강 경감님.”
이제 막 사무실로 들어온 최은영이 나를 불렀다.
“왜?”
“손님이 찾아오셨는데요···”
“손님? 누구?”
손님이라는 말에 나보다도 내 옆에 있던 서인나가 먼저 반응했다.
“법당에서 온 차서현이라고···”
“아···올 때가 되긴 했지. 회의실로 안내해드려.”
서인나의 말에 최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그 사이 나는 서인나에게 물었다.
“올 때가 됐다니요?”
“그야 네가 목숨을 구해줬잖니. 감사 인사를 하러 온 거겠지.”
그렇게 말하며 서인나는 한쪽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오전 9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오늘은 서류 작업 말고는 시킬 일 없으니까, 내려가보고 필요하면 잠시 나갔다 와도 돼.”
“진짜요?”
“왜, 불만 있니? 이런 날도 있어야지.”
서인나는 그렇게 말하며 기지개를 켰다.
운 좋게도 별 사건이 없는 날인가.
나는 사무실에서 캔커피를 두 개를 챙겨, 곧바로 1층의 회의실로 내려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내가 마역에서 야구 방망이로 두들겨 팼던 여자가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조금 어린 정도로, 최은영과 비슷해 보였다.
긴 생머리에 또렷한 이목구비.
거기에 정장을 차려입었지만,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어 어딘가 고지식한 인상이 돋보이는 여성이었다.
“강진우 경감님이십니까?”
“네. 제가 강진우인데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차서현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장 나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강진우 경감님께서 구해주신 차서현이라고 합니다.”
기백마저 느껴지는 씩씩한 인사.
나는 캔커피 하나를 그녀의 자리에 두며 입을 열었다.
“아···예. 일단은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감사합니다! 아, 이건 다른 경찰 분들과 나눠드십시오.”
그러자 차서현은 선물용 음료 세트를 나에게 내밀었다.
꽤 비싸 보이는 물건.
나는 그걸 챙기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차서현도 나를 마주 보고 앉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늘은 저뿐만 아니라, 법당을 대표해서 감사를 전하고자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예, 그러셨군요. 별일도 아닌데.”
“아닙니다. 이소월 언니에게 이야기는 전부 전해 들었습니다. 경감님이 아니었으면 제가-”
그렇게 한동안 나에 대한 감사가 이어졌다.
고맙다는 감정 하나는 잘 전달되는 말들이었다.
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세세히, 하나하나 감사할 것을 열거하는 걸 듣다 보니 내 얼굴이 다 뜨거워질 지경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마침내 내가 원하던 이야기를 꺼낸 것은 5분이 더 지나서였다.
“그래서 경감님께 보답을 드리고자 합니다만, 혹시 원하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드디어 나왔군.
하지만 내가 요구할 것은 여기 내려오기 한참 전부터,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법당의 불도를 전수받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차서현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간단히 답했다.
사실 법당을 상대로는 이런 요구가 꽤나 빈번했기 때문이었다.
한성민 순경만 해도 불도를 알고 있지 않던가.
애초에 법당은 자신들이 가진 불도 자체를 일종의 선물로 이용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법당 소속 퇴마사 이외에는 전수를 금하지만.
나처럼 법당에 도움을 준 퇴마사들에 한해, 보답으로 불도의 일부를 전수해주는 것이다.
“다만 불도를 전수받으시더라도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첫 단계인 아라한만 해도 보통 1년 이상의 수련 기간이 필요한데···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이미 불도의 전수와 깨달음에 대해서는 한성민에게 들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불도 자체는 검술이나 창술을 익히는 것과 비슷했다.
결국 길게 이어지는 일련의 동작들을 반복 숙달하는 것이었으니.
그리고 불도의 깨달음이란 그것을 완벽히 재현하는 것으로, 자신의 몸에 전승을 새기는 행위였다.
물론 말처럼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라지만···나에게는 어떨까.
“또한 외부인에게 전수가 가능한 것은 아라한과 그 위의 팔부신중까지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내 말에 차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법당도 자신들의 무기를 전부 드러낼 리는 없으니, 적당한 제한이었다.
