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88
88.
그 이후.
범인인 김창연을 체포하는 것으로, 별장의 소음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또한 사건은 퇴마 사건이 아닌, 일반 사건으로 분류되었고.
그래서 용의자 신문도 퇴마 경찰이 아닌 일반 경찰에 의해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건 신문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김창연이 여성을 죽인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고 한다.
내가 인형과 시체를 발견했었던 별장의 지하에 사실은 상당한 가치의 귀금속이 있었다나 뭐라나.
“근데 나는 왜 못 봤지?”
파출소에서 그 내용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시 지하실의 모습을 아무리 떠올려 봐도, 그 안에 있던 것은 그저 잡동사니뿐이었다.
물론 천이 씌워져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가구나, 나무 상자도 몇 개 쌓여 있긴 했지만.
혹시 그게 다 골동품이었나.
괜히 보물을 눈앞에서 놓친 느낌에 쯧-하고 혀를 찬 나는 사건에서 얻은 유일한 아이템을 떠올렸다.
인형의 눈.
진실을 꿰뚫어 보니 어쩌니 하는 설명이 붙어 있긴 했지만, 딱히 어디에 쓰는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이건 어디까지나 저주받은 인형이라는 괴이가 나에게 준 물건.
다행히 귀물에 해당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이에 대해서 서인나 팀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인형이 자신의 눈을 줬다고?”
나는 당시의 일을 대충 설명했다.
물론 그걸 김창연의 눈깔과 바꿨다는 이야기는 빠졌다.
그냥 내가 김창연을 인형의 눈앞에서 쓰러뜨리자, 인형이 자신의 눈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식.
그러자 서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은원의 개념이 있는 괴이도 있어. 특히 저주받은 인형은 은원 관계를 철저히 따지는 괴이 중 하나야. 아무렇게나 막 다룬 인형이나, 혹은 버려진 인형이 그 주인에게 복수하는 건 흔한 이야기잖니?”
원한이 아닌, 은혜를 보답하는 괴이도 있다는 건가.
서인나의 말은 이어졌다.
“그러니 그와 반대로 주인에게 소중히 다뤄진 인형은 그 주인을 지키려는 성향을 보일 수도 있는 거야. 아마도 생전의 주인이 인형을 꽤 아꼈겠지. 그래서 인형은 그런 주인을 해친 이창연에게 원한을 가졌고. 하지만 그 원한을 강 경감이 풀어주었으니 이번에는 그 보답을 한 걸 거야.”
결국. 그 인형은 주인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는 말.
그야 앞뒤 사정을 보면 그럴 거라고 짐작하고 있긴 했다.
다만,
“그래서 이건 뭔가요?”
“글쎄?”
인형이 남긴 눈의 용도에는 서인나조차 고개를 저었다.
신기도, 귀물도 아닌 평범한 인형 눈알이라 경찰에 제출할 필요도 없었던 물건.
대신 내 눈에는 아이템 판정을 받고 있었기에, 버리지 않고 놔두고 있던 것이었다.
“그냥 기념품처럼 갖고있는 건 어떠니? 괴이가 뭘 주는 그런 경험은 흔치가 않거든.”
서인나는 그렇게 말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물론 나도 그럴 생각이긴 했다.
이유는 몰라도 아이템의 등급이 무려 에픽이었기에.
합성 재료나 제작 재료 등, 놔두면 어딘가 쓸데가 있겠지.
“음?”
그런 생각과 함께 자리로 돌아가는데, 스마트 폰이 진동했다.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
발신자는 모니카였다.
“모니카? 무슨 일이야?”
“네 말대로, 정보. 수집했어.”
정보 수집?
내가 모니카에게 그런 걸 시켰던가.
그런 의문을 떠올리는 사이,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금서에 대한 정보. 맞지?”
아, 금서.
그리고 보니 모니카에게 그런 부탁을 했었다.
금서를 모으는 것은 새로운 서브 퀘스트 중 하나였다.
다만 금서가 13권이나 되는 데다, 이제 부두교의 금서 하나만 손에 넣은 나에게는 퀘스트 완료는 요원한 일이었지만.
금서는 나에게 곧 스킬북과 마찬가지였다.
즉 당장 금서를 손에 넣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이득인 셈.
그러니 이 퀘스트도 착실히 진행해 두는 것이 좋았다.
“그랬지. 그럼 잠깐 만나자.”
다만 금서에 대해서는 아직 내가 모르는 게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에 대해 꼼꼼히 살피기 위해 직접 모니카를 만나기로 했다.
“좋아.”
그 말에 모니카에게서는 금방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다음날.
나는 시내의 한 카페에서 모니카를 만났다.
“…왔어?”
먼저 와 있던 모니카가 나를 보며 반응했다.
그녀의 얼굴은 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그야 그때는 성장이 막혀 마음고생이 심했을 때니, 그 고민이 없어진 이상 밝아질 수밖에 없겠지.
