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57
57.
57.
“아, 이런···”
죽은 최수현을 바라보던 나는 그런 소리를 냈다.
나름 잘 싸우길래 기세를 타서 죽여버리긴 했는데.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기왕이면 적당히 팔다리만 잘라두고 불여우의 소재 등의 정보를 추궁해도 괜찮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곧 나는 그 후회를 깔끔하게 접었다.
어차피 마인은 생포의 대상도, 협상의 대상도 아니다.
그러니 설령 정보를 알아내지 못해도 그만.
경찰에서도 나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게다가 또 한 가지.
나에게는 굳이 저놈이 아니더라도 단서를 찾아낼 방법이 있지 않은가.
나는 퀘스트를 안내해주는 화살표를 바라보았다.
“제단···?”
그건 죽은 최수현이 아닌, 놈이 보호하려던 제단을 가리키고 있었다.
제단은 최수현의 불꽃에도 타지 않은 채, 내가 이곳에 들어올 때 봤던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 서 있었다.
“흠···”
나는 제단으로 다가갔다.
그것은 돌을 깎아 만든 것으로 총 3층으로 이루어져, 그 높이도 꽤 높았다.
그 위에는 1층부터 해골과 부두 인형이 놓여 있었고.
2층에는 피를 받아놓은 대접이, 그리고 가장 꼭대기에는 희생자들의 시체 더미도 보였다.
그야말로 광신도나 만들 법한 기분 나쁜 제단.
하지만 여기에 무언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제단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고.
“음?”
얼마 안 가 해골과 부두 인형 사이에 놓인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그것은 겉표면부터 이미 평범한 책이 아니었다.
무언가의 가죽을 벗겨 만들어진 쭈글쭈글한 표지.
저건···인간의 가죽인가.
게다가 그 책의 위로는 검붉은 빛이 서서히 새어 나오고 있었다.
즉 귀물 비슷한 물건이라는 건가.
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그런 글자들이 로그 창에 후루룩 올라갔다.
대충 보니 금서가 어쩌고 저주가 어쩌고 한 모양이지만···전부 스킬에 막혀 없어진 듯 보였다.
별 거 없군.
나는 곧바로 그 책의 아이템 설명 창을 호출했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13개의 금서 중 하나.
부두술과 관련된 금지된 술법이 적혀있다.
부두교의 최상위 로아 집단, 게데의 저주를 감내한 자만이 금서를 열람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자가 금서를 읽거나 만지면 저주 받아 죽는다.
“금서라···”
지금까지는 본 적 없는 스타일의 아이템이었다.
퀘스트 아이템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실용성은 그다지 없어 보였다.
부두술의 금지된 술법을 내가 알게 된다고 해도, 인간을 바쳐야 한다면 사용하기가 너무 껄끄러울 테니.
그게 아니라면···뭐, 이걸 들고 때리면 상대에게 저주를 걸 수는 있을 것 같긴 한데.
나는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며 금서를 펼쳤다.
하지만 금서 안에 적힌 글자는 당연하게도, 내가 읽을 수 없는 것이었다.
“뭐 어쩌라는-”
내가 그런 불만을 중얼거리자, 조용히 있던 퀘스트 아이콘은 그제야 빛이 났다.
퀘스트 창에 뜬 내용은 하나.
이 완료되었다는 것이었다.
역시 이 책이 퀘스트의 키 아이템이었던 모양.
나는 곧바로 퀘스트 완료 버튼을 누르고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보상은, 꽤나 노골적인 것이었다.
보상으로 준 것은 스킬이었다.
그것도 전투에 쓸 일이라고는 거의 없을 고대 문자 해석.
하지만 나는 이걸 준 이유를 어째서인지 알 것 같았다.
게임에서도 가끔 있지 않은가.
게임 진행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나 스킬을 그 전 단계에서 억지로라도 플레이어의 손에 쥐어주는 경우가.
내 생각에는 이게 딱 그런 경우였다.
읽지도 못하는 금서를 얻게 하고 이런 스킬을 주는 게, 절대 우연일 리는 없을 테니.
“···도대체 뭐가 적혀있길래.”
나는 금서를 펼치고 고대 문자 해석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 첫 문장이 눈에 들어온 것도 잠시.
그 징그러운 책은 마치 눈이 녹듯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대신 로그 창의 글자들이 올라갔다.
“일종의 스킬북이었나.”
로그 창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결국 이로 인해 내가 얻은 스킬은 영혼 추출.