“저희 법당에 규칙 때문에 불도의 전수는 사찰 안에서만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언제든 편한 시간에 찾아오시면 전수를 시작하겠습니다.”
“혹시 지금 바로 가능한가요?”
“바로···말씀이십니까? 예.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서인나에게 외출 허가는 떨어진 상태였다.
아마 그녀도 내가 법당을 상대로 불도의 전수를 요구할 거라 예상했던 것이리라.
“그럼 바로 가시죠.”
“알겠습니다.”
그 후, 나는 차서현과 함께 중생총본의 사찰로 이동했다.
이전에 사전 회의를 했던 그 절이었다.
그리고 절 안에 있는 수련장, 그 중에서도 딱 개인실에 해당하는 곳으로 차서현은 나를 안내했다.
“우선 제가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그 후에 자세히 다시 지도해드릴 테니, 부디 눈여겨 봐주시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차서현은 곧바로 아라한에 해당하는 불도를 눈앞에서 펼쳐 보였다.
그건···뭐랄까.
흔히 생각하는 무술에 해당하는 동작이 아니었다.
“······”
그나마 첫 동작은 마치 사막 엘프가 쓰던 신묘한 검술과 비슷했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검의 환영을 만들어냈던 검술로, 다른 검술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움직임이 특징이었던 무술.
하지만 불도는 중간부터 아예 무술의 형태를 잃었다.
무술이라기보다는 기예.
즉 실용성을 잃은 묘기에 가까웠다.
역시···예상대로인가.
사실 불도가 단순히 검술이나 창술 같은 무술의 한 종류였다면.
오러도 없는 이 세계에서 단지 동작만을 재현하는데 몇 년씩이나 걸릴 일이 없다.
그러나 불도의 전승은 오로지 고행과 깨달음을 그 목적에 둔다.
해탈을 위해서는 세상의 번뇌와 끝없이 싸워야 한다는 그들의 교리처럼.
일부러 긴 시간 수행하지 않으면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에 자신들의 전승을 숨겨둔 것이었다.
“어떠셨습니까?”
그 길고 어려운 동작들을 재현해 보인 차서현이 물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쉽지 않겠네요.”
“그러실 겁니다. 하지만 제가 성심껏 지도해 드리겠습니다.”
차서현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금 전 내 대답은 거짓말이었다.
내가 불도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는 아라한, 즉 가장 기초적인 깨달음에만 도달해도 상당한 수준의 육체 능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늑대 인간을 상대하며, 슬슬 힘이 딸린다 싶었는데.
이를 보충해 줄 훌륭한 수단이 생긴 셈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당연히 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무술이면 어떻고, 기예라면 또 어떻다는 건가.
일부러 어렵게 꼬아놓은 움직임?
그런 거, 이세계라고 없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많았으면 많았지.
오러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불도의 움직임보다도 더 희한한 과정을 검술 안에 마구잡이로 처넣는 것이 그 무식한 놈들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무식한 검술을 수백 개는 더 배웠었고.
때문에 나는 아라한의 불도를 눈으로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를 재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몸으로 직접 해보면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스승도 있지 않은가.
애매한 몇 부분만 차서현이 짚어준다면 저 정도의 동작을 재현하는 것은 1년이 아니라 1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럼 한번 해보시죠.”
나는 그녀의 앞에서 일부러 어설픈 움직임으로 따라했다.
다만 내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만은 차서현에게 확실히 확인을 받았다.
그렇게 30분 후.
“잠깐 혼자 연습 좀 해보겠습니다.”
“그러십니까? 쉽지 않으실 텐데요.”
“괜찮습니다. 30분만 있다 뵙죠.”
“그러시다면야···”
나는 그런 핑계로 차서현을 수련장에서 내보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한 아라한의 불도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러자,
– 아라한
발동 시, 영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 +30
“이런 식이구만.”
단번에 깨달음에 이른 아라한의 불도.
나에게는 그 전승이 스킬로 취급되는 모양이었다.
거기다 모든 능력치 30라면, 레벨로 치면 20 레벨은 올려야 하는 수치.
비록 기초 능력치만 올라가긴 하지만, 기대대로 만족스러운 상승폭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다시 수련장으로 돌아온 차서현에게 물었다.
