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55
55.
55.
“컥···!”
홍만성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몸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그는 내심 당혹감을 느꼈다.
조금 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의 등을 후려친 것은 바위처럼 단단한 무언가였다.
또한 거기에 담긴 힘은 지금의 홍만성이 가진 완력만큼이나 강했다.
그렇다는 건···저 노인네가 그럴 만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건가.
“크···윽···!”
그는 고통을 참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을 지키던 가시가 컨테이너에 박힌 채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또한 그 가시는 피부를 변형시킨 것이었기에, 시뻘건 피 역시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홍만성은 그대로 허리를 곧추세우며, 고개를 들었다.
아직 그의 몸에는 부두술의 로아가 깃들어 있었다.
그 거친 황소와 같은 정령은 설령 몸이 부서지더라도 이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고놈, 참 맷집도 좋구나. 덩칫값은 한다는 겐가.”
냉소적인 눈웃음과 함께 권태수가 말했다.
홍만성은 핏발이 선 눈으로 권태수를 노려보았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은. 네놈은 이 늙은이의 발길질 한 번을 버티지 못했을 뿐이다.”
권태수는 홍만성을 놀리듯 자신의 발을 흔들어 보였다.
이에 홍만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재수 없는 영감탱이 같으니. 이제 뒈질 준비나 해라.”
그는 입안에 고인 피를 내뱉으며, 그 목에 걸린 두 개의 해골 중 하나를 부쉈다.
그러자 또 하나의 보수가 그의 몸에 깃들었다.
보수라는 로아는 단일 개체가 아니다.
물소 떼에 깃들었다는 그 전승에서 보여주듯, 보수는 같은 속성을 가진 여러 로아들의 총칭.
그래서 보수와의 거래에서 지금처럼 동일한 기원을 반복적으로 적용할 경우, 깃든 로아의 숫자가 늘어나며 그 힘은 배로 강해지게 된다.
때문에 정확히 2배 강해진 홍만성은 곧바로 발을 굴렀다.
쾅!
순식간에 권태수가 서 있던 땅이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홍만성의 주먹이 권태수를 위에서부터 찍어누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곳에 있던 권태수의 신형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리고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
“그래 봐야 헛수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홍만성의 거구가 움직였다.
권태수는 10 미터도 더 떨어져 있던 컨테이너 앞에 나타났지만.
그 직후, 파열음과 함께 등지고 있던 컨테이너가 박살 난다.
조금 전과는 현격히 달라진 홍만성의 속도.
이에 이번에는 아예 반대쪽에서 나타난 권태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식한 놈 같으니. 그리 달려들면 무서울 줄 아는가?”
“꼬우면 한번 부딪혀 보라고, 영감.”
홍만성은 그렇게 권태수를 도발했지만, 이번에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전의 공격으로 그는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언제까지 가짜로 장난질이냐 칠 거냐. 엉?”
그의 손은 분명 권태수가 사라지기 직전에 그의 몸을 꿰뚫었다.
하지만 거기서는 아무런 촉감도 느껴지지 않았고, 권태수는 고통스런 표정조차 짓지 않고 그 위치를 옮겼다.
즉 그의 감각에 감지되는 권태수의 존재는 그 자체가 본체가 아니라는 뜻.
“그렇다면···”
냄새를 풍기며, 소리도 낼 줄 아는 환상.
홍만성은 머릿속을 뒤지며 그와 비슷한 신기나 능력 등을 떠올렸고.
금방 한 가지 가능성이 그의 뇌리에 스쳤다.
“아하, 분신이구만.”
분신은 동양권에서는 비교적 흔한 전승이다.
게다가 권태수가 전수받은 도술의 창조자, 홍길동의 분신은 실체를 갖는 건 물론.
개별적인 의식까지 갖고 있어, 전국에서 동시에 탐관오리들을 심판했다는 전승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겨우 청각과 후각을 속이는 건, 권태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걸 이제야 눈치챘나?”
홍만성의 말에 권태수는 씩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숨길 일도 없다는 듯, 권태수의 분신이 홍만성 주위에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10 명으로 늘어난 권태수의 신형.
“들켰으니, 이제는 나부터 가겠네.”
그리고 그 10 명의 권태수가 움직였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노인의 모습에 홍만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공격해 오는 저것들 중, 진짜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홍만성은 목에 걸린 마지막 해골을 부쉈다.
더욱 거대한 힘이 그의 몸에 깃들었다.
* * *
“···난리가 났네.”
