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73
73.
“…할 이야기라고?”
나는 퀘스트에서 잠시 눈을 떼고 모니카를 바라보았다.
퀘스트의 내용도 궁금했지만, 왜인지 모니카의 표정이 상당히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농담도 잘 안 통하는 성격이긴 하다만.
오늘 내내 말이 없던 것도 그렇고, 뭔가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응.”
“그럼…”
거리에 서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들어갈 만한 가게라도 있으면 아무 데나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니카는 손끝으로 내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내 차에서, 이야기해. 따라와.”
그렇게 말하며 모니카는 한 건물 지하의 주차장으로 나를 데려갔다.
차가 있는 건가.
참고로 아직 나는 내 소유의 차량이 없다.
사려면 살 수는 있었지만, 그다지 필요가 없다고 해야 하나.
그야 평일에는 경찰차를 타고 다녔고, 주말에도 업무와 관련이 있다면 경찰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항상 업무와 관련이 있었기에.
나는 내 자가용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새삼스럽지만 왜인지 굉장히 슬픈 이유였다.
“…여기야.”
주차장 구석에 주차된 검은 승용차를 가리키며 모니카가 말했다.
삑-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그녀는 운전석에 타고, 나는 그 옆자리에 탔다.
“집, 어디야?”
“태워주게?”
“응.”
나는 대답 대신 네비게이션에 집 주소를 찍었다.
그러자 모니카와 나를 태운 차량은 부드럽게 주차장을 벗어났다.
운전 경험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안정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모니카의 차는 해가 지고, 가로등과 네온사인이 빛나는 도로 위를 달려 나갔다.
“…할 말이 뭔데?”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 대답이 돌아온 것은 몇 초는 더 지나서였다.
“전에, 내 창. 사용했었지?”
“뭐…그랬지.”
“그때. 어떻게 한 거야?”
꽤 해묵은 질문이었다.
아마 연수원에 있을 때도 똑같은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었을 텐데?
“용사라서 했다니까? 말했잖아.”
모니카는 내 말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다가 한참 있다, 다시 말을 이었다.
“가르쳐 줄 수 있어?”
모니카와 같은 교회 소속의 퇴마사들은 자신의 성물에게 인정을 받아, 성물이 가진 능력을 하나씩 해금해야 하고.
그것이 곧 퇴마사 본인의 성장과 이어진다.
그런데 그 성물의 해금 방법을 나에게 묻는 건가.
모니카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모니카의 창을 제한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던 건 그냥 스킬의 영향일 뿐.
가르쳐 주고 싶다고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
“그건 힘든데.”
“어떻게든…안 돼?”
모니카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지만, 그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필사적이었다.
역시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또한 모니카가 성물 사용하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
그리고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은, 그녀의 레벨을 보면 그 문제가 뭔지는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굳이 아는 척할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부정의 답만을 입에 담았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내 말에 아무런 반응 없이 모니카는 도로만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차는 어느새 한강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반짝이는 야경이 강물 위를 장식했다.
그러다 문득 모니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한국에 온 이유. 알아?”
“아니? 네가 이야기해 준 적 있던가?”
“…없어.”
“그럼 알 리가 있나.”
내 말에 모니카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온 그녀는 말을 이었다.
“나는, 마인을 죽이기 위해 이곳에 왔어.”
“마인?”
“응. 나의 원수, 이 나라에 숨어 있어.”
“복수를 하러 왔다는 말이야?”
모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도, 가족이 있었어. 그런데 그 마인이 모두 죽였어.”
모니카는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일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그녀는 10년 전, 이탈리아에서 벌어졌던 테러 사건의 희생자였다.
어떤 마인에 의해 쇼핑몰 하나가 완전히 붕괴하여, 거기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이 죽임당했던 사건.
당시에 모니카는 가족들과 그 쇼핑몰에 있었다.
“그냥 평범한 날이었는데.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어.”
모니카는 무덤덤하게 그날의 일을 회상했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터져 나온 강렬한 폭발에 의해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그 잔해에 깔린 그녀의 부모는 모니카의 눈앞에서 즉사했다.
모니카는 자신의 남동생과 함께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무너져 내린 건물 내부에 고립되었다고 한다.
“그 어둠 속에서, 3일을 버텼어. 그런데 동생이…상태가 안 좋아졌어.”
3일이 지나자 그녀의 어린 동생이 이상 반응을 보였다.
탈수나, 탈진에 의한 현상이었다.
그래서 모니카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
한편 건물이 무너져 내린 후부터 위쪽에서는 계속 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걸 구조대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조금이라도 동생을 빨리 내보내기 위해 잔해를 파헤치며 위로 향하는 구멍을 만들려고 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 줄도 모르고.
