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70
70.
화살표를 따라간 지 약 1시간.
계속 앞을 가리키던 화살표가 서서히 옆으로 꺾였다.
이제 슬슬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뜻.
“근데 여기는···”
주변은 허름한 주택과 빌라가 모여 있는 주거 지역이었다.
납치 현장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성민이 보여준 자료에 의하면 추적 중이던 범행 차량의 행방이 묘연해진 지역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화살표는 큰 도로가 아닌 좁은 골목길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CCTV를 피해서 움직였다더니 저런 길로 이동한 건가.
“······”
저 안쪽에 범인이 있을지.
아니면 그로 향하는 단서가 있을지는 나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일단 차를 근처에 주차해 놓고, 목적지까지는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납치범이 경찰을 발견하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옷도 평상복에, 타고 온 차 역시 잠복에 쓰이는 일반 차량이었다.
전부 범인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였다.
나는 계속해서 화살표를 따라 골목길을 걸어갔다.
“흠···”
그러자 도달한 곳은 대로에서 두 블록 정도 더 들어간 곳이었다.
양쪽으로 3층짜리 빌라가 마주 보고 있는 좁은 길.
설마···여기 있는 빌라에 범인이 있다는 건가?
그런 생각도 잠시.
곧 강조 표시가 된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뭐야, 저거.”
그게 좀 이상했다.
빌라 사이에 걸친 전깃줄에 앉은 그것은 사람도, 물건도 아닌 살아있는 새였다.
저 새가 범인은 아닐 테고.
그럼 저게 단서라는 건가?
나는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그 새를 바라보았다.
몸집은 비둘기보다 약간 더 크고 온몸이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는 새.
까마귀였다.
이제 보니, 그 머리 위에는 레벨 표시도 보인다.
5 레벨.
일반적인 동물은 레벨 표시 자체가 없으니, 저건 평범한 까마귀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저게 단서라고 쳐도, 어떻게 하라는 거지?
죽이면 되나?
하지만 대낮에 이런 곳에서 칼을 꺼내 불을 내뿜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내가 날아가서 잡을 수도 없는데.
그렇게 잠깐 방법을 생각하던 나는, 의외의 부분에서 해답을 떠올렸다.
“이걸 이렇게 쓸 줄은 몰랐는데···”
나는 주작의 분령을 몸에 강령시켰다.
그러자 사방신 중 하나의 격이 내 몸에 깃들었다.
화염과 남방을 지배하는 주작의 전승.
하지만 그중에서 내가 이용하고자 하는 것은 주작의 고유 스킬 중 하나인 ‘날개 달린 것들의 왕’이었다.
이세계에서도 왕, 즉 로드에 해당하는 놈들은 항상 자신의 종족을 통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게 로드가 지배해야 할 동족이라면 반항은커녕 명령에 의문조차 품지 못하게 하는, 왕의 격이라고 불렸던 능력.
그리고 주작 역시 모든 날짐승들의 왕이라는 전승을 가진 존재다.
그러니 스킬에는 없더라도 분명 새를 통솔한다던가 하는 식의, 그와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음···?”
근데 그게 효과가 있는 건지.
조금 전까지 내 존재도 모르고 있던 까마귀는, 내가 주작을 강령시키자 고개를 내려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주목을 끄는 것까지는 성공한 것이었다.
그럼 이 다음은···
잠시 생각하던 나는 일단 목소리를 내봤다.
“이리 내려와 봐.”
말하면서도 저 새대가리에게 내 말이 통할 거라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딱히 다른 방법이 없어 시도해 본 거지.
앵무새도 아니고, 저놈이 내 명령을 어떻게 알아듣는다는 건가.
그런데 놀랍게도 내 말이 끝나자마자 까마귀가 움직였다.
까마귀는 두 날개를 펼쳐 천천히 내 앞으로 내려왔고, 이내 땅에 앉았다.
그것도 모자라 까마귀는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마치 절을 하는 것처럼.
“오···”
이게 통하네.
