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64
64.
“앗···!”
김다영이 놀란 눈으로 내가 쳐낸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얇은 바늘.
이건···독침인가?
분명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날아온 바늘은 하나가 아니었다.
“크윽···”
이를 막아내지 못한 퇴마사 두세 명이 신음을 흘리며 쓰러진다.
그리고 그 독침은 송민호 역시 노린 듯 했지만,
쨍그랑!
그의 손에 들린 7개의 방울 중 하나가 깨짐과 동시에, 독침은 바람에 휘날린 것처럼 휘어져 허공을 지났다.
일종의 방어 주문인가.
“다들 정신 차려라. 역천도당 놈들이다.”
송민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이에 아카데미 소속 퇴마사들의 눈에서 조금 전보다도 더한 적의가 쏟아졌다.
“한두 놈이 아니다. 전부 기어 나왔어.”
그의 말대로 사방에서 마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숫자는 9명.
몇몇은 기와집의 지붕 위에, 그리고 몇몇은 허공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로 한복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탈···?”
놈들은 얼굴에 전부 탈을 쓰고 있어서 그 면상을 볼 수가 없었다.
또한 입고 있는 복장은 전부 무복.
화려한 색을 기반으로 한, 전형적인 무당의 복장이다.
한편 레벨은 대부분 30, 혹은 40 수준으로 이쪽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딱 한 놈.
지붕 위에 선, 유일하게 하회탈을 쓴 역천도당의 레벨이 54였다.
눈에 띄는 복장과 함께 다른 마인보다도 유독 높은 레벨을 보면 저놈이 이 마역을 만든 놈이자, 신기를 강탈해 갔다는 마인일 것이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선배님.”
그 마인이 입을 열었다.
송민호를 향한, 여성의 목소리.
이에 송민호의 미간이 미미하게 찌그러졌다.
“···하필이면 너였나.”
“저도 선배님을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어요.”
“닥쳐라. 역천도당 따위에게 선배라고 불릴 이유는 없다.”
“그렇게까지 말하시다니 섭섭하네요.”
송민호와는 원래 알고 있던 사이였는지, 그런 대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
그래서 나는 내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그런 하회탈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역시나, 하회탈의 가슴팍 부근에서 붉은색의 빛이 미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에픽 등급의 신기.
아마도 저게 도난당했다는 그 신기이리라.
“신기는 그 여자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그 사실을 송민호에게 알렸다.
그러자 송민호는 속박되어 있던 청령을 마무리하고는, 김다영을 바라보았다.
“조심해라. 저 마인은 전대 학생회장 중 하나니까.”
그 말에 김다영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대로 역천도당에게 돌진했다.
그러자,
“다 죽여버려!”
하회탈의 외침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사방을 포위하고 있던 역천도당들이 일제히 퇴마사들을 공격해왔다.
챙! 채챙!
검과 창이 부딪히고, 화살과 독침이 공기를 갈랐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송민호는 김다영이 떠나고 혼자 남게 된 내 옆에 섰다.
나를 지켜주려는 의도로 보였다.
아까 보니 그의 방울은 방어막의 역할을 하는 듯 보였으니.
“근데 괜찮은 겁니까?”
나는 김다영을 보며 말했다.
다른 LB 아카데미의 퇴마사들과 마인들은 그럭저럭 비슷한 레벨이다.
그러니 독침 때문에 숫자가 조금 줄어들기는 했어도, 급격히 밀릴 여지는 없겠지.
하지만 김다영이 들이대고 있는 저 하회탈은 문제였다.
저 둘 사이에는 레벨 차이만 10 이상이 난다.
거기에 하회탈이 허 씨의 원령을 봉인한 신기를 들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그 위험성은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송민호는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제가 지원하겠습니다.”
기와집의 담벼락을 밟고 올라선 김다영이 하회탈을 향해 뛰어올랐다.
옆으로 누운 태도가 하회탈을 노리고 번뜩인다.
이에 하회탈 역시 부적을 꺼내들었고.
그와 동시에 송민호의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하진주.
그녀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송민호와 같은 아카데미의 징벌위원회 소속 퇴마사였던 여자였다.
또한 그녀는 원래 2학년 학생회장이었지만, 30대가 되어 3학년으로 올라가며 그 자리에 은퇴.
그 후에는 스스로 징벌위원회에 지원했다.
하지만 그녀가 징벌위원회에 들어온 것은 순수한 의도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아카데미를 배신할 생각을 하고 있던 그녀는, 아카데미가 은닉하고 있는 귀중한 보물에 대한 정보를 노리고 징벌위원회에 들어온 것이었다.
비록 그 시도가 중간에 들통나서 하진주는 결국 아카데미를 나갔지만.
아직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건가.
그런 생각에 송민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그는 하진주와 깊은 인연은 아니었다.
그녀가 징벌위원회에 있던 짧은 기간 동안, 몇 번 전투를 같이 한 게 전부였으니.
하지만 하진주가 아카데미를 배신했고.
