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74
74.
“이게 이번에 저희가 쫓아야 하는 이단입니다.”
아녜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노트북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짙은 갈색의, 이 방의 가구들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노트북.
거기에는 한 여성의 사진을 띄워져 있었다.
이번 사건의 목표인 벨리사였다.
“이 자는 이단 중 유다 지파 소속입니다만…이단들의 지파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나요?”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교회의 적인 이단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었다.
교회는 품은 역사가 긴 만큼, 이단의 역사 역시 길었다.
그 시작은 무려 약 500년 전.
12지파 중 3개의 지파가 먼저 교회를 향해 배교를 선언했고, 이들이 최초의 세 이단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는 약 200년 간격으로 나머지 두 지파가 각각 교회를 배교하면서, 지금의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 것.
“유다 지파는 최초의 세 이단 중 하나입니다. 당시의 그들은 교회의 엑소시스트들이 구제를 위해서만 그 힘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훨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이용해 세상을 옳게 인도해야 한다고 믿었죠.”
“인도요?”
“타락한 이 세계를 교회가 지배해서, 신의 말씀대로 이끌어야 한다는 겁니다.”
퇴마의 힘을 이용해서 전 세계를 종교 국가로 만들 작정이라는 건가.
과연, 광신도나 할 법한 생각이긴 했다.
“꽤 과격한 사상이네요.”
“그런가요?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이단에 비해서는 온건한 편이랍니다.”
아녜스는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말했다.
하기야, 연수원에 있을 때 만났던 거짓선지자는 이사카르 지파 소속이라고 했던가.
그놈이 했던 말을 떠올려보면 더 정신 나간 이단이 있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그래서 유다 지파는 적극적으로 세상에 개입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의 힘을 이용해 돈과 권력을 쥐려고 하죠. 그래서 일반인을 이용해 방패막이로 세우는 경우도 많답니다.”
“까다로운 놈들이네요.”
“맞습니다. 그중에서도 벨리사는 금전의 공급과 연관된 자입니다. 메신저와 접촉한 이유도 밀수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니.
이단이네 뭐네 해도 결국 하는 짓은 보통의 마인 집단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럼 조사는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위치 파악은 이미 끝났습니다. 벨리사는 저희도 그 뒤를 추적하던 이단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 경찰 측에서 제공해주신 정보가 결정적으로 작용해서 벨리사의 은신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녜스는 이번에 노트북 위로 지도를 띄웠다.
거기에는 그녀가 말한 은신처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 장소는 충청북도의 평범한 시골 마을 근방에 위치한 어느 소형 공장이었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네요?”
“예, 기껏해야 작은 건물 한 동이죠.”
“여기서 뭘 하는지는 파악이 됐습니까?”
아녜스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일종의 마약 공장입니다.”
마약이라니.
그건 또 의외의 답변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마약이 아닌, 환혹과 관련된 전승까지 사용해 만든 마약입니다. 이를 돈 많고 철없는 작자들에게 뿌리고 그들을 이용하려는 거죠. 역겹긴 하지만 놀랄 일도 아닙니다. 이단들이 오래전부터 써먹던 수법 중 하나이니.”
아녜스의 말을 들으며 옆쪽의 모니카를 바라보았다.
모니카는 이미 다 알고 있던 사실인지, 표정 변화 없이 아녜스의 노트북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녜스가 말을 이었다.
“또한 이런 마약 제작 공정은 대부분 규모가 작습니다. 일단 들키지 않아야 하니까요. 해야 할 일은 이 공장의 이단들을 축출하는 것. 그리고 저희 측 조사 인원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
“또한 제작을 담당하는 벨리사는 그리 전투력이 강력한 이단이 아닙니다. 물론 그게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리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모니카만을 투입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마인 집단의 몸통을 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놈들이 거느린 소규모의 자금줄 중 하나를 자르는 일이다.
그리 많은 전력을 이끌고 갈 필요는 없겠지.
비록 변수는 있을 수 있어도, 모니카와 나 정도라면 딱 알맞은 수준이었다.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차량은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
그 후, 곧바로 우리는 차를 타고 벨리사가 숨어 있다는 은신처로 이동했다.
“……”
이동에는 몇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운전기사가 따로 붙어 있어 모니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래서 별말 없이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은신처 근처까지 접근했다.
“…저기야.”
모니카가 2차선 도로 중간에 덩그러니 세워진 은빛 건물을 가리켰다.
은신처로 지목된 공장은 흔한 패널 외벽에, 가로 세로의 길이가 전부 20미터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규모의 건물이었다.
거기에 층수도 2층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외벽에는 그럴듯한 회사의 간판도 걸려 있었다.
또한 그 내부에서는 기계가 돌아가는 소음까지 나고 있어서, 누가 보더라도 평범한 소형 공장처럼 보였다.
다만 그 앞에는 험상궂게 생긴 두 남자가 입구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는데, 그들은 두 놈 다 마인이었다.