솔직히 놀라웠다.
까마귀가 머리가 좋다는 소리는 들었었는데, 이렇게 예의를 차릴 정도인가?
“야. 내 말 알아들으면 고개 들고 대답해 봐.”
그래서 나는 까마귀를 한 번 더 시험했다.
그러자 놈은 곧바로 고개를 들고, 까악-하고 울었다.
“···너무 똑똑한데.”
나는 까마귀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새가 아니라 사람이잖아.
그러자 그제야, 까마귀의 날개 부분에 얼룩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뭐가 묻은 건가?”
언뜻 보면 페인트 자국 같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건 꽃이었다.
손톱보다 작은 꽃 세 송이가 양 날개와 등에 하나씩 나 있었다.
각각 붉은색, 노란색, 그리고 분홍색인 꽃.
까마귀가 날거나 털어봐도 안 떨어지는 걸 봐서는 아예 까마귀의 몸에 뿌리가 박혀 있는 듯 보였다.
“설마···”
그걸 보고 나서 확신했다.
이건 그냥 동물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폰을 꺼내 서인나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꽃 달린 까마귀가 뭔지, 나는 들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서인나 팀장은 퇴마 분야에 상당히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있었고.
이 까마귀가 정말 마에 관련된 무언가라면 이에 대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어, 강 경감. 무슨 일 있어?”
다행히 서인나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서인나의 목소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삼색의 꽃이 달린 까마귀? 그럼 마고 까마귀를 찾았다는 거야?”
역시 팀장님께서는 아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게 뭡니까? 마고 까마귀요?”
“마고 할미가 키운다는 까마귀라서, 마고 까마귀라고 불러.”
마고 할미라면 토속 신앙의 여신 중 하나였다.
그 말은···
“그럼 이거 괴이에요?”
“괴이는 아니야. 말하자면 영물이지. 마와 관련이 있긴 해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거든. 강 경감, 바리공주 이야기는 알지?”
이어서 서인나는 마고 까마귀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바리공주는 자신의 부모를 살리기 위해 저승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그런 바리공주에게 마고할미는 몇 가지 임무를 줬고.
얼마 후 그 임무를 모두 완수한 바리공주에게 마고할미는 약속대로 저승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런 바리공주를 인도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 마고할미의 까마귀와 까치.
그중에서도 까마귀는 저승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삼색의 꽃가지를 물고 있었다고 한다.
“···그게 마고 까마귀의 전승이야.”
이야기는 대충 이해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왜 이게 사건의 단서가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영물을 찾은 것까지는 좋은데, 뭐가 더 있는 건가?
“그럼 이게 납치 사건이랑 관련이 있을까요?”
“있어. 생자를 저승으로 인도했다는 전승 때문에, 마고 까마귀는 자신이 본 사람의 죽음이 가까울 경우. 그 죽음을 예지하거든.”
“죽음을요?”
“그래. 그러니까, 만약 강 경감이 찾은 그 마고 까마귀가 납치당한 소녀를 봤다면, 소녀가 죽을 장소를 예지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이 까마귀를 단서랍시고 던져준 건가.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납치당한 아이의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말이었으니까.
“마고 까마귀에서 그걸 알아내는 방법은 고수레야. 마고 까마귀에게 원하는 음식을 주고, 소녀의 이름을 말하면 돼.”
서인나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덧붙였다.
통화는 거기까지였다.
원하는 음식이라.
어려운 요구는 아니니 다행인가.
한편 마고 까마귀는 통화가 끝날 때까지도 가만히 내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기특한 놈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 뭘 먹고 싶냐?”
***
“젠장···!”
아직 한낮이었지만,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햇빛이 완전히 차단된 어두운 방 안에서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의 충혈된 눈동자는 방안의 유일한 광원인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최근,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아동 납치 사건의 녹화 영상이 다시 한번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 속 놀이터에 나타난 남자가 소녀를 낚아챈 순간, 몇몇 패널들이 비명을 질렀다.
