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76
76.
모니카에게 결국 스킬을 사용한 순간.
내 로그 창에 뜬 내용은 그 한 줄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스킬의 효과로 인한 모니카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먼저 레벨이 올랐다.
30대 후반에 정체되어 있던 그녀의 레벨이 한순간에 40대 중반으로 뛰어오른 것이었다.
지금까지 성장이 자신의 한계에 가로막혀, 정체되어 왔기에.
그 한계가 없어지자 즉각적으로 성장치 보정이 이뤄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모니카의 창, 모세의 지팡이가 가진 광채가 더욱 선명해졌다.
아마도 성물이 계약자의 성장을 인정하고, 이에 또 하나의 전승이 개방된 것이리라.
“어떻게…!”
그러자 모니카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흔들리는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가능하다면 간단하게라도 그녀에게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듯 보였다.
아직 모니카의 적은 쓰러지지 않았으니.
“당신은 뭡니까?”
모니카를 쓰러뜨린, 기분 나쁜 남자가 나를 향해 물었다.
“지원 2팀의 강진우 경감이다.”
자연스럽게 답한 나에게 그는 어이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이어서 그는 연극에서나 볼 법한 인사와 함께 허리를 숙였다.
“반갑군요. 저는 유다 지파의 도미니코라고 합니다.”
“자기소개해달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자신을 죽일 사람의 이름은 알아두는 게 좋지 않습니까?”
도미니코는 꽤나 자신만만해 보였다.
그야 그는 최상위 성물인 모세의 지팡이를 가진 모니카를 정면에서 이긴 셈이었으니, 기세등등한 것도 이해가 갔다.
또한 레벨이나 그의 실력을 보면, 그 어느 쪽도 여간내기는 아니다.
실제로 전투 경험이 꽤 풍부한 베테랑 싸움꾼이겠지.
하지만…그게 나도 이길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구경만 하시더니, 무슨 심경의 변화 신지?”
“심경의 변화는 무슨.”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칼을 뽑아 들려는 순간.
그런 내 손을 모니카가 붙잡았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사나운 기세로 도미니코를 노려보았다.
“내가…할 거야.”
모니카는 창끝을 앞으로 겨누며 말했다.
이에 나는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영웅의 인도자 스킬은 분명 모니카에게 한계를 뛰어넘게 해줬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입고 있는 부상을 치유해주지는 않는다.
즉 지금 모니카가 일어선 것은 순전히 그녀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는 말.
그래서 나는 잠깐 모니카를 바라보다가, 검에서 손을 뗐다.
“…그러던지.”
도미니코를 향한 모니카의 창끝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서 있는 게 고작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모니카를 도미니코 앞에 세웠다.
이미 모니카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 죽어가는 주제에…건방지군요.”
이에 도미니코는 미간을 찌푸렸다.
나와 모니카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아무래도 도미니코는 모세의 지팡이를 알아보긴 했어도, 그 전승의 효과까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원래는 계약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으니, 당연한가.
“그렇게 원한다면 당장 죽여드리죠.”
도미니코는 다시 폭발적인 스피드로 공격에 나섰다.
무게 중심을 낮게 잡은 날렵하지만 단단한 움직임.
이를 상대로 모니카는 그저 창을 내뻗었다.
화려한 기교 따위는 전혀 없는, 정직한 찌르기.
그것은 도미니코의 목젖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지만, 힘도 속도도 아직 도미니코에게 미치지는 못했다.
그래서 도미니코는 자신의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처럼 가볍게 창격을 쳐내고, 이번에야말로 모니카의 숨통을 끊으리라고 마음속부터 확신하고 있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그의 오판이었다.
“뭐-”
허공에 핏물이 흩날렸다.
창을 쳐내야 했던 그의 주먹이, 창의 궤도조차 바꾸지 못하고 거기에 힘없이 꿰뚫린 것이었다.
경악에 찬 도미니코의 눈동자가 모니카의 창을 바라본다.
그러나 모세의 지팡이가 가진 전승을 알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놀랄 일도 아니었다.
모니카에게 다섯 번째로 개방된 전승은 역병의 재앙.
그것은 인간임에도 신으로 추앙받던, 파라오를 향한 신의 분노를 상징하는 재앙으로.
그것이 품은 힘은 인간을 기반으로 한 모든 전승의 부정이다.
그래서 도미니코가 가진 골리앗의 전승은 모니카의 창이 닿는 그 순간 그 힘을 잃었고.
그의 신체는 더 이상 인간을 초월한 것이 아닌, 인간 그 자체의 것으로 퇴화하고 말았다.
그 결과.
“커허…억…”
도미니코는 제 발로 모니카의 창에 돌진한 격이 되어, 그대로 그 목을 꿰뚫렸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모니카는 다시 자신의 창을 빼냈고.
도미니코의 뚫린 목에서는 수도꼭지처럼 피가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그대로 쓰러진 도미니코는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고.
“……”
나는 말 없이 그에게 다가가 검을 들어 그 심장을 찔렀다.
