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75
75.
모니카는 창끝을 남자에게 향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눈에 띄는 은색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나이는 30대쯤 되었을까.
180cm가 넘는 큰 키에, 눈매가 지나치게 선명해서 왜인지 거부감이 느껴지는 남자였다.
그는 공장 입구를 지나, 곧 모니카 근처에 쓰러진 벨리사의 시체를 발견했다.
“오, 이런…벨리사…”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 잔인하게 불태워진 시체를 바라보며 남자는 말을 이었다.
“이건 당신들 짓입니까?”
“……”
그는 연기를 하듯 과장된 말투로 모니카를 향해 물었다.
그 뒤에 선 나에게도 잠깐 놈의 시선이 스쳤지만, 그는 나보다도 모니카에게 주목했다.
그 이유는 그녀의 소속을 증명하는 수녀복 때문이었다.
아마 이단에 속하는 저 남자에게는 경찰보다도, 교회가 훨씬 더 지긋지긋한 적일 테니.
“또 당신들이로군요. 신의 이름을 내걸고,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는 악마들.”
“……”
“이런 참사를 벌이고도 신의 사도를 자처할 자격이 있습니까? 독사의 자식들이란, 당신들을 말하는 거겠지요.”
“…헛소리.”
남자의 말을 듣다 못 한 모니카가 목소리를 냈다.
그 속에는 마인을 향한, 진한 혐오감이 묻어 있었다.
그러자 남자 역시 모니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창끝을 보고는 입가를 비틀었다.
“그 창, 보통 성물이 아니군요. 설마 모세의 지팡이를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남자는 모니카가 가진 성물의 정체를 금방 눈치챈 모양이었다.
이에 모니카의 얼굴이 조금 굳는다.
교회가 보유한 성물을 외견만 보고도 알아맞힐 수 있다는 건, 이단 중에서도 그만큼 노련한 놈이라는 뜻이었으니.
“의외의 수확이에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낮췄다.
당장이라도 모니카에게 돌격하려는 듯한 모습.
그러나 여전히 그의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없었다.
다만,
“……”
내 눈에 보이는 놈의 성물은 그의 정장 안쪽에서 분명히 빛나고 있었다.
그곳에서 새어 나오는 것은 붉은빛.
에픽 등급의 신기라는 뜻이었다.
저건 갑옷 같은 걸 입은 건가?
하지만 그래도 이상한 일이었다.
설령 방어구를 갖췄다 해도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건 무슨 의미인가.
하지만 이내 나의 의문은 풀렸다.
그 직후 남자가 모니카에게 쇄도했다.
레벨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엄청난 속도였다.
아라한의 전승…아니, 그 이상의 무언가.
게다가 놈은 맨주먹으로 자신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모니카의 창을 쳐냈다.
그렇다는 건…
“육체 강화 계열인가?”
저놈은 자신의 신체 자체가 무기로 보였다.
물론 모니카의 성물인 모세의 지팡이에는 이를 타파할 전승도 있지만.
이는 모니카가 개방한 4개의 전승 안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이를 고려한다면 모니카에게는 안 그래도 버거운데 상성조차 좋지 않은 적은 만난 셈.
나는 조용히 그 둘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 * *
“큭…!”
모니카는 자신의 창에 전해진 충격에 숨을 삼켰다.
마치 달려가는 기차에 창끝이 치였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
이에 모니카는 본능적으로 창을 휘두르며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
그의 앞에 선 남자, 도미니코는 몸을 낮춰 창을 회피하고 더욱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복서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순식간에 모니카의 코앞까지 도달한 도미니코는 그 주먹을 그대로 모니카의 복부를 향해 찔러넣었다.
하지만 모니카는 주먹이 몸에 닿기 직전.
까강!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창으로 그 철권을 방어하는 데에 성공했다.
덕분에 거기서는 모니카의 비명 대신 날카로운 파열음만이 터져 나왔다.
또한 도미니코의 힘을 역이용한 모니카는 그의 주먹에 떠밀려 날아가듯, 뒤로 크게 물러난다.
“호오…한 방에 끝낼 작정이었는데, 보통은 아니시군요?”
도미니코는 모니카의 대응에 흥미를 느꼈다.
모니카는 아직 미숙하기 짝이 없는 초보 엑소시스트다.
그럼에도 모니카의 무위는 10년 이상 정제된 이들만큼이나 완숙한 움직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그는 차갑게 웃으며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다.
둘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고, 모니카의 창과 도미니코의 주먹이 격돌했다.
까가강!
모니카는 처음처럼 도미니코의 접근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파고드는 도미니코에게 끈질기게 창격을 꽂아 넣으며 견제하고, 필요할 때는 신속하게 뒤로 빠지며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모니카가 수세에 몰렸다는 이야기였다.