그것도 모자라 역천도당이 되어 다시 한번 아카데미에 비수를 들이대는 것은 못내 가슴이 아팠다.
저렇게 되기 전, 자신이 좀 더 눈치가 빨랐다면 미리 계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송민호는 그런 자신의 후회들이 너무 늦은 것이라는 사실도 자각하고 있었다.
결국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일.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손으로 과거의 잔재를 끊어내는 것 뿐이었다.
“앗···!”
그 경악은 김다영의 것이었다.
김다영은 지붕에 서 있던 하진주를 향해 태도를 휘둘렀지만.
하진주의 부적에서 튀어나온 찌그러진 거북의 껍데기 같은 령에 의해 그 참격이 가로막힌 탓이었다.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부적이 김다영의 측면으로 날아왔고, 거기서는 새까만 령의 팔이 튀어나왔다.
김다영은 그 화살과 같이 쏘아진 팔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했다.
“악령부···”
령을 부리는 부적, 악령부.
마를 사역하는 역천도당이 흔히 쓰는 무기였다.
그렇기에 송민호는 이를 상대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짤랑-
그가 들고 있던 칠성 방울을 흔들었다.
칠성 방울은 토속 신앙에서 북두칠성을 의미하는 칠성신의 전승에 따른 무구.
또한 칠성신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복을 관리하는 신으로.
각각 수명과 건강, 인복과 재복, 명예와 지혜, 그리고 행운을 주관한다.
하지만 그 복을 주관한다는 전승은 발현하는 방식에 의해 얼마든지 전투 용도로 쓸 수가 있었는데.
송민호는 그 분야를 전문적으로 파고든 퇴마사 중 하나였다.
예를 들면 조금 전 칠성신 중 요광, 즉 행운을 주관하는 신의 전승을 이용해 날아온 독침의 궤도를 바꾼 것처럼.
“천성의 별.”
그리고 그는 김다영을 바라보며, 건강을 주관하는 신의 전승을 담은 방울을 깨뜨렸다.
그 효과는 일시적인 육체 강화.
그 덕분에 김다영의 완력이 일순 크게 증가하고, 그 맹렬한 참격은 더욱 가열차게 하진주를 노렸다.
하지만 송민호의 방울 소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천기, 천권, 옥형, 개양의 별.”
남은 5개의 방울 중 4개의 방울이 차례로 깨졌다.
인복을 주관하는 신이 김다영이 가진 영력의 격을 높이고, 재복을 주관하는 신이 그녀가 든 신기의 격을 높였다.
명예를 주관하는 신은 악인을 향한 공격에 힘을 실어 주었으며, 지혜를 주관하는 신이 김다영의 오감을 확장시켜 그 인식 범위를 넓힌다.
인세의 모든 생활을 관장한다는 칠성신의 전승처럼, 전투에 관여되는 모든 부분에서 파격적인 버프를 주는 것.
그것이 송민호가 사용하는 칠성 방울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콰득!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칼날을 막아섰던 악령부가 거북이를 닮은 령과 함께 사정 없이 찢겨 나갔다.
“오···!”
이에 옆에 있던 강진우가 흥미롭다는 듯 그런 소리를 냈다.
그만큼 김다영의 움직임은 이전과 전혀 달라져 있었다.
단순히 힘만 강해진 게 아니다.
그 속도는 물론, 인식 범위가 확대되며 원래부터 예리하던 참격들이 더욱 날카롭게 하진주의 목을 노렸다.
“칫!”
이에 위기를 느낀 하진주는 부적을 뭉텅이로 뿌리며 방어에 나섰다.
순식간에 십여 마리의 령이 하진주와 김다영 사이에 나타났지만.
콰드드득!
김다영의 태도는 단 일격에 그것들을 참살하며 령의 벽을 뚫고 나왔다.
“너-”
하진주의 눈에 경악이 깃들었다.
그녀는 뒤늦게 부적을 손에 쥐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촤악!
인정사정 없는 태도의 참격이 그녀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허리부터 잘려진 몸이 피와 내장을 흩뿌리며 지붕 아래로 떨어졌다.
* * *
“······”
나는 두 동강 난 채 지붕에서 떨어지는 하회탈의 몸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김다영의 움직임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설마하니, 10 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상대를 저렇게 압도할 줄은.
그리고 그 이유가 송민호가 가진 방울의 힘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유추가 가능했다.
저 방울이 뭔가 했더니, 하나 하나가 강력한 강화 주문이었다.
때문에 김다영은 저 하회탈을 쓰러뜨렸지만.
“···이상하네요.”
나는 미묘한 표정으로 송민호에게 말했다.
김다영의 활약에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송민호가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뭐가 말씀이십니까?”
“저 하회탈···”
“하진주라는 이름입니다.”
“아, 그래요? 어쨌든 그 하진주가 정작 신기를 사용한 것 같지가 않아서요.”
“···!”
내 말에 송민호의 얼굴도 묘하게 굳었다.
