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84
84.
다음날.
나는 집에서 오랜만의 휴식을 누리고 있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경찰에서 정식으로 우리 팀에게 휴가를 내 준 덕분이었다.
“……”
이불 속의 기분 좋은 안락함이 온몸을 파고들었다.
평일 오후에 침대에서 뒹굴 거리는 이 느낌.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여유일까.
공식적으로 이 휴가는 어제 파계승 망현과 연관된 사건을 해결한 포상이었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지원 2팀에 소속된 인원 모두에게 휴가가 지급되었는데.
사실 그 내막은 따로 있었다.
“…난리가 났다고 들었는데.”
어찌저찌 해결하기는 했지만, 어제 사건은 냉정히 말해 매우 위험했던 사건이었다.
망현과 지하국대적, 그리고 거기에 있던 대규모의 시체 승려들은 경찰에서 측정한 예상 전력을 크게 넘어선 것이었으니.
게다가 망현은 몇 마리의 괴이를 제 종처럼 부렸는데, 정작 망현은 그럴 만한 전승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거기에 그가 내뱉었던 말들을 고려한다면.
망현과 망현이 관리하던 그 시염사는 사교의 몸통이 아니라 그 꼬리에 불과했고, 그 실체는 따로 있었다.
즉 사교의 위세가 경찰의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말.
그래서 팀장인 서인나는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어젯밤, 곧바로 보고를 위해 경찰청을 찾았다.
이에 경찰청에서는 곧바로 세 곳의 정식 기관들을 전부 소집했으며, 밤늦게까지 회의가 이어졌고.
오늘 아침에는 사교 긴급 대응 본부까지 만들어졌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우리 팀은 그 공로를 인정받은 것과 더불어.
본의 아니게 위험한 사건을 떠맡게 한 사과의 의미로, 이 휴가를 받게 것이었다.
“그나저나…”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어제 얻은 퀘스트 보상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미 보상을 받긴 했지만, 어제는 이를 제대로 확인할 정신이 없었다.
전투가 치열했던 것도 있었고, 그 깊은 지하에서 다시 올라오느라 워낙 고생했었어야지.
물론 그렇다 해도 대충 뭘 받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중에 특히 쓸만한 건, 바로 35레벨을 달성하고 받은 용사 스킬이었다.
[뇌격의 지배자]화염의 지배자에 이은, 전기 속성에 면역이 되는 스킬.
당연히 그 효과는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훌륭하다.
더군다나 번개로 대표되는 전격은 각종 전승이나 신화에서도 화염만큼이나 자주 나오는 속성.
게다가,
“이것만 있으면…”
나는 퀘스트 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서 내가 보는 것은 서브 퀘스트인 사방신의 전승.
그중에서도 청룡의 시험이었다.
전격에 면역이 되는 스킬을 손에 넣었으니.
이제 청룡의 시험만 통과하면, 말 그대로 전격의 방어 수단과 공격 수단까지 동시에 얻는 셈이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어쨌든 몸을 움직여 퀘스트 하나를 더 깨야 했지만.
주작의 경우를 생각하면 많이 따져볼 것도 없이, 충분히 남는 장사이리라.
“……”
그리고 그다음은 메인 퀘스트의 보상.
다만 메인 퀘스트의 보상은 나에게 조금 생소했다.
그도 그럴 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형식의 아이템이었으니까.
성화에 의해 마가 정화된 여우구슬.
구슬에 실린 여우의 혼은 괴이에서 자연 속으로 돌아간 영물의 것으로 변화하였다.
영력 소모 : 5
아무래도 망현의 몸에 박혀 있었다는 여우구슬이 정화되어 퀘스트 보상으로 변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거기에는 아이템임에도, 영력 소모가 붙어 있었다.
그렇다는 건…영력을 주입하면 변화가 있다는 건가?
어제는 대충 보고 넘긴 설명이었지만, 오늘은 직접 아이템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내용만 봐서는 갑자기 폭발을 일으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그런 생각과 함께 내가 여우구슬에 영력을 주입하자,
“음…?”
