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58
58.
58.
“예. 한번 보여드릴까요?”
아라한의 불도를 마스터 했다는 걸 증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당연히 직접 해보는 것이었다.
이에 차서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녀의 앞에서 아라한의 불도를 완벽히 재현.
그리고 그 끝에는 아라한의 전승을 개방했다.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흐르는 신성이 내 몸에 깃들었다.
그것을 본 차서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떻게···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녀는 내 팔에 살짝 손가락을 올렸다.
그 아래에는 한층 더 단단해진 근육이 있었다.
이는 육체적인 스펙을 상승시키는 아라한의 효과이기도 했지만, 레벨이 오른 덕분이기도 했다.
지난번 마인 조직 보스를 잡은 데다, 메인 퀘스트를 깨고 얻은 경험치 캡슐과 자잘한 사건들을 처리하며 오른 레벨이 6.
그래서 현재 내 레벨은 31이었다.
그러니 그 스탯 상승치만 해도 결코 무시 못할 수준.
“한달 만에 이 정도의 성취라니, 믿기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믿기지 않을 게 뭐 있어요. 일주일만에 하신 분도 있다면서.”
“그건···그렇습니다만···”
할 말을 잃은 차서현은 나에게서 물러나 실없이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경찰 업무로 바쁘시지 않으셨습니까? 일과 수련을 동시에 진행하는 건 무척 힘든 일이지 않습니까.”
“물론 바빴죠. 하지만 수련 시간이야 내려면 낼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잘난 듯이 말했지만 사실 거짓말이었다.
시간을 내려면 낼 수도 있다고?
그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괴이를 찾겠답시고 지리산 산자락을 2박 3일 뒤지지 않는 놈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청단마라고 했던가.
나를 고생시켰던 건, 쉽게 말해 말 요괴였다.
말의 전승을 가진 괴이가 흔히 그렇듯 놈은 다른 말보다 훨씬 빨랐다.
거기다 수많은 군졸을 피해 보름 동안 산과 들을 도망 다녔다는 전승까지 갖고 있어, 그 도주 능력은 실로 엄청났다.
때문에 내가 화살표로 놈의 위치를 파악하고, 나하정의 장거리 저격까지 동원했는데도 놈을 잡는데 3일이라는 시간이 걸렸지.
그런데 어디 수련할 시간을 낸다는 건가.
오늘 온 것도 퇴근 시간이 조금 빨라, 겨우 짬을 낸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차서현은 그런 나를 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재능도 있으신데다 노력도 하시니 이 정도 성취가 있는 것이겠지요.”
“틀린 말은 아니네요.”
노력을 하긴 했다.
10년 전에 말이지.
또 불도의 수련에는 그 10년 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도 사실이니, 차서현의 말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럼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다음은 팔부신중의 마후라가입니다.”
“아하, 근데 마후라가가 정확히 뭡니까?”
“인간의 몸에 뱀의 머리를 한 불교의 호법신 중 하나입니다. 흔히 알려진 이름은 ‘나가’. 본래 인도 신화에 있던 괴물입니다.”
라미아 같은 놈들인가.
몸과 머리가 반대이긴 한데.
나는 라미아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자 금방 마후라가의 전승이 가진 능력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럼 독 같은 걸 쓰게 해주나요?”
라미아나 나가나 근본이 되는 소재는 뱀이다.
그리고 뱀하면 당연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독.
그런데···설마 독 내성 같은 걸 주지는 않겠지?
그런 건 모든 상태 이상을 무효화하는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차서현은 고개를 저었다.
“인도 신화의 나가는 독과 관련이 깊습니다. 하지만 불교에서의 마후라가는 아닙니다.”
“그런가요?”
“예. 불교에서 마후라가는 석가모니 불이 나무 밑에서 명상에 들었을 때, 밖에서 몰아치던 비바람을 일주일이나 제 몸으로 감싸 막아주었다는 전승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 보답으로 마후라가는 석가모니 불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호법신이 되었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고 있는 라미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전승이었다.