놈에게 평안한 안식을 주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영혼 추출은 내가 죽인 인간만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스킬.
주변에 엎어진 다른 마인들이야 이걸 쓸 가치도 없을 정도로 약했지만.
이놈은 꽤 강해 보였으니, 괜찮은 영혼이 추출될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매직 영혼 아이템
– 30분간, 영력을 제외한 모든 스테이터스가 30 증가합니다.
– 힘이 영구적으로 5 오릅니다.
소모품
나름대로 괜찮은 아이템이 추출되었다.
비록 소모품이긴 하지만, 아라한의 전승을 한 번 더 사용한 수준의 버프 효과는 물론 수치는 낮아도 영구적인 능력치 추가 효과도 있었다.
이것도 잘 챙겨뒀다가 필요할 때 써먹으면 되겠지.
그렇게 도미니코의 사망을 확인하자.
“크흑…”
갑자기 옆에서 우는 소리가 났다.
그쪽을 돌아보니 모니카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많이 아프냐?”
“그런 거, 아니야.”
모니카는 훌쩍이면서도 내 말을 부정했다.
조금 전까지 마인을 찔러 죽였던 흉흉한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느새 그곳에는 눈물을 흘리는 가련한 수녀만이 홀로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던 모니카는 한참이 지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
허공을 바라보던 그녀는 살짝 부은 눈동자를 들어 나를 보았다.
“…어떻게, 된 거야?”
모니카는 자신의 창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그녀를 인정하고 그 힘을 개방해준 성물을.
“나는 분명히…더 이상 업을…”
“뭐가 어떻게 변한 건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
내 눈에야 레벨이 보이니 모니카의 변화를 숫자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녀는 그것을 제 몸으로 체감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모니카는 그 변화에 나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자신의 몸 곳곳을 훑었다.
“이런 게…가능해?”
“용사니까.”
더는 묻지 말라는 의미로 적당히 답했다.
하지만 왜인지, 내 대답에 모니카는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왜, 뭐가 더 필요하냐?”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해.”
그렇게 말하는 모니카의 눈에는 결의가 돋보였다.
앞이 막혔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나 노력했던 그녀였으니.
이제는 그 이상으로 강해지려 발버둥을 치겠지.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덧붙였다.
“근데 다시 금방 한계에 도달할 수도 있어.”
“그래?”
“그럴 땐 그냥 적당한 사건 하나 갖고 나한테 오면 돼.”
원래 영웅의 인도자는 용사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에 모니카의 발전 또한, 나와 같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뜻.
물론 교회 소속인 그녀가 나와 항상 같이 있을 수는 없으니.
모니카가 열심히 성장하다가 그 한계에 부딪히면, 스킬은 그것만 걷어내 주는 식으로 활용하는 게 좋았다.
내 입장에서도 그게 훨씬 편하기도 하고.
레벨 올리는 일이야 알아서도 할 수 있을 테니, 그건 알아서 해야지.
“알겠어. 그런데 아까. 동료라는 건…뭐야?”
이어서 껄끄러운 질문이 들어왔다.
별로 설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나는 화제를 돌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끝났다고 보고는 했냐? 그래야 나도 돌아갈 거 아니야.”
“아, 알았어.”
내 말에 그녀는 사건과 도미니코에 대해 교회에 보고했다.
교회 측의 조사 인원은 앞으로 30분 후에 도착한다고 알려왔다.
그렇게 보고를 끝마친 뒤.
모니카는 다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왜?”
“고맙다는 말, 못 한 거 같아서.”
“뭘, 이제 와서.”
그런 인사치레에는 별 관심이 없었기에 나는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모니카는 그럼에도 고개를 저었다.
“뭐 필요한 거 있어?”
필요한 거라.
염치는 있는 여자였구나.
하지만…내가 모니카에게 달라고 할 만한 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퀘스트 아이콘이 번뜩였다.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타이밍이 미묘했다.
그래서 직접 퀘스트 창을 확인하자, 캐릭터 퀘스트가 완료된 것은 물론 그 아래에는 새로운 퀘스트가 추가되어 있었다.
– 13종류의 금서를 모두 수집하기
진행률 (1/13)
* 개방 조건
1. 1 종류 이상의 금서 수집
2. 특정 선행 퀘스트 완료
금서 수집?
금서라면 부두술을 쓰던 그놈을 때려잡고 얻은 책이었다.
비록 내 손에 흡수되어 버려서 실체가 남지는 않았지만, 부두술과 관련된 그 금서는 나에게 영혼 추출이라는 스킬을 선물해주었다.
그 뒤로는 한동안 눈에 띄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모든 금서를 수집하는 것이 새로운 서브 퀘스트로 추가된 것이었다.
게다가 모니카의 퀘스트가 선행 퀘스트라는 걸 보면…그 단서를 가진 것은 아무래도 교회인 모양.
그래서 나는 망설임 없이 이를 모니카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일단…금서라는 거에 대해 알아봐 주면 좋겠는데.”
