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83
83.
카강!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망현의 석장에 부딪힌 서인나가 힘없이 튕겨져나갔다.
서인나가 빠르게 물러선 탓에 그 목을 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빗맞지는 않은 클린 히트.
하지만 망현은 자신의 눈썹을 들어 올리며 의문을 표했다.
“음?”
분명 자신의 일격이 서인나에게 닿았음에도, 뼈를 때려 부수는 촉감이 아닌 철판을 내려친 듯한 느낌이 들었던 탓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대로,
“크, 콜록···어우···”
서인나는 뒤로 물러나 고통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쇄골을 한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이에 망현은 냉소를 흘렸다.
일격에 끝날 줄 알았건만 과연, 제법이었다.
지금 천이 넘는 망자들의 죽음을 삼킨 그의 몸은, 인간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렇기에 그가 만들어내는 일격이라면 쇄골이 아니라 사람의 몸 전체를 으스러뜨려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서인나는 그것을 버텨낸 것이었다.
“···소문대로 잔재주가 좋구려.”
이내 망현은 그녀의 몸에 달라붙은 부적 한 장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음양오행 중 금속을 뜻하는 금 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으로 일순간 피부를 경화시켜 망현의 공격을 막았다는 뜻.
“그쪽이야말로. 아수라의 전승을 여기까지 구현할 줄은···”
서인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표정에는 채 숨기지 못한 고통이 드러났다.
가까스로 조금 전의 일격을 방어했지만, 쇄골이 부서지는 것은 막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예상 이상의 파괴력.
이에 서인나는 다음 움직임을 고민했다.
만약 석장이 쇄골이 아닌 목에 닿았다면, 피부를 경화시켰다고 한들 그것으로 끝이었다.
역시 근접전은 지극히 위험하다.
그렇게 판단한 서인나는 부적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잔재주만으로 경지에 이를 수는 없는 법.”
망현이 다시 공세를 펼쳤다.
폭발적인 각력에서 나오는 저돌적인 진격이 서인나에게 당도한다.
이에 서인나는 그녀의 석궁으로 망현이 아닌 그 바닥을 조준했다.
퍼버벅!
단숨에 3개의 화살이 간격을 두고 바닥에 박혔다.
화살을 뒤따르는 부적에 적힌 한자는 수와 토.
물과 흙의 이중 속성을 가진 그것은 이내 바닥을 늪과 같은 진창으로 바꾸었다.
“조잡하군!”
진창이 된 땅을 앞둔 그는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의 눈앞에는 어느새 부적이 흩날리고 있었다.
화와 금.
이번에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창이 사방에서 화살처럼 그를 노렸다.
“흠···!”
이에 망현은 자신의 석장으로 그 불붙은 창을 쳐냈다.
그중 몇몇은 망현의 몸에 닿긴 했지만.
검게 부푼 그의 근육은 단단한 강철조차 찢어발기며, 그 위용을 자랑할 뿐이었다.
또다시 수포로 돌아간 서인나의 공격.
하지만 서인나의 반격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양옆에서 강철이 박힌 나무가 자라났고.
망현이 이를 쳐내자 밟게 된 땅은 여전히 진창이었다.
갯벌처럼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자신의 다리를 보며 망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시간을 끄시겠다?”
그는 진창에 빠진 다리를 차올렸다.
그러자 진창으로 변한 바닥 전체가 뒤집히며, 허공으로 진흙을 흩뿌린다.
“어리석은 선택이구려.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지?”
“의미야 당연히 있지.”
서인나는 또다시 부적을 흩뿌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주술을 필사적으로 활용하며 망현의 공세를 늦추면서도, 그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가고 있었다.
망현은 서인나의 주술을 그저 몸짓 한 번으로 파훼하고 있었다.
이는 망현이 서인나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서인나에게는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했다.
“너무···강해.”
서인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건 단지 망현이 가진 힘에 대한 찬사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의심에 가깝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 망현이 발현하고 있는 힘은 그녀가 알고 있는 아수라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강했다.
아무리 죽음을 먹고 강해지는 귀신의 왕 아수라라고 해도.
타인의 주술을 상성에 상관없이 힘만으로 깨부수고, 맞아도 흠집조차 가지 않는 것은 불가능을 넘어 이상하다.
그 의문에서 힌트를 얻은 서인나는 얼마 안 있어 마침내 그 답에 도달했다.
“···그렇구나. 이제 알았어.”
서인나의 입가를 스친 미소를 망현은 조용히 노려보았다.
“불도의 아수라가 아니구나.”
“호오···?”
“불도의 전승을 이용해서, 인도 신화의 아수라를 재현한 거였어. 그렇지?”
인도 신화 속 아수라는 주요 악신이다.
그래서 신으로서의 위계는 불교의 아수라보다 높고, 부여된 권능 역시 훨씬 강력하다.
물론 강력한 만큼 그 전승을 재현하는 것은 훨씬 까다롭지만.