모니카는 필사적으로 창을 움직이며 도미니코의 접근만을 막을 뿐.
그 빈틈을 감지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만큼 도미니코의 움직임은 날렵했고 단단했기 때문이었다.
“큭…”
그래서 모니카는 힘겹게 방어를 이어나가면서도, 도미니코가 갖고 있을 성물에 대해 추리했다.
도미니코의 이 힘과 육체는 분명 이질적일 정도로 강하다.
그렇기에 도미니코가 가질 만한 성물은 그와 관련이 있을 터.
“……”
금방 그녀의 머릿속에 몇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전승은 둘.
첫 번째는 삼손이었다.
그는 사자를 맨손으로 찢어 죽일만한 힘을 갖고 있었다는 인물로 그의 전승이라면 육체적인 힘을 크게 강화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삼손은 긴 머리카락이 힘의 원천이라는, 명확한 약점 역시 갖고 있는 존재.
그래서 삼손의 전승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머리카락을 기르고 이를 보호할 수단이 있어야 했는데.
도미니코가 왁스로 고정한 요란한 머리 스타일은 그중 어느 부분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니카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고.
그렇다면 나머지 가능성은 하나밖에 없었다.
“골리앗…!”
모니카의 중얼거림을 들은 도미니코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잘도 알아내셨군요. 하긴, 저도 당신의 성물을 알고 있는데 저만 숨기고 있는 건 치사하니까요.”
도미니코는 자신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 안에는 성물인 골리앗의 투구 파편을 가공한 현대식 갑옷이 있었다.
이에 모니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윗과 골리앗으로 유명한 그의 전승은 역시 힘과 관련되어 있었고, 동시에 약점 역시 명확했다.
그건 원거리 공격에 약하다는 것.
다윗이 던진 돌팔매에 골리앗이 맞아 죽었다는 전승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니카에게는 이렇다 할 원거리 공격이 없었다.
억지로 창을 집어 던질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원거리 공격에 약하다 해도 그게 통할 상대는 아니다.
즉 모니카에게는 전승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
“……”
결국 정면 승부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 모니카는 곧바로 자신의 성물을 개방했다.
현재 그녀에게 개방된 모세의 지팡이의 전승은 총 4개.
개구리, 이, 파리, 그리고 가축 돌림병의 재앙이었다.
창이 찌른 상처를 썩게 하는 개구리의 재앙.
그리고 그 상처의 피가 멎지 않게 하는 이의 재앙.
이 두 개의 전승은 창이 적에게 유효한 상처를 만들지 못하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또한 가축 돌림병의 재앙은 짐승에게만 유효한 전승이기에, 인간인 도미니코에게는 아무련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파리의 재앙뿐.
하지만 그게 어디까지 통할지.
그럼에도 모니카는 성물을 깨울 기도를 입에 담는다.
“온 누리에 나 같은 신은 없나니.”
그 시동구에 모세의 지팡이가 존재감을 뿜어냈다.
금빛의 영력이 지팡이를 휘감았고.
“네 땅과 하늘이 파리떼로 뒤덮이리라.”
그 말과 함께 그것은 검은 벌레떼가 되어 도미니코를 덮쳤다.
파리의 재앙이 가진 힘은 독성과 약화.
그래서 강한 힘을 사용하는 도미니코에게는 딱 알맞은 전승일 수도 있었지만.
모니카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모니카의 표정대로,
“벌레 따위가!”
도미니코의 주먹 한 방에 그에게 몰려있던 파리떼가 뭉텅이로 사라졌다.
그건 골리앗이 가진 전승 때문이었다.
골리앗은 이스라엘 군이 맞서 싸웠던 블레셋 군 소속으로, 다윗이 아니면 그 어떤 이스라엘의 군대도 그를 막지 못했다는 전승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골리앗의 전승은 그 육체를 강화시킬 뿐 아니라, 다윗을 제외한 모든 이스라엘 관련 권능에 강한 저항력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
모니카는 초조함에 입술을 씹었다.
사실 골리앗의 전승 따위, 아무리 저항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모세의 기적과 비교하면 그 격부터가 심하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니카가 밀리는 이유는 단 하나.
그녀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다섯 번째 재앙인 역병의 재앙만 있었어도, 도미니코는 그녀의 적이 될 수 없었다.
그것은 가축 돌림병과는 반대로 인간에게만 유효한 전승으로, 공격 시 인간을 기반으로 한 전승의 모든 방어 효과를 무효로 하기에.
그러나, 그것은 결국 뒤늦은 후회였다.
그녀는 지금 이대로 도미니코를 이기는 수밖에 없었다.
단지 도미니코가 마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전투에는 모니카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희망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도미니코가 다시 한번 파리떼를 떨쳐내는 그 순간을 모니카는 놓치지 않았다.