“젠장, 젠장, 젠장!”
그 새된 비명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남자는 그것을 보며 경련하듯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무리 욕을 해봐도 그의 불안한 마음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그는 자신의 손톱을 씹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의 인생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어려서부터 가정은 불우했고, 그걸 핑계로 학생 때부터 이런저런 범죄에도 손을 댔다.
그러다 결국 감옥에도 들어갔지만, 최근에는 그나마 배달 기사 일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인생을 다시 한번 뒤흔든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도박이었다.
평범하게 일을 해서 먹고사는 생활에 그는 금방 염증을 느꼈고.
이를 표출하기 위해 도박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은 쉬웠지만, 금세 그는 도박에 빠졌고 그 결과 결국 막대한 빚을 지게 된 것이었다.
“빌어먹을···”
그런 그가 유괴를 떠올린 것은 분명 순간의 충동이었다.
그날도 그는 막대한 빚에 목을 졸리는 듯한 기분으로 평소처럼 음식을 배달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그가 배송해야 할 곳은 어느 고급 아파트였다.
비참했던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도, 단 1초도 머물러 보지 못했던 그런 아파트.
그는 초인종을 누르고, 단단한 철제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잠시 후 그 문이 열렸고.
배달 음식을 받는 그 잠깐 사이, 그는 열린 문틈으로 그 내부를 보았다.
왜인지 그 순간, 그의 눈에는 그 안이 천국처럼 보였다.
그가 처한 현실과는 달리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어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내 문은 닫혔고 그는 다시 차가운 현실로 내던져졌다.
그 닫힌 문을 바라보자 그는 괜히 분노가 솟았다.
자신은 평생토록 가져보지 못한 것을, 왜 저들은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갖고 있는 건지.
특히 그 분노는 아파트를 내려와 놀이터에서 노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보니 더욱 심해졌다.
그저 화가 났다.
저들은 부모를 잘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자신과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갈 테니까.
이곳에 배달 기사로 올 수밖에 없는 자신과는 달리, 저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 천국의 주인이 될 테니까.
그래서 그는 아이들을 증오하기 시작했고, 그 증오가 현실의 문제와 맞물리며 유괴라는 범행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그는 그날부터 계획을 세웠다.
배달 기사라는 특성을 이용해 아파트 단지를 들락거리며 현장을 조사했다.
또 없는 돈으로 장물아비에게 도난 차량까지 뜯어냈고.
납치 후의 도주로와 임시 은신처까지 물색했다.
아마도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치밀하고 열심을 들였던 작업.
그러니 이건 분명 성공할 거라고, 그는 아이를 납치하는 그 순간까지도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 같은 새끼···!”
그건 그가 그렇게나 증오하던, 한 아이의 손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조용히 돈만 받고 끝낼 생각이었다.
돈이 그렇게나 많은 놈들이니 그 돈을 뜯어내는 데도 얼마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었다.
그가 채 아이의 부모에게 연락하기도 전에, 그의 범행은 이미 매스컴을 타고 있었다.
머뭇거리며 하루가 지나자 이제는 모든 뉴스에서 그의 모습이 찍힌 영상이 흘러나왔고, 수백 명의 경찰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이제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 수도 없었다.
그도 바보는 아니었다.
이제 돈을 받아낼 방법은 없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시선이 방구석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 있는 작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이 은신처에 틀어박힌 지 벌써 3일째.
하지만 그동안 남자는 한숨도 잠자지 못했다.
잘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저 문을 박차고, 경찰이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크···!”
그 압박감에 가슴이 막힌 것처럼 갑갑했다.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이대로는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활로가 없다. 이대로는 시간만 끌릴 뿐이었다.
영영 이곳에 있을 수도 없었다.
이제 준비한 식량도, 아이를 재울 수면제도 다 떨어졌다. 이제는 밖으로 나가야 했다.
하지만 도저히···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의 눈은 깊게 가라앉았다.
마치 시체의 눈동자처럼 텅 비어 있던 눈동자.