“얼굴 좋네. 요즘엔 괜찮냐?”
“…네 덕분에.”
모니카의 말대로 어느새 그녀의 레벨은 한 단계가 더 올라가 있었다.
원래 40이나 50 정도에 이른 퇴마사들은 대부분 그 레벨이 정체된다.
그 이유는 퇴마사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순전히 요구 경험치가 높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있는 지원 2팀만 해도 내가 임용된 당시와 비교해, 레벨이 올라간 사람은 최은영과 한성민이 전부.
그럼에도 레벨이 볼 때마다 올라가 있는 김다영과 모니카는, 그야말로 재능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좋아. 그럼 금서에 대해 말해봐.”
“뭐…부터 하면 돼?”
“금서가 정확히 뭔지부터.”
내 말에 모니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지, 몰라?”
“몰라. 그러니 설명해줘.”
모니카는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곧 입을 열었다.
“응, 알겠어.”
그렇게 그녀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모니카의 말에 의하면 금서는 각 종교의 금지된 주술이 적힌 서적이라고 했다.
즉 금서에는 13종의 종교가 얽혀 있으며 그중에는 정식 기관인 기독교와 불교의 금서도 있었다.
“금지된 주술이라는 게 정확히 뭐냐?”
“주술 의식 자체가 심각한 범죄인 것. 그리고…주술 의식의 결과가 이와 같은 것.”
그리고 모니카는 그 예시로, 아즈텍 문명을 언급했다.
수많은 인간을 죽여 해골 탑을 쌓고, 그 피를 동원해 올렸던 그들의 제사.
그런 전승은 과연, 현대에 재현하려 했다가는 거대한 참사가 발생할 수밖에는 없었다.
또한, 금서는 그런 전승 중에서도 효과가 확실하고, 동시에 위험한 것들만을 정제해 모아놓은 책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럼 그건 누가 만든 건데?”
“과거에 존재했던…이단을 포함한 마인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마인들이, 그 금서를 사용하고 있어.”
“금서를 사용한다고?”
나는 그렇게 물으며 요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보니 메신저의 보스인 부두교의 그놈도 금서를 사용하고 있었지.
“그래서 그 마인들은, 전 세계에서 현상수배 중. 자료 보내줄게.”
그렇게 말하며 모니카는 나에게 수배 중인 마인들에 대한 정보를 보내주었다.
그 숫자는 총 7명.
내가 찾아야 할 금서는 12권이지만, 아직 나머지는 사용 중인 마인의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또한,
“전부 외국인이잖아.”
그 마인들 중 한국인은 하나도 없었다.
하기야 세계에 퍼진 13개의 종교와 연관된 금서가 한국에만 모여 있지는 않을 테니 당연한 일인가.
오히려 한국과 전혀 관계없는 부두교의 금서가 이곳에 있던 게 신기한 일이리라.
“응. 그래서 그들을 만나려면, 그 나라로 가야 해.”
“흠…”
나는 묘한 실망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사방신의 전승처럼 당장 움직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래서야 경찰의 외국 출장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었으니.
하지만 거기서 모니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런데…이 사람. 이 사람은 최근,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제보가 있었어.”
“그래?”
나는 반색을 하며 모니카가 가리킨 수배범을 확인했다.
그건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라틴계 여성.
원래 국적은 브라질이지만, 주로 유럽에서 활동했던 마인이었다.
“이 마인에 대한 정보도 있어?”
“응. 다른 마인에 대한 건…아직 없지만, 한국에 왔다고 하면 달라고 할 것 같아서. 조사했어.”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모습이 마치 기특한 모범생을 보는 것 같았다.
“이름은 사브리나. 특별히 종교에 얽힌 마인은, 아니야.”
계속해서 마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유럽에서는 몇 차례나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악명 높은 마인이라고 했다.
또한, 마인과 크게 관련이 있는 것은 라이칸스로프.
즉 늑대인간 전승이었다.
“늑대인간이라…”
“사브리나는 그와 연관된 신기와 귀물을 수집해. 그래서 괴이인 라이칸스로프에 가장 가까이 있다고 평가받는 마인이야.”
이세계에서의 경험을 제외하고서도, 나는 전에 늑대인간 비슷한 걸 하나 때려잡긴 했다.
하지만 사브리나의 정보를 살펴보니, 놈은 그녀와 비교하면 하룻강아지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당시에 잡았던 늑대인간은 엄밀히 말해서 늑대로 변하는 능력을 갖춘 퇴마사였다.
그에 비해 사브리나는 늑대인간의 전승을 적극적으로 연구, 활용하는 마인으로 보였다.
늑대인간 전승은 기본적으로 불안정성을 내포한다.
늑대인간부터가 보름달이 뜨는 것만으로도 원치 않는 변신을 하고.
늑대인간으로 변한 이후에는 이성을 잃는 등의 불안정한 설정을 포함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사브리나는 지속적으로 늑대인간을 강화하는 신기나 귀물, 전승 등을 수집.
