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59
59.
59.
“······”
나는 서인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퀘스트의 보상을 바라보았다.
영웅의 인도자라.
그다지 반가운 스킬은 아니었다.
이건 간단히 말하자면, 내 동료들의 성장을 돕는 스킬이다.
그것도 단순히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넘어서서.
동료가 가진 잠재력의 상한 자체를 높이고, 그로 인해 인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는 대단한 스킬.
예를 들면 평생 뼈 빠지게 노력해도 소드마스터에 도달하지 못하는 평범한 검사라도, 용사의 동료가 되어 이 스킬의 보조를 받는다면 누구나 소드마스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지나가던 도적을 선택해서 파티에 넣기만 해도 스토리가 끝날 때쯤에는 영웅급으로 성장해 있는, 흔한 용사 이야기에 어울리는 스킬인 셈.
따라서 좋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좋은 스킬이긴 했다.
이 스킬을 사용해 열심히 키웠던 동료라는 것들이 다 개새끼들이라, 마지막에는 내가 전부 죽여버렸던 게 문제였지.
“그보다···”
나는 퀘스트 창을 닫고, 다시 서인나를 바라보았다.
이 스킬을 받아서 누구에게 사용하게 될 지는 나도 모르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일단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보상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그 이매망량이라는 건 어디에서 목격된 겁니까?”
“강 경감, 지난번에 늑대 인간을 잡았던 사건. 기억해?”
“물론이죠.”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무기를 업그레이드 시켜준 고마운 친구가 아니었던가.
“그놈을 데려가려던 마인 집단 있지? 이매망량은 그놈들의 아지트에서 발견되었어.”
“그게 왜 거기 있었데요?”
“이매망량이 최근, 마인들을 덮치고 있다는 모양이야.”
그건 또 의외의 움직임이었다.
괴이가 마인을 공격하다니.
“그놈이 왜 그러는 겁니까?”
“이매망량의 특성 때문이야. 이매망량은 비슷한 한을 흡수하며 성장해.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흡수한 원한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 즉 놈에게 새겨진 원한이 시간이 지나며 변질되었다는 거야.”
이매망량은 교주 일가에 대한 원한이 그 뿌리가 되었으나, 섬을 떠난 이후에는 그와 완전히 동일한 한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놈은 그와 비슷한 마인에 대한 원한을 집어먹으며, 교주 일가 뿐 아니라 모든 마인을 증오하는 이매망량으로 변했다는 이야기였다.
“놈이 괜히 7년이나 지나서 모습을 드러냈겠니? 그 기간 동안 한을 흡수하고, 모태가 되는 원한의 내용이 변질되었기 때문에 이제야 활동을 시작한 거지. 그래서 가만히 놔둘 수도 없어. 지금이야 편리하게 마인들만 공격하고 있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된 건지는 대충 이해가 갔다.
“그럼 현재 위치는요?”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연천이야. 버려진 군부대 터에 이매망량이 자리를 잡은 걸로 추정돼.”
버려진 군부대 터라.
괴이라서 그런가.
음울하기 짝이 없는 장소에 기어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이매망량은 밤에만 출현하니까, 그전까지는 군부대 터에 접근하지 마. 퇴마사가 있으면 또 도주할 가능성이 있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심해. 만만하지는 않을 거야. 이미 조직범죄 수사팀에서 퇴마를 시도했지만, 한번 실패해서 우리 쪽으로 넘어온 거거든.”
서인나의 경고를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났다.
나는 이매망량에 대한 정보를 챙긴 뒤, 최은영을 바라보았다.
“그럼 출동할 준비부터 하자.”
“···네.”
그러자 그녀는 평소보다도 위축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관계된···아니, 아예 자신이 만든 괴이라서일까.
최은영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후우···”
거친 산길을 올라가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이 정도 산행으로 지칠 체력은 아니었지만···뭐랄까.
또 산이라는 게 문제였다.
오늘도 길도 없는 비탈을 오르고, 수풀을 헤치며, 수많은 벌레를 지나쳐 걸어간다.
괴이나 령들이 특히 산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한반도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어째 경찰에 취직하고 나서는 도시보다 산속에 있던 적이 더 많은 것 같다.
하다못해 최소한 도로가 나 있는 곳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차로 이동한 후에도 이렇게 몇 시간이나 걸어가야 목적지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군대에 있던 때가 떠올랐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세계에서도 산을 누비고 다녔던 적은 많은데.
왜 군대의 기억이 먼저 나는 걸까.
거기도 어떤 의미로는 현실과 격리된 이세계이기 때문일까.
