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7
7.
7.
연수원에 들어온 지 벌써 5일째.
아침부터 체력 단련이라는 명목으로 운동을 강요받은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강당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금요일.
즉 주말 전 마지막 수업이라는 뜻이고, 그 사실이 유일하게 내 힘이 되어 주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그렇게나 취업을 하고 싶었는데.
정작 취업을 하고 나니 주말부터 찾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역시 게으른 성격은 어디 가지 않는 모양.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교육 시간이 되었다.
단상에 선 이수연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은 마를 직접 퇴치해보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무기를 선택하고, 전투 기술을 배웠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본격적인 실습이 따라올 것이라는 건 당연지사.
예상보다 빠르기는 해도 올 게 왔다는 느낌이었다.
“여러분이 퇴마해야 할 것은 ‘한’입니다. 원망 섞인 죽음이 남긴 것으로, 마가 처음으로 인간에게 해가 되는 단계입니다.”
이수연은 친절하게 지난 수업 시간의 설명을 고대로 들려주었다.
그렇다면···저건 몬스터로 치면 고블린 쯤 되는 건가?
아니면 그 이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조교 하나가 나무 박스 하나를 들고 왔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 위에 붙은 부적이 심상치 않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럼 직접 보시죠.”
조교는 상자에 붙여진 부적을 거침없이 떼어내고, 그 안에 있던 걸 바닥으로 던졌다.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낡은 와이셔츠.
하지만 그건 단지 평범한 옷이 아니었다.
“힉···”
옆에 있던 김다영이 숨을 삼켰다.
원래 하얀 색이었을 셔츠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가득했다.
거기에 그 한가운데 뚫린 구멍은 특히 노골적이었다.
굳이 명탐정이 아니더라도 셔츠의 주인이 무언가에 찔려 죽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어, 저거!”
교육생 중 누군가 소리쳤다.
셔츠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꾸물꾸물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새까만 인영을 만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사람의 그림자가 허공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보이십니까? 이것이 바로 한입니다.”
그것을 보며 이수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교육생들은 마치 고블린을 처음 마주한 초보 모험가들처럼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마의 일종이기 때문일까.
한의 그림자는 그 존재만으로도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이질적인 두려움.
하지만 나에게 그것은 익숙한 감각이었다.
용사였을 때, 언데드 몬스터들이 내뿜는 디버프가 딱 저런 식이었다.
게다가 그 세기는 훨씬 더 미약하니, 긴장조차 되지 않았다.
“공포가 느껴지시죠? 하지만 이번 교육의 목적은 여러분들을 그 공포에 익숙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은 죽음과도 익숙해지실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마는 죽음에 기인하고, 죽음에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강진우 씨?”
한참 설명을 이어가던 이수연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이 한의 레벨도 보이십니까?”
교육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이미 교육생들끼리는 각자 가진 능력이 뭔지 공유된 상태.
그럼에도 이수연이 나를 부른 것은 내가 저 귀신 같은 것의 레벨도 측정이 가능한지, 시험해보려는 것이었다.
이는 사전에 미리 나에게 양해를 구해놓았던 일이라서,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3이네요.”
“저게 3···?”
믿을 수 없다는 듯 이현석이 중얼거렸다.
내 눈으로 확인한 교육생들의 레벨은 평균적으로 5 정도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공포심을 뿌리고 있는 한의 레벨이 겨우 3이라고 하니, 교육생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수연의 반응은 달랐다.
“알겠습니다. 적절한 레벨이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이수연은 단상에서 내려와, 한의 근처까지 다가갔다.
그러자 한이 만드는 검은 그림자가 요동쳤다.
그림자에 표정이 생긴다.
원한이 깊게 깃든, 무시무시한 형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입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기아아아아아···”
들릴 듯 말듯 한, 마치 지옥 밑바닥을 기는 것 같은 낮고 처절한 울음 소리.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또 인간과 관계된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기괴한 소리였다.
그렇게 교육생들의 공포가 점점 커져 가는 가운데 이수연이 말을 이었다.
“지난 번 교육에서 배우셨다시피, 한은 반드시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매개체를 떠날 수 없기도 합니다.”