“금서?”
처음 듣는다는 듯 모니카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그녀는 내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알겠어. 나한테, 맡겨줘.”
그리고 얼마 뒤, 교회의 조사 인원들이 이곳에 당도했다.
그걸로 교회와 관련된 사건은 끝.
나는 모니카와 함께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
* * *
그로부터 일주일 후.
사건 하나를 해결하고 돌아오자, 서인나 팀장이 나를 불렀다.
그 내용인즉, 모니카와 함께 확보했던 마약 공장의 교회 측 조사가 끝났고.
그 결과가 이제 막 경찰에 공유된 것이었다.
“먼저 이걸 읽어봐.”
서인나는 교회에서 보내온 보고서를 내밀었다.
교회는 벨리사와 도미니코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특히 도미니코라는 이단을 처리해주고 그 성물을 회수할 수 있게 되어 경찰 측에 사의를 표한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은 대충 읽고 넘어가도 될 정도로 특별할 게 없었지만.
딱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파계승의 개입이 의심된다고요?”
마약의 제조 공정을 분석한 결과.
거기에 투입된 기술 중, 법당의 환약 제조 기술이 들어갔다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법당이 마인과 손을 잡았을 리는 없으니, 법당의 적인 파계승이 이단을 도왔다는 이야기가 성립한 것이었다.
“그래. 그래서 그쪽 분위기가 조금 요상한 상태야. 원래 이단과 파계승은 둘 다 마인이라 해도 서로 연관되려 하지 않거든. 썩어도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다른 종교와는 섞이지 못하는 거지. 그다지 도움도 안 되고.”
종교에 기반한 전승은 기본적으로 다른 종교의 전승을 부정한다.
그래서 보통 정식 기관의 세 대적자들은 모두 마인이면서도, 서로 힘을 합치려 하지 않는다.
그래 봐야 별다른 시너지 효과도 없고.
제각각 갖고 있는 가치관도 크게 차이가 나기에 오히려 내부 분란만 심해지는 격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구도가 이제 막 깨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뭐…마약 만드는 일 정도는 협력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쉽게 볼 일만은 아니야. 단지 협력이 아니라, 저들에게 새로운 구심점이 생긴 걸 수도 있거든.”
새로운 구심점이라.
다른 건 몰라도 이단들, 즉 교회의 대적자들은 평범한 광신도들이 아니었다.
그런 놈들이 자신의 종교를 접어두고 다른 이교도와 힘을 합친다고?
도대체 무슨 구심점이길래.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불현듯 내 눈앞에 나타난 퀘스트 창에 그 답이 적혀 있었다.
“사교…?”
“어? 벌써 눈치챈 거니? 역시 강 경감은 머리도 좋아.”
서인나는 뿌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네 말대로 위쪽에서는 새로운 사이비 종교가 생긴 게 아닌가, 그렇게 추측하고 있어. 물론 모든 이단과 파계승이 거기에 속했다는 건 아니야.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아직은 극소수만이 사교에 합류했겠지.”
서인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퀘스트까지 등장한 이상 그건 가능성이 아닌 현실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정말로 누군가가 사교를 만들었고, 이에 동조하는 마인들이 있다는 건가.
게다가 이건, 메인 퀘스트다.
지난번 메인 퀘스트가 메신저 조직을 와해시키고, 놈들이 가진 불여우의 여우 구슬이 없어지며 끝났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 여우 구슬 역시 사교 쪽으로 흘러갔다는 말.
“하지만 그들의 존재는 분명 문제가 돼. 지금까지 따로따로 놀던 놈들을 서로 이어줄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모든 세력을 하나로 통합시킬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경찰에서는 최대한 빨리 이를 뿌리 뽑기로 했어.”
“그럼…”
그 뒤에 이어질 말은 왜인지 알 것 같았다.
어쩐지 최근 잠깐 일이 줄어든 것 같더라니.
그건 단지 폭풍이 몰려오기 전날의 고요한 밤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래, 그 일이 우리한테 떨어졌지.”
“역시 그렇겠죠.”
나는 한숨처럼 말했다.
대충 봐도 심상치 않은 사건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현재 내 상태를 잠깐 점검했고, 해야 할 일을 생각해냈다.
지금의 내 레벨은 34.
당장 35를 찍고 새로운 스킬을 개방하고 싶지만, 3개월 동안 달랑 3레벨이 오른 걸 봐서는 쉽게 오를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이번 메인 퀘스트를 해결해야 올라가겠지.
그러니 레벨은 차치하고서 내 능력을 끌어올릴 방법은…하나 있긴 했다.
“조사는 언제부터입니까?”
“내일부터야. 왜, 할 일 있니?”
“법당에 가봐야 해서요.”
그건 법당에서 새로운 팔부신중의 전승을 전수 받는 것이었다.
내가 법당의 전승을 배우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서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일찍 퇴근해. 내일부터는…더 바쁠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서인나조차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 역시 불편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