그리고 해석 스킬의 레벨을 올리면 또 다른, 부두술과 관련된 스킬들을 얻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대충 시스템을 이해한 나는 영혼 추출 스킬로 눈을 돌렸다.
죽은 몸을 아직 떠나지 못한 영혼을 추출한다.
대상 지정 제한 : 자신의 손으로 죽여, 그 업을 짊어진 인간만이 대상이 된다. 또한 영혼은 사망한 날의 일몰 전까지만 회수가 가능하다.
영력 소모 : 3
죽인 적의 영혼을 빼앗는 스킬이라.
영혼을 빼앗아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그 단서는 바로 옆에 있었다.
나는 죽은 최수현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스킬의 사용법을 모를 때는 직접 써보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법.
또한 지금쯤 지상에서는 이제 막 해가 뜰 시간이니, 일몰까지라는 시간제한도 걱정할 건 없었다.
나는 곧바로 영혼 추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최수현의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오는 이펙트와 함께, 아이템 창에 새로운 아이템 하나가 생성되었다.
일반 영혼 아이템
사용 시, 무기에 10분 간 화염 속성을 부여한다.
소모품
“음···?”
나는 그 아이템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효과였기 때문이었다.
영혼을 추출한다길래, 최수현의 유령 같은 게 나와서 말이라도 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단순한 아이템으로 변해버렸다.
효과는 화염 속성 부여.
아마도 최수현이 화염을 사용하던 마인이라 그런지, 그 힘의 일부가 계승된 듯 보였다.
물론 아이템의 효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지금 내가 펼칠 수 있는 공격은 검에 의한 것뿐.
거기에 화염이라는 속성을 부여할 수 있다면, 빛의 검 스킬이 그렇듯 언젠가는 유용하게 써먹을 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영혼인데 소모품이라니.
“아니, 잠깐.”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문득 강령 버튼에 눈이 갔다.
소모품이던 뭐던 영혼은 영혼이니 강령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음 순간, 친절하게도 그런 내용의 안내가 출력되었다.
강령하기에는 영혼의 격이 너무 낮은 모양이었다.
뭐, 일반 등급이라면 결국 최하급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하기야 마인 범죄 조직 보스가 영혼의 격이 높아도 이상하긴 하지.
내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순간이었다.
“······”
조용하던 지하실의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혹시 적인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문을 노려보았다.
다른 마인들이 자신들의 보스가 죽은 걸 눈치채고, 여기로 몰려올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발소리에 의식을 집중하자, 그건 딱 한 사람의 발소리였다.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게 단 한 명뿐이라는 뜻.
그렇다면···혹시 권태수가 일을 끝내고 내 뒤를 따라오는 건가.
그렇게도 생각했지만.
잠시 후, 내가 있는 제단의 방에 들어온 것은 서인나 팀장이었다.
“강 경감! 무사했구나!”
“팀장님?”
나를 본 그녀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쳤다.
아무래도 내 걱정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태수 할아범에게 들었어. 너 혼자 움직였다며?”
“예. 그쪽이 빠를 거라 생각해서요.”
“판단은 좋았지만, 이번에는 좀 위험했어. 아무래도 메신저의 보스가 이 근방에 있는 것 같···”
계속해서 내 쪽으로 다가오던 그녀는 곧 내 발 아래 있는 시체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그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거···최수현이잖아. 메신저의 보스. 맞지?”
서인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자기 손으로 최수현의 머리카락을 잡고 들어올려 그 얼굴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홱하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이놈을 잡은 거야?”
서인나는 놀란 눈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야 그녀가 알고 있던 내 전력보다 훨씬 강한 적을 잡은 셈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부정할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떻게?”
어떻게라니.
따지고 보면, 나는 그냥 놈에게 뛰어가서 쓱싹하고 죽인 게 다였다.
그래서 나는 그 과정을 조금 있어 보이는 말로 바꿨다.
“기습이 먹혔습니다.”
“기습?”
“예. 이놈이 무슨 의식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틈을 찔렀죠.”
나는 뒤쪽의 제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설명에도 서인나는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은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이놈의 로아는 바롱 심바였잖아. 단번에 죽이기는 힘들었을 텐데?”
“제 검이 재생을 막을 수가 있거든요. 이게 연수원에 있을 때, 인천경찰서장 님이 주신 건데-”
나는 인천경찰서장이 직접 준 신기에, 지난번 귀물의 힘까지 부여했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다.
그 말에 서인나의 시선이 내 검에 꽂혔다.
