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62
62.
“송민호 선배님 아니십니까? 또 징벌위원회 일로 오셨습니까?”
“그래. 사건 조사를 위해 지금 외부에서-”
숙직실의 경비들과 송민호가 서로 인사와 정보를 나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
조용히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남자를 몰래 관찰했다.
나이는 30대 정도.
거기에 레벨은 28이었다.
그리 강한 놈은 아닌가.
“알겠습니다. 저도 협조하죠.”
“그래, 고맙네. 먼저 여기 강 경감님이랑 인사부터 하지.”
또한 놈은 송민호와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리고 한주원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그는, 싫은 표정 하나 없이 나와 악수를 나누었다.
붉은 레벨 표시는 나를 향한 적대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자신의 적의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건, 역시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김다영이 물었다.
이에 나는 내가 생각한 방침을 내놓았다.
“우선 범행 현장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목격자분들의 말도 들어보고 싶네요. 제가 지명한 순서대로 한 분씩 따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따로요? 그냥 여기서 하면 안 됩니까? 별 내용도 없는데.”
그렇게 말한 것은 한주원이 아닌, 다른 남자였다.
그는 내가 온 것 자체가 귀찮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한편 한주원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찬성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경찰에서는 그게 원칙이라서요.”
경찰 소속인 내가 그렇게 말하자, 경비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물러났다.
그렇게 나머지 둘을 먼저, 중요 인물인 한주원은 가장 나중에 부르기로 했다.
임시 신문실로 정해진 것은 주변에 널려 있는 창고 중 하나였다.
나는 그 창고를 한번 둘러본 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에, 주변을 지나는 사람도 없고, 숙직실과도 꽤 떨어져 있다.
누군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한동안은 들키지 않을 장소.
“오늘은 여기서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래서 나는 무엇보다 먼저, 송민호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내가 거기까지 말하자 송민호는 금방 내 말뜻을 알아챘다.
“알겠습니다. 저는 이쯤에서 돌아가죠.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십시오. 그럼 다영아, 잘 부탁한다.”
“네!”
그렇게 송민호가 떠나고, 나는 창고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이제 첫 번째 사람을 불러올까요?”
“불러야죠. 그런데 그 전에 할 말이 있습니다.”
신문을 할 사람은 어차피 딱 한 사람이었다.
한주원, 그가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건 명백했다.
물론 그가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는 퇴마사의 수준이 너무 낮고.
그런 놈이 순간의 충동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한들 아직까지 아카데미에 남아있는 게 이상했으니.
그럼에도 나에게 적대 표시가 뜨는 걸 고려하면, 일종의 스파이일까.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그를 사건과 엮어야 하냐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증거도, 증인도 없다.
단지 내 능력으로 문제의 정답만을 알고 있을 뿐.
이대로는 다른 사람을 납득시키지 못한다.
그렇다면···역시 증거를 만들어 내는 수밖에는 없으리라.
“의심 가는 놈을 찾았습니다.”
“정말요?”
김다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그야 한 번 둘러보기만 하고 용의자를 특정하다니, 만화 속 명탐정과 다를 게 없었으니.
하지만 이번에는 김다영의 협조가 필요했다.
“그런데 증거가 없습니다. 전부 제 이능으로 알아낸 거라서요. 제 이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아시죠?”
“그럼요.”
그녀는 연수원에서 나와 함께 퇴마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 내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는 신뢰가 쌓여있는 상황.
나는 그 신뢰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말인데···이 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철저히 무시해 주십시오.”
“무, 무시요?”
“예. 도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못 본 척만 해줘도 충분합니다.”
“어···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그럴게요.”
김다영은 선뜻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이 정도의 대답이라도 들어두는 게 낫겠지.
“그럼 신문을 시작하죠.”
그렇게 첫 번째, 두 번째 사람이 오고 갔다.
이들에게는 그날 무엇을 봤는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가 등.
그들이 이미 몇 번은 대답했을, 통상적인 물음을 던진 게 다였다.
그래서 두 경비 인원은 내심 불만인 듯 보였지만.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었다.
한주원은 분명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신문하고 있는지, 먼저 온 두 사람에게 물어볼 것이기에.
그것은 그놈이 경계심을 풀고 이곳으로 오게 하기 위한 떡밥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곧 마지막 사람이 신문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주원입니다.”
“오셨군요. 자리에 앉으시죠.”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창고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그 문 앞에는 김다영이 문지기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섰다.