거기서 튀어나온 것은 한 마리의 여우였다.
붉은 눈동자에 새하얀 털을 가진 여우.
게다가 그 여우는 튀어나오자마자 움직이지도 않고, 내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
그 모습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흰 여우는 평범한 동물이 아니었다.
10 레벨이라는 레벨 표시도 보이고.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소환수나 식신을 부리는 아이템이었나.
“켕켕!”
내 예상이 맞다고 대답하듯, 여우가 울었다.
원래 여우구슬은 구미호가 갖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여우의 꼬리는 하나였다.
색깔이 조금 특이할 뿐.
겉모습은 그냥 여우와 크게 다를 게 없었기에, 그냥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보였다.
“전투 능력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곧바로 여우의 상태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한테 소속된 소환수는 상태창도 보이는 건가.
나는 곧바로 여우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레벨이 10이라서인지, 기본적인 능력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기껏해야 딱 그 레벨 대의 백령 수준으로, 아무래도 전투용으로는 사용하기 곤란해 보였다.
하지만 그 대신 눈에 띄는 것이 몇 개 있었다.
먼저 시각과 청각, 후각이 크게 강화되는 감각 강화 스킬.
적을 감지하는데 특화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거기에 감각 공유 스킬까지 갖고 있어, 이 여우가 보고 느끼는 것은 나도 같이 감지할 수 있었다.
이건…역시 정찰용인가.
“흠…”
엄청 강했다면야 좋았겠지만, 이런 쪽도 나쁘지는 않았다.
애매한 전투용 소환수보다는 이렇게 정찰에 특화된 계열이 오히려 쓸 곳은 더 많았으니.
그렇게 상태창을 살펴보던 나는 마지막으로 그 이름에 눈이 갔다.
순백의 한 꼬리 여우라.
설마 저 꼬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번에는 매직 큐브의 강화 버튼이 반짝였다.
대충 보니 여우구슬은 강화할 수 있고, 이를 강화하면 여우 역시 강해지는 모양이었다.
또한 그 강화 재료는,
매직 영혼 아이템
사용 시, 무기에 30분 간 화염 속성 추가.
소모품
바로 어제 추출에 성공한 망현의 영혼이었다.
다행히 육체가 소멸해도 영혼은 남아 있는 건지, 놈이 있었던 허공에서 추출했던 영혼.
다만 그 효과가 주작의 권능과 겹쳐 애매하던 상황이었는데…마침 잘 됐군.
나는 망설임 없이 이를 이용해 여우구슬을 강화했다.
그러자 나와 있던 하얀 여우가 근처에 나타난 붉은 영혼을 먹이처럼 와작와작 씹어먹기 시작했고.
예상대로 여우의 꼬리가 늘어나며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꼬리가 하나 늘어난 것뿐인데, 능력치 역시 2배로 뛰며 어느새 20레벨에 다다른 것이었다.
그렇다면…대충 꼬리 한 개에 10 레벨이라는 건가.
다만 꼬리가 2개가 되었기 때문인지, 강화에 필요한 영혼의 개수는 2개로 늘어난 상태였다.
이래서야 구미호까지 키우려면 얼마나 많은 영혼을 먹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영혼을 추출하고 쓸만한 건 내가 쓰고, 필요 없는 건 먹이로 주면 되는 일이었다.
결국 마인이 남기는 혼백의 사용처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으니, 나쁠 건 없었다.
“이건 됐고.”
영력을 해제하자 여우는 그대로 여우구슬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보상 둘을 정리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할 일은…청룡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 뿐.
그러니,
“…딱 3일만 쉬다 가자.”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다시 침대 위로 엎어졌다.
아직 시간은 일주일이나 남아 있었다.
* * *
그리고 6일 뒤.
“…이젠 가야지.”