“···여긴가.”
겨우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려진 군부대 터가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였다.
목적지와 거리도 가깝고, 아래로는 얕은 풀만이 깔려 있어 시야 또한 탁 트여있는 장소.
아직 하늘은 밝다.
서쪽으로 해가 기울어져, 노을이 지고는 있었지만, 일몰은 아직이다.
해가 질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다가, 군부대 터로 내려가 보면 되겠지.
참고로 퀘스트의 화살표 역시 군부대가 아닌 이 대기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밤에만 관측이 가능하다는 이매망량이기에.
당장은 군부대 터에 가더라도 놈을 퇴마할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근처에서 앉아 있을 장소를 물색하다가,
“최 순경, 괜찮아?”
옆에 있던 최은영을 보고 그렇게 물었다.
그녀는 이곳까지 오면서,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묻는 말에만 겨우 답할 뿐, 운전을 하면서도 생각이 복잡해 보였다.
그야 최은영은 원래 말이 많은 성격은 아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조용한 건 또 아니었는데.
“···예.”
“안 괜찮아 보이는데.”
“그게···”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내 발끝에서 천천히 올라오던 그 시선은 끝내 나의 눈을 마주치지는 못하고 가슴 부근에서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입이 열렸다.
“저···기분 나쁘지 않으신가요?”
내 눈치를 보며 최은영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의 맥락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가?”
“그···조금 전에 들으신, 제 과거···말이에요.”
드문드문 이어지는 작은 목소리에 나는 비로소 최은영의 의도를 이해했다.
그러니까 최은영은 자신이 저지른 죄 때문에, 내가 그녀를 피할 거라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세계를 통째로 말아먹은 놈이 난데, 누가 누구를 피하겠는가.
“참나, 가족 몇 명 죽인 게 뭔 대수라고.”
내가 내뱉듯 말하자, 최은영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퍼져나갔다.
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고쳤다.
“아니, 어차피 전부 마인이었잖아. 나쁜 놈들은 죽어야지.”
“······”
“그럼 최 순경은 그 일을 후회해?”
“그건···아니에요.”
최은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섬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생각해요. 저희 가족들도···죗값을 받아야 했어요.”
“근데?”
“그래도 왠지, 죄책감이 들어요. 정말 전부 죽였어야 했나···해서.”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내 경험상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건 아니야. 한번 개새끼들은 영원한 개새끼들이더라고. 그런 거 살려 줘봐야 나중에 통수만 치더라.”
“하지만···그중에는 제 부모님도 있었는데요.”
“원래 모든 개새끼들은 다 누군가의 부모고 자식이야. 차라리 자식 손에 죽는 게 복 받은 거지.”
실로 패륜적인 말이었지만, 그건 내 진심이었다.
부모 앞에서 자식을 죽이고, 그 분노와 슬픔에 덤벼드는 부모까지 내 손으로 죽여봤으니.
그런 부모들의 죽음은 항상 한결 같았다.
나에게 끝까지 저주를 퍼붓다가 뒤지는 그 면상들은 죄다 악귀 같아서.
차라리 제 자식의 손에 찔려 죽은 놈의 얼굴이 오히려 더 편안해 보였다.
그러자 최은영은 멍하니 나를 보다 입을 열었다.
“강 경감님은···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시네요.”
“갈구는 거냐?”
“아니, 그,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다행이다 싶어서···”
다행이라고 할 것까지야.
내가 헛웃음을 내뱉는 사이, 최은영의 말이 이어졌다.
“사실 오늘 사건···팀장님이 같이 오시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강 경감님이랑 가겠다고 한 거에요.”
“왜?”
“팀장님에게는 너무 큰 빚을 졌거든요. 7년 전에, 섬에서 절 구해주신 것도 팀장님이셨어요. 그리고 제가 마인이 되지 않게 해주신 것도요. 그래서···이 일까지 맡길 수는 없었는데···”
그런 인연이 있었구나.
그냥 그 인연 쭉 이어가지.
그럼 내가 군부대에 들린 귀신 잡겠다고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텐데.
“강 경감님이랑 이야기해보니···그러길 잘한 거 같아요.”
“그러냐.”
뭔가 사연이 있는 듯 보였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냥 까다로운 사건을 짬처리 당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고, 최은영은 한층 편안한 표정으로 내 옆에서 시간을 죽였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해가 졌다.
짙은 어둠이 신속하게 산 위를 뒤덮었다.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던 하늘은 새까맣게 변했고 별과 달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런 어둠 속에서,
“우오오오오-”
기다리고 있던 이매망량이 드디어 출현했다.
