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72
72.
납치 사건을 해결한 다음 날.
나는 또다시 경찰청에 와있었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수사본부에 할 보고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된 겁니다.”
그래서 나는 아침부터 납치 사건의 수사본부를 총괄하고 있던 유인훈 경무관에게 수사 내용을 설명했다.
납치 현장 주변을 조사하던 나는 능력을 활용해 영물인 마고 까마귀를 찾았고.
그 마고 까마귀를 통해 피해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는 식이었다.
마고 까마귀를 찾았다는 것을 운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것만 빼면, 대충 앞뒤가 맞는 이야기였다.
“그렇군. 오전부터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사건 해결 정황에 대해 청장님께서 빨리 보고하라고 독촉을 하셔서.”
“아닙니다.”
유인훈의 말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제, 내가 소녀를 구하고 그 사실을 알린 이후.
부리나케 달려온 수사본부의 경찰들에 의해 사건의 뒷수습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들은 화재가 일어난 사건 현장의 수습이나 피해자와 범인의 이송 등.
꽤 번거로운 일들을 밤늦게까지 처리했다고 들었다.
그런 그들의 수고를 알고 있으니, 뭐라 탓할 수도 없었다.
“그럼 폭발은 정확히 어떻게 일어난 거지?”
“그게…”
나는 미리 생각해놨던 시나리오를 그대로 읊었다.
범인이 피해자와 동반 자살을 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
거기에 내가 난입했고, 범인과의 교전 후 피해자를 확보했다.
그리고 내가 피해자를 밖으로 데려가는 사이, 뒤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식이었다.
현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지만 어차피 제대로 된 목격자는 나밖에 없었다.
범인은 폭발과 함께 시력을 잃었고, 소녀는 너무 어린 데다 폭발 후에나 눈을 떴다.
그래서인지 내 말을 들은 유인훈에게도 의심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천만다행이네.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했어.”
“예. 운이 좋았습니다.”
담담히 그렇게만 말했다.
그가 컴퓨터로 내 증언을 입력하는 사이 나는 입을 열었다.
“그보다 피해자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아, 그쪽은 걱정할 거 없을 거야.”
다행히 피해자였던 소녀는 건강에 별 이상이 없다는 모양이었다.
반면 범인은 심한 화상을 입은 탓에 한동안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역시 너무 태웠나.
나는 남자가 폭발에 휩쓸렸던 순간을 상기했다.
나름대로 화력을 조절해서 눈과 손발 정도만 적당히 태울 생각이었는데, 그게 은근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뭐, 어차피 죽지는 않았으니 별 상관은 없겠지.
“좋아, 이쯤이면 됐어. 수고했다.”
그렇게 말하며 유인훈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돌아가도 된다는 뜻.
이에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갑자기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서 막 한 중년의 남자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를 본 유인훈의 눈이 번쩍 뜨였다.
“청장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청장이라고?
유인훈의 말에 나는 중년의 얼굴을 살폈다.
비록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분명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그야 저건 김준성 경찰청장.
경찰이라는 조직의 정점에 선 인물이었으니까.
“어쩐 일은. 마무리는 잘 되고 있나 해서 내려와 봤지.”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수사본부를 쓱 훑어보았다.
그러자 몇몇 경찰들이 움찔거리며 그의 시선에 주눅 들었다.
나는 그사이 김준성의 레벨을 확인했다.
97레벨.
인천경찰청장인 최덕철은 물론이고.
비록 큰 차이는 없지만, LB 아카데미의 이사장보다도 높은 레벨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바라보던 김준성의 시선이 나에게 박혔다.
그 눈빛을 보고 나는 직감했다.
김준성은 아마도 날 찾아온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곧바로 그에게 인사부터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청장님. 강진우 경감이라고 합니다.”
“음? 허, 재미있는 친구군.”
그러자 김준성은 내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옆에 있던 유인훈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김준성은 그런 유인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강 경감에 대한 보고는 끝났나?”
“사정 청취는 끝났습니다. 이제 보고서로 작성해서 바로-”
“일단 청취 내용 정리한 것만이라도 나에게 보내주게. 지금 당장.”
“아,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강 경감은 잠깐 나 좀 보지.”
김준성은 그대로 나를 경찰청장실로 데려갔다.
순식간에 그와 독대하게 된 나는 청장실의 테이블 위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김준성은 청장실 안에 있던 냉장고에서 캔커피 하나를 꺼내왔다.
“커피면 되겠나?”
“예, 감사합니다.”
나는 그가 내민 커피를 받아들었다.
김준성은 나와 마주 앉는 자리에 앉아 자신은 또 다른 캔을 깠다.
그는 그걸 한 모금 마시고는, 부드럽게 웃었다.
“너무 긴장하지는 말게. 그냥 한번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부른 것뿐이니까.”
그야 그렇겠지.
어제 사건을 해결한 이후, 이런 일도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아무래도 사건 자체가 워낙 영향력이 큰 사건이었으니.