경비병을 세워둔 모양.
하지만 그 레벨은 20 중후반대로, 결코 높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할까?”
모니카가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전장은 좁고, 입구는 딱 하나다.
저런 고블린 굴 같은 곳을 치는 데에는 이렇다 할 작전도 필요 없었다.
“이런 데는 그냥 쳐들어가야지, 뭐.”
나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내 말을 알아들은 모니카 역시 자신의 창을 손에 쥐었다.
“입구에 있는 두 놈, 마인이야.”
“알았어.”
짧은 대답.
그리고 우리는 그대로, 공장의 정문으로 달렸다.
“이것들은 뭐야, 갑자기!”
“저거…! 교회 놈들이다!”
그러자 경비 역할을 하는 놈들이 반응했다.
모니카가 수녀복을 입고 있어서인지, 금방 우리의 정체를 알아챈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 두 놈은 나란히 망치를 꺼내 들었다.
공사 용도로 쓰는 커다란 해머였다.
잘 보니 미약하게 영력이 담긴, 일반 등급의 신기.
그런 두 놈 중 하나가 나를 공격해왔다.
“죽여!”
요란한 함성과 함께 놈은 쇳덩이를 휘둘렀다.
훙-하고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둔하게 들렸다.
레벨에 비해서는 꽤 힘이 센 모양이지만, 당연히 내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크악!”
놈이 해머를 들어 올린 사이 내 검은 그 텅 빈 복부를 지나갔다.
촤악-하는, 날붙이가 살가죽을 베는 기분 나쁜 감촉이 손에 스친다.
그리고,
“컥…”
그 옆에 서 있던 나머지 한 놈이 막 모니카의 창에 꿰뚫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경비 두 명의 몸이 이렇다 할 공격 한번 못 해보고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바로, 갈게!”
모니카는 그렇게 말하며 공장 문을 박찼다.
우우우웅!
여전히 공장은 요란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소음을 발생시키는 기계들은 위장으로 보였고, 그 옆으로 실제 마약 공정은 따로 있었다.
두세 명의 마인이 그곳에서 눈을 빛냈다.
놈들은 바깥의 소란을 그새 눈치챈 건지 이미 무기를 들고 있었지만.
“저놈들 별거 아니야.”
그들의 레벨은 역시 경비들과 비슷했다.
기껏해야 20레벨 중후반.
내 말에 모니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돌격했고.
순식간에 마인들은 낙엽처럼 쓸려나갔다.
“……”
이 모습을 나는 차분하게 눈에 담았다.
모니카는 연수원 시절에 비해서, 단순히 힘과 속도가 우월한 것뿐만 아니라 그 기술도 일취월장한 상태였다.
척 보기에도 내가 가르쳐 준 창술은 이미 오래전에 마스터한 듯 보였다.
그게 겨우 몇 달 만에 쉽게 되는 일은 아닐 텐데.
그만큼 모니카가 노력했다는 뜻이리라.
“이게…전부?”
모니카는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모니카가 쓸어버린 마인 중에는 목표인 벨리사가 없었다.
이에 나는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2층이야.”
2층 구석에서 빨빨거리며 움직이는 레벨 표시가 보였다.
31 레벨.
이곳에 있던 마인 중에는 그나마 높은 레벨이었지만, 그래도 그리 경계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놈은 2층 입구와 반대 방향에 있는 벽에 바짝 붙어 있었다.
그 의도를 대충 눈치챈 나는 모니카를 먼저 2층으로 보내기로 했다.
“먼저 올라가.”
모니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가 막 2층에 도달할 무렵.
곧바로 쨍그랑-하는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마인은 창문에서 몸을 던져, 도주를 시도했다.
“이단이-”
“알고 있어.”
나는 이미 문간에 서 있었고, 마인의 얼굴을 확인했다.
2층에서 뛰어내린 것은 분명 벨리사였다.
벨리사는 곧바로 등을 돌려 달아났지만, 그 마인은 이미 나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었다.
“……”
나는 검에 화염을 휘감았다.
영력을 연료로 불태운 화염이 별운검을 뒤덮었고, 나는 검을 휘둘러 마치 검기처럼 그것을 발사했다.
그러자 화염은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여지없이 벨리사의 등을 후려쳤다.
“으아악!”
난데없이 화염에 휩싸인 벨리사는 쓰러졌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까맣게 탄 채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예상대로 괜찮은 위력.
한편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 모니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그거…”
내가 화염을 다루는 것은 처음 봤기 때문인지, 꽤 놀란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납득한듯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쓰러진 마인을 바라보았다.
“벨리사…맞아?”
“맞아.”
나는 쓰러진 벨리사에게 다가갔다.
목표였던 벨리사는 확실히 사망한 상태였다.
다만,
“음?”
나는 벨리사가 쥐고 있던 스마트폰에 눈이 갔다.