흔한 뱀의 이미지처럼 교활한 내용도 아니고, 독과 같은 공격적이고 음험한 내용도 아니다.
오히려 명상에 든 성인을 비바람에서 지켰다고 하는, 방어적이면서도 정의로운 전승.
“때문에 법당에서 마후라가가 갖는 의미는 명상에 대한 수호입니다. 퇴마 쪽에서는 이게 영력과 연관이 있죠.”
“영력이라면···?”
“마후라가의 전승은 사용자의 영력을 완전히 회복시킵니다.”
마나 포션 같은 건가.
하지만 현실에는 영력을 회복시킬 수단이 거의 없다.
그에 비해 이건 전승 하나에 완전 회복이라니.
지나치게 좋은 효과였다.
그러니 당연히 뭔가 페널티가 있으리라.
“제한 조건이 있겠네요.”
“예. 한번 전승의 힘을 개방하면, 일주일 동안은 다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역시, 쿨타임이 엄청나게 길었다.
일주일이라니.
전승에서 비바람을 일주일 동안 막아줬다고 일주일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전승의 효용성은 충분했다.
자신의 영력을 전부 써야 할 정도의 적이라면, 엄청난 강적이거나 숫자가 엄청 많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리고 그런 적을 만났을 때, 한번이라도 영력을 완전히 회복시켜 준다는 건 든든한 보험이나 마찬가지.
불만을 가질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 시작해보시죠.”
나는 차서현을 재촉했다.
그러자 차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후라가의 불도를 보여주었고.
30분 뒤.
“···쉽네.”
나는 마후라가의 전승을 얻고 집으로 돌아갔다.
* * *
다음날.
“강 경감, 회의실에서 잠깐 나 좀 볼까?”
나는 파출소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서인나의 호출을 받았다.
그것도 굳이 회의실로 오란다.
단순한 업무 지시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꽤 큰 사건이거나, 대외비 같은 내용이 포함된다는 말일까.
또 골치 아픈 사건만 아니면 좋겠는데.
하지만 정작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안에는 나와 서인나 말고도 한 명이 더 있었다.
“최 순경?”
“아, 안녕하세요···”
최은영이 나를 보며 어설프게 인사했다.
이번 사건은 최은영과 같이 처리하는 건가.
그리고 보니 내가 처음 임용되었을 때를 제외하면, 그녀와 내가 같은 사건을 맡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건 최은영과 나의 포지션이 다소 겹치기 때문이었다.
사건 해결에 있어 다른 팀원들의 역할은 근접이냐 원거리냐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전투원이다.
그에 비해 최은영은 전투원의 역할도 소화하지만, 동시에 소환수를 이용한 지원 및 추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건 화살표를 사용하는 나 역시 마찬가지.
그렇기에 팀원마다 사건을 배당해야 하는 서인나의 입장에서는, 최은영과 나를 따로 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던 것이다.
“왔구나. 자리에 앉아.”
서인나는 커피가 놓인,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최은영의 옆자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따랐다.
“사건 이야기입니까?”
“그렇지. 그리고 겸사겸사, 은영이 얘기도 할까 해서. 사건과 관련이 있거든.”
최은영과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
그렇게 들어도 짐작 가는 건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서인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직 은영이가 어쩌다 퇴마 경찰이 된 건지는 아직 못 들었지?”
“예. 물어볼 기회가 없어서.”
“그래. 그럴 거 같아서 자리를 마련한 거야. 최 순경은···사연이 좀 복잡하거든.”
그 말에 나는 슬쩍 최은영에게 시선을 주었다.
최은영은 어딘가 긴장한 얼굴로 테이블의 한쪽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이 서인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 경감, 혹시 이리섬 사건이라고 들어봤어?”