“뭐, 뭡니까?”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미안하게도 이미 너무 늦었다.
나는 자재 창고에 있던 연장 하나를 손에 들었다.
장도리였다.
“한주원, 32세. 고전 주술과. 올해로 3년째 경비 인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게 맞습니까?”
“그런···데요.”
“그럼 일단 손가락부터 시작합시다.”
“예?”
그는 순진하게 되물었고, 나는 장도리를 휘둘렀다.
증거를 만들어 내는 작업의 시작이었다.
“······”
한동안 지하 깊숙한 창고 안에서는 사람의 비명과 고성이 오고 갔다.
나는 자재 창고에 머물던 연장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암울했던 용사 시절의 경험을 한껏 되살리고 있었다.
그때는 주로 주제도 모르는 귀족이나 황족들이 보낸 암살자가 대상이었는데.
어려서부터 고통을 경감하는 훈련을 받은 그들에 비하면 한주원은 굉장히 쉬운 상대였다.
게다가.
“이쪽이 좀 더 아플 거에요. 신경 다발이 지나가거든요.”
무시하기만 해도 다행일 거라 생각했던 김다영은 그런 내 옆에서 적절하고 의학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가 의사였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
그 덕분에 한주원의 입에서 진실이 흘러나오기까지는 채 15분이라는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까···돈이 목적이었다?”
“예···예!”
“증거는?”
범인에게 증거를 요구하는 황당한 물음이었지만, 한주원의 입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제 방에! 제 방 장롱에 그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폰이랑, 돈을 받은 통장이 있습니다. 거기에 통화 기록도 있고, 메신저를 확인하면 대화 내역도 남아있을 겁니다! 그러니···그러니 제발 이제···”
무당이라길래, 영혼으로 텔레파시 같은 걸 보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상식적인 방법이었다.
하기야···그런 짓을 했다가는 이곳에 있는 퇴마사들에게 오히려 들킬 가능성이 높은가.
“폰 특징.”
“검은색의 스마트폰입니다! 모델은-”
나는 김다영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김다영은 곧바로 그 증거들을 찾으러 움직였다.
나는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아는 만큼 설명해 봐.”
내 말에 한주원은 착실히 질문에 답했다.
간혹 가다 머뭇거리는 부분도 없지는 않았지만, 뽑힌 손톱 근처에 놓인 송곳에 눈길만 줘도 그의 혀는 뱀보다도 빨리 움직였다.
“그러니까···그놈들이 경비인 너에게 먼저 연락을 했고, 너는 돈에 눈이 멀어서 신기의 위치부터 습격에 유리한 시간까지 알려줬다. 맞아?”
“···예. 맞습니다.”
“근데 왜 아직도 여기 있었어?”
“앞으로 일주일만 더 지켜보면서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주면 주기로 한 돈의 세 배를 더 준다고 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놈들, 어디 있냐?”
“그건···그건 저도 모릅니다! 진짜 모릅니다!”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송곳에게 물어 봐야지.
그렇게 한 차례 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울면서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안타깝게도 정말 모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송곳을 든 채로 질문을 이었다.
“그럼 단서가 될 만한 거라도 생각나는 거 없어?”
“예···? 그···그게···”
그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떨렸다.
“차 번호! 놈들이 탄 차의 번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 그건 꽤 괜찮은 정보였다.
이어서 나는 그 차 번호와, 그가 돈을 받았다는 계좌 번호까지 손에 넣었다.
이 정도면···충분한 소득인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강 경감님!”
김다영과 함께, 자리를 비웠던 송민호가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야기는 전부 들었습니다. 증거는 제가 직접 찾아서 확인도 했고요.”
김다영은 증거를 찾으러 가기 전에, 먼저 송민호에게 들러 그와 함께 움직인 모양이었다.
시키지도 않았건만 꽤나 현명한 처사였다.
만에 하나 내가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심은 피할 수 있으니.
“그런데···이건···”
송민호는 표정을 굳힌 채, 피투성이가 된 한주원과 살벌한 연장들을 바라보았다.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설마 뭐라고 할까 싶어, 내가 먼저 그에게 물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는 한주원과 반갑게 인사까지 나눴던 사이였으니.
그러나 내 질문에 송민호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젓는다.
“아닙니다. 마인에게 겨우 이 정도 일로 문제는요. 그보다 어디까지 알아내셨습니까?”