오죽하면 어제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와서 뉴스를 보니, 벌써 그 소식이 매스컴을 타고 있을 정도였다.
“자네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네. 덕철이…그러니까, 인천경찰청장과도 인연이 있다지?”
그새 그 아저씨에게 내 말을 들은 건지, 김준성은 그렇게 말했다.
“예. 연수원에 있을 때, 뵌 적이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 들었네.”
그때, 청장실 안에 있던 팩스에서 문서가 출력되었다.
그건 아무래도 유인훈이 조금 전 만든, 나의 사건 청취 내용인 듯 보였다.
김준성은 그걸 쭉 읽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마고 까마귀라, 이건 나도 본 적 없는 영물인데. 어떻게 찾은 건가?”
“납치 현장에서부터 도주로로 예상되는 지역을 조사하다 발견했습니다.”
“이미 형사들이 샅샅이 훑고 간 지역이었을 텐데, 왜 그렇게 판단했지?”
“그야 제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 사람이 보는 건 차이가 있으니까요.”
내 말에 김준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거기에 마고 까마귀가 있을 거라는 걸 예상했었나?”
“아닙니다. 그 부분은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라…”
그는 문서를 내려놓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사실 자네가 지금까지 해결했던 사건들을 아까 대충 훑어봤네. 임용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숫자가 상당하더군.”
“……”
“숫자만이 아니지. 꽤 수사가 난해한 사건이나, 전투가 쉽지 않은 사건도 많았어. 그건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도 다 운인가?”
“그건…”
꽤 예리한 질문이었기에 나는 말을 망설였다.
하지만 그건 나를 신문하려는 건 아니었는지, 곧바로 김준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건 실력이지, 운이 아니야. 나도 자네 때는 그렇게는 일 못 했네. 그래서 말인데,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어떻게…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지금 있는 자리가 자네에게 너무 작다는 생각은 안 드느냐, 이 말이지.”
그 말이 품은 뜻은 명확했다.
경찰청장이 나에게 승진을 제안한 것이었다.
승진이라.
나쁘지는 않지.
아마 임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라면 곧바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경감에서 승진해봐야 경정.
그리고 그 경정의 근무 실태를, 나는 몇 개월 동안 서인나라는 인물을 통해 그 옆에서 지켜봤다.
워라밸의 워 자도 존재하지 않는 그 지옥은 웬만한 각오 없이 쉽게 발을 디딜 곳이 아니었다.
물론 언젠간 올라가기는 해야겠지.
다만 지금은 아니었다.
남은 20대의 시간 중 90%를 업무에만 쏟아붓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이번 일로 확실히 깨달았다.
어차피 나 정도 되면, 승진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
그러니 급하게 생각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어째서지?”
“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나는 적당한 이유를 생각해냈다.
물론 곧바로 그 뒤에 그럴듯한 예시도 덧붙였다.
“어제 사건만 해도, 저는 그 영물을 발견하고도 처음에는 마고 까마귀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죽일까 하는 생각도 했죠.”
“죽여? 마고 까마귀를?”
“영력이 느껴지길래 괴이인 줄 알았거든요.”
괴이라는 말에 김준성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는 그게 마고 까마귀라고 불리는지도 서인나 팀장님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게 다 경험이 부족하고, 지식이 부족하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내 말에 김준성의 시선은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실망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눈동자에는 조금 더 진지한 기색이 담겼다.
“강 경감, 자네는 말이지. 내가 보기에 천재야. 천재가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는 없네. 하지만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
천재라.
그야 그냥 보면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긴 했지만…상당히 부담스러운 단어 선정이었다.
그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천재는 오만하네.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잘 몰라. 자신에게 떨어지는 과제는 곧잘 해결하고, 주변에서도 그저 칭찬하기에만 바쁘니까. 게다가 그런 놈들은 오히려 경험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네. 자신이 가진 재능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앞서는 걸 몇 번이나 체감하거든.”
“……”
“그래서 나는 자네를 원석이라 생각했네. 그런 고쳐야 할 부분을 직접 깎아내서 진짜 보석으로 만들까 했어. 그런데 이제 보니 그것조차 내 착각이었군. 자네는…내가 가르칠 것도 없겠어.”
그리고 김준성은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의 책상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그 안에는…검은색의 외투가 곱게 접혀 있었다.
붉은빛이 새어 나오는 에픽 등급의 아이템.
전체적으로는 경찰 제복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목에는 북슬북슬한 털이 달려 있었다.
“최덕철한테는 칼을 받았다지?”
“예.”
“그럼 난 갑옷을 주고 싶어서. 가르칠 게 없으니, 선물이라도 줘야 하지 않겠나?”
그는 그 상자를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김준성에게 감사를 표하며 바로 그걸 받아 챙겼다.