그의 무기인 주먹이 허공을 향해 휘둘러지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저돌적인 창격이 도미니코를 향해 날아왔다.
아직 남아있는 파리떼가 필사적으로 도미니코의 시야를 가리고.
그 외곽에서부터 황금의 창은 거인의 이마를 뚫기 위해 내달렸다.
그러면서도 모니카의 눈은 도미니코의 두 팔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크윽!”
그 직후 모니카는 비명을 흩뿌리며 옆으로 크게 날아갔다.
그녀를 때린 것은 도미니코의 발이었다.
전승의 힘으로 강화되어, 거대한 철구 같은 발차기가 모니카를 사정없이 후려친 것이었다.
“커…케흑!”
어느새 바닥에 널브러진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가격당한 옆구리에서는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분명 갈비뼈가 부러진 것이리라.
그 통증 속에서도 모니카는 이를 악물고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초보적인 판단 미스였다.
온몸이 무기인 남자인데, 어째서 그 주먹만을 신경 썼을까.
물론 도미니코가 그렇게 유도한 면은 있다.
일부러 그는 철저한 인파이터인 척하며 거리를 좁히려 했고 복서의 흉내를 내며 주먹만을 사용했다.
하지만 거기에 속아 넘어간 것 자체가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평소의 모니카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
전부 그녀의 초조함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
“끈질기군요. 이쯤 하면, 보통 패배를 인정하고 도망갈 생각만 하던데.”
비척거리며 자신의 발로 다시 선 모니카를 보며 도미니코가 말했다.
그러나 모니카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은 도미니코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의식은 지금 그녀를 지켜보고 있을 다른 남자, 강진우에게로 향했다.
그는 계약자인 모니카조차 끌어내지 못한 성물의 힘을 깨울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모니카에게는, 그만이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모니카에게 내건 조건은 이 전투에서 이기는 것.
그래서 그녀는 결코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절대, 안 가.”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모니카는 아직 자신의 의무를 잊지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서 죽었던 부모의 얼굴도.
자신의 손으로 남동생을 죽였던 그 순간의 일도.
그들의 곤죽이 된 시체를 부둥켜안고 통곡했던 일도.
그 모든 게 10년도 더 된 일이건만, 모니카는 그중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교회에 들어와 엑소시스트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원수가 숨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들어보지도 못한 극동의 나라까지 찾아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모든 것을 여기서 포기하라고?
아니,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복수를 포기하는 선택지는 그녀에게 없었다.
아마 강진우가 없었다면 그녀는 길게 고민할 것도 없이 그대로 마인이 되었으리라.
모니카는 자신이 그렇게나 증오하던 마인이 되고서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갔던 그 원수의 피를 봐야 했다.
그건 이미 분노를 넘어서고 있었다.
더 이상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건 선명한 원한.
그 피보다 붉은 원한이 모니카의 눈에 형형히 깃들었다.
그 시선을 마주한 도미니코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무리 적으로 만났다고 해도, 그를 향한 모니카의 적의는 지나친 것이었으니까.
“이래서 광신도들이란.”
그 광기에 도미니코는 혀를 차며, 모니카에게 돌격했다.
또다시 창과 주먹이 허공에서 맞붙는다.
하지만 일견 치열해 보이는 그 공방은 이전보다도 오래가지 못했다.
조금 전 모니카가 입은 부상은 만만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뼈가 몇 개는 부러진 골절상.
그 고통이 모니카의 움직임을 둔하게 했고, 그 치명적인 틈을 도미니코는 놓치지 않았다.
으득-하는 소리와 함께 복부에 정권이 내리꽂힌다.
완벽하게 힘이 실린 깨끗한 일격에 모니카는 비명조차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흐…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끔찍한 고통만이 그녀의 의식을 좀먹었다.
목구멍 안에서는 내출혈로 피가 역류했다.
그러나 모니카는 그것조차 제대로 내뱉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니카는 자신의 손에서 창을 놓치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드러누워 피투성이가 된 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면서도.
창을 쥐고 있는 손만은 그것을 부술 듯이 움켜쥐었다.
그렇게 몇 초나 지났을까.
그녀의 위로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그건…강진우였다.
“……”
강진우는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모니카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실망한 것일까.
그래도 할 말이 없었다. 그에게는 보여주지 못할 추태를 보였으니.
“모니카…”
그러나 모니카를 내려다보는 강진우의 표정은 실망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그는 모니카를 보며 무언가 말을 망설이고 있었다.
도저히 그 말을 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
그리고 그 후에 커다랗게 한숨을 쉰 그는 마침내 목소리를 냈다.
“넌 이제부터, 내 동료다.”
영문 모를 소리.
하지만 그 순간 이변은 일어났다.
지금까지는 느껴본 적도 없는 거대한 힘이, 그녀에게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