그러다 문득.
그 안에 살의가 번뜩였다.
“······”
그의 시선이 아이를 향했다.
그리고 그 시선은 계속 나아가다가.
도주가 길어질 것을 염려해서 준비해둔 휘발유 통으로 향했다.
“그래, 어차피 죽을 거···”
혼자 죽지는 않으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붉은 기름통을 향해 손을 뻗었다.
***
“까-악”
나는 하늘을 나는 마고 까마귀의 뒤를 따라 차로 이동하고 있었다.
까마귀가 원하는 음식은 다름 아닌 새우 과자였다.
조금 전, 뭘 먹고 싶냐는 내 질문에 까마귀는 아무렇지 않게 근처의 편의점으로 날아갔고.
나는 하는 수 없이 어깨 위에 까마귀를 얹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없으니, 놈이 원하는 걸 직접 고르게 한 것이었다.
덕분에 시간은 많이 아낀 것 같다만, 편의점 직원의 놀란 시선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나마 경찰 제복을 입고 있지 않아 다행인가.
그게 아니라면 드루이드 경찰이라고 소문이 났을 테니.
“······”
어쨌든 그렇게 사 온 새우 과자, 그것도 대용량으로 산 과자는 아직 내 차 안에 있었다.
까마귀가 말은 알아들어도 할 줄은 모르니, 일단 날아서 길 안내를 해주고.
과자는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지불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까마귀가 길을 안내한 게 벌써 두 시간 째.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했을 때쯤에야 까마귀는 비행을 멈추고 전봇대 위에 앉았다.
“이 근처야?”
“까-악”
바로 목적지로 가지 말고, 내가 걸어갈 만한 거리에 도착했을 때 한번 멈춰라.
내가 주문한 그대로였다.
그래서 나는 새우 과자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꽤 멀리도 왔네.”
나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근방은 소형 공장과 창고가 몰려 있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시끄러운 소음은 많지만, 은근히 오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 곳에 숨어들 생각을 하다니.
“그럼 계속 가 봐.”
내 말에 까마귀는 다시 날아올랐다.
그리고 정말로 5분 정도 걸어가자, 까마귀는 한 건물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건 낡은 1층짜리 창고였다.
이 허름한 공장 지대에서도 끄트머리에 있어, 그 뒤로는 야산밖에 없었다.
뭔가를 숨기기에는 알맞은 곳 같긴 한데.
“저거···!”
나는 창고 옆에 세워진 차를 보며 말했다.
차 전체가 비닐로 덮여 있어 차량 번호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범행 영상에 찍힌 차량과 같은 종류, 같은 색깔의 차였다.
“···잘 찾아온 거 같긴 한데.”
내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려던 그때.
“까-악”
바로 옆에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마고 까마귀가 내 옆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래, 수고했다.”
줄 건 줘야지.
나는 새우 과자를 뜯어, 까마귀에게 건넸다.
대용량 과자라서 그런지 입구에는 지퍼백도 달려 있었다.
똑똑해 보이는 놈이니, 비닐만 뜯어주면 저 정도는 알아서 열어 먹을 것이다.
“까-악”
그러자 마고 까마귀는 고맙다는 듯,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울음소리를 내고는 새우 과자를 두 발로 움켜쥐고 하늘로 날아갔다.
무거워 보이는데, 잘도 나는구만.
나는 그렇게 까마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스마트폰을 꺼냈다.
내가 직접 범인을 제압하는 것보다는, 다른 경찰을 불러오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팀장···아니, 분석팀이 낫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분석팀의 이성민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하지만 내가 통화를 시도하기 직전.
“음···?”
어디선가, 탄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불이 난 건가?
설마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쳤다.
곧바로 창고 쪽을 돌아보니 역시나.
거기서는 이제 막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새끼가-”
나는 얼굴도 모르는 범인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놈이 불을 지른 것이었다.
언뜻 보이는 붉은 불길에 나는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창고 쪽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