불도의 아수라 전승을 바탕으로 그것을 시간과 정성을 들여 비틀고, 부족한 부분을 천에 이르는 죽음으로 채운다면.
이를 재현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에 망현은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하! 역시 제법이구려. 나름대로 숨긴 패였는데 이걸 이리 단번에 알아챌 줄은. 역시 당신은 너무 위험하오. 여기서 제거하는 게 정답이었군.”
“위험?”
“원래 용감한 장수 열보다 무서운 건, 교활한 책사인 법이지.”
망현이 서인나에게 날아들었다.
사방에서 화염과 금속이 그를 덮쳤지만 그건 더이상 망현에게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그거 단지 아주 잠깐 서인나의 모습을 감춰줄 뿐인 눈속임.
하지만 그가 그것들을 뚫고 나온 직후, 그의 앞에 선 서인나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부적 여러 장으로 이어진 종이 검.
10장이 넘는 부적이 투명한 검에 달라붙은 것처럼 검의 형태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적에 적힌 글자는 화와 수.
이는 불과 물의 이중 속성으로.
원래는 절대 같이 사용하지 않는, 서로 상극에 있는 속성이었다.
그래서 그것들은 지금도 서로 반발을 일으키며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영력의 균형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이것은 서인나가 찾은, 저 아수라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상처 하나 없는 걸 보고 진작 눈치챘어야 했는데.”
석장을 몸을 비틀며 피한 서인나의 부적 검이 망현에게 닿는다.
기껏해야 연기가 나는 종잇조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것은.
투둑-
온갖 공격에도 흠집도 가지 않는 그의 팔을 기이할 정도로 가볍게 베어냈다.
석장을 든 망현의 팔이 땅으로 떨어진다.
그 팔에서는 검은 피가 흘러나왔고.
“아수라 나무치.”
이어지는 서인나의 말에, 망현은 경악을 감추지 못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돌과 나무, 쇠로 만들지 않고, 젖지도 마르지도 않은 무기로만 벨 수 있다는 인도 신화의 아수라. 원전에서는 물거품으로 만든 검에 죽었지만···오행의 힘으로도 그런 무기는 구현할 수 있거든.”
파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을 이루고 있던 부적들이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서로 상극인 속성이 만나 유지력이 떨어졌을 뿐.
서인나는 이와 같은 검을 언제든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에 망현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수라는 방대한 인도 신화 속에서 주요 악역으로 등장한다.
또한 아수라는 개인이 아닌 하나의 종족.
그래서 그와 관련된 전승은 수도 없이 많고, 아수라라는 이름에 걸린 힘과 권능의 숫자는 백 가지가 넘는다.
그런데 그중에서, 서인나는 겨우 몇 초 만에 딱 하나 있는 정답을 뽑아낸 것이었다.
“그 지식, 그 판단력. 경이롭구려. 이제까지는 그저 걸림돌이라 생각했건만, 아군이 아니라는 게 이렇게 안타까워질 줄은.”
“이 정도로 뭘. 그보다 이제야 제대로 싸워볼 수 있겠는데.”
서인나가 부적을 꺼내 들며 말했다.
그러나 망현은 그 앞에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 되오.”
그 말과 함께 그의 잘린 팔에서 새어 나오던 검은 피가 서서히 멎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소승도 마지막 한 수는 보여줘야 할 터이니.”
그러면서 그의 팔은 다시 자라났다.
쿠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팔이 있던 자리에 돋아난 것은 짐승의 발.
“뭐···?”
예상치 못한 광경에 서인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건 그 어떤 전승에도 맞지 않는 이질적인 현상이었다.
그래서 서인나는 망현의 몸을 관찰했고, 이내 뜯겨 나간 승복 안에 박혀있는 붉은 구슬을 발견했다.
“여우구슬···!”
그건 불여우가 가졌던 여우구슬이었다.
서인나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망현의 몸에 본격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의 머리 옆으로 또 하나의 여우 머리가 돋아났다.
그리고 몸은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커지며, 그 몸집을 불렸다.
이에 서인나는 곧바로 석궁을 발사했지만, 불현듯 솟아오른 화염이 그것을 차단했다.
“소용 없소. 당신의 지식조차 이 앞에서는 무용지물. 이것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것이니.”
어느새 망현은 인간과 불여우가 반씩 섞인, 두 머리가 달린 괴물이 되어 있었다.
이에 서인나는 표정을 굳혔다.
마치 마인과 괴이가 융합이라도 된 모습.
하지만 아무리 마인이라고 해도, 괴이와 몸을 합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끝이오. 모두, 한 번에 보내드리지.”
그 괴물의 머리 위로 화염이 뭉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대웅전을 채워가는 그 폭염을 보며 서인나는 망현의 속셈을 눈치챘다.
놈은 저 화염을 폭발.
이 지하에서 서인나를 비롯한 모든 적을 땅밑에 파묻을 셈이었다.