“혹시 이 다음 것도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이 다음은 팔부신중의 마후라가입니다만···그건 법당의 법도상 안 됩니다. 전 단계의 깨달음에 닿지 못한다면 다음 수행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시스템인가.
그럼 그냥 아라한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밝히고 다음 과정을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여기가 경찰도 아니고, 굳이 다른 세력에게 눈에 띌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을 오래 끌고 싶지는 않았기에, 먼저 나는 참고할 만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럼 혹시 말인데요. 엄청 재능 있으신 분들은 아라한의 수행에 얼마나 걸리십니까?”
“재능이 있으신 분들···말입니까?”
잠시 생각하던 차서현은 말을 이었다.
“소문으로는 일주일 만에 깨달음에 도달하신 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주일이라.
그럼 나도 일주일 후에 마스터했다고 하고 찾아와야겠군.
“그 분이 바로 저희 법당의 최고 스승이신 미륵불 님이시죠. 언젠가 강 경감님도 만나실 수 있으면 좋겠군요.”
“······”
다시 생각해보니 일주일은 아닌 것 같았다.
딱 보름 있다 다시 오자.
“알겠습니다. 그럼 저 혼자 연습···아니, 한 순경에게도 물어보며 정진하고 있을 게요.”
“돌아가시려고요?”
“예. 팀장님이 배려해주셔서 잠시 나왔던 거라.”
“알겠습니다. 출구까지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차서현과 함께 중생총본 서울지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경찰차 앞에서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 예.”
나는 예의상 하는 말일 거라 생각하며 적당히 반응했다.
하지만.
“불도를 전해드린 것은 법당 차원의 보답입니다. 아직 저 개인적인 보답은 드리지 못했군요. 하지만 솔직히 저는 딱히 드릴 게 없습니다. 대신 강 경감님은 제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저도 언젠가 목숨을 걸고 강 경감님을 돕겠습니다.”
이어지는 말을 들으니 그녀는 빈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눈빛도 더없이 결연하고, 장난기는 전혀 찾을 수도 없었다.
그 고지식한 태도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필요할 때 꼭 연락하겠습니다.”
나는 차에 탔고, 차서현은 그런 나에게 또 다시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 허리는 내 차가 출발할 때까지도 절대 펴지지 않았다.
*
그리고 일주일 후, 저녁 시간.
“···귀찮구만.”
분석팀에게 열심히 작성한 서류들을 잔뜩 송신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익숙하지도 않은 서류 작업을 한 것은 모두 라이칸스로프의 송곳니인가 하는 그 귀물 때문이었다.
며칠 전, 분석팀으로 넘어간 그 귀물은 결국 폐기 처분 판정을 받았다.
덕분에 나는 이를 어렵지 않게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었고.
결국 분석팀까지 직접 찾아가서 무사히 멸랑의 별운검을 제작할 수 있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규정에 의한 서류 작업이 필요했는데.
그 때문에 나는 요청서나 실험 결과 보고서 등, 쓸 데 없는 서류를 몇 개나 작성해야 했다.
그래도 이 정도로 무기를 강화할 수 있었으니 손해는 아니리라.
“우리 팀, 다 있나?”
그 때 조용하던 사무실에 서인나 팀장이 들어왔다.
이미 해가 진 지는 한참이 지났지만, 퇴근한 사람은 없었다.
정확히는 못한 거지만.
그리고 서인나는 그런 우리를 향해 말했다.
“다들, 회의실로 내려와.”
“뭔 일 있는 검까?”
성질 급한 한성민이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서인나는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은 한성민을 지나, 나에게까지 닿았다.
“큰 사건이 걸렸거든. 한 순경이랑 강 경감이 마역에서 가져온 시체, 기억해?”
“예···그거야, 뭐.”
“놈의 신원이 파악됐어.”
팀장의 그 말과 함께, 불현듯 퀘스트 아이콘이 번쩍였다.
그리고 퀘스트 창에 뜬 글자는···또 다시 메인 퀘스트.
지난 번, 마인의 시체라는 단서만 남겼던 그 퀘스트가 다시 진행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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