“이리섬···?”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
하지만 명확히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7년 전쯤에 있었던 큰 사건이야. 마에 의한 사건이었지만, 사건의 규모가 너무 커서 일반적으로도 꽤 크게 보도되었을 텐데. 기억 안 나?”
거기까지 들으니 비로소 기억이 났다.
서인나의 말대로 한때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7년 전이라 해도, 내 기억 상으로는 17년 전의 일이다.
많이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아···그 사이비 종교가 어쩌고 하던 거 말이죠?”
그 내용은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잘못된 믿음을 이용해, 무려 30 년간 섬 하나를 통째로 지배해왔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 지배 기간 동안에는 살인을 포함한 수많은 강력 범죄들이 잇따랐고.
그 충격적인 내용이 차례차례 뉴스를 타며, 사회의 큰 관심을 모았었다.
“그래, 그거. 보도는 사이비 종교라고 되어 있었지만, 사실 그 교주는 마인이었어. 사람을 홀리는 힘을 이용해 섬사람들을 지배했었지.”
이어서 서인나는 그 사건의 내용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마인이라.
하기야, 마의 힘을 이용한다면 그런 일도 충분히 가능했을 테지.
그런데 그게 최은영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
그 의문은 바로 다음 순간 해결이 되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최은영 순경은 말이지. 그 사이비 교주의 손녀였어.”
“손녀요···?”
생각지 못한 전개였다.
저 최은영이 교주의 손녀라니.
생긴 거나 성격을 봤을 때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데.
“그 교주 놈은 꽤 교활했거든. 이리섬은 3천명 규모의 주민이 사는 꽤 큰 섬이었어. 그래서 자기 혼자서는 그 전부를 지배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가장 처음에 한 일이 자신의 일가친척을 끌어들이는 거였지.”
서인나의 설명이 이어졌다.
교주는 인간을 홀리는 그 힘을 이용해, 가족들의 마를 억지로 개방했다.
그 가족들은 처음에는 반항하는 듯 했지만, 교주의 협박과 더불어 섬의 지배자라는 권력의 유혹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교주에게 동조했다.
그렇게 이리섬은 교주의 일가가 지배하는 섬이 된 것이었다.
“그로 인한 지배 기간은 30년이 넘어. 그래서 최은영이 태어났을 때는, 이미 그녀의 가족들이 섬을 지배하고 있을 시기였지.”
그 결과 최은영은 철이 들기도 전에 마를 개방했다.
그리고 교주의 금지옥엽 손녀가 되어 소중히 키워졌지만.
그녀가 섬의 실태를 알게 된 것은 한참 나중의 일이었다.
“그럼 최 순경이 저지른 죄는 그 일에 동조했던 건가요?”
그럴 만한 가정이었다.
최은영이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데 협조하지 않았다면, 공범이라도 사형까지는 받지 않을 테니.
하지만 서인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은영이의 죄목은···존속살인이야. 그것도 존속 대량 살인이지.”
“···예?”
생전 처음 듣는 죄목에 고개가 갸웃거렸다.
그냥 존속살인도 아니고, 존속 대량 살인은 또 뭔가.
“강 경감. 애초에 폐쇄된 섬에서만 벌어지는 사이비 교주의 횡포가, 어떻게 바깥에 알려졌을 거라 생각해?”
이리섬은 교주 일족에 의해 강력하게 통제되는 곳이었다.
교주 일족은 당시 이리섬의 모든 선박을 소유하고, 섬 밖과의 교류도 독점했으며.
그곳을 담당하는 경찰과 공무원조차도 모두 교주 일족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30 년이나 완벽한 폐쇄성을 유지하며 섬을 지배해 올 수 있었던 것.
그런데 어떻게 그들의 범죄가 밖으로 새어나갔던 걸까.
“그건 다름 아닌 교주 일가, 본인들의 신고였어. 섬에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괴이가 나타났거든. 그리고 그 괴이를 불러낸 게, 바로 최은영이었어.”
그 내막은 이랬다.