송민호는 한주원을 마인이라 칭했다.
어떤 일이 있었어도, 나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는 이야기.
그래서 나는 그에게 내가 알아낸 사실을 전해주었다.
“그렇군요. 이 새끼가···”
송민호는 한주원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이대로 죽여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눈빛.
하지만 송민호는 한숨을 크게 들이쉬며 그 살기를 정제했다.
“이건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예, 그러시죠.”
역천도당과 관련된 범죄의 수사와 처벌은 경찰보다도 먼저 LB 아카데미가 주관한다.
그것이 정식 기관이 가진 권한이었기에, 나는 그의 요청을 가볍게 승낙했다.
이에 송민호는 또 다른 퇴마사들을 불렀고, 그들은 한주원을 어디론가로 데려갔다.
각 정식 기관이 자신들의 대적자에게 행하는 처벌을 고려하면, 아마 이제 그를 살아서 볼 일은 없으리라.
“수고하셨습니다. 아니, 이런 말도 민망하군요. 설마 코앞에 단서를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을 줄은···”
송민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내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자 그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도대체 어떻게 알아내신 겁니까?”
“제 능력입니다. 자세한 건 영업 비밀이지만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더 이상은 묻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예상대로 송민호는 깔끔하게 물러났다.
같은 경찰 소속이 아니라는 게, 이런 면에서는 편했다.
“그럼 이제 어쩌실 겁니까?”
내가 물었다.
필요한 단서는 전부 찾아 넘겨 주었으니, 이제 아카데미 쪽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였다.
“차 번호와 계좌 번호, 거기에 스마트폰도 있으니 먼저 놈들의 은신처를 찾겠습니다. 아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오늘은 아카데미에서 머무는 게 어떻습니까?”
그의 말대로 단서는 이제 충분할 정도로 많았다.
그러니 조사가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건 나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제 푹 쉬시죠. 숙소까지는 다영이가 안내해줄 겁니다.”
“네!”
그렇게 말하며 송민호는 우리를 보내주었다.
아직 정규 퇴근 시간은 멀었는데, 또 해는 중천인데도 일 다 끝났다고 가란다.
전문용어로는 야리끼리라고 하던가.
“···좋은데?”
야리끼리라니.
파출소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사건을 오전에 끝내고 돌아와도 보고서 다 쓸 때쯤이면 다음 사건이 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했더니, 갑자기 돌아가기가 싫어졌다.
“숙소는 여기에요. 기숙사라고 부르는 곳인데, 괜찮죠? 저희 아카데미 인원의 대부분은 여기에 살거든요. 아무래도 출퇴근하기에는 어려운 곳이라.”
그리고 김다영이 나를 데리고 간 건물은 마치 호텔과 같은 고층 건물이었다.
들어보니 저 안에는 수영장도 있단다.
그 호텔을 올려다보니 새삼스럽지만.
정말 경찰로 진로를 정한 게 옳은 일이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 * *
다음 날 오후.
예상대로 송민호는 딱 하루 사이에 조사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LB 아카데미가 내가 오기 전부터 이번 일에 얽힌 역천도당들의 위치를 조사해왔으며.
그러던 중 이번에 얻은 정보가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 금방 놈들의 위치를 특정했다고 했다.
“그래서 어디입니까?”
“여기입니다.”
그는 지도를 가리켰다.
그 위치를 본 나는 또 다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치악산.
다행히 그리 멀지는 않은 곳이었지만.
“왜 그러십니까?”
“아니···또 산이다 싶어서요.”
내 말에 송민호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당연하는 듯 덧붙인다.
“산에는 음기가 가득하니까요. 귀신이나 마인들이 숨어들기 좋죠.”
음기라.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어쨌든 역천도당 놈들은 이곳에 마역을 설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역이 설치가 가능한 겁니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마인 중에서도 꽤 강한 마를 부리는 놈들에게나 가능하죠. 만만치 않은 놈들인가 봅니다.”
그냥 산도 버거운데, 산 안쪽에 던전의 입구가 있고 그 안에서는 강적이 기다린다는 건가.
결코 반갑지는 않은 소식이었다.
“그럼 출동은 언제 하실 겁니까?”
“오늘 밤입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그는 나에게 물었지만, 이미 대답은 정해진 거나 다름이 없었다.
LB 아카데미가 나를 부른 이유는 바로 저 마역에서 신기를 찾아달라는 게 아니었던가.
그래서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