검은 그림자는 섬뜩한 두 손으로 이수연의 목을 조르려 했다.
하지만 그건 피 묻은 셔츠에서 겨우 2미터 떨어져 있는 이수연에게 닿지 못했다.
그림자가 목줄이 채워진 맹견처럼 일정 거리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너무 긴장하시지만 않는다면, 모든 분들이 문제 없이 퇴마 실습을 완료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 말에 교육생들의 굳어진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그야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인 그림자를 물리칠 뿐이었으니까.
생긴 건 더 무서워 보여도 위험도는 고블린보다도 못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예외는 있는 법이었다.
“······”
내 옆에 앉은 김다영은 말 한마디 못한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인형처럼 꼭 껴안고 있는 것은 길이 150cm의 클레이모어.
전에 김다영이 선택한 그녀의 무기였다.
내 눈에는 저 칼이 그림자 따위보다 훨씬 무섭게 보이지만, 김다영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호명하는 교육생부터 실습을 진행하겠습니다.”
실습은 한명씩 진행되었다.
첫 타자는 택시 기사였다던 아저씨.
가장 경찰다운 3단봉을 무기로 선택한 사람이었다.
“후우···”
그는 처음 보는 한이 두려운 건지, 연신 한숨을 내쉬며 우물쭈물했다.
그러나 곧 조교가 개입해서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자 마침내 그가 움직였다.
영력을 실은 3단봉의 끝이 그림자를 갈랐다.
“그아아-”
그러자 그림자가 고통에 몸부림치듯 반응했다.
효과가 있었다.
그 모습에 아저씨는 신나서 공격을 퍼부었고, 그림자는 곧 소멸했다.
싱거운 결말.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엄청난 걸 해냈다는 듯 뿌듯한 표정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수연은 박수를 치며 그에게 다가섰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재정 씨.”
“뭘, 이 정도로.”
“그런데 뭔가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느껴지다니···음?”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본인의 손바닥을 펼쳤다.
그 위에는 한의 그림자를 구겨넣은 것 같은, 새까만 구슬이 떠 있었다.
“뭐요, 이게?”
“이건 한이 가지고 있던 업입니다.”
“업···?”
이수연이 몸을 돌려 교육생들을 향했다.
“이처럼 모든 마는 업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업을 받아들임으로써, 퇴마사들은 능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죠. 한번 받아들여 보시겠습니까?”
이수연이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의 손바닥 위에 있던 구슬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그리고,
“아하···”
내 눈에 보이는 남자의 레벨이 4에서 5로 올라갔다.
그러니까 업이라는 건 경험치인가 보다.
“잘하셨습니다. 지금 보신대로 마를 퇴치하여 업을 받아들이고,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 그것이 기본적으로 퇴마사가 걷게 되는 길입니다. 단,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론 교육이 시작되었다.
이수연은 능숙하게 말을 이었다.
“개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는 사람마다 다르며, 그 한계를 넘어서는 만큼 업을 쌓게 된다면 마에 속한 마인이 되죠. 다만 한계가 가까워지면 본인이 스스로 알게 될 테니, 너무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찜찜한 말이었다.
마인이라는 게 뭔가 했더니, 결국 어느 선을 넘게 된 퇴마사들이었나.
그 사이 조교들이 이수연의 뒤쪽에서 새로운 나무 상자를 꺼내왔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매듭지어진 끈.
그것도 목을 매달았던 것이었다.
또 뒤숭숭한 물건이 나와서는, 바닥에 떨어진다.
“그럼 실습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한 명이 성공하고 나니 교육생들은 공포에서 벗어났고,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다들 자신이 가진 무기를 뽐내며 그림자를 소멸시켰고.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권총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A반의 10명 중에 유일하게 원거리 무기를 고른 사람이었는데.
고무탄이라고는 해도 한참 멀리서 그림자에게 총격을 갈기는 모습이 무척이나 편해보였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군요.”
실습을 끝낸 이현석이 말했다.
너클을 선택한 그는 화염을 두른 주먹으로 그림자를 호쾌하게 후려쳤다.
복싱이라도 배웠던 건지 동작이 꽤 매서웠다.