나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음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돌아보니, 거기서는 이제 막 높게 쌓여 있던 또 하나의 컨테이너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만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방증.
하지만 나는 거기서 다시 눈을 돌려, 조용히 컨테이너 지역을 빠져나왔다.
나는 홍만성의 처리를 권태수에게 일임한 상태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굳이 홍만성을 뒤쪽에 배치한 적의 속내가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끌려는 건가.”
홍만성의 로아는 보수.
그것은 육체를 강화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계까지 육체를 몰아붙인다.
그래서 웬만한 부상으로는 그를 멈출 수가 없었다.
하려면 단숨에 목을 날리거나, 심장을 노려야 했는데.
그의 온몸을 덮은 가시와 극한으로 강화된 놈의 오감이 더욱 그것을 어렵게 했다.
그런 연유로 내가 내린 결정이 바로 이것.
적의 눈을 속일 수 있는 권태수에게 아예 놈을 맡기고, 나는 목적지로 향하는 것이었다.
소리를 낼 수 없어 손짓만으로 한 명령을 권태수가 잘 눈치채 준 게 다행이었다.
정작 본인은 그 덩어리를 혼자 감당하게 되어 불만이 있는 듯 보였지만, 뭐 어쩌겠는가.
불만이면 자기가 경감 달고 오셔야지.
그보다···
“흠···”
컨테이너 지역 너머는 거대한 창고들이 늘어서 있는 지역이었다.
바로 바다와 인접해 있는 곳으로, 근처에는 배들의 모습도 보였다.
또한 그 주변을 순찰하던 몇몇 조직원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었지만.
“저쪽이다!”
그들은 나를 보지 못하고 홍만성과 권태수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나에게는 그들의 레벨 표시가 보였다.
그러니 나는 먼저 놈들의 경로를 읽어,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 있었고.
거기에 용사 시절 배워두었던 보법과 경험은 덤이었다.
소리를 내지 않는 잠행을 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으니까.
“여긴데.”
그렇게 나는 한 건물 앞에 도달했다.
커다란 창고 중 하나라고 내심 예상하고 있었건만.
정작 도착한 건물은 옆으로 늘어선 다른 창고들에 비해 훨씬 작은 규모였다.
창고라기보다는, 창고 중간쯤에 위치한 이를 관리하는 사무실 같은 곳.
게다가 그곳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없어?”
다른 창고라면 입구에 한두 명씩 서 있던 경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그 안쪽으로도 눈에 보이는 레벨 표시는 없다.
건물의 안과 밖에 아무도 배치되어 있지 않다는 뜻.
나라도 화살표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곳이었다.
그렇다면 이건···위장인가.
나름대로 속임수를 쓰려고 몸부림친 것 같았지만, 그래봐야 나에게는 안 통했다.
덜컹!
안으로 향하는 문은 잠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별운검을 뽑아 들고, 아라한의 전승을 발동했다.
거기에 수호자의 일격까지 쓰자, 문의 경첩 따위는 쉽게 부서졌다.
“······”
나는 문을 치우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사무실에 있을 법한 직사각형의 커다란 철제 사물함이 벽을 따라 늘어서 있을 뿐,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물함 중 하나가, 강조 표시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사물함의 문에 손을 댔다.
그건 잠겨 있었기에, 그대로 힘으로 비틀어 열었다.
그러자 그 안쪽으로는 사물함의 내부가 아닌,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비밀문이었다.
뭔가를 숨기려고 이래저래 노력은 많이 한 모양인데···안타깝게 됐군.
“그럼···”
나는 그 계단을 내려갔다.
하지만 채 몇 발자국도 내딛지 않아서, 나는 곧 심상치 않은 기색을 감지했다.
먼저 피 냄새.
계단의 중간부터 나기 시작한 짙은 혈향이 코를 찔렀고.
그것은 계단이 끝나자 더욱 심해져 있었다.
계단 너머에 있던 것은 긴 복도와 여러 개의 문이었다.
이 사방에서 진동하는 피 냄새를 근거로 추측한다면···아마도 이곳이 놈들의 제물 의식이 행해진 장소이리라.
“쯧···”
나는 혀를 한번 차고 그 피투성이 지하실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가장 끝에 있는 방에서 시뻘건 레벨 표시가 드러났다.
“55 레벨···?”
간부인 홍만성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그렇다면 저놈이 조직의 보스일까?
다행히 레벨 표시는 하나 뿐이었지만, 결코 쉽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55레벨이라도 나와는 레벨 차이가 꽤 심하게 났으니까.