섬의 실체를 모르고 살아가던 최은영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일가의 일원인 최은영의 삼촌이 어느 날, 그 친구를 겁탈하려 했고.
최은영은 이를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결국 실패.
이후 친구는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교주 일가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 일을 계기로 최은영은 섬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고.
자신의 힘을 이용해, 섬을 해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은영이는 자신의 피를 이용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괴이를 그렸고, 그걸 소환해냈어. 그게 바로 이매망량이었지.”
이매망량.
그건 같은 종류의 원한을 가진 령과 괴이들의 집합체를 말한다.
그렇기에 단순한 령이나 괴이보다도 훨씬 상대하기 까다롭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결국 소환수 아닙니까?”
“그렇지. 근데 문제는 이매망량의 특성이야. 이매망량은 비슷한 원한을 품은 마를 흡수해서 힘을 키우지. 그런데 은영이는 자신이 소환한 이매망량에 친구의 죽음에 대한 분노, 즉 자신의 일족에 대한 원한을 새겨 넣었어. 그런 게 이리섬에 나타나면 어떻게 될 것 같니?”
“···30년 동안 쌓여있던 비슷한 한을 그놈이 전부 집어먹었다는 거네요.”
서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30년 동안 교주 일족이 살해해 온 사람의 숫자는 백 명 가까이 되었다.
그들의 죽음에는 하나하나 강한 한이 서려 있었을 테니, 이매망량의 입장에서는 이리섬 전체가 커다란 잔칫상이나 다름이 없었으리라.
“그 결과 이매망량은 실체를 얻었고, 폭주했어. 그리고 70여 명의 교주 일족 중 40여 명이 그 이매망량에게 살해당했지.”
그래서 존속 대량 살인이라는 희한한 죄명이 붙은 건가.
“그런데 형량은···얼마 안 받았을 거 같은데요?”
“맞아, 10년 형을 받았지.”
그냥 듣기에는 길어 보이지만, 존속살인의 형량은 보통 그보다 훨씬 길다.
그러니 거기에 대량까지 붙은 주제에 10년이라면, 사실상 굉장히 짧은 것이었다.
“근데 사실 그때는 그게 문제가 아니었어.”
“그게 문제가 아니라뇨?”
“정규 퇴마사가 아닌 자가 마를 이용해 사람을 죽였잖니. 그래서 은영이를 마인으로 판정하냐, 마냐 말이 많았거든.”
“아···”
“근데 다행히도 이매망량에 새겨진 원한 덕분에 괴이가 죽인 건 교주 일가, 즉 마인들 뿐이었어. 그래서 결국 유야무야됐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어 최은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째서인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판타지 괴물만 소환하는 거 아니었어?”
“···예?”
내 질문에 최은영은 한 박자 늦게 되물었다.
내가 그런 걸 물을 줄은 몰랐다는 듯.
“아니, 이상하잖아. 이매망량은 한국 쪽인데.”
“그, 그게···소환할 수는 있어요. 단지, 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음,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건가.
그럼 나도 할 말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서인나를 향해 말을 이었다.
“이야기는 대충 알겠네요. 그런데 이게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요?”
“응. 왜냐하면···이번에 네가 퇴마할 대상이 바로 은영이가 불러낸 그 이매망량이거든.”
7년 전에 그 이매망량이라고?
“그게 아직도 안 잡혔어요?”
“안타깝게도 그래. 당시에 살아남은 교주 일족 중 몇몇이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했거든. 근데 이매망량이 그놈들을 쫓다가 같이 자취를 감췄어. 그런데···그게 이제야 나타난 거야.”
그래서 최은영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
내가 그렇게 납득한 순간이었다.
난데없이 퀘스트 아이콘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 내용은,
대상 : 최은영
성향 : 혼돈, 선
– 캐릭터 스토리 1을 완료하세요.
보상 : 봉인된 용사의 직업 능력 중, [영웅의 인도자] 해금.
오랜만에 보는 캐릭터 퀘스트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