그리고 마침내, 김다영의 차례가 돌아왔다.
“잘하고 오세요.”
“네, 네···”
내 응원에도 김다영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일어섰다.
저래서야 고생 좀 하겠구만.
하지만 내 일이 아니었기에 나는 가만히 그 뒤를 바라보았다.
“꺄악!”
그리고 그 후에는 예상대로였다.
지나치게 긴장한 김다영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림자를 베기는커녕 조교를 찌를 뻔 하지 않나.
허수아비는 가만히 서 있는데, 그 앞에서 칼을 휘두르는 김다영이 훨씬 더 위험해 보였다.
“쯧쯧···”
교육생 중 누군가가 혀를 찼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그림자를 벤 김다영은 힘없이 자리로 돌아왔다.
“우으으···”
“고생하셨네요.”
“처음이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나와 이현석이 위로의 말을 건네도 그녀는 고개를 푹 떨굴 뿐, 말이 없었다.
많이 풀이 죽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두려움 정도야, 이 직업을 선택한 이상 이수연의 말마따나 익숙해져야 하는 일.
“다음은···강진우 씨?”
그리고 내 차례가 찾아왔다.
나는 몽키 스패너를 들고 나섰다.
이수연은 새로운 박스를 열고, 피 묻은 식칼을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보다 문득 의문이 생긴 나는 이수연에게 물었다.
“이런 건 어디서 자꾸 나오는 건가요?”
“저희가 경찰이지 않습니까. 증거보관실만 가도 이런 건 쌓여있습니다.”
하긴, 그건 그렇겠구나.
금방 납득한 나는 스패너를 고쳐 잡았다.
시간 끌 것도 없으니, 빨리 끝내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일까.
식칼에서 새어 나오는 한의 상태가 어딘지 이상했다.
다른 그림자가 회색으로 보일 정도로, 이번 것의 어두움은 훨씬 더 짙었다.
“키이이이···”
작지만 섬뜩한 울음 소리가 강당을 울렸다.
놈은 더 이상 그저 인영을 그리고 있던 그림자가 아니었다.
가슴에는 크게 찢겨져, 검은 피가 흐르는 상처가 보였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 얼굴 위로는 원한에 깃든 눈동자와 비통한 표정이 비췄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한 느낌이 드는 검은 유령.
“이거···왜 이럽니까?”
나는 옆에 선 이수연을 향해 물었다.
“설명드리겠습니다. 그 전에···이것의 레벨이 보이십니까?”
“9네요.”
지금까지의 그림자 중에서는 가장 높은 레벨이었다.
이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교육생들을 돌아보았다.
“이건 령이 되기 직전의 한입니다. 이처럼 령에 가까워질수록 외형이 구체적으로 변화하죠. 하지만 아직은 지성을 얻기 전으로 상대하기에 어렵지는 않은-”
이수연의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을 위해 일부러 이런 걸 준비한 것 같았다.
그런데 왜 하필 내 차례에 꺼낸 거야.
그렇게 불만을 중얼거리던 내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응?”
레벨 9짜리 한과 겹쳐서, 또 하나의 한이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한은 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레벨 표시 덕분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Lv.1이라는 글자가 그 위에 나타나 있었으니까.
“이런 한을 상대하실 때의 주의점은-”
그러나 그 누구도 새로 생겨난 한에 반응하지 않았다.
조교들은 물론 이수연도 강의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혹시 별 거 아닌가?
하긴, 그래 봐야 레벨 1이다.
레벨 9 옆에 서 있어봐야 같이 썰려 나갈 뿐.
위협이 될 건 없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그렇게 생각한 찰나였다.
레벨 9짜리 한이, 이제 막 생겨난 레벨 1짜리 한의 그림자를 집어삼켰다.
“어···!”
“강진우 씨?”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강의에 열중하던 이수연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돌아본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순간 한의 레벨이 9에서 10이 됐다.
10년 넘게 구른 용사인 내 직감에, 뭔가 조졌다는 확신이 스쳤다.
그리고,
“끼아아아아아아!”
고막을 찢을 듯한, 끔찍한 괴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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