이를 이용해 전승을 비틀고, 강화시켜 그 불안정성을 제거했다는 모양이었다.
“그럼 이 여자가 가진 금서는 뭐야?”
“미트라교의 금서야.”
“미트라교…?”
처음 듣는 종교였다.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모니카는 미트라교에 대한 정보도 바로 보내주었다.
미트라교는 현재는 사멸한 종교였다.
게다가 사멸했다고 추정되는 시기는 4,5세기.
무려 천 년보다도 훨씬 전의 일이었다.
이러니 내가 모를 수밖에.
“고대 페르시아의 신, 맹세와 빛의 신 미트라를 주신으로 섬기는 종교야. 미트라교의 큰 특징은…밀교라는 점.”
“밀교?”
“그러니까…외부에 개방되어 있지 않은 종교. 입교하려면, 특별한 시험을 통과해야 해. 그냥은 들어올 수 없어. 또한, 종교의식에 대해 기록도, 구전도 금지되어 있던 종교야.”
마치 이세계에나 있을 법한 종교였다.
외부를 철저히 배척해서 자신들의 실체를 숨기는 종교라는 건가.
“하지만 아직까지 숨겨져 있지는 않겠지.”
“응.”
모니카는 계속해서 미트라교의 의식에 대해 설명했다.
미트라교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하에서 의식을 치렀는데.
그 의식은 설화에 존재하는 미트라의 에피소드를 재현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가 만찬.
설화 속 창조신인 미트라는 천지를 창조하며 성스러운 황소를 때려잡았다.
그리고 미트라교의 만찬은, 미트라가 그 황소의 고기로 태양신인 솔과 함께 만찬을 나눴던 에피소드를 재현한 것이었다.
원래는 동물을 바치고, 그 고기를 먹는 원시적인 형태의 의식.
하지만 금서는 그 의식을 비틀어서 금지된 주술을 완성했다고 했다.
“미트라의 금서에는…인간을 죽이고 그 고기를 먹는 주술이 실려있어. 그 효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어.”
인육을 섭취하는 것으로 성립되는 주술인가.
하지만 그런 주술을 활용하는 게 늑대인간이라니.
의외로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어쩌면 주술을 사용하는 마인 본인도 그래서 사용하고 있는 걸 수도 있고.
“그런데 왜 그런 마인이 한국에 온 거지?”
“그 목적은 몰라. 하지만 아직…한국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사브리나가 한국에 들어왔다고 파악되는 시기는 약 한 달 전이었다.
유럽에서는 그렇게나 악명이 높은 마인이건만.
여기서는 한 달 동안이나 조용한 걸 보면 무슨 일을 비밀리에 조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모니카는 덧붙였다.
“그리고 최근에 목격된 장소는…여기.”
모니카는 지도를 내밀었다.
그 장소는 강원도 철원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내가 지난번 늑대인간을 사냥했던 그 지역 부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단서가 파악된 순간.
퀘스트 버튼이 번쩍이며 퀘스트의 갱신을 알려왔다.
서브 퀘스트에 하나로 묶여 있던 금서 관련 퀘스트 중 하나가 따로 분리되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화살표를 이용해 퀘스트를 추적할 수 있다는 말.
“좋아. 잘 조사했네.”
“이 정도면…충분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를 추적이 가능하게 해준 것만으로 모니카가 할 일은 완벽하게 달성한 셈이었다.
“그래, 큰 도움이 됐어.”
“다행…이네.”
내 말에 모니카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일단 이번에 모니카가 조사한 내용은 여기까지였다.
그래서 그 후에는 한동안 소소한 잡담이 이어졌고.
나는 모니카에게 금서에 관한 지속적인 조사를 부탁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주말임에도 경찰복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섰다.
금서와 관련된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일해야 하는 평일에는 금서 찾는다고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으니 할 수 없이 휴일에 움직이게 된 것이었다.
“퀘스트 깨는 건 좋은데…휴일이 없네.”
나는 이제 완벽히 익숙해진 경찰모와 경찰서장에게 받은 외투를 걸치고, 파출소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경찰차를 타고 여유 있게 화살표를 따라 달렸다.
화살표는 북쪽을 가리키고 있었기에, 나는 당연히 철원까지 갈 거라 생각했지만.
“응?”
의외로 무척 빨리, 그 화살표는 다른 방향으로 꺾였다.
아직 서울도 벗어나지 않았는데, 그럼 마인이 서울에 있다는 건가?
나는 그런 의문과 함께 화살표를 따라 핸들을 돌렸다.
그리고 몇십 분 후 도착한 곳은…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였다.
“건물 한번 높네.”
그건 국내에 있는 대기업 중 하나인 화인 그룹.
퇴마 업계에서는 기업 소속의 퇴마사 집단 중, 두 번째 규모인 화랑을 소유한 기업의 본사였다.