에픽 아이템
방어력 70
체력 +20
힘 +10
특성 [산을 호령하는 도깨비 두령] 획득
– 상처 재생 효과 부여
– 온도 유지 효과 부여
– 방어력 +20
– 태산의 지배자 스킬 획득
‘산’ 필드에서 모든 능력치 소폭 증가, 시야 +3, 이동속도 증가, 지치지 않음. 모든 산짐승에게 위압 발동.
“……”
침묵 속에서 잠시 나는 그 아이템 설명을 읽었다.
나에게 갑옷에 해당하는 신기는 아직 없었다.
비록 파격적인 효과는 없었지만, 편의성에 집중된 효과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특히 온도 유지 효과.
대충 보니 덥지도, 춥지도 않게 만든다는 것 같은데.
야외로 나갈 일이 많은 경찰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효과였다.
그리고 태산의 지배자 스킬 역시 좋았지만, 동시에 불길한 기분도 들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산에 가야 하길래 이런 스킬까지 준 걸까.
“그리고 이번 사건은 자네 이름으로 해결을 공표할 거야. 괜찮겠지?”
내가 아이템을 살피는 사이, 김준성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되는 겁니까?”
“왜? 퇴마 경찰이라서? 일반 사건 해결로 알려지는 건 상관없네. 퇴마 경찰이라도 일단은 경찰이 아닌가. 물론 사건 해결 방식은 홍보 담당관이 일러주는 대로 말해야겠지. 내가 말해놓을 테니, 그쪽에도 들르고.”
순식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홍보 담당관이 어디에 있는 누구인데.
물론 그걸 경찰청장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그럼 나가보게. 경험이 필요하다는 자네의 뜻은 존중하지.”
김준성과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부담스러운 자리였지만, 결국 뭐라도 하나 챙기긴 했으니 불만은 없었다.
나는 곧바로 홍보 담당관을 찾아, 경찰청을 돌아다녔다.
* * *
그리고 3개월 후.
완연한 겨울이 된 날씨 속에서 나는 서울의 어느 카페에 와 있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러게요! 아, 진우 씨는 중간에 한 번 만나긴 했는데. 그래도 오랜만이네요.”
그렇게 말한 것은 연수원 동기인 이현석과 김다영이었다.
연수원 수료 이후, 채팅으로만 연락을 주고받던 우리는 겨우 짬을 내서 직접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한번 만나자고 계속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그걸 계속 미룬 것은 나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지난 3개월 동안, 무척이나 바빴거든.
“그런데 진우 씨는 그새 살이 빠진 것 같네요? TV에서 봤을 때는 꽤 건강해 보이셨는데.”
그야 그렇겠지.
김다영이 TV 이야기를 한 것은 납치 사건을 해결한 직후에 있던 일이었다.
납치 사건 해결의 주인공으로 매스컴과 인터뷰도 몇 번 했었고, 그게 TV 방송에까지 나갔던 것.
그래서 가끔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생길 정도였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예. 최근에 일이 너무 많아서요. 죽을 뻔했어요.”
경험이 필요하다는 내 뜻을 존중한다던 경찰청장.
그때는 그 말뜻이 설마 경험을 쌓을 수 있게 사건을 몰아준다는 뜻이었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 때문에 온갖 퇴마 사건은 물론, 일반 사건들까지.
나는 지난 3개월 동안 끝없이 쏟아지는 일거리를 감당해 내야 했고.
내가 속한 지원 2팀 역시 영문도 모른 채 나와 함께 그 엄청난 숫자의 일거리들을 소화해 나가야 했다.
그 기세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은 최근의 일.
그래서 겨우 나는 미루고 있던 이 연수원 동기들과의 모임에 나올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하하, 차서현 선배님도 최근에 강진우 씨를 못 본 거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고서야 생각났다.
법당의 전승인 팔부신중의 아수라도 빨리 전수 받아야 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3개월이면 시간을 끌만큼 끌었으니…다음 주쯤 찾아가면 되겠지.
“법당에는 곧 찾아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다른 사람들의 레벨을 살폈다.
우리 중 가장 성장이 빠른 것은 김다영이었다.
연수원부터 재능의 싹이 보인 그녀는 3개월 사이에 레벨이 더 높아져, 4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현석은 30대 중반으로 나와 비슷했다.
다만, 의외였던 것은 조용히 있던 모니카.
그녀의 레벨은 30대 후반으로 나나 이현석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연수원에 있을 때만 해도 김다영보다 높았던 모니카였는데.
그건 그녀의 성장이 정체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일까.
“……”
그녀는 이 모임에 나와서도 말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김다영이 고민이 있냐고 물어봐도 고개를 저을 뿐.
결국 모니카는 모임이 끝날 때까지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그렇게 몇 시간 후.
우리는 모임을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 할 이야기, 있어.”
집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모니카가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퀘스트 아이콘이 번쩍였다.
모니카와 관련된 두 번째 캐릭터 퀘스트가 이제 막 생겨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