서인나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불여우와 아수라의 전승이 공존하는 망현을, 서인나의 힘만으로는 억제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서인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명석한 그녀의 이성은 폭발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을 증명할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머릿속에 절망이라는 글자만이 떠오르던 그 순간.
드륵!
누군가 대웅전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것은,
“뭐야, 저건 또.”
온몸이 축축하게 젖은 채, 불만스러운 눈빛을 한 강진우 경감이었다.
* * *
“이런 제길···”
끝내 이소온나의 목을 떨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러 의미로 기분 나쁜 괴이였다.
머리카락을 밧줄처럼 사용하지 않나.
머리카락이 주사바늘처럼 꼽히며 독을 주입하고, 피를 빨려고 하질 않나.
그 머리카락을 모두 베어내고 거슬리던 뱀의 꼬리를 잘라내자 사방으로 독액을 뿜어대질 않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괴이의 목을 베어냈을 때는 몸이 물로 변하며 주변에 물보라를 일으키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쫄딱 젖은 생쥐 꼴이 되었고, 지금 그 찝찝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축축한 옷을 털다 말고 먼저 주변을 살폈다.
다른 두 괴이를 상대하는 팀원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둘 중 어느 쪽도 크게 밀리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직 그들은 괴이를 쓰러뜨리지는 못했다.
그럼 저쪽을 도와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원래 전쟁에서는 수백의 병사보다 한 명의 지휘관을 먼저 잡아 족쳐야 하는 법.
그렇기에 소환수에 불과한 괴이를 처단하는 것보다는, 우선 대웅전으로 향했던 그 마인 놈을 쳐야 했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대웅전으로 달려갔다.
“음···?”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었다.
이건···열기인가?
스킬 덕분에 피해를 받지는 않았지만, 밖에서부터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열기가 대웅전 안쪽에서부터 느껴졌다.
그래서 곧바로 문을 박차고 들어가 보니, 가장 먼저 높은 대웅전의 지붕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화염 구슬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것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서인나와, 괴물 하나.
“뭐야, 저건 또.”
나는 그 흉한 괴물을 보며 말했다.
사람과 여우 머리를 하나씩 달고 있는 괴물.
저 괴물은···설마 망현인가?
그야 그렇게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망현의 레벨 표시는 여전히 내 눈에 보이고 있었으니.
그런데 언제부터 저런 키메라 모습을 하고 있던 걸까.
그렇게 잠깐 상황을 파악하고 있자니, 서인나가 소리쳤다.
“강 경감! 위험해!”
그녀는 망현이 제 머리 위에 만들고 있는 커다란 화염을 가리켰다.
맹렬한 열기가 응축되어 있는 화염 구슬이었다.
아직도 거기에는 화염이 쌓여가고 있었는데 그건 전부 망현이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니까···저 마인은 저걸 폭발시킬 생각이라는 건가.
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여기서 화염의 힘이라고?
나에게는 바라지도 못했던,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었다.
“그럼 잘 가시오.”
망현은 그렇게 말하며 제 손가락을 튕겼다.
하지만.
당연히 그걸로 화염이 폭발하는 일은 없었다.
시야 내의 모든 화염을 제어하는 주작의 특성, 화염을 관장하는 신조.
그 효과로 인해 놈이 만든 그 커다란 화염은 내 눈에 들어온 순간부터 통제권을 나에게 뺏긴 상태였으니.
“음···?”
망현이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곧바로 나는 놈이 만든 화염에 빛 속성을 부여했다.
시뻘건 화염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물든 성화로 변한다.
“이게 왜-”
그가 이상을 느낀 그 순간.
그 거대한 성화 폭탄은 그대로 크게 폭발했다.
백색광이 일순간 시야를 물들였다.
대웅전은 물론 절 전체를 뒤흔드는 강렬한 성화가 뿜어져 나와 주변을 집어삼킨다.
그러나 그 성화가 불태우는 것은 인간도 건물도 아닌, 오직 괴이뿐.
“으아아아아악!”
거기에 겸사겸사 내 옷도 말리는 사이.
새하얀 시야 속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성화의 폭발이 잦아든 대웅전 안에는 다시 뽀송뽀송해진 나와,
“뭐···뭐야?”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서인나 만이 있었다.
같이 있었던 망현이라는 괴물은 재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한 상태.
그야 당연했다.
놈이 화염에 내성이 있었다 해도, 성화는 마를 태우는 불꽃.
물귀신이라고 해도 성수에 다이빙하면 죽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무사하심까?”
“괜찮으세요?”
그리고 대웅전 밖에 있던 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상대하던 괴이마저 성화의 폭발에 휘말려 사라진 덕분이었다.
그와 동시에,
띠링!
명랑한 레벨 업 소리와 함께 퀘스트 창이 밝게 빛났다.
마침내, 또 하나의 사건이 완료되었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