“네 검이 그렇게 좋은 거였니?”
“글쎄요? 이게 좋은 건가요?”
내가 그렇게 되묻자, 서인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어째 가챠 게임에서 엄청 좋은 걸 뽑아 놓고, 이를 모른 척하며 질문을 올리는 유저들과 비슷한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재생을 막는 것 같이 특수한 기능을 가진 신기는 드물어. 팀장이라도 경찰에서 보급되는 건 이 정도가 평균이지. 좋은 걸 쓰려면 사제라도 써야 한다고.”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는 석궁을 들어 보였다.
내 눈에 보이는 신기의 등급은···레어.
에픽인 내 검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서인나의 눈길에 약간의 질투가 서렸지만, 곧 고개를 흔든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잘했어. 난 솔직히 강 경감이 못 이길 거라 생각했거든.”
과연, 정확한 판단이었다.
이 정도로 극상성이 아니었다면, 레벨 차이만 봐도 쉽지는 않았을 테니.
“수사만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싸움도 꽤 하나 봐?”
서인나가 조금 의외라는 듯 말했다.
그걸 이제야 안 건가 싶기도 했지만.
생각해 보니 경찰이 된 이후에는 나 홀로 이 정도의 강적을 만나 싸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서인나도 내 전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다지 서인나에게 강한 인정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누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군대에서는 너무 잘하지도, 너무 못하지도 말라고.
그러나 그건 군대에서만이 아니라, 여기에서도 비슷했다.
너무 일을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일을 잘 처리하면 그만큼 많은 일이 몰려온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울리지도 않은 겸손을 입에 담았다.
“아닙니다. 그냥 운이 좋았죠.”
“에이, 운 만으로 마인을 잡을 수는 없지.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최소한 하정이랑 비슷하겠어.”
흠흠-하며 서인나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하는 서인나의 눈은 왜인지 빛나고 있었다.
나는 이 부담스러운 화제를 바꾸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위쪽은 상황이 어떻습니까? 이러고 있어도 되나요?”
“위? 아, 이제는 거의 다 정리됐을 거야. 그래서 내가 이리로 내려온 거거든. 그보다···결국 여기에도 불여우는 없나 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직의 보스는 만났지만, 정작 불여우로 뭔가 하려는 낌새는 전혀 없었으니.
“제단을 좀 살펴봐야겠네.”
그렇게 말한 서인나의 시선은 곧 제단으로 향했다.
그녀는 진지한 시선으로 제단을 한 바퀴 돌며 그것을 관찰했다.
“저놈이 여기서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고?”
“예. 이 앞쪽에 가만히 서서 뭔가를 외우고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놈이 외우던 건 아마도 내가 발견했던 금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흡수되어 버린 상황이니···일단은 잠자코 있을까.
“알겠어. 일단은 올라가자. 나머지는 현장 정리하고 천천히 조사하는 걸로 하고.”
그 의견에는 나도 찬성이었다.
지금 내 눈에는 화살표도, 새로운 퀘스트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내가 할 일은 다 끝났다는 뜻.
그래서 나는 그대로 지상으로 올라갔다.
바닷가와 맞닿은 부두에는 이제 막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 * *
그 후.
메신저의 세 거점을 동시에 공략하는 경찰의 작전은 결국 성공으로 끝났다.
작전에 동원된 세 팀 모두 별 피해 없이 마인들을 몰살하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세 거점 모두에서 불여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분석팀이 투입되고 겨우 알아낸 사실은, 불여우가 이미 제물로 바쳐졌다는 것.
그리고 그 계약의 상징인 여우 구슬이 외부로 반출되었다는 것 뿐이었다.
그것은 곧 불여우를 생포한 것이 순수하게 메신저의 의지가 아니라, 반출된 다른 세력과 연관이 있다는 뜻이었고.
그래서 경찰은 한동안 그 조사에 매진한다는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지원 2팀은 잠시 그 사건에서 손을 떼고, 여느 때처럼 쏟아지는 일거리를 감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3주가 지났을 무렵.
나는 또 다시 법당의 수련장에 있었다.
불도에서 아라한의 다음 단계인, 팔부신중의 가르침을 전수받기 위해서였다.
“벌써 깨달음을 얻으셨다고요?”
내 말을 들은 차서현은 눈을 크게 떴다.
이런저런 일 때문에 너무 바빠 보름이 아니라 한 달 만에 찾아왔건만.
그녀는 내 말을 못 믿겠다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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