나는 마지못해 경찰복을 입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결국, 미루고 미루다 출근 전날이 닥쳐서야, 나는 퀘스트를 깨기 위해 움직이기로 한 것이었다.
긴 휴가 중 여유 있게 퀘스트를 깨려고 했던 내 예상과는 좀 다른 전개였다.
“쯧…”
나는 혀를 차며 집 밖으로 나왔다.
청룡 관련 퀘스트의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역시 동쪽.
이에 나는 지난번, 주작의 시험을 떠올렸다.
남쪽을 담당하는 주작이랍시고 제주도에 박혀 있었던 주작의 신역.
그렇다면 동쪽을 담당하는 청룡은…최소한 동해.
아니, 어쩌면 울릉도나 독도까지 가야 할지도 모른다.
“오래 걸리겠네.”
하다못해 어제 움직일걸.
나는 새삼스럽게 그런 후회를 남겼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어쩔 수 없는 일.
나는 고개를 젓고 파출소로 이동, 경찰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나는 경찰차를 타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동쪽으로 이동했고.
그날 오후.
나는 정말로 울릉도에 와 있었다.
“독도까지 안 간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울릉도의 저동항에 도착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울릉도에 도착하자, 줄곧 동쪽을 가리키고 있던 화살표의 방향은 크게 꺾여 있었다.
이는 목적지에 거의 근접했다는 뜻으로, 청룡은 이 울릉도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나는 화살표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울릉도는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진 섬이었지만, 청룡이 바다에 살기 때문인지 다행히 산을 오르지는 않았다.
대신 화살표는 섬을 기준으로 항구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걸 따라가다 보니 결국 도로도 중간에 끊겨, 직접 걸어서 도달한 곳은 대풍감이라는 곳이었다.
울릉도 왼쪽 위에 고기 지느러미처럼 삐죽 튀어나온, 작은 바위산 같은 지형.
“…저건가.”
그 주변을 관찰하던 나는 바닷가와 맞닿은 절벽 구석에 난 동굴을 발견했다.
거기서 느껴지는 위화감은 주작과 비슷했기에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 동굴을 향해 뛰어내렸고.
“음?”
첨벙!
그 소리에 동굴을 통과해서 청룡의 신역에 도달한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동굴 안은 완전한 물속이었다.
그것도 빛조차 잘 들어오지도 않는 깊은 해저.
그 때문에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곧 그 바닷속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렇지 않게 호흡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아.”
그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나왔다.
깊은 물 속이기에 몸에 걸리는 부하는 똑같았지만, 마치 산소마스크를 쓴 것처럼 숨은 쉴 수 있다.
시험은 시험이니만큼, 질식하게 놔두지는 않겠다는 배려인가.
짧은 안도의 한숨을 토해낸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청룡의 신역에는 마치 바다의 바닥처럼, 해초와 거기에 휩싸인 바위들이 보였다.
주작의 신역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
그런데 저 멀리, 등불 같은 것이 보였다.
저쪽이 길이라는 뜻이겠지.
그래서 나는 곧바로 그쪽으로 다가갔고.
그제야 이 신역의 컨셉을 완벽히 알 수 있었다.
용궁.
내가 본 불빛은 바닷속, 거대한 대문에 걸린 것이었다.
한옥의 대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것은 장식이 살아있는 조개나 소라 등으로 꾸며져 바닷속에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궁궐만큼이나 화려한 용궁의 건물들이 보였다.
“…용궁이라.”
나는 활짝 열린 대문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내 손에는 별운검이 들려 있었다.
온갖 함정이 깔려있던 주작의 시험에 비해, 청룡의 시험은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
화려한 용궁의 건물 안쪽으로는 수많은 레벨 표시가 보였으니까.
게다가 그 레벨은 전부 30에서 40 전후.
내 레벨이 35라는 걸 고려하면, 절대 만만치 않은 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은 해저다.
숨은 쉴 수 있게 해줬지만, 어디까지나 걷는 것보다 헤엄치는 게 빠른 공간.