그건 하나의 소용돌이였다.
때문에 아직 군부대와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었지만, 그 모습이 확실히 보였다.
중대급 규모의 군부대가 머물렀던 것으로 보이는 터.
그 전부를 령의 떼가 휘감고 있었다.
거기서 몰아치는 바람은 을씨년스러운 것을 넘어서, 오싹하다.
공기 자체가 원한을 품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사방에는 수많은 비명 소리가 메아리처럼 몰아쳤고, 온갖 이상 현상이 조용하던 산속을 뒤흔들었다.
“저게···”
그 모습을 직접 보니 서인나의 충고가 이해되었다.
결코 약하지 않은 적이었다.
저러니 소규모의 마인 집단을 통째로 갈아 마시고, 그 뒤를 쫓으려던 퇴마 경찰들을 물러서게 한 거겠지.
“······”
한편 그런 이매망량을 바라보는 최은영의 눈동자는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단순히 두려움이 아니었다.
오히려 짙게 배어 있는 감정은 깊은 슬픔과 연민.
그 감정의 이유를 나는 어렵지 않게 깨달았다.
저 이매망량의 일부가 되어 휘몰아치는 한의 근본은 이리섬에서 희생된 주민들의 것이었으니.
어쩌면 그녀에게 이 만남은, 예전에 살해당했다던 친구와의 재회나 다름이 없었다.
“시작하자고.”
내 말에 최은영은 정신을 차리고, 소환수를 불러내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샐러맨더.
내가 가장 처음 알려준 소환수였다.
지금 그녀가 굳이 샐러맨더를 선택한 이유는 이매망량의 특성 때문이다.
지금 보는 것처럼 이매망량은 령이자, 괴이이며, 동시에 그것을 품은 자연 현상과 같이 휘몰아친다.
그래서 설령 영력이 실린 공격이라도 단순한 물리 공격으로는 놈에게 피해를 주기가 힘들고.
따라서 샐러맨더보다 훨씬 강한 미노타우르스를 부른다 해도, 도끼만 휘두르는 소머리 괴물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다.
“이걸로는···무리일까요?”
최은영은 자신감이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물리 공격이 아닌 화염은 유효하나, 샐러맨더는 가진 위력 자체가 그리 강하지 않은 소환수였다.
그러니 최은영의 힘만으로는 이매망량을 이길 수 없겠지.
그러나.
서인나가 괜히 나를 같이 보냈겠는가.
“그거면 충분해.”
그렇게나 까다로운 특성을 가진 이매망량이지만, 나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학교를 닮은 마역에서 차서현의 빙의를 풀었을 때와 똑같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령의 특성을 가진 이매망량은, 내가 가진 스킬과 신기에 달린 혼령 추가 데미지를 막을 방도가 없다.
더군다나 이제는 아라한의 효과로 인해 신성 수치까지 더해진 이상.
나의 검은 분명 놈의 태풍조차 가를 터였다.
“그럼 가자.”
나는 검을 뽑아들고 군부대로 내려갔다.
검이 밝게 빛나고 어둠을 물린다.
그러자 이매망량은 이내 나를 인식했고, 그 비명과 원한을 나에게로 향했다.
“으아아아아아!”
“우어어어!”
수많은 령이 돌풍이 되어 날아왔다.
내 앞을 가로막는 검은 영체의 파도가 몇 겹으로 쌓인다.
도대체 7년 간 얼마나 많은 령과 한을 흡수해 온 건지, 그 너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밀도였다.
하지만.
그 넘실거리는 령의 파도를 해체하는 데는 단 한번의 검격이면 족했다.
“-!”
공기가 베어지며, 빛의 사선이 검은 바다를 가른다.
“끼아아아!”
그러자 원통함을 울부짖던 비명은 단말마가 되어 사라졌다.
밀려오던 검은 파도는 더 큰 해일에 쓸려나간 것처럼 물러났고.
위아래에서 나를 집어삼키려던 령들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정작 내 손에는 무언가를 베어내는 감촉도 없었건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어느새 휘몰아치던 오싹한 바람마저 멎어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던 최은영의 샐러맨더가 뒤늦게 화염을 내뿜었다.
그러자,
“저게···”
령의 소용돌이, 그 정중앙에 머물고 있던 이매망량의 본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붉게 물든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한 여성.
저게 수많은 령들을 부리는 태풍의 눈이자, 최은영에 의해 묶인 이매망량의 원혼.
나는 검을 고쳐 쥐고 그 본체에게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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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여기까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