신기, 정확히는 그 신기에 담긴 허 씨의 힘을 빌어 마역까지 만든 주제에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하지만 저렇게 몸이 두 쪽으로 갈라진 지금에 와서는, 아무 의미 없는 의심이었다.
“뭐, 이제 와서 할 말은 아니긴 한데요.”
“아닙니다···저건···”
내 그런 예상과는 달리 송민호의 표정은 심각했다.
“다영아, 물러서! 저건 아직 살아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김다영에게 소리쳤다.
살아있다니.
지금 시체가 땅바닥을 구르고 있는데.
“살아있다고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허 씨는-”
송민호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그때였다.
정말로 쓰러져 있던 시체에서 높은 여성의 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 전까지의 하진주의 것과는 또 다른, 훨씬 더 카랑카랑하고 거친 소리.
그리고 널브러져 있던 시체가 각각 움직여 일어섰다.
특히 분리된 상체는 너덜거리는 내장을 흔들며 공중에 떠 있어서, 그 모습은 그야말로 귀신의 그것이었다.
나는 그걸 보며 물었다.
“저게 왜 저러는 겁니까?”
“허 씨는 능지처참형을 받고 삶을 마감했지만 그럼에도 원령이 되어 되살아난 원혼입니다. 만약 하진주가 제 몸에 그 원혼을 깃들게 했다면···”
오체 분시가 되고도 되살아난 전승 때문에 몸이 조각난 정도로는 안 죽는다는 말이었다.
뭔 슬라임도 아니고.
“···그럼 곤란한 거 아닙니까?”
송민호는 강력한 강화술사다.
그리고 현재 그의 강화 주문은 전부 김다영에게 몰려 있어, 화력 자체가 김다영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태.
그런데 몸을 아무리 베어도 안 죽는 상대라니.
태도를 사용하는 김다영에게는 최악의 상성이었다.
“제 잘못입니다. 전승을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는데···”
송민호는 그렇게 말했지만, 정작 그도 허 씨와 싸우는 건 처음이 아닌가.
마냥 그를 탓할 문제는 아니었다.
“그보다 방법은 있습니까?”
“저래서야 검에 의한 절단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외의 무기도 있긴 하지만···”
“파괴력이 부족하겠죠.”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퇴마사들이 사용하는 무기 중에는 냉병기가 아닌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아까 봤던 카메라라던가.
하지만 그런 것들은 허 씨의 원령이 씌인 하진주에게 유효한 타격을 주기가 힘들었다.
어찌 되었건 하진주는 50 레벨이 넘는 수준이었으니.
“키하하하하하하!”
되살아난 하진주, 아니 허 씨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하진주가 흘린 핏물 속에서 무언가가 일어섰다.
저건 골렘···아니, 인형인가?
하지만 인형이라기에도 괴이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2미터에 가까운, 건장한 남성의 몸통이었지만.
그 목은 잘려있었고, 한 팔과 한 다리도 없었다.
그걸 보며 송민호가 말했다.
“저건 장쇠···같군요.”
“장쇠요?”
“허 씨의 아들입니다. 장화를 살해한 실행범이죠. 전승에 의하면 장화를 살해하려다 호랑이에게 팔과 다리를 잃었고, 참수형을 당해 죽었다는 사내입니다.”
그럼 자신의 아들을 소환수처럼 부리고 있다는 건가.
전승대로라면 전승대로의 방식이었다.
“커어어어어-”
장쇠는 잘린 목구멍으로 기괴한 소리를 냈다.
이에 김다영은 태도를 들고 장쇠를 공격했다.
하지만,
“크윽!”
장쇠는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팔로 그 참격을 쳐냈다.
김다영은 이에 굴하지 않고 연격을 이어갔지만.
텅! 터덩! 텅!
둔탁한 소음과 함께 장쇠는 그것들을 모두 막아냈다.
그 중에는 팔이 아니라 몸통을 가른 검격도 있었지만, 김다영의 태도는 장쇠를 베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
이에 송민호의 얼굴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허 씨만 해도 문제인데, 김다영조차 장쇠라는 방패 앞에 가로 막힌 탓이었다.
그래서 나는 칼을 고쳐 잡고 송민호에게 말했다.
“다영 씨가 장쇠인지 뭔지 하는 저것만 붙잡고 있게 해주십시오.”
“예?”
“저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하진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송민호의 눈이 내 검으로 향했다.
“하지만 강 경감님. 저건 검으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게 방법이 있으니 한번 믿어 보시죠.”
나는 빛의 검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검이 밝게 빛나며, 신성을 띄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허 씨를 죽일 수 없다.
설령 빛속성의 공격이라 해도, 적을 베는 방식의 공격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으니.
그래서 나는 거기에 한 가지 아이템을 더 추가했다.
부두술사를 죽이고 얻었던, 무기에 화염 속성을 부여하는 아이템.
“이건···”
송민호의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번뜩였다.
빛과 화염 속성이 동시에 부여된 내 검에는, 새하얀 백염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