“그러다 커다란 돌을 빼냈는데, 위쪽이 크게 무너졌어. 빛이 보였지. 살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옆에 있던 동생이 보이지 않았어.”
그녀가 무너뜨린 위쪽의 잔해가 무너지면서 그녀의 동생을 덮친 것이었다.
그녀의 남동생은 그대로 사망했고, 그로 인해 모니카는 개안.
그 이후에는 고아원을 전전하다, 교회에 의해 거두어져 지금에 이른 것이었다.
“…유감이네.”
그것 말고는 할 말이 없을,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모니카는 왜 나에게 한 것일까.
“…도착했어.”
어느새 차는 내 집 근처까지 와 있었다.
딱 네비게이션으로 찍었던 장소.
그래서 나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이런 걸 나에게 이야기한 거야?”
“나는…그 마인에게 꼭 복수하고 싶어.”
“그래서?”
“하지만 지금은 못 이겨. 나는 아직, 너무 약해.”
“그럼-”
“안 돼. 성장이 멈췄어.”
모니카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성장이 멈췄다니.
단순히 성장이 느려서 고민하는 게 아니었나.
“그게 무슨 뜻이냐?”
“더 이상, 나는 업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이 이상 가면…나는 마에 먹혀 마인이 될 거야.”
“……”
퇴마사는 각자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업에 한계가 있다.
그 한계에 도달하면 퇴마사 본인이 스스로 알게 된다고 하며, 이를 넘어서 업을 쌓았다가는 마에 먹힌 마인이 되어 버린다.
단순히 범죄자를 저지른 퇴마사가 아니라, 마에 미쳐 날뛰는 진짜 마인이 되는 것.
즉 모니카는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에, 너무나도 일찍 도달해 버린 셈이었다.
“그걸 나보고 도와달라는 거냐?”
모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세계에 그 한계를 뛰어넘은 퇴마사는 없었다.
그래서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게 아닌, 성물의 제한을 풀 수 있는 내 능력을 원한 건가.
“나한테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마지막 가능성이었어.”
“……”
모니카의 사정은 대충 알아들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철컥-하고 문의 잠금쇠가 풀렸다.
“이제 내려.”
모니카는 무심하게 말했다.
“뭐야, 대답은 안 들어도 돼?”
“그게 꼭 오늘일 필요는 없으니까.”
그녀는 얼마 안 있어 나를 만날 거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연수원 수료 후, 직접 얼굴을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인데도.
“그게 뭔 소리냐? 오늘도 겨우 만난 건데.”
“응? 못, 들었어? 내일 너. 우리 쪽으로 파견 온다고 했어.”
내가 교회로 파견을?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서인나 팀장이 알았을 거고, 그러면 나에게 미리 말을…
“…안 했겠구나.”
나는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지난 3개월간, 본인 집에서 잠을 잔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 서인나였다.
팀원들의 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챙기기에는 너무 정신이 없었겠지.
“그럼 곧 다시 만나겠네.”
“응. 대답은, 그때 해줘.”
모니카와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나는 그녀의 차에서 내렸고, 곧 그 차는 거리의 불빛에 섞여 사라졌다.
“……”
나는 집으로 걸어가며 말없이 퀘스트 창을 바라보았다.
대상 : 모니카
성향 : 질서, 선
– 캐릭터 스토리 2를 완료하세요.
보상 : +1~+3 랜덤 강화권
다른 것보다도 보상이 눈에 띄었다.
분명 첫 번째 퀘스트에서는 용사 스킬을 보상으로 줬었는데.
이제는 랜덤 강화권이라고?
“하, 이 새끼. 이거…”
퀘스트의 의도가 눈에 보인 나는 혀를 찼다.
나에게는 모니카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스킬이 있었다.
바로 영웅의 인도자.
없는 재능도 만들어서 글자도 모르던 시골 소녀를 대마법사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 그 스킬은, 분명 모니카가 가진 퇴마사의 한계치 자체를 높여줄 테니.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 퀘스트의 내용이었다.
퀘스트 보상이 낮아진 이유는 별 게 아니다.
첫 번째 캐릭터 퀘스트는 처음인 만큼 그 캐릭터, 즉 그 사람과 인연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는 굳이 이를 진행할 필요가 없고.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는 굳이 과도한 보상을 내걸고 내가 캐릭터 퀘스트를 수행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캐릭터 퀘스트를 깨지 않아, 그것이 인맥의 상실로 이어지는 걸 내가 두고 보지 않을 거라는 걸 이놈이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보상이 별로라고 퀘스트를 방치할 경우, 모니카가 마음을 잘못 먹고 마인이 되어 버리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래도 너 퀘스트 안 깰 거임?