의도적으로 벨리사의 신체만을 태운 나의 화염은 그녀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는데.
그 폰을 확인해 보니 바로 조금 전, 누군가와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의 습격을 알아챈 직후에 통화한 모양.
그렇다면…
“지원이 올 것 같아.”
나는 스마트폰을 모니카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하지만 이곳을 떠날 수는 없었다.
교회의 조사 인원이 올 때까지 이곳을 보존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었으니.
“…알았어.”
모니카는 그렇게 대답하고, 사나운 시선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아직 주변에 적의 기척은 없다.
그야 바로 근처에 있었다면 진작 이곳에 도착했을 테니.
“……”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지나갔다.
들려오는 것은 공장 기계의 소음뿐.
나는 그 잠깐의 여유 속에서 모니카에게로 눈을 돌렸다.
“아직 근처에 마인은 없으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응.”
내 말을 듣고 나서야, 겨우 모니카는 전방을 향하던 창을 내려놓았다.
긴장이 풀린 그 얼굴에는 미약한 피로감이 덧씌워졌다.
“그런데 너, 꽤 잘 싸우던데?”
“…너야말로.”
“그래서 말인데. 어제 하던 이야기 좀마저 하자.”
“뭐?”
모니카는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필이면 왜 지금 그런 말을 꺼내냐는 듯.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난 널 도와줄 수도 있어.”
내 말에 모니카의 눈이 커졌다.
그야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무 조건 없이 그녀를 도울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냥은 아니지.”
“대가를…원하는 거야?”
“아니, 아니야. 그딴 건 필요 없어.”
내게 필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모니카가 나에게 무엇을 주던.
그리고 이 빌어먹을 퀘스트가 무슨 보상을 어떻게 제시하던.
동료를 선택하는 일만큼은, 절대로 다른 놈의 의지로 결정하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돕지 않는다면, 모니카가 마인이 될 수도 있다고?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건가.
나는 3년이나 생과 사를 함께 했던 전우들을 내 손으로 몰살했던 인간이었다.
또 그 전우들이 험난한 전쟁터 속에서 추억하던, 그들의 사랑스러운 가족 역시도 토막 내 죽인 것이 바로 나였다.
그런 내가 이제 와서 그런 일을 두려워할 것 같은가?
게다가 그것들은 결국 모두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동료를 선택해 발생한 참사가 아니던가.
나는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반복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나는 모니카를 돕는 대신, 그녀를 시험하기로 했다.
“너는 그냥 싸우면 돼.”
“싸워…?”
“곧 올 놈은 만만치 않은 놈일 거야.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지원을 요청한 걸 보면 이런 일에 특화된 놈이겠지. 그놈을 이겨 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그녀가 이기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
그녀가 품고 있는 원한의 크기였다.
“……”
내가 한때, 동료라고 불렸던 놈들의 목을 썰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그건 인간의 선함은 그리 믿을 만한 게 아니라는 것.
그들이라고 모두 처음부터 악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그들을 만날 당시에는 분명 선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전쟁을 겪으며, 그리고 그 끝에 권력과 힘을 취하고는 모두 태도가 바뀌었다.
결국 선함이라는 건 하얀 도화지처럼 깨끗하지만.
동시에 물감 한 방울이면 언제든지 변질될 수 있는 것에 불과한 허상이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와는 반대로 이미 다른 색으로 덧칠되어 있는 악의는 의외로 믿을 만 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복수심과 같이 진한 색깔로 칠해진 원한은 더욱 그랬다.
내 동료들의 이름을 외치며, 나에게 복수를 천명했던 그들의 가족들.
그 복수귀들은 아무리 강한 힘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오고, 끝내 그 칼이 제 목을 자를 때까지도 결코 그 감정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전부 내 손으로 죽여야 했다.
그렇기에.
나는 복수에 미친 놈들만큼은 믿을 수 있었다.
그들은 복수를 위해서라면 결코 힘을 주는 이를 배신하지 않을 테니.
“싫으면 거절해도 되고.”
물론 이를 모니카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그녀가 복수귀의 일면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었지만.
그녀가 거절한다면 거기까지였다.
나도 믿을 수 없는 자를 동료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으니.
하지만 모니카는 내 불분명한 요구에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알겠어.”
그녀가 그렇게 대답한 순간.
멀리서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들려왔고 이곳을 향해 빠르게 접근해왔다.
그 정체는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곧바로 모니카는 전투태세를 갖췄고, 곧 검은색 승용차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거기서 내린 것은 어떤 남성이었다.
그는 입구에 쓰러진 두 마인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이게 무슨 난리입니까?”
이름 모를 남성의 레벨은 54.
모니카와는 15 레벨 이상이 차이 나는, 버거운 상대.
하지만 마침 테스트용으로는 딱 좋은 상대이기도 했다.
나는 검을 집어넣고, 뒤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