지상에서와 같은 움직임은 불가능한 이곳에서, 나의 실력을 시험하겠다는 건가.
나는 입가를 슬쩍 들어 올렸다.
“나야 좋지.”
나에게는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시험이었다.
이세계라고 바다가 없었을까.
게다가 오히려 이세계 쪽이 바닷속에서 사는 마족이나 종족의 숫자는 더 많았다.
즉 그곳에서 물속에서의 전투는 어느 정도 경험이 많은 기사들에게는 꽤 익숙한 것이라는 이야기.
심지어는 아예 바닷속에서 사용하기에 특화된 검술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러니 나 역시 해저를 탐험하며 라미나들의 해저 둥지를 멸망시키거나, 거대 괴수인 크라켄을 사냥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해저에서의 전투는, 나름대로 익숙하다는 이야기.
그래서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
내가 대문 안쪽으로 몇 걸음 내딛기도 전에, 소리도 없이 무언가 접근했다.
그건 거대한 가오리였다.
사람보다 훨씬 커다란 그것은 바닥의 모래 밑에 숨어져 있다가 나를 덮쳐왔다.
곧바로 몸을 비틀며 검을 움직였다.
그러자 가시가 박힌 몸통이 아슬아슬하게 내 옆을 지나갔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빛.
놈은 내 검에 베이면서도 전격을 쏘아낸 것이었다.
“전기가오리?”
전격은 그대로 내 검을 타서, 나에게 적중했다.
하지만 스킬 덕분에 정전기에 닿은 느낌만 조금 날 뿐.
실질적인 피해는 전혀 없었다.
그에 비해 가오리는 내 검에 두 동강이 나더니, 이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흠…”
나는 가볍게 검을 털었다.
생각보다 조금 둔하기는 해도, 역시 물속에서도 움직일 만은 했다.
그리고 동료 하나가 쓰러져서일까.
건물 안에 숨어 있던 놈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숫자가 많은 것은 장어에 메기, 그리고 가오리.
전부 전기를 사용하는지, 놈들의 주변에서는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그리고 좀 더 뒤쪽으로는 아예 무기를 든 인어들도 보였다.
나는 검을 고쳐 잡았다.
전투는 곧바로 시작되었다.
“……”
물속을 헤엄치기 때문일까.
이렇다 할 소리도 없이 사방에서 물고기들이 쏘아졌다.
길이만 4미터에 이르는 거대 장어와, 나를 한입에 삼킬 듯 큰 입을 벌린 메기들.
나는 그 잠깐 사이, 여우를 불러냈다.
여우가 할 일은 내 어깨에 매달려, 내가 보지 못하는 뒤쪽의 시야를 밝히는 것.
“캥!”
그렇게 나는 사각이 없이 내 주변 전부를 인지하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놈들의 공격이 나에게 닿을 일은 없었다.
바닷속에서 춤을 추는 듯한 참격이 이어졌다.
생각 없이 접근하던 생선들은 그대로 베어져 줄줄이 쓸려나갔다.
멀리서 강력한 전기로 나를 저격하던 놈들도 있었지만, 전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렇게 생선들이 물거품으로 변하자, 이번에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인어들이 움직였다.
인어들의 레벨은 전부 40 대 중반.
생선들보다 한층 강해진 놈들은 각각 창과 검 등의 무기로 나를 겨누었다.
역시 파직거리며 스파크를 튀기는 무기들.
그러나 바닷속에서 냉병기를 사용하는 그놈들은 오히려 생선보다도 상대하기 쉬웠다.
저 인어들과 똑 닮았던 이세계의 머메이드.
놈들의 해저 도시를 멸했던 것은 바로 나였으니.
“…쉽네.”
생선들에 이어 인어까지 전부 내 검에 베여, 물거품으로 변했다.
내 시야에도 더 이상의 레벨 표시는 없었고, 여우의 시각에도 적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렇게 남은 것은…용궁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궁궐뿐.
나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