이 퀘스트를 내건 놈은 나에게 그렇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
“이걸 상술이라고 봐야 하나. 쯧, 더러운 새끼.”
나는 퀘스트를 보며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욕설을 내뱉었지만,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스산한 밤공기.
하늘에는 쨍한 보름달이 떠 있었다.
* * *
다음날.
파출소에 도착하자마자 서인나는 나를 불렀다.
그 용건에 대해서는 어제 이미 모니카에게 들었기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팀장의 자리로 걸어갔다.
“…왔니? 미안한데, 파견을 좀 가줘야겠어.”
서인나는 오늘도 아침부터 피곤한 얼굴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지는 팀장의 말을 경청했다.
“지난번에 메신저 놈들 아지트에 출동했던 거, 기억하지?”
“예. 부두술 썼던 놈들 말이죠?”
“그래, 조직범죄 수사팀 쪽에서 그때 놈들이 제물로 빼돌린 불여우를 계속 추적하고 있거든. 그러다 최근에 메신저로 흘러 들어갔던 자금을 조사했는데, 뭐가 걸렸어.”
서인나는 나에게 몇 장의 서류를 넘겼다.
거기에는 계좌 추적을 포함한, 복잡해 보이는 추적 절차와 함께 그 끝에 있던 한 마인의 신상이 적혀 있었다.
“…유다 지파요?”
“그래. 교회를 배신한 5 지파 중 하나야. 즉, 이단이지. 자금 추적 결과, 이단 소속의 벨리사라는 마인의 돈이 메신저에게로 흘러간 정황이 나온 거야.”
이단 소속의 마인이 메신저와 거래를 했었다는 말이었다.
원래 메신저는 밀수를 주업으로 삼았던 놈들이었으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닌가.
“하지만 이단에 대한 사건의 우선 수사권은 교회가 갖고 있지. 그래서 교회로 사건이 넘어갔지만, 대신 우리 쪽에서도 강 경감이 파견을 나가기로 한 거야. 이해되지?”
“예. 그럼…저 혼자 가나요?”
지난번 LB 아카데미 때처럼 지명해서 들어온 요청이 아닌 이상, 파견이라 해도 둘 이상의 팀원이 동원된다.
하지만 서인나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교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죄수들을 경계하는 편이야. 가려면 경위급 이상이 둘 가야 하는데, 쉽지 않지.”
“까다롭네요.”
“그래, 교회는 정식 기관 중에서도 특히 폐쇄적이니깐. 어쨌든 질문 있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건에 필요한 정보는 어차피 교회 쪽이 갖고 있을 터였다.
“좋아. 그럼 바로 가 봐. 위치는 서울 제7 교회. 차 타고 가면 금방이야.”
얼마 후.
나는 서울의 한 주택가에 있는 교회를 방문하고 있었다.
외관은 짙은 갈색의 벽돌로 만들어진, 서양식 건물이다.
주변에는 높은 담장이 있었고, 짧은 계단을 올라가면 교회의 입구가 있었다.
다만 그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정말 그냥 동네에 있는 성당이나 교회 같은 느낌.
아니, 아마도 평소에는 분명 그런 용도로 쓰이고 있는 곳이리라.
그리고 그런 교회의 정문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어제와는 달리 수녀복을 입고 있는 모니카였다.
“왔어? 들어와.”
그녀는 나를 보고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모니카의 뒤를 따라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역시나 서양식으로 꾸며진 교회의 내부에 눈에 들어왔다.
모니카는 커다란 예배당을 지나, 그 안쪽에 있는 작은 방으로 향했다.
문에 아무런 표시도 없는 방.
모니카는 그 문에 노크를 했고, 이내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또 다른 사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경찰에서 오신 분, 맞으시죠?”
그건 어떤 수녀였다.
나이는 30대 전후. 거기에 수녀복 때문인지 인상은 부드러운 여자였다.
교회 쪽의 사람인가?
그렇게 판단한 나는 곧장 내 신원을 밝혔다.
“아, 예. 강진우 경감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저는 이 교회를 책임지고 있는 아녜스 주교입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서양식 세례명 때문에 설마 했지만 역시 한국인인 듯 보였다.
그나저나 주교라.
신도 – 집사 – 주교 – 추기경 – 장로 – 지파장으로 이어지는 교회 내의 계급.
거기서 주교라면 현장에서 부딪히는 중간 간부에 해당했다.
참고로 모니카는 집사라고 했는데.
경찰로 예를 들자면 이 둘은 딱 나와 서인나의 위치에 있는 셈이었다.
“그럼 앉으시죠.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녜스는 우리를 방안으로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