내가 가진 스킬과 신기들 덕분에 절대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닐 테지만.
이쪽에서 약점을 공략할 수 없다면 승률 자체는 그리 높지는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물러서야 하나?
“······”
하지만 그것도 곤란했다.
홍만성의 투입부터, 자신이 있는 장소를 이렇게 꽁꽁 숨겨둔 걸 보면 확실했다.
놈은 분명 시간을 끌려 하고 있었다.
용사 시절 경험에 의하면, 이런 놈들이 시간을 끌어야 할 이유는···기껏해야 두 가지.
하나는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함이고.
또 다른 하나는 회심의 반격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
“흠···”
그래서 나는 조용히 놈이 들어간 방의 문을 살폈다.
거기에는 여러 종류의 부두 인형과 기괴한 문자 등.
다른 문과는 달리 부두교의 상징이 유난히 많이 배치된 문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내 눈에 띈 것은 문 한가운데에 적힌 기호.
“바롱 심바였던가.”
그 비틀린 물음표 같은 기호는 로아 중 바롱 심바라는 정령을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바롱 심바는 죽음과 부활의 권능을 가진, 최상급 정령 집단 ‘게데’의 일원으로 일식과 관련된 전승을 가진 로아다.
로아 중에서도 가장 오만한 정령인 바롱 심바는 가장 거대한 불인 태양을 삼키려 한다.
하지만 태양은 바롱 심바가 삼키기에 너무 거대해서, 결국 그 불꽃에 바롱 심바의 몸이 역으로 타버린다.
그렇게 잠시 삼켜졌던 태양은 빛을 되찾고.
한편 바롱 심바는 죽지도 않고 타버린 몸을 재생해서 얼마 후, 다시 일식을 일으킨다는 전승이었다.
그렇기에 바롱 심바를 상징하는 것은 불 뿜는 뱀.
화염을 내뱉는, 무한히 재생하는 뱀이었다.
“화염에···재생?”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롱 심바의 전승은 둘 중 어느 쪽이든 나에게는 극상성인 조합이었다.
나에게 화염은 통하지 않고, 내 검은 재생을 막을 수 있으니.
이 안에 있는 놈이 정말 바롱 심바의 힘을 사용하는 놈이라면···레벨이 얼마가 되든 내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일단 확인은 해볼까.”
그래서 나는 당당히 그 문의 손잡이를 비틀어 열었다.
그러자 보인 것은 체육관만큼이나 넓은 공간.
그곳에는 횃불이 일정 간격으로 원형을 이루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 해골이 놓여 있었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원 가운데는 인간의 시체가 쌓여 있는 광신도의 제단이 보였는데.
그 앞에 있던 남자가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의식을 하고 있는 건가?
하지만 흔히 떠올리는 부두술사의 모습과는 달리, 남자는 정갈한 정장 차림이었다.
저런 옷으로도 의식은 진행할 수 있는 모양.
그리고 방 안에는 역시 바롱 심바의 기호가 가득했다.
내 예상이 적중했음을 확신한 그때.
남자의 노기 어린 음성이 들려왔다.
“이 멍청한 새끼들아! 내가 의식이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고-”
목소리보다 늦게 돌아간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리고 곧장 그 시선은 당혹감에 젖었다.
“경찰? 어떻게 이렇게 빨리···!”
그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마인 범죄 조직의 보스에는 어울리지 않는, 깔끔하게 생긴 얼굴.
분명했다.
이놈이 바로 메신저를 이끄는 범죄 조직의 수장, 최수현이었다.
한편 최수현은 나를 보고서도 정작 내가 아닌, 들어온 문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마치 그곳에 누군가 더 있다는 듯.
하지만 당연하게도 거기에 다른 사람이 있을 리는 없었다.
“뭐야, 네놈. 혼자 왔나?”
잠시 문을 노려보던 그가 그렇게 물었다.
내가 누굴 데려오길 바란 건가.
아니면, 반대로 누구와 함께 오는 걸 경계한 걸까.
아마도 그 답은 후자이리라.
이 조직 놈들은 서인나 팀장을 꽤나 무서워하는 듯 보였으니.
“왜, 혼자 오면 안 되냐?”
“너는···모르는 얼굴인데.”
최수현은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썼다.
서인나를 포함한 지원 2팀에 대한 정보는 갖고 있지만.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친히 그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
“강진우 경감이라고 한다.”
“뭐? 경감?”
“네가 최수현 맞지?”
나는 만약을 위해 물었다.
그러자 놈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널 체포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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